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 먹는’ 수상한 금은방 실체

돈·귀금속 받고 ‘배째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동네 금은방이 동네 사람들을 피 말리게 하고 있다. 큰돈을 투자해 귀금속을 사려고 해도 금을 팔아도 적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동안 시간을 끌었다. 가게를 찾아가도, 전화를 해봐도 회피하던 금은방 주인은 경찰에 신고를 하고 나서야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에 나섰다.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한 금은방이 수년간 손님들을 기망했다. 금을 파는 손님에게는 ‘은행 거래가 갑자기 안된다’고 변명하고, 반지 등 귀금속 주문을 받았을 때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며 시간을 끌었다.

결혼 반지
맞추려다…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골드뱅킹을 판매하는 KB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3곳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10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4월 말 잔액 6101억원 대비 4924억원(80.7%) 급증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금값이 오르자 금은방을 상대로 한 범죄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9일에는 경기도 안산서 금은방을 턴 뒤 전국 각지로 도주했던 30대 남성이 4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지난달 5일 오전 11시께 안산시 상록구의 한 금은방서 진열돼있는 금 목걸이 한 개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후 현장을 이탈했고, 이를 안 금은방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A씨의 주거지가 명확하지 않고, 휴대전화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3인 3개조로 나눠 A씨를 추적했다.


1개조는 지역 관제탑을 통한 폐쇄회로(CCTV) 확인, 1개조는 사설 CCTV 확인, 나머지 1개조는 주변을 탐문했다. 탐문 결과 A씨의 도주 경로는 수원, 창원, 울산이었으며 도주 과정서 현금만 사용하고 택시를 12번 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의 도주 경로를 파악하던 중 지난 8일 오후 1시40분께 울산의 한 해수욕장 주변서 발견해 검거했다.

지난달 3일 부산 동래구에서는 20대 남성 1명과 30대 남성 1명이 한 금은방서 360만원 상당의 금팔찌를 훔쳐 달아났다가 열흘 만에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금은방을 노린 범죄도 있지만 금은방이 손님을 기망하고 금 매입 금액을 늦게 주거나 손님이 주문한 금붙이를 늦게 돌려준 사례도 있다.

<일요시사>는 경기도 안성시 진사리 소재의 금은방 정O당에 결혼반지 디자인을 맡겼다가 4개월이 지나서야 물품을 받았다는 한 피해자를 만났다. 피해자 B씨는 결혼반지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이 부담돼 갖고 있던 금을 녹여 맞추기로 했다.

B씨는 동네 금은방을 돌아보다 정O당이 가장 싼 가격에 맞출 수 있어 바로 계약했다. 계약 당시 B씨는 정O당 사장 C씨에게 “1주일 후에 찾으러 오시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약속한 날에 찾아갔지만, C씨가 “아직 제품이 준비되지 않았다”며 “2주서 3주가 소요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B씨는 당시 C씨의 말을 듣고 ‘갖고 있던 금붙이들을 녹인 후 원하는 디자인으로 작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O당은 약속한 날마다 같은 핑계를 대며 B씨에게 결혼반지를 주지 않았다.


결국 B씨는 4달이 지나서야 맡겨뒀던 결혼반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결혼반지를 받는 과정서 공황장애를 얻었다고 한다.

비싸게 매입· 싸게 판매에 홀려
거래 뒤 차일피일 나몰라 미루기

피해자는 B씨뿐만이 아니였다. 진사리 주민들에게 정O당에 대해 물어보면 “원래 그런 곳인줄 몰랐냐” “많고 많은 금은방 중에 왜 정O당을 갔냐” “정O당이 그런 짓하는 거 모르는 동네 사람은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주민 D씨는 지난해 6월24일 금 35돈을 정O당에 팔았다. 그는 C씨와 원래부터 친분이 있었고, 그를 믿고 거래했다고 한다. D씨는 금을 1360만원에 팔았지만, C씨는 돈이 없다며 대금을 주지 않다가 D씨의 독촉에 주마다 400만원씩 금 대금을 갚았다.

D씨는 <일요시사>와 만나 “종종 가게에 들러 먹을 것을 전달해주는 등 (C씨와) 꽤나 가까운 사이였다”며 “잘 알던 사이고 급하게 돈이 필요해 귀금속을 팔았는데 이렇게 늦게 판매 대금을 받을 줄 알았다면 차라리 시간을 내 종로 등 유명한 금은방에 판매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씨는 쌍가락지가 작아서 정O당에 맡겼다. 이후 C씨와 약속한 날에 가게를 찾아가도 “서울로 물건을 보냈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E씨는 반지를 찾기 위해 이후 가게를 5번이나 더 방문하고서야 반지를 받을 수 있었다.

다만 반지 1개는 늘려놨지만 남은 1개는 손도 대지 않고 그대로인 상태였다.

다른 주민은 4돈 팔찌를 주문했다가 3달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었고, 또 급한 돈이 필요해 아기 돌반지 등 1280만가량의 금붙이를 팔았던 주민도 3달이 지나서야 그 돈을 받았다.

C씨의 핑계는 여러 가지였다. “서울로 판매한 물건을 보내 재측정 중이다” “디자이너가 바빠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금 돈이 없어서 내일(3일 뒤에) 오면 돈을 주겠다” 등이었다. 게다가 C씨는 가게로 걸려오는 전화는 받지도 않고 심지어 가게를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닫기도 했다.

“아직 미완성”
시간 끌기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주변 금은방보다 정O당이 금 매입은 더 비싸게, 귀금속을 사는 건 더 싸게 해준다는 말에 혹해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피해담은 인터넷 커뮤니티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진사리 정O당’을 검색하면 피해를 봤다는 글이 바로 검색된다.

이 같은 C씨의 행보에 몇몇 금은방 사장들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종로구 예지동 귀금속 거리서 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귀금속 거래는 신뢰를 바탕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약속된 날짜에 약속된 중량과 함량의 제품을 팔고 귀금속을 매입할 때는 바로 계좌이체나 현찰을 주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가게를 운영하기 힘든데 C씨가 수년간 손님들을 기망하고 있는데 동네서 버젓이 가게를 운영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반응했다.

피해자들은 C씨의 이런 행보에 여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동네에 어르신들이 많이 사신다”며 “어르신이 자녀들 몰래 금을 팔았는데 갑자기 돌아가시면 C씨는 금 판매 대금을 줄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금값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 낮은 가격일 때 금을 매입하고 높은 가격일 때 매도한다면 금 거래 시 나오는 부과세 10%에 추가 이익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은방을 운영 중인 점주 중 일부는 현재 금은방을 운영하는 게 오히려 빚이라 C씨 역시 사정이 나빠 대금을 제때 못 줬다고 봤다.

서울 종로구 예지동 귀금속 거리서 40년째 귀금속 상가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이후 이렇게 장사가 안 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작년 대비 매출이 30~50% 감소한 상황이라 섣불리 금을 매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철면 행보
여러 의혹

C씨는 이런 기망 행위로 수십차례 경찰에 신고됐다. 피해자들은 C씨가 차일피일 계속 약속 시간을 미루자 가게로 찾아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해도 “신고해봐라. 아무런 죄가 없는데 경찰이 나서겠냐”라며 C씨가 배짱을 부렸고, C씨의 이런 행동에 화가 난 피해자들은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이때 C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사기 혐의다. 사기죄는 형법 제347조에 규정돼있으며 위반 시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C씨는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들이 고발인 조사를 받고 C씨가 고소인 조사를 받은 후 바로 남은 금액을 이체받거나 요청했던 귀금속을 받았다고 한다. 수십차례 신고됐지만 C씨가 처벌받지 않은 이유다.

C씨에 대한 신고를 가장 많이 접수한 안성경찰서 관계자는 “사기죄는 피해자를 속일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가장 큰 범죄 성립 요건”이라며 “C씨의 행위가 의도적인 기망행위였다는 것을 밝히기 어려웠고, 바로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해 검찰 송치까지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C씨에 관한 신고를 접수한 평택경찰서는 진사리와 그 주변 주민들에게 주의를 요하기도 했다. 평택경찰서 관계자는 “지난해 평택서 30년간 금은방을 운영한 사람도 금 투자라며 사람들에게 사기를 친 사례가 있다”며 “이번 사건은 이미 주민들이 해당 가게에 대해 신뢰를 하고 있지 않아 빠르게 신고가 접수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발생한 사고도 다른 금은방보다 싸게 골드바를 판다며 피해자를 모은 후 잠적하는 방식으로 범죄가 일어났다”며 “정O당은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아 피해 금액이 크지 않지만 비슷한 양상으로 보이니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수십 번 신고에도 ‘배짱 장사’
“금 투자 사기와 비슷 주의 요망”

앞서 지난해 11월에 평택시 서정동에 있는 30년 된 금은방서 거액의 금 투자 사기가 발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금을 싼 가격에 제공한다며 20여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금은방 주인 F씨가 구속됐다.

F씨는 오랜 시간 해당 지역서 금은방을 운영하며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금 1돈을 20~30만원에 판매하겠다고 홍보했다. 초기에는 소액의 수익금을 꼬박꼬박 챙겨줬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만 투자받는다며 선입금을 유도해 점차적으로 범행을 확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국보급 도검을 보유하고 있어 곧 500억원이 들어올 것이니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아주겠다”며 도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피해자들이 고소할 경우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위협해 추가 고소를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투자 영수증과 계약서를 보관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고소를 진행 중이나 ‘고소했다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까’라는 불안감에 고소를 망설이는 다수의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에도 인천 연수구서 저렴한 가격에 금을 판매하겠다고 속여 수십억원을 가로챈 금은방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G씨는 피해자 10여명에게 금을 시세보다 10~20% 저렴하게 판매하겠다고 접근해 10억원대 현금을 받고 이를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골드바를 한 돈에 30만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피해자들을 끌어 모은 뒤 돈이 입금되면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피해자들에게는 한 달에서 6주 뒤 골드바를 발송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이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금액은 최소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모두 최소 징역 8년 이상을 선고받았다. 만약 C씨가 피해자 피해 회복을 하지 않았다면 C씨 역시 징역형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징역
3~5년 가능”

한 서초동 형사전문 변호사는 “C씨가 늦게 나마 피해자들의 피해를 복구한 것이 맞지만 피해자들을 속일 의도가 없었다고 보기 힘들다”며 “앞서 형사 처벌을 받은 사람들은 법원서 사기 금 구매를 유도한 것이 의도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C씨의 경우 마땅한 자금이 없는데 금을 더 비싸게 산다며 피해자들을 기망한 행위가 의도성이 있다고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C씨가 재판에 기소됐다면 피해 금액이 크지 않지만 3~5년 사이의 징역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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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