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국제적 극우화 현상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3.11 10:22:58
  • 호수 15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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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따르는 의도된 선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최근 여론조사 지표서 중도층의 이탈이 확인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극우화의 길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극우 정당이 성공적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극우화는 의도적 선택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18일부터 ‘중도 보수론’을 꺼내 들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정체성은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이라며 “국민의힘이 지금은 거의 범죄집단으로 전락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을 극우·범죄 정당 영역에 가두고, 보수의 전통적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부수고
쳐부수자”

실제로 이 대표는 “오른쪽이 다 비어있다”며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 역할도 민주당 몫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 탄핵 및 체포에 반대하면서 “극우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진들을 비롯한 친윤(친 윤석열) 성향 의원들도 “비상계엄엔 반대한다”고 전제한 후 민주당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우회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은근히 두둔해 왔다.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대해서도 “폭력은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기저엔 이들을 독려하는 모양새를 취해 왔다. 국민의힘을 벗어난 일부 보수세력은 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일컬으면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한 행위로 포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탄핵 반대 집회 등 대규모 집회 연단에 서서 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당 서천호 의원은 지난 1일 광화문서 진행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서 “공수처·선관위·헌법재판소는 불법과 파행을 자행해 왔다”며 “모두 때려 부수고, 쳐부수자”고 연설해 파문을 일으켰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향을 극우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다. “극우의 유형을 범주화하는 작업은 사회과학의 큰 난제 중의 하나”라는 주장도 있다. 물론 대체로 동의하는 큰 틀의 몇몇 유형은 있다. “특정 성향이 주도하는 질서를 이루기 위해 모두가 따라야 할 민주적 절차와 질서를 무시하고, 폭력을 앞세운다”는 공통점은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는 여기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는 계엄 선포 과정서 지켜야 할 적법 절차를 거의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해제 과정서 공고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국무위원들의 부서 행위도 없었고, 국회에 통고하지도 않았다. 계엄선포안 작성 후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절차도 지키지 않았으며, 포고령 작성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명분도 “전시사변 등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군사상·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만 선포해야 한다”는 계엄의 실체적 요건과 하나도 맞지 않는다. 정치 활동 금지와 의료인 근무 미복귀 시 처단 등 내용이 담긴 포고령과 정치인 체포 및 구금 시도의 위헌성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무력 동원은 정치의 영역서 마지막 극약 처방으로 선택하는 것이고, 현대 정치에선 금기로 인식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부족하면서도 극단적인 정치력을 드러내는 선택이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처럼 각종 절차와 실체적 요건을 버젓이 어긴 친위 쿠데타로는 1930년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일으켰던 장검의밤이 있다. 히틀러는 한밤중에 친위대와 경찰 등 무장병력을 이끌고 에른스트 룀과 돌격대를 습격해 숙청했다.


룀은 돌격대란 무력 기반이 있는 당내 경쟁자였다. 룀을 제거한 히틀러는 나치당을 완전히 장악해 절대권력을 굳혔다.

미국·유럽 극우 정당 세력 확장
이 중도보수론, 현실 모르는 착각?

절차적 민주주의가 굳건하지 않았던 1930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히틀러는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일각에선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예측했다. 절차를 일체 무시하고 폭력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이 국외서 전개되면, 그게 바로 전쟁이다.

위헌·위법 논란을 크게 일으킨 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두둔한다면, 그 정당은 극우 정당이란 비난을 피할 길을 찾기 어렵다. 이 대표는 이 흐름을 타고 민주당의 외연을 보수로 확장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현실의 정치적 흐름을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선진국에선 극우 정당이 집권하거나 유력한 정당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리버럴 성향의 민주당이 주도하는 정치적 올바름에 극단적으로 반발하는 일부 백인들이 주도하는 대안 우파의 맹종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지지를 토대로 공화당을 장악하면서 다시 대통령에 당선됐다.

나치당이 성장했던 배경이 경제대공황이었던 것처럼, 대안 우파도 세계 경제 위기와 신자유주의의 여파를 타고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대안 우파도 지난 2021년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면서 국회의사당서 폭동을 일으켰다.

프랑스에선 극우 정당 국민연합이 하원 기준 원내 2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합은 1980년대부터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지지를 얻어 세를 확장했고, 지난 2002년엔 장 마리 르펜 당시 대통령 후보가 결선투표까지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국민연합이 세를 확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민에 대한 강경한 태도였다. 이들은 불법 이민자 추방과 난민 수용 반대를 주장하고 있고, 이중 국적자들의 프랑스 국적 박탈을 주장한다. 심지어는 “프랑스 축구 대표팀서 백인이 아닌 선수들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세웠다가, 프랑스 대표팀이 1998년 프랑스월드컵서 우승하면서 망신당했던 적도 있다.

2002년 대선 슬로건은 “지단이냐, 르펜이냐”이기도 했다.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도 반이민·반난민을 구호로 내건 극우 정당이다. 강령 중 하나는 “이슬람은 독일의 일부가 아니다”일 정도로 강경하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지난 2월 진행된 총선서 총 630석 중 152석을 차지한 원내 2당이다.

반이민·반난민 관련 주장이 지나치게 강경해 연방헌법수호청의 감시를 받은 적이 있고, 지난 2022년 적발된 쿠데타 모의에 참여한 소속 정치인도 있었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난민 정책에 반발한 독일인들은 독일을 위한 대안을 집권까지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유력한 정당으로 키웠다.

오스트리아의 원내 1당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창당 과정서부터 나치 친위대 출신들이 깊숙이 개입했다. 이들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히틀러 찬양 등 극우 행각을 일삼았지만, 혼란스러운 정국을 틈타 세를 확장해 지난해 총선서 원내 1당이 될 수 있었다.


빨아온
자양분

▲양극화된 경제 ▲정치적 올바름 ▲이민과 난민 등 주제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서 극우 정당이 정계서 대두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극우 정당의 성장은 각종 위기와 혼란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기성 정치권의 부족한 정치력으로부터 비롯됐다.

우리나라의 극우 세력 성장은 반이민·반난민 중심의 서구와는 다른 경로로 진행되고 있다. 노년층은 기존 관성대로 반공주의를 토대로 뭉치고 있고, 그 중심엔 일부 대형 교회가 있다. 광복 전후로 개신교가 흥했던 평안도서 북한 정권의 탄압 때문에 월남한 일부 교회의 목소리가 아직도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

최근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 목소리들을 통합해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30대 이하 남성들 사이서 형성되는 극우화는 래디컬 페미니즘이 주도하는 국내 페미니즘 경향에 대한 반발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페미니즘을 국정에 반영해, 젊은 남성들을 탄압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문정부와 민주당의 대북 유화정책에도 크게 반발하면서 반공주의도 예민하게 의식한다. 이 중 극단적인 일부는 극우화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도 전적으로 찬성한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계엄을 환영한다. 간첩들을 모두 사형시켜 달라”는 글을 올리고, 탄핵 반대 집회서 연설까지 한 어느 30대 남성 뮤지컬 배우의 정치적 행적은 그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제기했던 중국의 선거 개입 음모론도 이들을 묶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민주당이 중국에 유화적이라고 믿는다. 그 근거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2월 중국 방문 당시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선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라고,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그 꿈에 함께할 것”이라는 연설을 한 것을 든다. 

지난 2023년 6월, 당시 도종환 등 민주당 의원 7명이 중국 티베트 자치구서 진행된 중국 공산당 행사에 방문해 축사했고, 그가 공산당 간부들에게 공손한 인사를 했던 것도 그 근거로 제시된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 재임 당시 대선 전략으로 제시했던 세대포위론은 민주당에 적대적인 노년층과 남성 청년층을 결집해 민주당에 우호적인 40대와 50대를 포위한다는 취지의 전략이었다. 세대포위론은 이 의원이 국민의힘을 떠난 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는 논리로 일부 변형돼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으로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국민의힘도 친페미니즘·친중 정책을 강하게 구사했단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2021년 12월 유명 페미니스트 신지예씨를 영입했다. 또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성 전용 주차 공간을 도입했던 적이 있고,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여성 전용 지하철 칸을 도입했다.

나름대로
최적 선택

국민의힘 전주혜 전 의원은 변호사로서 최초로 성인지 감수성을 변론 근거로 사용했던 전력이 있다. 젊은 남성들이 “검열 법률”이라면서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이 발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9월 중국인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했고, 탄핵소추된 이후엔 워마드 등 일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남성 비하 발언을 했던 전력이 있다.

이들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지역 기반과 북한에 대한 관점 등 일부 영역 외에선 큰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 포괄 정당이란 사실을 도외시한 것으로 보인다. 포퓰리즘 성향이 강하단 공통점도 있다. 이들은 당장 이슈가 된다 싶으면, 깊이 있는 고민과 검토 없이 우후죽순 설익은 정책을 쏟아낸다. 다수당이 되면 힘을 절제하지 못한단 공통점도 있다.

이런 사실관계에도 불구하고, 극우화로 치달은 일부 여론은 정치적 선택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처럼, 대부분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 사람의 위험 회피 성향은 경제학이나 금융 분야서만 통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정하기 위해선 자신의 잘못도 인정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과정서 따라오는 정신적 고통은 사람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위험이다.

유럽과 미국서 정치적으로 성공한 극우 세력의 특징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현실의 문제점을 특정 대상의 탓으로 몰면서, 이들에 대한 분노 여론을 자극한다. 이는 고스란히 극우 정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된다. 우리나라에선 전 목사와 일부 보수 유튜버들이 정치적·사업적 자양분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이런 흐름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지지세로 연결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디지털타임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김 장관은 19.7%의 지지를 얻어, 국민의힘 내 다른 대선주자들보다 2배 이상 앞선 것으로 확인됐다.

김 장관은 다른 장관들이 국회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할 때, 혼자서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서도 “정당한 의문 제기”라면서 윤 대통령을 두둔했다.

쉬운 길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

국민의힘의 지지율서도 중도층의 이탈이 확인되는 지표가 나오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506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집권 세력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의 재집권을 선호한 의견은 39%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민주당보다 약 6.6% 뒤처진 37.6%로 나타났다.

중도층의 이탈이 확인되는 여론조사 수치에 대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 결과는 존중하고, 추세를 한번 살펴보겠다”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지난달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맹목적 진영 논리에 갇혀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사람들 덕분에 기득권을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지역 카르텔의 왕으로 살아남으려면, 당권을 통해 공천받기 위해 노력할 뿐, 대선엔 관심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순교자로 만들어, 그 시체로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이를 정치 세력화하면 당권을 잡기 쉬워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극우 정당으로 치달으면 중도층이 이탈할 것이란 사실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탈하고 있단 추정을 할 수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쉽게 노선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김 의원의 주장서 확인할 수 있다. 중도층의 반감으로 인해 정권은 잃을 수 있지만 극우의 견고한 지지와 지역의 이권을 유지하면, 당권을 토대로 지속적인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젊은 유권자들의 극우 지지세가 확인되고 있어 미래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미국의 대안 우파는 이미 낙선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정권을 안겨줬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 극우 세력의 정치적 세력 확장은 훌륭한 참고 사례가 된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도보수를 표방하면서, 극우와 좌파의 양면 공세로 인해 총리해임안까지 가결되는 등 정치적 어려움을 겪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지난달 <일요시사>와 만나 “가짜 뉴스나 선동에 당해 그렇게 몰려간 덩어리들은 진실이 드러난 순간 ‘현타’가 올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개인 일탈로 벌어지는 행동을 보수 진영이 지켜줘야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원도 이들의 ‘감정’을 돌려세울 수 있는 방법은 언급하지 못했다.

그들 믿음이
착각인 이유

국민의힘의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극우화는 이로부터 비롯된다. 쉬운 길이 있는데, 어려운 길을 택할 필요는 없다. 당장은 야당이 될지라도 언젠간 트럼프 대통령과 대안 우파가 접수한 미국 공화당처럼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의 아닌 척 진행되는 극우화는 훌륭한 참고 사례들로부터 비롯된, 그들 나름대로는 최적의 선택일 수도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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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