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에 또 당한 요식업자 속사정

‘배달 거지’가 먼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고객 경험 개선을 위한 배달의민족의 서비스 약관과 제도의 변경이 요식업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주문 취소에 대한 고객의 책임을 없애고 가게의 책임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요식업주들은 주문 취소 후 수거되지 않는 음식, 배달비, 수수료 등 이중으로 고통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플랫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서비스 약관이 변경된 후 손님들의 주문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배달이 완료된 후 주문 취소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문제는 주문 취소로 인한 손해는 점주들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맘대로 전환

지난해 11월 배민은 고객이 받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객관적인 문제가 제기될 경우 배민이 외식업주의 동의 없이 직접 주문을 취소할 수 있도록 서비스 약관을 변경했다.

배민이 객관적인 문제 사유로 본 것은 ▲주문 내역과 제공된 상품이 다른 경우 ▲주문 내역이 누락된 경우 ▲조리 및 포장 과정서 훼손돼 하자가 발생한 경우 ▲포장이 부실하거나 조리 지연이 발생한 경우 ▲음식물이 부패하거나 이물질이 포함돼 위생상 문제가 있는 경우 ▲고객과 합의되지 않은 상태서 배달 지연이 일어난 경우 등이다.

취소 및 환불로 외식업주와 고객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두 주체가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사유가 객관적으로 확인된 경우, 배민은 외식업주의 동의 없이 직접 고객의 요청에 따라 주문을 취소할 수 있다. 이 경우 외식업주는 환불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다만, 이 같은 주문 취소 조치에 대해 고객센터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또 배민은 배민1서비스로 접수된 주문의 배달의 경우, 배민 또는 배송기사의 귀책사유로 상품이 훼손·분실되거나 오 배달될 경우 배민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외식업주의 동의 없이 직접 해당 주문을 취소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배민이 외식업주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

만약 외식업주가 배송기사에게 상품을 전달하기 이전에 주문이 취소된 경우에는 업주가 자체적으로 주문 상품을 폐기하면 된다.

당시 배민이 서비스 약관을 변경한 이유는 고객의 정당한 환불 요청에 대해 외식업주가 일방적으로 거부하거나 연락이 두절되는 등 환불 처리 진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11월 서비스 약관 변경
공짜로 밥 먹는 법 공유되기도

당시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객관적인 조건에 해당되는 경우에 즉시 취소 및 환불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며 “이번 약관 개정을 통해 상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효율적인 조치를 통해 고객 경험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당 서비스 약관은 지난해 12월부터 적용됐다.


문제는 배민이 인정하는 사유의 객관성이다. 배민이 지적한 객관적인 문제 사유가 아니더라도 고객 요청한 주문 취소는 대부분 수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무런 증빙 없이 주문 취소를 하는 법이 공유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돈 안 내고 배달음식 먹는 법’이라는 게시글을 작성했다. 그는 게시글에 “우선 배민에서 집에서 20~30분 정도 거리에 배달음식을 ‘알뜰배달’로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후 배달이 시작되고 배달이 집에 도착할 즈음에 고객센터 채팅으로 주문 취소하면 음식값은 환불이 되고 공짜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다”고 작성했다.

그러면서 “꼭 채팅으로 진행해야 음식 상태나 배달 지연에 관한 증거 없이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업주는 <일요시사>에 “배민이 서비스 약관을 변경할 때 수긍했던 건 내가 배달을 시키는 고객이라도 해당 사유라면 환불을 요청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며 “하지만 정작 주문 취소 및 환불이 들어와도 무슨 이유 때문인지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배달을 받으면서 주문을 취소하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고객이 주문 취소를 하면 가게 화면에 뜬다”며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으면 배민 측에서 전화해 주문 취소 승인을 하라고 압박하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배달비는 물론 수수료까지 가게서 환불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민서 손실보장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업주들의 의견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민 손실보장제도는 배민배달 조리 요청 알림 후 가게와 고객의 사정이 아닌 배민 배달 주문 취소, 재조리 등 배달 문제 발생 시 정상 주문의 정산 금액에 해당하는 비용을 환급하는 것이다.

모든 책임은 점주 몫?
“손실보장제 문제 있어”

요식업 점주 A씨는 지난 17일 3만4000원 상당의 음식 배달에 문제가 생겨 해당 제도를 통해 1만9800원을 환급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씨는 “제도를 통해 실제 받은 금액을 보면 수수료만 약 30%에 달하는 것 같다”며 “배달기사의 착오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인데 피해는 왜 점주들이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배민 측 관계자는 “음식 배달이 정산될 시에는 회사에 지급되는 중개이용료(최대 기준 7.8%), 결제수수료(모든 카드결제 시 포함되는 것으로 우아한형제들이 수취하는 금액이 아님), 배달비와 부가가치세가 있는데 3만4000원 상당의 음식이라면 2만6000 이상 정산이 된다”며 “이보다 적은 것은 가게에서 자체적으로 발급한 할인쿠폰 사용 시 할인된 금액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업주 B씨는 배민이 해당 제도의 지급 방식을 공지도 하지 않은 채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B씨는 “당초에는 배달비와 수수료를 제외하지 않고 주문 취소건에 대한 모든 금액을 보장받았다”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수수료와 배달비를 빼고 절반도 안 되는 금액만을 보장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도 변경을 했다면 적어도 점주들에게 확실히 알려줘야 이해하거나 대비할 텐데 답답하다”며 “고객센터에 문의해도 상담원이 변경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고, 본사와 연락할 수 있는 창구도 미흡해 이 같은 상황이 매번 반복된다”고 주장했다.

당초에는 기존 배달기사의 실수로 음식 배달에 문제가 생기면 배민서 음식값을 전액 보상했지만 최근 공지도 없이 수수료와 배달료를 제외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주문 취소에 따른 손실을 가게만 보고 있는 셈이다.

객관적 사유?

배민 측에서는 주문 취소의 사유에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손실보장제도 변경 역시 업주에게 고지했다는 입장이다.

배민 관계자는 “제도 변경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약관상 문제 등을 대비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안내하고 있다”며 “배민의 경우 타 플랫폼과 달리 전액 보상을 했었는데 라이더의 인건비와 음식에 들어간 자원을 보면 전액 보상을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제도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민에서는 고객의 주문 취소를 무작정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며 “막무가내로 주문 취소를 하는 고객이 발견되면 이용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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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