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웹 3.0 페스티벌’ 운영비 미지급 책임 공방

공중에 뜬 5억…서울시는 발 뺐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2023 서울 웹 3.0 페스티벌’의 운영비 미지급 문제로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미래 기술을 육성하겠다던 서울시의 야심찬 프로젝트는 5억원 규모의 대금 미지급 사태로 얼룩졌다. 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은 현재 생존의 기로에 섰다. 서울시는 발을 빼고, A사는 책임을 밀어내는 형국이다. 떠넘기기 속에 피해는 오롯이 운영업체들의 몫이 됐다.

서울특별시청(이하 서울시)이 공동주최한 ‘2023 서울 웹 3.0 페스티벌’의 운영비 미지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행사 종료 후 5억원 상당의 대금이 지급되지 않자, 피해 업체들은 서울시가 공동주최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책임 없다?

행사는 2023년 7월31일부터 8월2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됐다. ‘2023 서울 웹 3.0 페스티벌’은 블록체인과 웹 3.0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스타트업과 개발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기술 발전을 선도할 기업과 전문가들이 모여 협업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진행된 행사다.

서울시, 서울디자인재단, A사 공동주최로, 행사 기획과 진행은 A사에서 맡았다. A사는 블록체인 및 웹 3.0 관련 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서울시의 디지털 사업과도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바 있다. 행사에는 해커톤, 스타트업 IR, 강연,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행사 진행 과정서 A사는 협력업체들에 디자인, 홍보, 인력 운영 등의 업무를 맡겼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행사 종료 후 협력업체들은 계약된 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현재 약 5억원 규모의 대금이 미지급된 상태다. 서울시가 행사 기획에 참여한 것과 별개로 운영업체들과 직접 계약을 체결한 것은 A사였다.

A사는 당시 외부 투자비와 후원금을 통해 행사 운영비를 충당할 계획이었으나, 예상했던 행사 후원금 모집에 차질이 생겨 협력업체들에 지급할 비용을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주요 투자처였던 블록체인 관련 기업의 예상 투자금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협력업체들에 대금을 지급 하기가 불가능해졌고, 운영비를 충당할 수 없는 상태서 행사가 강행됐다.

행사 종료 후 협력업체들은 A사 대표에게 대금 지급을 요청했다. A사 대표는 지연 사유를 설명하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도 지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지급 독촉이 계속되자, 그는 추석 연휴 직전, 각 업체에 10억원 상당의 수표 사진을 보내며 대금 지급을 약속했다. 당시 그는 “추석 전날이라 은행 영업점이 문을 닫아 추석 이후 현금으로 전환해서 처리하겠다”고 말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10억 수표 사진까지 보냈지만…
후원금·투자 유치 실패 후 잠적

업체들은 대표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결국 대금 지급을 받지 못한 채 피해를 떠안게 됐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사는 행사 전부터 재정적으로 문제가 심각했다. A사의 전 직원은 “행사 전부터 재정 문제로 조폭도 찾아왔었고 임금체불 문제도 있었다”며 “대표가 투자를 받아왔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실제로 투자된 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를 나와 직원들과 단체로 소송해 승소한 상태다. 하지만 법인에 돈이 없어 여전히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협력업체들은 A사가 투자 유치 실패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사기 요소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와 협력업체들은 A사를 상대로 형사 고소 및 고발을 진행했으나, 경찰은 A사의 사기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불송치 결정문에는 A사가 행사 진행 전 서울시에 “후원금 모집이 어렵다”는 점을 알렸으며, 이후에도 투자 유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경찰은 이 점을 고려해 A사가 처음부터 운영비를 지급할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사 대표는 경찰 조사 당시 “행사 개최 전에 서울시에 행사 비용이 모이지 않아 진행이 어렵다는 취지의 의사를 공유 및 논의했으나, 서울시는 시장에게까지 보고됐으니 가능하면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진술했다.

반면, 서울시는 A사 대표가 행사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강행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런 지시는 한 적이 없다”며 “행사 개최 전에 후원금이 모이지 않아 진행이 어렵다는 말을 A사 대표로부터 들은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협력업체들은 서울시가 후원금 모집이 어렵다는 점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행사를 강행했다면 업체들에 대한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추가로, 서울시가 수상자 상금은 지급한 것에 반해 운영비는 지급하지 않는 점도 문제 삼았다.

행사의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해커톤은 2박3일 동안 참가자들이 팀을 이뤄 주어진 주제에 맞춰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대회였다. 마지막 날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팀이 결정됐지만, 행사가 끝난 후 수상자들 역시 약속된 상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업무협약서에 따르면 A사가 대회 운영비와 수상자 상금을 지급하기로 돼있었지만, A사는 운영비뿐만 아니라 수상자 상금조차 지급하지 못했다.

A사 “시에 후원금 문제 미리 알렸다”
시 “사실 아냐” 엇갈린 주장 속 진실은?

이후 수상자들의 민원이 제기되자 서울시는 예비비를 통해 상금 1억5000만원을 지급했으나, 운영비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직접 계약 관계가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운영업체들은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며 서울시도 책임이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공동주최자로서 행사의 기획과 진행 과정에 개입했고, 공동 주최사 선정 당시 A사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서울시의회 행정사무 감사에서도 선정 과정서 A사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서울시는 A사의 재정 상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공동 주최사로 선정했으며, 행사 운영 능력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계약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박진영 서울시 디지털도시국장은 “그쪽 업체(A사)가 자신 있다고 했고, 과거 실적을 검증해본 결과 신뢰할 수 있는 업체였기 때문에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행사 개최 당시 A사의 후원 유치 가능성을 신뢰했으며, 충분한 검토 없이 행사를 강행한 점에 대해서는 일부 책임이 있지만, 운영업체들과 직접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법적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운영업체들의 피해 상황도 언급됐다.

한 시의원은 “대회 수상자들은 서울시 예산으로 보상이 이뤄졌지만, 행사 운영을 맡았던 업체들은 지금까지도 비용을 지급받지 못했다. 같은 행사에서 발생한 피해인데 차이가 발생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수상자 상금은 서울시장 명의로 지급된 것이기 때문에 책임이 있지만, 운영업체들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급할 근거가 없다”고 답변했다.

방관자적


서울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협약서에 따르면 A사가 수상자에 대한 상금 등 행사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기로 돼있다”며 “법률 검토 결과, 수상자에 대한 시상금은 계약 체결 당시 지급 주체가 명시되지 않아 공동주최자 모두 지급 의무가 있었지만, 운영업체들과 계약 관계가 없어 운영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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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