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②윤통의 영구 집권 큰 그림

‘친위 쿠데타’ 제2의 전두환을 꿈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도 5개월이 지났다. 위헌이자 위법이었기에 내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전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과 간첩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유형의 계엄을 선포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으나 전두환보다 위험했고 무모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의 내란 수사 기록에는 그가 영구 집권을 꿈꾼 정황이 확인됐다.

“규모로만 봤을 때는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군 전문가들과 법조인들이 바라본 12·3 내란 사태에 대한 평가다. 재판에 넘겨진 군 장성들의 진술조서에도 이들의 규모와 체계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려 영구 집권을 계획했던 걸까? 경고성이자 평화적 계엄이었다는 주장은 무색하게만 들린다.

경고성 계엄?
대규모 준비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사태는 1979년 12·12 군사 반란과 흡사하면서도 다르다. 전두환씨는 당시 반란을 통해 1980년 5·17 비상계엄의 발판을 마련했다. 국회의원들을 협박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했으나 장교 3명, 병사 95명에 불과했다.

윤 전 대통령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등에 투입한 경찰과 군인 수는 각각 3144명, 1605명이다. 군 1605명을 부대별로 나눠보면 육군 특수전사령부 1109명, 수도방위사령부 282명, 국군방첩사령부 164명, 국군정보사령부 약 40명, 국방부 조사본부 10명이다.

전씨의 반란과 비교하면 약 16배가 더 투입됐다. 군사력에 의존해 기존의 사회 시스템을 무너뜨린 행위는 같으나 규모로 보면 국회의원들을 겁박하는 수준을 넘어 국회를 점령하거나 통제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목적이 뚜렷한 친위 쿠데타였다는 평가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내란 수사 기록을 보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계엄 열흘 전 (윤 전 대통령이) ‘10명이 넘는 관료들을 탄핵하는데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냐’고 말씀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외에도 김 전 장관에게 ▲명태균씨 공천 개입 의혹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재판·수사 관련 판·검사 탄핵 가능성 등을 언급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도 “윤 전 대통령이 항상 헌법상 비상조치를 해야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씀했고 평소에도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른바 ‘충암파’로 불리던 최측근들에게 자신의 의견에 대해 반대하거나 정책에 태클을 거는 이들을 ‘반국가 세력’이자 ‘간첩’이라고 규정했다.

여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조해주, 조국, 양정철, 이학영, 김민석, 김민웅, 김명수, 김어준, 박찬대, 권순일 등이 체포 명단에 있다. 윤 전 대통령이 평소에도 부정적으로 말했던 사람들이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정치 활동 금지 포고령 위반자들에 대해 전시 합동수사본부서 체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1년 전부터 “특단의 대책” 사실상 계엄 언급
군 장성 대부분 우려 “성공 가능성 낮다” 판단

국회에 투입된 군이 위에 언급된 이들을 체포했다면 비상계엄 해제는 불가능했다. 윤 전 대통령이 국회 장악에 성공했다면 건설적 논의 없이 “반국가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며 자신의 불법적 행위를 합리화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실 출신 한 여권 인사는 “임기 초부터 여소야대 형국이다 보니 온갖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려 윤 전 대통령이 ‘격노’를 자주 했다. 술도 자주 마셨고 날이 갈수록 자신에게 직언하는 참모를 멀리했다. 항상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합법적 수단을 통해 권력을 소유하던 국가 지도자가 입법부를 해체하거나 헌법을 무효화하려 했다면 쿠데타다. 체제 전복 행위로 이어지고 대부분 전체주의적 독재자가 된다. 윤 전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여 전 사령관은 계엄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 여 전 사령관은 검찰에 “계엄 당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연락해서 ‘오늘 뭔 일 있는 거 아니냐’고 물었고 국무위원, 안보실장 등의 안전장치가 있는데 설마 하겠냐”고 했다.

또 여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정치적 문제를 왜 군사적인 계엄령으로 하느냐. 장병들이 초기에는 따를 수 있지만, 오래 갈 수 있겠느냐. 지금 대한민국 군대는 예전과 같지 않다. 휴대폰, SNS 등이 있어서 안 된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군 간부들은 윤 전 대통령의 국회 무력화에 대해 여러 차례 증언했다.

국회 무력화
시도 수차례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수사보고서에는 특전사령부 소속 김형기 1특전대대장이 이상현 여단장으로부터 “‘담을 넘어가 국회 본관으로 들어가서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 걔들이(국회의원들이) 문 잠그고, 의결(계엄 해제 의결)을 하려고 한다’ 대통령님이 ‘(본회의장) 문짝 부숴서라도 다 끄집어내라고 한다’고 했다”고 적시됐다.

군인들이 국회의원을 체포하려 한 정황도 확인된다.

곽종근 전 사령관의 지시로 국회로 이동한 김현태 특전사령부 대령은 “케이블타이는 어떤 목적으로 갖고 간 것이냐”는 특수본 검사의 질문에 “특전사의 경우 테러 진압 시 적을 포박하기 위한 용도로 케이블타이를 쓴다. 곽 전 사령관이 ‘들어가서 끌어낼 수 있겠느냐. 진입이 안 되냐. 150명이 안 되는데’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김창학 수방사 군사경찰단장도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이 ‘국회 담을 넘어 들어가 게이트를 차단한 후 불응하는 사람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우리 부대 수사관 5명, 군사경찰 5명, 경찰 5명 등 타 인원과 25명으로 팀을 꾸려라. 이송 및 구금 명단은 14명이고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조해주, 조국, 양경수, 양정철, 이학영, 김민석, 김민웅, 김명수, 김어준, 박찬대, 정청래 등에 대해서는 인수받아 호송 후 구금시설로 이동한다”고 지시받았다.

김 전 수사단장은 “여 전 사령관이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에게 집중하고 위치추적과 구금까지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국회가 내란 사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 계엄을 해제하는 데 성공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사령관에게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아직도 못 갔냐, 뭐 하고 있냐,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발포 명령’까지 내린 것이다.

이후 “국회의원이 190명 들어왔다는데 실제로 190명이 들어왔다는 건 확인도 안 되는 거고” “그러니까 내가 계엄 선포되기 전에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해서” “해제됐다고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다그쳤다.

음모론 배포
국민적 의혹

이 전 사령관의 얘기를 전해 들은 군 간부는 “‘대통령이 진짜 갈 데까지 갔구나. 돌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심취했다는 건 검찰 수사 기록서도 확인된다. 자신의 참모들에게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의 얘기를 가장 귀 기울여 들은 건 김 전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매해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고, 증거자료들이 제출되거나 부정선거에 대한 명확한 스모킹건이 될 수 있는 자료도 나왔음에도 조사도 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적 의혹이 있던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특수본 검사가 “부정선거에 대한 증거자료가 무엇이고 의혹의 출처는 어디냐”고 묻자 그는 “선거인보다 투표인이 더 많은 선거구도 있었고 직인이 안 된 투표용지, 투표함 바꿔치기, 해킹, 전산 조작 등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부방대(부정선거방지대책본부)에 많이 나와 있다. 대통령께서 가장 우려하셨던 건 국정원의 보고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진짜 서버도 아닌 모형 서버임에도 보안시스템이 취약해 아무나 해킹해 선거 조작을 할 수 있다는 수준이라고 보고했고 실제 해커들을 투입해 서버에 들어가 투·개표 용지 바꿔치기, 개표 과정 개입 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다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국회 입법권 무력화 노린 후 개헌 계획?
‘노상원 수첩’ 검찰 수사 진척 오리무중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2021년 3월부터 2년간 선관위에 대한 북한의 해킹 시도가 8회 있었고 국정원 3차장 산하서 보완 조치를 해달라고 선관위에 통보한 바 있다. 2023년 6월에는 선관위 요청으로 국정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 선관위 등이 합동 점검을 실시했는데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장관과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의 실체를 확인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도운 인물이 있다. 내란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다.

노 전 사령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의 수첩에는 극단적 표현이 담겨있다. ‘1차 수집’이라는 제목으로 국회가 있는 여의도서 30~50명, 언론 쪽은 100~200 민노총, 전교조, 민변, 어용 판사와 함께 ‘500여명 수집’이라고 적시됐다.

노 전 사령관은 ‘수거 대상 처리 방법 연구’와 ‘수거 후 호송 시 대책’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인물마다 등급을 매겨 ‘특별 수사와 재판소로 사형, 무기형을 받게 한다’고 적고, ‘수거 A급 처리 방안’으로 ‘연평도 이송’이라고 적었다.

특히 A급으로 분류한 인물들을 가스·폭파·침몰·격침 등을 통해 사살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단어를 강조했다. 그의 수첩에 적힌 ‘백령도 작전’ 내용과 국지전 유도 등 외환죄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이후의 계획을 적기도 했다. 헌법 개정을 통해 ‘재선’을 넘어 ‘3선’이라고 적었다. 중국과 러시아의 선거제도를 연구해야 한다고도 썼다.

검찰은 백령도 작전이 수거 대상을 체포한 뒤 배에 태워 백령도로 보내는 과정서 사살한다는 취지의 내용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수첩은 김 전 장관과 논의했던 것들”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노상원과 김용현이 논의한 내용은 윤 전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 보통 김용현이 질문하고 노상원이 답하는 식”이라며 “대화를 나눈 내용 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수첩에 적는 습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선, 3선…
독재자 발상

군 출신의 한 야권 의원은 “수년 전부터 반국가 세력이라고 규정하면서 대화를 배제하고 협치를 실종시켰다”며 “민주당을 몰아낸 이후 개헌을 주도해 임기 연장을 구상했다면 영구적으로 대통령을 하겠다는 독재자와 같은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 특수본은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을 넘겨받았으나 여전히 외환죄와 관련된 수사에는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의 재판에도, 검찰의 공소장에도 그의 수첩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정치권의 ‘내란 특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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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