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날아든 ‘조국 특사’ 청구서

반년 됐으니 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수감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정권이 바뀌자 혁신당은 조 전 대표에 대한 사면을 본격 수면 위로 띄웠다. 지난 총선을 시작으로 혁신당은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실어줬지만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놓고 온도 차가 극명한 모양새다.

지난해 12월16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받아 구치소에 수감됐다. 지난 총선 및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바람을 일으켰으나 7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해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었다.

정산의 시간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2026년 12월15일이지만 특별사면으로 복권될 경우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당 대표를 잃고 동력이 떨어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특별사면을 바라는 눈치다.

지난 11일 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조 전 대표가 2년 형, 정경심 전 교수가 4년 형을 받은 건 정적 죽이기다. 검찰권 남용으로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희생자라는 사실은 온 국민이 다 안다”며 검찰의 수사와 기소에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권 남용으로 희생됐고 이재명 대통령도 검찰권 남용의 엄청난 피해자였다”며 “이처럼 검찰권 피해를 본 분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삶을 일상으로 돌려놓는 건 내란 종식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전 대표를 비롯한 관련 인사들에 대한 사면 복권 또는 기소 중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권한대행은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만나 비공개 면담을 갖던 중 조 전 대표를 언급하며 “정치검찰 피해자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도 전해진다. 관련해 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권한대행이 정치검찰로 인해 피해를 본 분들에 대한 회복이 필요하다는 걸 전달했다”며 “우 정무수석 역시 그 점에 깊이 공감하셨다”고 설명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은 6·3 조기 대선 때부터 예상된 수순이었다. 혁신당은 대선후보를 내지 않고 당시 이재명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했는데, 조 전 대표의 복권과 사면을 염두에 두고 한발 물러선 전략으로 풀이된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SNS 프로필 사진을 “더 1찍 만날 조국”이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으로 변경해 ‘이 대통령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뉘앙스를 지지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2026년 겨울 만기 출소…사면만이 답?
“총선·대선 도왔는데…” 섭섭한 혁신당

민주당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조 전 대표와 그 가족이 윤석열정부와 정치검찰에 의해 무자비한 처벌을 받은 것은 국민 모두가 인지한다”면서도 “사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검토를 (하지) 않았다. 결정되지 않고 있고, 검토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면·복권의 권한은 어디까지나 대통령한테 있기에 대통령이 국민 여론과 여러 가지 정황을 잘 봐서 결정하리라 본다”며 “아직 그런 것을 얘기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 지금 현재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선서한 지 열흘밖에 안 됐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역시 “정권 초기에 특정인에 대한 사면 얘기가 나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차차 국민적 공감대 등 그런 부분에 따라서 자연히 논의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조 전 대표의 사면·복권이 필요하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긍정적으로 답하며 “자녀들은 고졸로 전락하고 대학원도 취소되지 않았나”라며 “정치적인 고려 말고, 조국 전 대표나 그 가족이 받았던 형들이 너무 불균형하고 과도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둘러싸고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정작 장본인인 조 전 대표는 말을 아꼈다. 조 전 대표는 <뉴스1>과의 옥중 서면 인터뷰에서 “사면권은 헌법상 오롯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사면) 대상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독방에서 겸허한 마음으로 과거에 대한 성찰과 미래에 대한 구상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일종의 청구서로 보고 있다.

‘더 1찍 만날 조’ 큰 그림 그렸나
“논의 시기상조” 선 긋는 민주당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해 4·10 총선에서 혁신당은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를 내세워 선거에 기여했고 탄핵 정국에서 힘을 보탰다. 조기 대선후보도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원한 만큼 민주당은 (혁신당에) 정치적 빚을 지고 있다”며 “조 전 대표를 사면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혁신당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내심 민주당에 섭섭한 게 많은 모양새다. 지민비조를 내세워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이끌었고 “3년은 너무 길다”를 슬로건으로 윤정부 조기 퇴진에 쇄빙선 역할을 자처했지만 교섭단체 완화 등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2석인 혁신당에 있어 교섭단체 완화는 숙명과도 같다. 이들은 “혁신당은 12석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회 운영에서는 0석 취급을 받는다. 민의에 비례한 국회 운영이 아니다”라며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교섭단체 완화 논의는 번번이 후순위로 밀렸지만 그럼에도 혁신당은 선거 때마다 민주당에 힘을 보탰다. 당장 이번 광복절에 특별사면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6월에 치러질 광주·전남 지방선거에 순순히 협조하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민의힘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이재명정부의 ‘공정 바로미터’라고 주장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는 입시비리로 ‘빽’ 없는 청년과 학부모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징역 2년형을 받고, 겨우 6개월의 죗값만 치렀다”며 “조국 특별사면을 매개로 (민주당이) 혁신당과 야합했다면 이것이야말로 사실상 후보자 매수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이 가져올 정치적 혼란은 불가피하다. 이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지 반년도 되지 않아 특정인을 사면할 경우 ‘대가성 사면’이라는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다가올 광복절에는 정치인에 대한 특별사면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딜레마

한 야권 관계자는 “어떤 선택을 해도 민주당이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조 전 대표를 사면한다면 똑같이 야권 인사에게도 동일한 기회를 줘야 한다”며 “올해는 특별사면을 하더라도 서민생계형 형사범 위주로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형량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조 전 대표를 사면한다는 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선택이지만, 반대로 사면하지 않는다면 ‘이 대통령이 차기 대권주자를 의식했다’는 여론이 형성되지 않겠나”라며 “제 손으로 조 전 대표를 키워주는 꼴이 된다. 어떤 수를 둬도 비판은 면치 못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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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