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검찰개혁 시나리오

사실상 해체 “이제 끝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권이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여권이 되면서 검찰이 180도 바뀔 전망이다. 이른바 검찰개혁법안이 연달아 발의되면서 검사들은 침울해져 있다. 민주당은 3개월 내로 ‘검찰 완전 해체’를 목표로 잡았지만 대통령실은 아직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찰개혁법안의 핵심은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다. 권한뿐만 아니라 기관 자체를 분리해 각기 다른 판단과 선택적 수사·기소를 방지해 ‘정치검찰’ 논란을 종식하겠다는 게 목표다. 검찰 내부에는 먹구름이 꼈다.

정치검찰 없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검찰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 4법을 발의했다. 3개월 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속도전’도 예고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시작됐던 검찰개혁을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 마무리짓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청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민주당 김용민·강준현·민형배·장경태·김문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는 반드시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정치검사와 검찰 독재를 끝내라는 국민의 요구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검찰개혁에 칼을 빼들었다. 이들은 ‘국회 공정사회포럼(처럼회)’ 소속으로 민주당 내부에서도 검찰개혁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들이 발의한 검찰개혁 4법은 ▲검찰청 폐지법(김용민) ▲공소청 신설법(김용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민형배) ▲국가수사위원회 신설법(장경태) 등이다. 핵심은 검찰 조직을 완전히 해체하고 그 기능을 새로 신설하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위원회로 이관하는 것이다.


이번 법안은 과거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찰개혁 내용보다 구체성을 띤다.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행정안전부 산하 중수청으로 이관시키는 등 정밀하게 접근했다. 중수청 수사 범위는 당초 검찰이 가진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더해 내란·외환·마약 범죄까지 총 ‘8대 범죄’로 확대했다.

검찰청 소속 검사는 중수청 또는 공소청으로 이동되는데, 검사가 중수청행을 택하면 검사 신분은 수사관으로 전환된다.

법안 내용을 보면, 중수청 수사관은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사람 ▲7급 이상 공무원으로 조사 및 수사 업무에 종사했던 사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사 업무의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는 사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력이 있는 사람 등이 될 수 있다.

민주, 문정부 미완의 숙제 3개월 내 처리
중수·공소청 정리…검사는 수사관으로?

수사 실무를 담당하는 검찰청 수사관들이 중수청으로 배치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수청에 간 검사와 수사관들이 같은 직함을 달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법안을 발의한 김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중수청에는 검사가 아예 없고 1~7급까지 수사관만 있다”며 “검찰청에서 수사관은 평생 수사관이지 검사가 될 순 없었는데 중수청에 가면 동등하게 (기존 검사들과) 경쟁해서 1급까지 올라갈 수 있고 중수청장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독점적 권한인 기소권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에 둔다. 이들은 검사로 불리지만 수사에는 관여할 수 없고 기소와 공소 유지만 담당한다. 각 수사기관들이 12·3 내란 사태 당시 수사권 갈등을 벌인 화근을 제거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수사위원회도 설치한다.


국수위는 검찰이 해체되면 수사기관으로 역할을 하게 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중수청·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등에 분산된 수사권을 조정하고 정리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기간 “사법·검찰개혁 등도 중요하지만 조기에 주력해 힘을 뺄 상황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검찰개혁 속도전을 예고했던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도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다만 오는 9월 시작되는 정기국회 시 처리한다는 목표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공수처 논란 답습? “민생 범죄 수사권은 둬야”
개혁은 동의하는데…“지휘권 보전” 목소리도

검찰 내부에는 먹구름이 꼈다. 검찰개혁에 동의는 하지만 민생 범죄와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기소 분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재경지검 한 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2~3년간 정치적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에 공감하는 검사도 많다. 검찰도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지만, 직접적으로 ‘이게 말이 되냐’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도 “예고됐던 일이라 다 낙담하는 분위기다. 바뀌면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고 일부는 떠날 채비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검찰개혁법안과 관련해 이재명정부와 물밑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한 부장검사는 “수사했던 사람과 기소한 사람이 달라지면 보완수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후 보완수사를 요구해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로 기소될 때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사건 처리 시간도 오래 걸리고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기소되는 사건이 많아진다”고 지적했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정치권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권을 없애되 민생 범죄와 관련된 사건은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며 “아니면 검찰의 수사지휘권이라도 보전해야 ‘말끔한 수사’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위기 자초

이 변호사는 “중수청이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수처도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사력과 인력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공수처로 가려고 했느냐”고 되물었다.


검찰이 실제 해체될지 확실치 않은 상황으로 인해 검사들의 탈출 러시가 이어질지 알 수 없다고 한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요즘 서초동을 포함해 대형 로펌과 일반 로펌에도 자리가 많지 않다. 경력이 화려하지 않은 평검사들은 사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