고교학점제·통합 수능 엇박자, 왜?

맘대로 과목 고르라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고교학점제가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시행 중인 가운데, 2028학년도부터 개편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충돌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라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달리, 2028학년도 수능은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과목을 요구하는 ‘통합형’ 체제를 예고하면서, 결국 ‘선택한 과목이 아닌 모든 과목을 공부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이 대학처럼 자신의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는 제도다. 2022년부터 시범 운영을 거쳐 현재 고등학교 1학년에게는 이미 적용되고 있으며, 2025학년도부터는 전면 도입됐다. 이는 국어, 영어, 수학 등 공통과목 48학점을 이수한 뒤, 2~3학년 동안 진로에 따라 심화 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유불리 논란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획일적인 교과 과정에서 벗어나 학생 개인의 다양성과 자기 주도적 학습을 유도하고자 했다. 특히 학생들이 희망하는 학과나 직업군에 맞춰 과목을 설계하고, 학교는 그 선택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유연한 수업 운영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적용된 이후 학생들은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 이수하고 있다.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개편안이다. 현재 고1 학생이 응시할 2028학년도 수능은 ‘과목 통합형’으로 개편된다.

2028학년도부터는 수학, 사회, 과학 영역이 ‘통합형’으로 출제되며, 수험생이 실제 수강한 과목과 관계없이 동일한 시험을 치러야 한다.


현행 수능은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양분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수학 영역은 ‘수학Ⅰ·Ⅱ’를 공통과목으로 하고, 학생은 본인의 진로에 따라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하나를 선택해 시험을 치른다. 탐구 영역 또한 사회·과학 계열로 나뉘어, 수험생은 선택 과목 2개를 지정해 응시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학생은 자신의 학업 성향과 진로 계획에 맞춰 전략적으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반면 2028학년도 ‘통합형 수능’은 수학과 탐구 영역 모두 기존 선택형 구조를 폐지하고, 모든 수험생이 동일한 문항을 푸는 방식으로 바뀐다. 수학의 경우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등 다양한 개념을 통합한 문항이 공통 시험으로 출제되며, 탐구는 기존의 17개 사회·과학 과목 대신 통합사회, 통합과학으로 출제된다.

진로와 관계없이 선택
어차피 전 과목 공부?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라고 하더니 결국 수능 때문에 모든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현재 고1 학생은 고교학점제를 통해 과목을 선택해 설계하고 있지만, 이들이 응시하게 될 수능은 선택한 과목과 관계없이 통합으로 묶여 출제될 예정이다. 즉, 학생이 고등학교에서 선택한 과목과 무관하게 모든 응시자가 동일한 내용의 시험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통합형 수능을 도입한 배경에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의 방향성과 평가 체계의 정합성을 맞추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이미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 문·이과 구분 없이 공동 과목을 중심으로 구성돼왔고, 이에 따라 대입 평가도 계열 구분을 없애는 방향으로 개편이 추진돼왔다.


또 수능 선택과목 체계는 과목별 난이도 차이와 이로 인한 유불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같은 시험을 봐도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과가 나타나면서,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교육부는 이 같은 논란을 해소하고자 선택형 구조를 없애고 모든 수험생에게 동일한 문항을 출제하는 ‘공통형’ 평가로 전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통합 수능도 기존의 유불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특정 과목을 선택한 학생에게 상대적인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수능 수학에서 고난도 문항은 단순한 계산 능력보다는 개념 응용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출제진이 어떤 개념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학원가와 입시 분석 기관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적분이나 기하에서 자주 다루는 개념이 고난도 문항에 포함될 경우, 해당 과목을 수강하지 않은 학생은 문제를 푸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통합형 수능이라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해당 과목을 학습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28년부터 충돌 우려
“결국 한쪽으로 쏠릴 것”

교육부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에 맞춰 공정한 평가를 실현하겠다는 취지로, 특정 계열에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도록 문항을 균형 있게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교육계의 예측은 실제 학교 현장의 과목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때문에 수능에 유리하지 않은 과목을 선택하려는 동기 자체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도록 유도하지만, 입시 현실에서는 수능 대비에 유리한 과목 중심으로 선택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그동안 수능에서 출제한 고난도 문항에서 주로 활용됐던 개념은 ‘미적분’과 ‘기하’였기 때문에 이 과목들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직 출제 경향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출제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과목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수능 범위에 포함되는 과목을 별도로 학습해야 하는 구조는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모순된다. 고교학점제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면서, 정작 대학 입시에서는 모든 학생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선택해 봤자 소용없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고, 이는 진로와 관계없는 과목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아직 진로를 구체화하지 못한 학생의 경우, 선택 과목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기 어렵고, 수능과 무관한 과목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려 하지 않게 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한편, 2028학년도 수능 개편안이 발표되고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서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은 사설 컨설팅에 의존해 시간표와 선택과목 전략을 세우고 있다. 현재 일부 교육 업체에서는 고교학점제 시간표 설계 컨설팅을 제공하고 수백만원을 받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사교육 의존은 곧 정보 격차와 계층 격차로 이어진다.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지역이나 가정에서는 선택과목 설계, 수능 대비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교육 기회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제도 도입 당시의 ‘형평성 강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고교학점제의 도입과 함께 내신 평가도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변별력이 낮아지는 만큼, 대학 입시에서 상대적으로 수능의 비중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능은 등급뿐 아니라 백분위 점수가 제공되기 때문에 미세한 점수 차이까지 변별이 가능하다. 반면, 5등급 내신 체계는 등급 간격이 넓어져 교과 성적의 세밀한 평가가 어려워진다. 결국 각 대학에서는 수능을 더 신뢰할 수밖에 없게 된다.

형평성 강화?

전문가들은 고교학점제의 선택권이 대학 입시에서도 실질적으로 반영되려면, 수능 체계도 이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돼야 한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이는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수준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학생 개개인의 진로와 역량, 학습 환경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정책이며, 결국 특정 과목에 선택이 쏠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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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