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군이 11일 전방 지역서 진행 중이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지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전 전선에 걸쳐 운용하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합참은 해당 결정에 대해 “남북관계 신뢰 회복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국민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북한 입장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은 체제 유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북한의 내부 상황을 비판하거나,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방송은 북한 주민들의 사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반도 평화는 국민의 안전과 우리나라 경제에 직결되는 핵심 과제”라며 “대북 전단과 오물 풍선, 대북·대남 방송을 상호 중단해 접경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군 당국의 이 같은 결정은 북한의 태도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이 지난해 11월 이후 중단됐고, 최근 들어서는 자극적인 도발도 없었기 때문에 이 같은 정황도 고려됐다는 것이다.
앞서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6월 북한의 잇따른 ‘오물·쓰레기 풍선’ 살포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했다. 문재인정부 시절이던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직전 대북 확성기 방송이 중단된 지 무려 6년 만이었다.
이후 6월9일 일부 전선서 방송이 시작되자 북한도 이날 밤 대남 소음 방송에 착수했고, 우리 군도 7월21일 모든 전선으로 확성기 방송을 확대하는 등 남북 간 심리전이 본격화됐다.
이번 조치는 새 정부 들어 대북 관련 정책 기조 변화의 신호탄으로, 남북관계 변화의 물꼬를 먼저 틀었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북측의 대남 소음 방송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어 정부의 ‘중지’ 결정을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향후 남북 간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군은 향후 북한의 방송 및 도발 행위에 따라 확성기 방송 재개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번 중지 결정이 향후 남북 간 군사적 악순환을 끊을 분기점이 될 수도 있으나,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화의 문을 여는 자세를 보인 것은 긍정적이지만, 북한의 대남 도발이 완전히 멈춘 것이 아닌 만큼 성급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며 “이번 조치를 계기로 상호간 선순환을 만드는 정치적 노력도 함께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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