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국제적 극우화 현상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3.11 10:22:58
  • 호수 15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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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따르는 의도된 선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최근 여론조사 지표서 중도층의 이탈이 확인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극우화의 길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극우 정당이 성공적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극우화는 의도적 선택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18일부터 ‘중도 보수론’을 꺼내 들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정체성은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이라며 “국민의힘이 지금은 거의 범죄집단으로 전락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을 극우·범죄 정당 영역에 가두고, 보수의 전통적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부수고
쳐부수자”

실제로 이 대표는 “오른쪽이 다 비어있다”며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 역할도 민주당 몫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 탄핵 및 체포에 반대하면서 “극우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진들을 비롯한 친윤(친 윤석열) 성향 의원들도 “비상계엄엔 반대한다”고 전제한 후 민주당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우회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은근히 두둔해 왔다.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대해서도 “폭력은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기저엔 이들을 독려하는 모양새를 취해 왔다. 국민의힘을 벗어난 일부 보수세력은 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일컬으면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한 행위로 포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탄핵 반대 집회 등 대규모 집회 연단에 서서 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당 서천호 의원은 지난 1일 광화문서 진행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서 “공수처·선관위·헌법재판소는 불법과 파행을 자행해 왔다”며 “모두 때려 부수고, 쳐부수자”고 연설해 파문을 일으켰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향을 극우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다. “극우의 유형을 범주화하는 작업은 사회과학의 큰 난제 중의 하나”라는 주장도 있다. 물론 대체로 동의하는 큰 틀의 몇몇 유형은 있다. “특정 성향이 주도하는 질서를 이루기 위해 모두가 따라야 할 민주적 절차와 질서를 무시하고, 폭력을 앞세운다”는 공통점은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는 여기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는 계엄 선포 과정서 지켜야 할 적법 절차를 거의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해제 과정서 공고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국무위원들의 부서 행위도 없었고, 국회에 통고하지도 않았다. 계엄선포안 작성 후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절차도 지키지 않았으며, 포고령 작성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명분도 “전시사변 등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군사상·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만 선포해야 한다”는 계엄의 실체적 요건과 하나도 맞지 않는다. 정치 활동 금지와 의료인 근무 미복귀 시 처단 등 내용이 담긴 포고령과 정치인 체포 및 구금 시도의 위헌성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무력 동원은 정치의 영역서 마지막 극약 처방으로 선택하는 것이고, 현대 정치에선 금기로 인식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부족하면서도 극단적인 정치력을 드러내는 선택이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처럼 각종 절차와 실체적 요건을 버젓이 어긴 친위 쿠데타로는 1930년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일으켰던 장검의밤이 있다. 히틀러는 한밤중에 친위대와 경찰 등 무장병력을 이끌고 에른스트 룀과 돌격대를 습격해 숙청했다.


룀은 돌격대란 무력 기반이 있는 당내 경쟁자였다. 룀을 제거한 히틀러는 나치당을 완전히 장악해 절대권력을 굳혔다.

미국·유럽 극우 정당 세력 확장
이 중도보수론, 현실 모르는 착각?

절차적 민주주의가 굳건하지 않았던 1930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히틀러는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일각에선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예측했다. 절차를 일체 무시하고 폭력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이 국외서 전개되면, 그게 바로 전쟁이다.

위헌·위법 논란을 크게 일으킨 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두둔한다면, 그 정당은 극우 정당이란 비난을 피할 길을 찾기 어렵다. 이 대표는 이 흐름을 타고 민주당의 외연을 보수로 확장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현실의 정치적 흐름을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선진국에선 극우 정당이 집권하거나 유력한 정당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리버럴 성향의 민주당이 주도하는 정치적 올바름에 극단적으로 반발하는 일부 백인들이 주도하는 대안 우파의 맹종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지지를 토대로 공화당을 장악하면서 다시 대통령에 당선됐다.

나치당이 성장했던 배경이 경제대공황이었던 것처럼, 대안 우파도 세계 경제 위기와 신자유주의의 여파를 타고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대안 우파도 지난 2021년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면서 국회의사당서 폭동을 일으켰다.

프랑스에선 극우 정당 국민연합이 하원 기준 원내 2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합은 1980년대부터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지지를 얻어 세를 확장했고, 지난 2002년엔 장 마리 르펜 당시 대통령 후보가 결선투표까지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국민연합이 세를 확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민에 대한 강경한 태도였다. 이들은 불법 이민자 추방과 난민 수용 반대를 주장하고 있고, 이중 국적자들의 프랑스 국적 박탈을 주장한다. 심지어는 “프랑스 축구 대표팀서 백인이 아닌 선수들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세웠다가, 프랑스 대표팀이 1998년 프랑스월드컵서 우승하면서 망신당했던 적도 있다.

2002년 대선 슬로건은 “지단이냐, 르펜이냐”이기도 했다.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도 반이민·반난민을 구호로 내건 극우 정당이다. 강령 중 하나는 “이슬람은 독일의 일부가 아니다”일 정도로 강경하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지난 2월 진행된 총선서 총 630석 중 152석을 차지한 원내 2당이다.

반이민·반난민 관련 주장이 지나치게 강경해 연방헌법수호청의 감시를 받은 적이 있고, 지난 2022년 적발된 쿠데타 모의에 참여한 소속 정치인도 있었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난민 정책에 반발한 독일인들은 독일을 위한 대안을 집권까지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유력한 정당으로 키웠다.

오스트리아의 원내 1당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창당 과정서부터 나치 친위대 출신들이 깊숙이 개입했다. 이들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히틀러 찬양 등 극우 행각을 일삼았지만, 혼란스러운 정국을 틈타 세를 확장해 지난해 총선서 원내 1당이 될 수 있었다.


빨아온
자양분

▲양극화된 경제 ▲정치적 올바름 ▲이민과 난민 등 주제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서 극우 정당이 정계서 대두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극우 정당의 성장은 각종 위기와 혼란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기성 정치권의 부족한 정치력으로부터 비롯됐다.

우리나라의 극우 세력 성장은 반이민·반난민 중심의 서구와는 다른 경로로 진행되고 있다. 노년층은 기존 관성대로 반공주의를 토대로 뭉치고 있고, 그 중심엔 일부 대형 교회가 있다. 광복 전후로 개신교가 흥했던 평안도서 북한 정권의 탄압 때문에 월남한 일부 교회의 목소리가 아직도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

최근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 목소리들을 통합해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30대 이하 남성들 사이서 형성되는 극우화는 래디컬 페미니즘이 주도하는 국내 페미니즘 경향에 대한 반발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페미니즘을 국정에 반영해, 젊은 남성들을 탄압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문정부와 민주당의 대북 유화정책에도 크게 반발하면서 반공주의도 예민하게 의식한다. 이 중 극단적인 일부는 극우화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도 전적으로 찬성한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계엄을 환영한다. 간첩들을 모두 사형시켜 달라”는 글을 올리고, 탄핵 반대 집회서 연설까지 한 어느 30대 남성 뮤지컬 배우의 정치적 행적은 그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제기했던 중국의 선거 개입 음모론도 이들을 묶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민주당이 중국에 유화적이라고 믿는다. 그 근거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2월 중국 방문 당시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선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라고,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그 꿈에 함께할 것”이라는 연설을 한 것을 든다. 

지난 2023년 6월, 당시 도종환 등 민주당 의원 7명이 중국 티베트 자치구서 진행된 중국 공산당 행사에 방문해 축사했고, 그가 공산당 간부들에게 공손한 인사를 했던 것도 그 근거로 제시된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 재임 당시 대선 전략으로 제시했던 세대포위론은 민주당에 적대적인 노년층과 남성 청년층을 결집해 민주당에 우호적인 40대와 50대를 포위한다는 취지의 전략이었다. 세대포위론은 이 의원이 국민의힘을 떠난 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는 논리로 일부 변형돼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으로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국민의힘도 친페미니즘·친중 정책을 강하게 구사했단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2021년 12월 유명 페미니스트 신지예씨를 영입했다. 또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성 전용 주차 공간을 도입했던 적이 있고,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여성 전용 지하철 칸을 도입했다.

나름대로
최적 선택

국민의힘 전주혜 전 의원은 변호사로서 최초로 성인지 감수성을 변론 근거로 사용했던 전력이 있다. 젊은 남성들이 “검열 법률”이라면서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이 발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9월 중국인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했고, 탄핵소추된 이후엔 워마드 등 일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남성 비하 발언을 했던 전력이 있다.

이들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지역 기반과 북한에 대한 관점 등 일부 영역 외에선 큰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 포괄 정당이란 사실을 도외시한 것으로 보인다. 포퓰리즘 성향이 강하단 공통점도 있다. 이들은 당장 이슈가 된다 싶으면, 깊이 있는 고민과 검토 없이 우후죽순 설익은 정책을 쏟아낸다. 다수당이 되면 힘을 절제하지 못한단 공통점도 있다.

이런 사실관계에도 불구하고, 극우화로 치달은 일부 여론은 정치적 선택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처럼, 대부분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 사람의 위험 회피 성향은 경제학이나 금융 분야서만 통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정하기 위해선 자신의 잘못도 인정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과정서 따라오는 정신적 고통은 사람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위험이다.

유럽과 미국서 정치적으로 성공한 극우 세력의 특징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현실의 문제점을 특정 대상의 탓으로 몰면서, 이들에 대한 분노 여론을 자극한다. 이는 고스란히 극우 정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된다. 우리나라에선 전 목사와 일부 보수 유튜버들이 정치적·사업적 자양분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이런 흐름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지지세로 연결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디지털타임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김 장관은 19.7%의 지지를 얻어, 국민의힘 내 다른 대선주자들보다 2배 이상 앞선 것으로 확인됐다.

김 장관은 다른 장관들이 국회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할 때, 혼자서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서도 “정당한 의문 제기”라면서 윤 대통령을 두둔했다.

쉬운 길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

국민의힘의 지지율서도 중도층의 이탈이 확인되는 지표가 나오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506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집권 세력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의 재집권을 선호한 의견은 39%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민주당보다 약 6.6% 뒤처진 37.6%로 나타났다.

중도층의 이탈이 확인되는 여론조사 수치에 대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 결과는 존중하고, 추세를 한번 살펴보겠다”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지난달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맹목적 진영 논리에 갇혀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사람들 덕분에 기득권을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지역 카르텔의 왕으로 살아남으려면, 당권을 통해 공천받기 위해 노력할 뿐, 대선엔 관심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순교자로 만들어, 그 시체로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이를 정치 세력화하면 당권을 잡기 쉬워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극우 정당으로 치달으면 중도층이 이탈할 것이란 사실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탈하고 있단 추정을 할 수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쉽게 노선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김 의원의 주장서 확인할 수 있다. 중도층의 반감으로 인해 정권은 잃을 수 있지만 극우의 견고한 지지와 지역의 이권을 유지하면, 당권을 토대로 지속적인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젊은 유권자들의 극우 지지세가 확인되고 있어 미래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미국의 대안 우파는 이미 낙선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정권을 안겨줬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 극우 세력의 정치적 세력 확장은 훌륭한 참고 사례가 된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도보수를 표방하면서, 극우와 좌파의 양면 공세로 인해 총리해임안까지 가결되는 등 정치적 어려움을 겪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지난달 <일요시사>와 만나 “가짜 뉴스나 선동에 당해 그렇게 몰려간 덩어리들은 진실이 드러난 순간 ‘현타’가 올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개인 일탈로 벌어지는 행동을 보수 진영이 지켜줘야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원도 이들의 ‘감정’을 돌려세울 수 있는 방법은 언급하지 못했다.

그들 믿음이
착각인 이유

국민의힘의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극우화는 이로부터 비롯된다. 쉬운 길이 있는데, 어려운 길을 택할 필요는 없다. 당장은 야당이 될지라도 언젠간 트럼프 대통령과 대안 우파가 접수한 미국 공화당처럼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의 아닌 척 진행되는 극우화는 훌륭한 참고 사례들로부터 비롯된, 그들 나름대로는 최적의 선택일 수도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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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