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읽던 중 갑자기 쿠팡 앱이 켜지더라고요. 제가 클릭한 것도 아닌데…”
인터넷 서핑 중 무심코 클릭 한번 하지도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쿠팡 앱이 실행되거나 웹사이트로 이동되는 일이 반복되자 불편을 호소하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 사용자의 명확한 동의 없이 자동으로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납치 광고’ 행태가 문제로 제기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방통위는 20일 쿠팡이 온라인 광고를 통해 이용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자사 플랫폼으로 자동 이동시키는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실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최근 쿠팡은 뉴스 사이트 배너광고, SNS 콘텐츠 등 다양한 온라인 경로를 통해 광고를 집행하면서, 일부 광고에선 사용자가 아무런 조작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쿠팡 앱이 실행되거나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이용자들 사이에선 납치 광고 차단 및 신고 방법까지 공유되고 있는 실정이다.
원칙적으로 쿠팡은 광고 매체에게 이 같은 행태의 광고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볼 수 있는 쿠팡 광고 콘텐츠들은 쿠팡이 직접 올린 것이 아니라, ‘쿠팡 파트너스’라는 제휴 마케팅 프로그램에 가입한 회원들이 작성한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이 블로그나 소셜미디어 등 자신의 온라인 공간에 상품 구매 링크를 올리면, 해당 링크를 통해 실제 구매가 이뤄질 때마다 판매액의 3%를 커미션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쿠팡 파트너스 이용약관 제16조에 따르면 납치 광고 행태 관련, 사용자가 아무 액션도 하지 않았는데 쿠팡 웹·앱이 자동실행되는 행태, 배너를 스치기만 해도 쿠팡이 뜨는 행태 등의 부정광고 유형은 모두 금지된 행위로 규정돼있다.
해당 행위에 대해 제보를 하게 되면 월 10명을 선정해 5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 같은 자체 규제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 직접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쿠팡이 온라인 광고를 통해 납치 광고와 같은 방식의 광고를 다수 운영하고 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쿠팡의 광고 운영 실태, 집행 방식, 내부 관리 체계 등에 대해 사전 점검을 진행해 왔다.
조사 범위는 광고 행태뿐만이 아니다. 방통위는 쿠팡의 통합 계정 제도도 문제 삼았다. 쿠팡이 본 서비스와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을 하나의 계정으로 묶어 운영하면서 개별 서비스 탈퇴를 허용하지 않는 점이 이용자의 해지권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사실조사를 통해 관련 법령 위반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라며 “조사 결과 위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과징금 부과나 시정명령 등의 행정조치를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고 업계에선 이번 조사가 온라인 광고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납치 광고뿐만 아니라 닫기 버튼이 없거나 작동하지 않는 광고 등 문제적 광고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며 “사용자 권익 보호와 건강한 광고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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