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웹 3.0 페스티벌’ 운영비 미지급 책임 공방

공중에 뜬 5억…서울시는 발 뺐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2023 서울 웹 3.0 페스티벌’의 운영비 미지급 문제로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미래 기술을 육성하겠다던 서울시의 야심찬 프로젝트는 5억원 규모의 대금 미지급 사태로 얼룩졌다. 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은 현재 생존의 기로에 섰다. 서울시는 발을 빼고, A사는 책임을 밀어내는 형국이다. 떠넘기기 속에 피해는 오롯이 운영업체들의 몫이 됐다.

서울특별시청(이하 서울시)이 공동주최한 ‘2023 서울 웹 3.0 페스티벌’의 운영비 미지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행사 종료 후 5억원 상당의 대금이 지급되지 않자, 피해 업체들은 서울시가 공동주최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책임 없다?

행사는 2023년 7월31일부터 8월2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됐다. ‘2023 서울 웹 3.0 페스티벌’은 블록체인과 웹 3.0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스타트업과 개발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기술 발전을 선도할 기업과 전문가들이 모여 협업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진행된 행사다.

서울시, 서울디자인재단, A사 공동주최로, 행사 기획과 진행은 A사에서 맡았다. A사는 블록체인 및 웹 3.0 관련 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서울시의 디지털 사업과도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바 있다. 행사에는 해커톤, 스타트업 IR, 강연,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행사 진행 과정서 A사는 협력업체들에 디자인, 홍보, 인력 운영 등의 업무를 맡겼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행사 종료 후 협력업체들은 계약된 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현재 약 5억원 규모의 대금이 미지급된 상태다. 서울시가 행사 기획에 참여한 것과 별개로 운영업체들과 직접 계약을 체결한 것은 A사였다.

A사는 당시 외부 투자비와 후원금을 통해 행사 운영비를 충당할 계획이었으나, 예상했던 행사 후원금 모집에 차질이 생겨 협력업체들에 지급할 비용을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주요 투자처였던 블록체인 관련 기업의 예상 투자금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협력업체들에 대금을 지급 하기가 불가능해졌고, 운영비를 충당할 수 없는 상태서 행사가 강행됐다.

행사 종료 후 협력업체들은 A사 대표에게 대금 지급을 요청했다. A사 대표는 지연 사유를 설명하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도 지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지급 독촉이 계속되자, 그는 추석 연휴 직전, 각 업체에 10억원 상당의 수표 사진을 보내며 대금 지급을 약속했다. 당시 그는 “추석 전날이라 은행 영업점이 문을 닫아 추석 이후 현금으로 전환해서 처리하겠다”고 말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10억 수표 사진까지 보냈지만…
후원금·투자 유치 실패 후 잠적

업체들은 대표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결국 대금 지급을 받지 못한 채 피해를 떠안게 됐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사는 행사 전부터 재정적으로 문제가 심각했다. A사의 전 직원은 “행사 전부터 재정 문제로 조폭도 찾아왔었고 임금체불 문제도 있었다”며 “대표가 투자를 받아왔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실제로 투자된 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를 나와 직원들과 단체로 소송해 승소한 상태다. 하지만 법인에 돈이 없어 여전히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협력업체들은 A사가 투자 유치 실패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사기 요소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와 협력업체들은 A사를 상대로 형사 고소 및 고발을 진행했으나, 경찰은 A사의 사기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불송치 결정문에는 A사가 행사 진행 전 서울시에 “후원금 모집이 어렵다”는 점을 알렸으며, 이후에도 투자 유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경찰은 이 점을 고려해 A사가 처음부터 운영비를 지급할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사 대표는 경찰 조사 당시 “행사 개최 전에 서울시에 행사 비용이 모이지 않아 진행이 어렵다는 취지의 의사를 공유 및 논의했으나, 서울시는 시장에게까지 보고됐으니 가능하면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진술했다.

반면, 서울시는 A사 대표가 행사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강행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런 지시는 한 적이 없다”며 “행사 개최 전에 후원금이 모이지 않아 진행이 어렵다는 말을 A사 대표로부터 들은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협력업체들은 서울시가 후원금 모집이 어렵다는 점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행사를 강행했다면 업체들에 대한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추가로, 서울시가 수상자 상금은 지급한 것에 반해 운영비는 지급하지 않는 점도 문제 삼았다.

행사의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해커톤은 2박3일 동안 참가자들이 팀을 이뤄 주어진 주제에 맞춰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대회였다. 마지막 날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팀이 결정됐지만, 행사가 끝난 후 수상자들 역시 약속된 상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업무협약서에 따르면 A사가 대회 운영비와 수상자 상금을 지급하기로 돼있었지만, A사는 운영비뿐만 아니라 수상자 상금조차 지급하지 못했다.

A사 “시에 후원금 문제 미리 알렸다”
시 “사실 아냐” 엇갈린 주장 속 진실은?

이후 수상자들의 민원이 제기되자 서울시는 예비비를 통해 상금 1억5000만원을 지급했으나, 운영비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직접 계약 관계가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운영업체들은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며 서울시도 책임이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공동주최자로서 행사의 기획과 진행 과정에 개입했고, 공동 주최사 선정 당시 A사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서울시의회 행정사무 감사에서도 선정 과정서 A사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서울시는 A사의 재정 상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공동 주최사로 선정했으며, 행사 운영 능력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계약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박진영 서울시 디지털도시국장은 “그쪽 업체(A사)가 자신 있다고 했고, 과거 실적을 검증해본 결과 신뢰할 수 있는 업체였기 때문에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행사 개최 당시 A사의 후원 유치 가능성을 신뢰했으며, 충분한 검토 없이 행사를 강행한 점에 대해서는 일부 책임이 있지만, 운영업체들과 직접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법적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운영업체들의 피해 상황도 언급됐다.

한 시의원은 “대회 수상자들은 서울시 예산으로 보상이 이뤄졌지만, 행사 운영을 맡았던 업체들은 지금까지도 비용을 지급받지 못했다. 같은 행사에서 발생한 피해인데 차이가 발생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수상자 상금은 서울시장 명의로 지급된 것이기 때문에 책임이 있지만, 운영업체들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급할 근거가 없다”고 답변했다.

방관자적


서울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협약서에 따르면 A사가 수상자에 대한 상금 등 행사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기로 돼있다”며 “법률 검토 결과, 수상자에 대한 시상금은 계약 체결 당시 지급 주체가 명시되지 않아 공동주최자 모두 지급 의무가 있었지만, 운영업체들과 계약 관계가 없어 운영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