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로구시설관리공단 ‘피눈물’ 해고 전말

모르는 일 맡기고 ‘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피눈물 나는 노력은 해고 통보로 돌아왔다. ‘돌봄 서비스’이라는 직무에 속아 들어간 자리엔 숫자와 결산, 각종 회계 업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전 설명도, 고지도 없었다. 수습이 끝나자 자리는 사라졌다.

구로구시설관리공단(이하 구로공단)이 운영하는 아동 돌봄 시설서 회계 업무를 명시하지 않은 채 팀장을 채용한 뒤, 수습 기간이 끝나자 계약을 해지한 사례가 발생했다. 해당 시설에서는 신규 채용 직원에게 회계 업무를 전담시키고 수습 기간이 끝나자 해고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 채용

<일요시사>가 만난 A씨는 지난해 11월, 구로공단의 아동돌봄서비스 제공 팀장직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공고문에는 ‘아동 돌봄 서비스 제공’이라는 업무만 명시돼있었고, 회계에 관한 설명은 없었다. 아동교육 관련 업무를 전담해 온 A씨는 이를 기존 업무 연장선으로 판단하고 지원했다.

그는 “공고에 회계 관련 문구가 한 줄도 없어 교육직 경력을 살려 지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A씨는 면접을 통과해 지난 1월에 입사했다.

문제는 입사 첫날부터 시작됐다. A씨는 전임자가 남긴 인수인계서 4~5장을 받고 회계 업무를 전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는 “센터장이 ‘팀장의 주된 업무는 회계’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회계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인수인계 없이 곧바로 실무에 투입됐다. 예산편성, 결산보고, 종사자 급여 지급, 지출 증빙까지 사회복지시설 회계를 총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전임자는 이미 퇴사했고, 채용 공고서도 면접서도 회계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회계를 해본 적 없는 A씨는 3주 뒤 센터장을 찾아가 “도저히 할 수가 없다”며 호소했지만, “잘해보자”는 센터장의 설득 끝에 업무를 이어나가기로 결심했다. 이후 A씨는 개인 비용으로 관련 교육을 수강하며 업무를 따라갔다.

A씨는 “토요일에도 교육을 받아가면서 휴게 시간 한번 제대로 써본 적도 없었고, 거의 8시 넘게 야근을 밥먹듯이 했다”면서 “그마저도 시간 외 수당을 줘야 한다기에, 6시에 퇴근 도장을 찍겠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공고 보고 ‘돌봄 서비스’ 지원
실상은 쏟아지는 ‘회계 업무’

피나는 노력 끝에 A씨에게 돌아온 건 계약 해지 통보였다. 회계 경험이 전무한 상태로 입사한 A씨는 수습 종료와 함께 해고됐고, 구로공단은 수습 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A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A씨는 즉시 구로공단 측에 항의했고, 이사장에게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후 인사 담당자와 면담했지만 A씨의 입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채용절차법 위반으로 구로공단을 고용노동부 관악지청에 신고했다. 이에 관악지청은 채용 공고의 직무 기재에 문제가 있다며 ‘채용절차법 제4조(거짓 채용광고 등의 금지)’ 위반으로 구로공단에 시정조치를 내렸다. 관악지청은 “채용 광고에 담당 업무 내용을 포괄적으로 기재한 것은 분쟁 발생 소지가 있으므로 유의하라”며 행정지도를 진행했다.


이후 동일 직무에 대한 신규 채용 공고에는 회계 업무가 기재됐다. A씨는 “시정조치가 내려졌다는 건, 결국 잘못됐다는 의미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구로공단 측은 채용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로공단 측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시설 특성상 관리자 역할을 맡은 팀장이 회계, 인사, 돌봄 등을 포괄적으로 담당해야 한다”며 “면접 당시에도 ‘관리자 역할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계 업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회계 업무에 대해서는 “회계는 회계사 수준의 정밀한 업무가 아닌, 지출 입력과 같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A씨는 이에 대해 반박했다. “재무회계를 한번도 안 해본 사람이 해내려면 최소 1년은 실무에 부딪혀야 한다. 예산편성, 급여 지급, 지출 증빙 같은 시설 회계를 총괄해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단순 입력일 수 있느냐”고 목소리 높였다.

실제로 A씨가 지원했던 팀장직은 회계 업무의 비중이 상당히 컸다. 사회복지시설의 회계는 단순한 행정 보조와는 다르다. 예산편성, 결산, 급여 관리, 지출 증빙, 보조금 회계 처리 등 전문성이 요구되며, ‘희망 이음’이라는 전용 회계 프로그램을 사용해 구청에 보고까지 해야 한다.

A씨는 “실제로 구청서 보조금 회계의 정확성을 매달 검토하고 평가까지 진행된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A씨는 “2개월 동안 교육을 받았지만, 업무를 따라가기엔 턱없이 역부족이었다”고 털어놨다.

수습 끝나자 바로 해고
“채용절차법 위반” 지적

실제 근무하고 있는 다른 지역아동센터의 한 센터장 또한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센터장 B씨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난 수학 교사 출신이고 숫자에 대한 감각도 있는 편이며 회계학을 공부했지만, 복지시설 회계는 여전히 어렵고 익숙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고, 누군가 옆에서 가르쳐 주지 않으면 업무 숙달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씨는 “보통 회계 업무를 맡길 경우 최소한 관련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선임자가 있는 구조로 뽑아야 한다”며 “사수가 없고, 회계를 처음 해보는 사람에게 단독으로 책임을 지우는 건 매우 위험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회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세무사나 회계사를 왜 뽑겠나. 숫자의 흐름을 읽고, 대차대조표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사람이 맡아야 하는 일”이라며, “이 업무를 아무런 사전 안내도 없이 떠맡기는 구조는 분명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구로공단 내 다른 센터장들 역시 해당 문제를 수차례 구로공단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센터장들이 채용 공고에 회계 업무를 기재해달라고 항의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며 “만약 회계 업무가 정말 단순한 업무라면, 왜 내부서도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겠느냐”고 지적했다.

A씨는 “해당 공고서 처음부터 담당 업무를 정확히 기재했다면 애초에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이 돌봄 업무를 기대하고 지원했지만, 실상은 회계 업무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직접 회계 교육을 듣고, 주 업무가 회계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회계 자격이나 경력도 없는 사람을 뽑아놓고 업무 적응을 못했다고 자른 건 납득이 안 간다”고 토로했다.

사비로 공부

현재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그는 “6년을 근무하던 직장을 나와 힘들게 이직해서 미친 듯이 버텼는데, 돌아온 건 해고였다”며 “이렇게 중요한 업무를 고지 없이 던져놓고, 평가 기준도 없이 자르는 것은 명백한 부당해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진정성 있는 사과라도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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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