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혐오’ 화교계는 지금…

학교서도 “중국어 쓰지 마”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중국 혐오가 임계점을 넘었다. 단순한 외교 갈등이나 여론의 왜곡을 넘어, 이제는 한국 사회 내 오랜 이주 공동체인 ‘화교 사회’까지 혐오의 불똥이 튀고 있다. 그동안 한국 사회의 경계 밖에서 조용히 살아온 화교들마저 더는 침묵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정치권 갈등으로 심화된 반중 정서가 화교 사회 내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격화되면서,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CCP(중국공산당) OUT’이라는 피켓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부 보수 세력들의 ‘중국 혐오’가 화교 사회까지 번졌다. 혐오 발언은 차이나타운을 포함한 화교 사회 내에서 점점 더 공개적이고 일상적인 일이 돼 가고 있다.

따돌림

지난 12일 인천 차이나타운서 <일요시사>가 만난 주희풍 인천화교협회 부회장은 “중국 혐오가 확실히 심해졌고, 화교 사회도 이를 체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주 공동체의 거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불안과 긴장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주 부회장은 “협회 내의 복도서 누군가 ‘여긴 간첩의 소굴’이라고 외치고 간다”며 “그런 발언을 듣고 나면 불쾌함을 넘어 점점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예전부터 이런 일은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수위와 빈도가 크게 달라졌다”고 밝혔다.

차이나타운에는 중국 혐오로 인한 범죄가 계속해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차이나타운 인근 순찰도 강화됐다. 주 부회장은 “중국 혐오로 인한 범죄로 경찰 순찰이 강화됐고, 지구대서 협회 사무실을 자주 찾아와 상황을 점검하는 등 신경 쓰고 있다”고 언급했다.


“심화된 중국 혐오로 요즘은 우리를 보살펴 주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한 주 부회장은 “예전에는 이런 조치가 없었는데, 최근 들어 경찰의 순찰이 눈에 띄게 강화된 상황으로 그만큼 혐오 정서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화교협회에는 중국 대사관과 대만 대표부로부터 윤석열정부 관련 집회 장소 접근 자제를 당부하는 문자가 전달됐다. 주 부회장은 “대만 대표부서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시, 광화문과 헌법재판소 일대에 가지 말고 조심하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전했다.

“간첩의 소굴” 행패
혐중 범죄 순찰 강화

중국 대사관 측에서는 “혹시라도 대규모 집회가 있을 경우, 구경도 하지 말라”는 우려의 문자도 왔다. 그는 “그런 문자를 받으면서 우리도 한편으로는 경계를 늦추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혐오 문제는 나이를 가리지 않았다. 주 부회장은 “이제는 화교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중국어를 쓰는 것조차 눈치를 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이들이 외부서 중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이제는 눈치 보이고, 심지어 학교서 중국어를 쓰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야 할 어린이날조차도 화교 아이들은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선고일이었던 지난 4일은 공교롭게도 대만 어린이날이었다. 그날 화교 학교에서는 어린이날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헌재 판결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주 부회장은 “그날 어린이날 행사가 혹여나 축제처럼 비칠 것을 우려해 조용히 치르자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중국 혐오의 피해는 화교 학교 학생들만이 겪는 문제는 아니었다. 일반 학교에 재학 중인 중국계 학생들이 학교서 중국계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는 일이 빈번했다. 주 부회장에 따르면, 중국식 이름을 가진 아이들은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거나 차별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탄핵 선고에도 숨죽인 차이나타운
갈수록 따가운 눈길에 ‘개명’까지

심지어 중국식 이름으로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이 한국식 이름으로 개명하기 위해 협회로 발걸음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는 “화교들은 개명을 하려면 협회를 방문해야 하는데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온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나 코로나19 관련 논란서 비롯된 혐오 발언들은 그동안 차이나타운 내에서 자주 발생했지만, 정치적 갈등이 양극화되면서 혐오의 방향은 더욱 공격적이고 뚜렷하게 나타났다.

주 부회장은 혐오가 단순한 개인의 감정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선동에 의해 유도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혐오는 정치적 상황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 사회가 계속 방관한다면, 혐오는 계속해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교 사회에선 이제는 외부의 혐오와 싸워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이나타운 주민들이 겪는 혐오와 차별은 더 이상 일시적인 사회적 갈등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중국 혐오는 한국 사회 내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화교 사회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이들의 피해를 넘어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주 부회장은 “우리도 여기서 살아가고 있는 사회 구성원이다. 차이나타운과 화교 사회는 이제 혐오의 정서를 넘어, 우리가 이 사회서 동등한 권리를 갖고 살아갈 길이 열리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기대

화교 사회는 지난 정권에 몸살을 앓은 만큼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도 크다. 주 부회장은 “우리는 진보 정권이 들어설 때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면서 “차이나타운 상인들은 정권이 바뀐다면 지역경제가 되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차이나타운과 한중 관계

한중 관계의 변화는 차이나타운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 왔다. 특히, 사드(THAAD) 배치 문제와 같은 외교적 갈등은 차이나타운을 비롯한 화교 사회에 실질적인 경제적 타격을 입혔다. 

과거 차이나타운은 주말에는 관광객들로 붐볐고, 평일에는 주로 중국인들이 찾았으나, 한중 관계가 악화된 이후에는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차이나타운은 필수 관광 코스였지만, 대중국 외교 갈등으로 인해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주희풍 인천화교협회 부회장은 “차이나타운이 잘될 때는 평일에 ‘요커(중국인 관광객)’들로 메워졌지만, 외교 갈등 문제로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전했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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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폴 적색수배’<br>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