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자리한 갤러리 ‘도로시 살롱’이 작가 문기전의 개인전 ‘세포들의 기억(AFTERIMAGE)’을 준비했다. 문기전은 ‘나는 누구이며 왜,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라는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사유를 바탕으로, 인간의 감각과 인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왔다.

존재의 기원과 죽음에 대한 사유는 우리를 종종 공포와 경외로 이끈다. 어릴 적 깊은 어둠 속에 남겨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문기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감각과 의식, 소통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면서 그 과정을 이해하려 했다.
눈으로 보고
문기전은 외부로부터 받는 자극을 감각하고 인식해 저장하는 과정을 시각화하는 작업에서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그리는 데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개인전 ‘세포들의 기억’은 그가 2021년 이후 작업한 ‘빛의 잔상-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들’ 연작의 결정판이다.
‘빛의 잔상’ 연작은 눈을 감았을 때 머릿속에 남아 있는 아른거리는 빛을 보이는 대로 그린 것에서 시작됐다. 눈으로 입력된 정보가 저장돼있다가 어떤 이유에서든 다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기억과 잔상이다.
문기전은 이 잔상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 다시 눈에 보이게 만들었다. 내 눈 뒤에 있어 볼 수 없던 풍경을 그림을 통해 다시 내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세포가 기억하고 있는 풍경이 작가와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어떤 것이 진짜 실재하는 풍경이고, 어떤 것이 머릿속의 풍경인 걸까?
‘빛의 잔상’ 연작 결정판
제주의 풍경 담은 20여점
이번 전시서 문기전은 제주 풍경의 잔상을 그렸다. 곶자왈의 숲은 초록 물결 속에 아른거리는 빛이라는 시각적 자극뿐만 아니라 식물의 냄새, 공기와 바람의 감촉, 소리 등을 작가에게 안겨줬다. 곶자왈은 그의 머릿속에서 또 다른 오감의 기억과 어우러지며 신비로운 풍경으로 재탄생했다.

도로시 살롱 관계자는 “문기전이 그린 곶자왈의 풍경은 그곳을 다녀온 이들에게는 기억을 소환하며 또 다른 잔상이 떠오르게 할 것이고, 가보지 못한 이들은 비슷한 경험을 소환해 그곳의 풍경을 느끼려 애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관람객은)분명히 눈으로 그림을 보고 있는데 시각 외의 다른 감각이 꿈틀거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기전이 그리는 세포들의 기억, 곶자왈의 잔상, 용눈이오름의 억새와 바람의 잔상, 제주 대숲의 잔상, 제주 바다의 파도가 존재를 자극한다. 생각과 실재, 상상과 현실이 묘하게 공존하는 작가의 잔상서 건강한 삶, 자연스러운 삶과 죽음을 보고 느낀다”며 “확실하지 않은 듯하지만 확실한, 확실한 듯하지만 불확실한 우리의 존재가 특별하고 소중하다. 그렇게 세상을 감각하고 살아간다”고 부연했다.
오감으로 느껴
이번 전시서 문기전은 제주 곶자왈의 잔상을 표현한 500호 대작 1점과 용눈이오름 억새의 잔상을 표현한 100호 2점, 제주의 대숲을 표현한 30호 2점 등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오는 25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문기전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2004)
▲개인전
‘빛의 잔상-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들’ 후미술관(2024)
‘Q’ 갤러리A(2024)
‘나는 일련의 관계들의 조합으로 감각하고, 의식하며, 소통한다’ VR개인전(2022)
‘잔상을 해석하며…- Quantum-piece 드로잉 전’ 후미술관(2021)
‘일련의 관계들의 조합’ 팔레 드 서울(2019)
‘기정사실’ 갤러리 그림손(2015)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