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통합 수능 엇박자, 왜?

맘대로 과목 고르라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고교학점제가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시행 중인 가운데, 2028학년도부터 개편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충돌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라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달리, 2028학년도 수능은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과목을 요구하는 ‘통합형’ 체제를 예고하면서, 결국 ‘선택한 과목이 아닌 모든 과목을 공부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이 대학처럼 자신의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는 제도다. 2022년부터 시범 운영을 거쳐 현재 고등학교 1학년에게는 이미 적용되고 있으며, 2025학년도부터는 전면 도입됐다. 이는 국어, 영어, 수학 등 공통과목 48학점을 이수한 뒤, 2~3학년 동안 진로에 따라 심화 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유불리 논란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획일적인 교과 과정에서 벗어나 학생 개인의 다양성과 자기 주도적 학습을 유도하고자 했다. 특히 학생들이 희망하는 학과나 직업군에 맞춰 과목을 설계하고, 학교는 그 선택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유연한 수업 운영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적용된 이후 학생들은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 이수하고 있다.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개편안이다. 현재 고1 학생이 응시할 2028학년도 수능은 ‘과목 통합형’으로 개편된다.

2028학년도부터는 수학, 사회, 과학 영역이 ‘통합형’으로 출제되며, 수험생이 실제 수강한 과목과 관계없이 동일한 시험을 치러야 한다.


현행 수능은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양분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수학 영역은 ‘수학Ⅰ·Ⅱ’를 공통과목으로 하고, 학생은 본인의 진로에 따라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하나를 선택해 시험을 치른다. 탐구 영역 또한 사회·과학 계열로 나뉘어, 수험생은 선택 과목 2개를 지정해 응시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학생은 자신의 학업 성향과 진로 계획에 맞춰 전략적으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반면 2028학년도 ‘통합형 수능’은 수학과 탐구 영역 모두 기존 선택형 구조를 폐지하고, 모든 수험생이 동일한 문항을 푸는 방식으로 바뀐다. 수학의 경우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등 다양한 개념을 통합한 문항이 공통 시험으로 출제되며, 탐구는 기존의 17개 사회·과학 과목 대신 통합사회, 통합과학으로 출제된다.

진로와 관계없이 선택
어차피 전 과목 공부?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라고 하더니 결국 수능 때문에 모든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현재 고1 학생은 고교학점제를 통해 과목을 선택해 설계하고 있지만, 이들이 응시하게 될 수능은 선택한 과목과 관계없이 통합으로 묶여 출제될 예정이다. 즉, 학생이 고등학교에서 선택한 과목과 무관하게 모든 응시자가 동일한 내용의 시험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통합형 수능을 도입한 배경에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의 방향성과 평가 체계의 정합성을 맞추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이미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 문·이과 구분 없이 공동 과목을 중심으로 구성돼왔고, 이에 따라 대입 평가도 계열 구분을 없애는 방향으로 개편이 추진돼왔다.


또 수능 선택과목 체계는 과목별 난이도 차이와 이로 인한 유불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같은 시험을 봐도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과가 나타나면서,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교육부는 이 같은 논란을 해소하고자 선택형 구조를 없애고 모든 수험생에게 동일한 문항을 출제하는 ‘공통형’ 평가로 전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통합 수능도 기존의 유불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특정 과목을 선택한 학생에게 상대적인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수능 수학에서 고난도 문항은 단순한 계산 능력보다는 개념 응용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출제진이 어떤 개념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학원가와 입시 분석 기관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적분이나 기하에서 자주 다루는 개념이 고난도 문항에 포함될 경우, 해당 과목을 수강하지 않은 학생은 문제를 푸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통합형 수능이라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해당 과목을 학습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28년부터 충돌 우려
“결국 한쪽으로 쏠릴 것”

교육부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에 맞춰 공정한 평가를 실현하겠다는 취지로, 특정 계열에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도록 문항을 균형 있게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교육계의 예측은 실제 학교 현장의 과목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때문에 수능에 유리하지 않은 과목을 선택하려는 동기 자체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도록 유도하지만, 입시 현실에서는 수능 대비에 유리한 과목 중심으로 선택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그동안 수능에서 출제한 고난도 문항에서 주로 활용됐던 개념은 ‘미적분’과 ‘기하’였기 때문에 이 과목들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직 출제 경향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출제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과목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수능 범위에 포함되는 과목을 별도로 학습해야 하는 구조는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모순된다. 고교학점제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면서, 정작 대학 입시에서는 모든 학생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선택해 봤자 소용없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고, 이는 진로와 관계없는 과목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아직 진로를 구체화하지 못한 학생의 경우, 선택 과목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기 어렵고, 수능과 무관한 과목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려 하지 않게 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한편, 2028학년도 수능 개편안이 발표되고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서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은 사설 컨설팅에 의존해 시간표와 선택과목 전략을 세우고 있다. 현재 일부 교육 업체에서는 고교학점제 시간표 설계 컨설팅을 제공하고 수백만원을 받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사교육 의존은 곧 정보 격차와 계층 격차로 이어진다.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지역이나 가정에서는 선택과목 설계, 수능 대비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교육 기회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제도 도입 당시의 ‘형평성 강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고교학점제의 도입과 함께 내신 평가도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변별력이 낮아지는 만큼, 대학 입시에서 상대적으로 수능의 비중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능은 등급뿐 아니라 백분위 점수가 제공되기 때문에 미세한 점수 차이까지 변별이 가능하다. 반면, 5등급 내신 체계는 등급 간격이 넓어져 교과 성적의 세밀한 평가가 어려워진다. 결국 각 대학에서는 수능을 더 신뢰할 수밖에 없게 된다.

형평성 강화?

전문가들은 고교학점제의 선택권이 대학 입시에서도 실질적으로 반영되려면, 수능 체계도 이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돼야 한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이는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수준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학생 개개인의 진로와 역량, 학습 환경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정책이며, 결국 특정 과목에 선택이 쏠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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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