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모든 직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하면서 1년4개월가량 이어진 의정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박 비대위원장은 각 수련병원 공지방 등을 통해 “지난 1년 반 동안 최선을 다했으나 실망만 안겨드렸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라며 “모쪼록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학생(의대생)들도 끝까지 잘 챙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새로운 비대위 구성을 위해 오는 26일 온라인으로 임시총회를, 오는 28일엔 오프라인 대의원총회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식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대표, 한성존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대표, 김동건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 박지희 고려대의료원 전공의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 비대위 체제로는 조속한 시일 내 의미 있는 변화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새로운 비대위 구성의 건’을 위한 임시 대의원총회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의 갑작스런 사퇴를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일각에선 내부 결속력 약화를 꼽고 있다.
실제로 그는 정권교체 이후에도 강경한 태도로 투쟁을 지속해 왔으나 일부 전공의들 사이에선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협상을 시도하는 것이 실익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내부 분열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날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는 “대선 이후 대전협 비대위의 행보는 많이 실망스럽다. 이제는 전쟁에서 진격할 장수가 아닌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할 외교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그동안 쌓여온 박 비대위원장의 소통 부재에 대한 불만이 터진 점이 사퇴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19일, 원광대병원 사직 전공의 30여명은 “지금까지 비대위와의 만남은 병원 대표만 가능했으며, 평전공의들의 의견 전달 창구는 분절됐다”며 “우리는 어떤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지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음모론과 낭설에 휘둘리며 서로에 대한 불신만 남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전협의 의사소통 구조는 지난 윤석열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지금처럼 제한된 소통만 고수한다면 다음이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지난달 28일 보건복지부는 전국 수련 병원에 공문을 보내 1년 이내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 ▲동일 과목, 연차로 복귀 허용 ▲인턴 수련 기간 12개월에서 9개월로 단축 ▲고 연차 레지던트의 경우 내년 초 전문의 시험 응시 기회 제공 등 유화책을 펼쳤고, 이에 전공의들 사이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그러자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23일 비대위 공지를 통해 “사태 해결은 빠를수록 좋지만 현재 정부의 보건의료 책임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당장 복귀 여부를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직은 돌아갈 때가 아니다”라고 복귀를 제지했다.
또 지난 3월엔 정부가 “집단 휴학 의대생들이 전원 복귀할 경우 증원 건을 철회하겠다”며 제안한 데 대해 의대생들이 복학을 검토하자, 박 비대위원장이 페이스북에 “팔 한 쪽 내놓을 각오도 없이 뭘 하겠다는 거냐”고 질타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의대 정원 1만명 증원과 필수 의료정책 패키지를 단행하자, 이에 의사 단체에선 전공의는 사직, 의대생들은 휴학하는 방식으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당시 박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을 대표해 윤석열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을 두고 투쟁한 강경파로,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사직한 전공의들이 수련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막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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