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연길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항공기에서 바라본 백두산 천지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백두산 천지는 “백 명 중 두 명만 볼 수 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흐리고 거센 바람 속에 숨어 있다. 해발 2,744m의 고도와 변덕스러운 날씨는 사람의 의지를 가볍게 눌러버린다. 실제로 천지를 보기 위해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온 관광객들이 짙은 안개 앞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일은 흔하다.
그 천지를 보기 위해 3박 4일간의 일정에 나섰다. 백두산을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중국 측의 서파, 남파, 북파, 그리고 북한 측의 동파가 있다. 지난 11일은 북파를, 12일에는 서파를 통해 백두산 정상에 올랐다.
11일 이른 아침부터 셔틀버스를 갈아타며 북파에 올랐다.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거센 비바람과 짙은 안개가 몰아쳤다. 6월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찬 기운이 감돌았고 손끝이 얼어붙는 듯한 추위가 엄습했다.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천지를 뒤로한 채 아쉬움을 삼키며 내일을 기약했다.
다음 날인 12일 백두산 서파 코스를 통해 천지를 향했다. 전날과 달리 하늘이 맑게 개며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서파는 천지를 보기 위해 1,422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계단을 오르다 보면 가마꾼들이 관광객을 태우고 오르내리는 모습을 종종 마주치게 된다. 등반 시간 자체는 길지 않지만 높은 고도 탓에 숨이 빠르게 가빠지고 다리는 금세 무거워졌다.
숨을 헐떡이며 정상에 오르자 눈앞에 백두산 천지의 장엄한 풍경이 펼쳐졌다. 거대한 분화구호수와 설산이 어우러진 그 풍경은 단순한 절경을 넘어 말문을 막히게 했다. 전날의 아쉬움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황홀한 장면이 두 눈앞에 펼쳐졌다.
6월임에도 불구하고 천지는 여전히 얼어 있었고 주변에는 눈이 제법 쌓여 있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천지를 배경으로 중국 측 비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비석의 반대편에는 ‘조선’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 이곳이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던 백두산 천지를 직접 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하며 인천행 비행기에 올랐다. 귀국길 창밖을 바라보니 하늘 위에서 다시 한 번 천지의 장엄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땅에서 올려다본 것과는 또 다른 전율이 밀려왔다.
일요시사=문경덕 기자(k13759@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