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 먹는’ 수상한 금은방 실체

돈·귀금속 받고 ‘배째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동네 금은방이 동네 사람들을 피 말리게 하고 있다. 큰돈을 투자해 귀금속을 사려고 해도 금을 팔아도 적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동안 시간을 끌었다. 가게를 찾아가도, 전화를 해봐도 회피하던 금은방 주인은 경찰에 신고를 하고 나서야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에 나섰다.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한 금은방이 수년간 손님들을 기망했다. 금을 파는 손님에게는 ‘은행 거래가 갑자기 안된다’고 변명하고, 반지 등 귀금속 주문을 받았을 때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며 시간을 끌었다.

결혼 반지
맞추려다…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골드뱅킹을 판매하는 KB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3곳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10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4월 말 잔액 6101억원 대비 4924억원(80.7%) 급증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금값이 오르자 금은방을 상대로 한 범죄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9일에는 경기도 안산서 금은방을 턴 뒤 전국 각지로 도주했던 30대 남성이 4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지난달 5일 오전 11시께 안산시 상록구의 한 금은방서 진열돼있는 금 목걸이 한 개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후 현장을 이탈했고, 이를 안 금은방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A씨의 주거지가 명확하지 않고, 휴대전화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3인 3개조로 나눠 A씨를 추적했다.


1개조는 지역 관제탑을 통한 폐쇄회로(CCTV) 확인, 1개조는 사설 CCTV 확인, 나머지 1개조는 주변을 탐문했다. 탐문 결과 A씨의 도주 경로는 수원, 창원, 울산이었으며 도주 과정서 현금만 사용하고 택시를 12번 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의 도주 경로를 파악하던 중 지난 8일 오후 1시40분께 울산의 한 해수욕장 주변서 발견해 검거했다.

지난달 3일 부산 동래구에서는 20대 남성 1명과 30대 남성 1명이 한 금은방서 360만원 상당의 금팔찌를 훔쳐 달아났다가 열흘 만에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금은방을 노린 범죄도 있지만 금은방이 손님을 기망하고 금 매입 금액을 늦게 주거나 손님이 주문한 금붙이를 늦게 돌려준 사례도 있다.

<일요시사>는 경기도 안성시 진사리 소재의 금은방 정O당에 결혼반지 디자인을 맡겼다가 4개월이 지나서야 물품을 받았다는 한 피해자를 만났다. 피해자 B씨는 결혼반지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이 부담돼 갖고 있던 금을 녹여 맞추기로 했다.

B씨는 동네 금은방을 돌아보다 정O당이 가장 싼 가격에 맞출 수 있어 바로 계약했다. 계약 당시 B씨는 정O당 사장 C씨에게 “1주일 후에 찾으러 오시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약속한 날에 찾아갔지만, C씨가 “아직 제품이 준비되지 않았다”며 “2주서 3주가 소요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B씨는 당시 C씨의 말을 듣고 ‘갖고 있던 금붙이들을 녹인 후 원하는 디자인으로 작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O당은 약속한 날마다 같은 핑계를 대며 B씨에게 결혼반지를 주지 않았다.


결국 B씨는 4달이 지나서야 맡겨뒀던 결혼반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결혼반지를 받는 과정서 공황장애를 얻었다고 한다.

비싸게 매입· 싸게 판매에 홀려
거래 뒤 차일피일 나몰라 미루기

피해자는 B씨뿐만이 아니였다. 진사리 주민들에게 정O당에 대해 물어보면 “원래 그런 곳인줄 몰랐냐” “많고 많은 금은방 중에 왜 정O당을 갔냐” “정O당이 그런 짓하는 거 모르는 동네 사람은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주민 D씨는 지난해 6월24일 금 35돈을 정O당에 팔았다. 그는 C씨와 원래부터 친분이 있었고, 그를 믿고 거래했다고 한다. D씨는 금을 1360만원에 팔았지만, C씨는 돈이 없다며 대금을 주지 않다가 D씨의 독촉에 주마다 400만원씩 금 대금을 갚았다.

D씨는 <일요시사>와 만나 “종종 가게에 들러 먹을 것을 전달해주는 등 (C씨와) 꽤나 가까운 사이였다”며 “잘 알던 사이고 급하게 돈이 필요해 귀금속을 팔았는데 이렇게 늦게 판매 대금을 받을 줄 알았다면 차라리 시간을 내 종로 등 유명한 금은방에 판매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씨는 쌍가락지가 작아서 정O당에 맡겼다. 이후 C씨와 약속한 날에 가게를 찾아가도 “서울로 물건을 보냈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E씨는 반지를 찾기 위해 이후 가게를 5번이나 더 방문하고서야 반지를 받을 수 있었다.

다만 반지 1개는 늘려놨지만 남은 1개는 손도 대지 않고 그대로인 상태였다.

다른 주민은 4돈 팔찌를 주문했다가 3달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었고, 또 급한 돈이 필요해 아기 돌반지 등 1280만가량의 금붙이를 팔았던 주민도 3달이 지나서야 그 돈을 받았다.

C씨의 핑계는 여러 가지였다. “서울로 판매한 물건을 보내 재측정 중이다” “디자이너가 바빠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금 돈이 없어서 내일(3일 뒤에) 오면 돈을 주겠다” 등이었다. 게다가 C씨는 가게로 걸려오는 전화는 받지도 않고 심지어 가게를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닫기도 했다.

“아직 미완성”
시간 끌기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주변 금은방보다 정O당이 금 매입은 더 비싸게, 귀금속을 사는 건 더 싸게 해준다는 말에 혹해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피해담은 인터넷 커뮤니티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진사리 정O당’을 검색하면 피해를 봤다는 글이 바로 검색된다.

이 같은 C씨의 행보에 몇몇 금은방 사장들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종로구 예지동 귀금속 거리서 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귀금속 거래는 신뢰를 바탕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약속된 날짜에 약속된 중량과 함량의 제품을 팔고 귀금속을 매입할 때는 바로 계좌이체나 현찰을 주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가게를 운영하기 힘든데 C씨가 수년간 손님들을 기망하고 있는데 동네서 버젓이 가게를 운영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반응했다.

피해자들은 C씨의 이런 행보에 여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동네에 어르신들이 많이 사신다”며 “어르신이 자녀들 몰래 금을 팔았는데 갑자기 돌아가시면 C씨는 금 판매 대금을 줄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금값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 낮은 가격일 때 금을 매입하고 높은 가격일 때 매도한다면 금 거래 시 나오는 부과세 10%에 추가 이익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은방을 운영 중인 점주 중 일부는 현재 금은방을 운영하는 게 오히려 빚이라 C씨 역시 사정이 나빠 대금을 제때 못 줬다고 봤다.

서울 종로구 예지동 귀금속 거리서 40년째 귀금속 상가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이후 이렇게 장사가 안 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작년 대비 매출이 30~50% 감소한 상황이라 섣불리 금을 매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철면 행보
여러 의혹

C씨는 이런 기망 행위로 수십차례 경찰에 신고됐다. 피해자들은 C씨가 차일피일 계속 약속 시간을 미루자 가게로 찾아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해도 “신고해봐라. 아무런 죄가 없는데 경찰이 나서겠냐”라며 C씨가 배짱을 부렸고, C씨의 이런 행동에 화가 난 피해자들은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이때 C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사기 혐의다. 사기죄는 형법 제347조에 규정돼있으며 위반 시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C씨는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들이 고발인 조사를 받고 C씨가 고소인 조사를 받은 후 바로 남은 금액을 이체받거나 요청했던 귀금속을 받았다고 한다. 수십차례 신고됐지만 C씨가 처벌받지 않은 이유다.

C씨에 대한 신고를 가장 많이 접수한 안성경찰서 관계자는 “사기죄는 피해자를 속일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가장 큰 범죄 성립 요건”이라며 “C씨의 행위가 의도적인 기망행위였다는 것을 밝히기 어려웠고, 바로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해 검찰 송치까지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C씨에 관한 신고를 접수한 평택경찰서는 진사리와 그 주변 주민들에게 주의를 요하기도 했다. 평택경찰서 관계자는 “지난해 평택서 30년간 금은방을 운영한 사람도 금 투자라며 사람들에게 사기를 친 사례가 있다”며 “이번 사건은 이미 주민들이 해당 가게에 대해 신뢰를 하고 있지 않아 빠르게 신고가 접수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발생한 사고도 다른 금은방보다 싸게 골드바를 판다며 피해자를 모은 후 잠적하는 방식으로 범죄가 일어났다”며 “정O당은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아 피해 금액이 크지 않지만 비슷한 양상으로 보이니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수십 번 신고에도 ‘배짱 장사’
“금 투자 사기와 비슷 주의 요망”

앞서 지난해 11월에 평택시 서정동에 있는 30년 된 금은방서 거액의 금 투자 사기가 발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금을 싼 가격에 제공한다며 20여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금은방 주인 F씨가 구속됐다.

F씨는 오랜 시간 해당 지역서 금은방을 운영하며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금 1돈을 20~30만원에 판매하겠다고 홍보했다. 초기에는 소액의 수익금을 꼬박꼬박 챙겨줬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만 투자받는다며 선입금을 유도해 점차적으로 범행을 확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국보급 도검을 보유하고 있어 곧 500억원이 들어올 것이니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아주겠다”며 도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피해자들이 고소할 경우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위협해 추가 고소를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투자 영수증과 계약서를 보관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고소를 진행 중이나 ‘고소했다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까’라는 불안감에 고소를 망설이는 다수의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에도 인천 연수구서 저렴한 가격에 금을 판매하겠다고 속여 수십억원을 가로챈 금은방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G씨는 피해자 10여명에게 금을 시세보다 10~20% 저렴하게 판매하겠다고 접근해 10억원대 현금을 받고 이를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골드바를 한 돈에 30만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피해자들을 끌어 모은 뒤 돈이 입금되면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피해자들에게는 한 달에서 6주 뒤 골드바를 발송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이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금액은 최소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모두 최소 징역 8년 이상을 선고받았다. 만약 C씨가 피해자 피해 회복을 하지 않았다면 C씨 역시 징역형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징역
3~5년 가능”

한 서초동 형사전문 변호사는 “C씨가 늦게 나마 피해자들의 피해를 복구한 것이 맞지만 피해자들을 속일 의도가 없었다고 보기 힘들다”며 “앞서 형사 처벌을 받은 사람들은 법원서 사기 금 구매를 유도한 것이 의도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C씨의 경우 마땅한 자금이 없는데 금을 더 비싸게 산다며 피해자들을 기망한 행위가 의도성이 있다고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C씨가 재판에 기소됐다면 피해 금액이 크지 않지만 3~5년 사이의 징역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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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