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국제적 극우화 현상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3.11 10:22:58
  • 호수 15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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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따르는 의도된 선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최근 여론조사 지표서 중도층의 이탈이 확인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극우화의 길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극우 정당이 성공적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극우화는 의도적 선택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18일부터 ‘중도 보수론’을 꺼내 들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정체성은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이라며 “국민의힘이 지금은 거의 범죄집단으로 전락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을 극우·범죄 정당 영역에 가두고, 보수의 전통적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부수고
쳐부수자”

실제로 이 대표는 “오른쪽이 다 비어있다”며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 역할도 민주당 몫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 탄핵 및 체포에 반대하면서 “극우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진들을 비롯한 친윤(친 윤석열) 성향 의원들도 “비상계엄엔 반대한다”고 전제한 후 민주당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우회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은근히 두둔해 왔다.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대해서도 “폭력은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기저엔 이들을 독려하는 모양새를 취해 왔다. 국민의힘을 벗어난 일부 보수세력은 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일컬으면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한 행위로 포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탄핵 반대 집회 등 대규모 집회 연단에 서서 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당 서천호 의원은 지난 1일 광화문서 진행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서 “공수처·선관위·헌법재판소는 불법과 파행을 자행해 왔다”며 “모두 때려 부수고, 쳐부수자”고 연설해 파문을 일으켰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향을 극우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다. “극우의 유형을 범주화하는 작업은 사회과학의 큰 난제 중의 하나”라는 주장도 있다. 물론 대체로 동의하는 큰 틀의 몇몇 유형은 있다. “특정 성향이 주도하는 질서를 이루기 위해 모두가 따라야 할 민주적 절차와 질서를 무시하고, 폭력을 앞세운다”는 공통점은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는 여기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는 계엄 선포 과정서 지켜야 할 적법 절차를 거의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해제 과정서 공고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국무위원들의 부서 행위도 없었고, 국회에 통고하지도 않았다. 계엄선포안 작성 후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절차도 지키지 않았으며, 포고령 작성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명분도 “전시사변 등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군사상·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만 선포해야 한다”는 계엄의 실체적 요건과 하나도 맞지 않는다. 정치 활동 금지와 의료인 근무 미복귀 시 처단 등 내용이 담긴 포고령과 정치인 체포 및 구금 시도의 위헌성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무력 동원은 정치의 영역서 마지막 극약 처방으로 선택하는 것이고, 현대 정치에선 금기로 인식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부족하면서도 극단적인 정치력을 드러내는 선택이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처럼 각종 절차와 실체적 요건을 버젓이 어긴 친위 쿠데타로는 1930년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일으켰던 장검의밤이 있다. 히틀러는 한밤중에 친위대와 경찰 등 무장병력을 이끌고 에른스트 룀과 돌격대를 습격해 숙청했다.


룀은 돌격대란 무력 기반이 있는 당내 경쟁자였다. 룀을 제거한 히틀러는 나치당을 완전히 장악해 절대권력을 굳혔다.

미국·유럽 극우 정당 세력 확장
이 중도보수론, 현실 모르는 착각?

절차적 민주주의가 굳건하지 않았던 1930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히틀러는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일각에선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예측했다. 절차를 일체 무시하고 폭력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이 국외서 전개되면, 그게 바로 전쟁이다.

위헌·위법 논란을 크게 일으킨 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두둔한다면, 그 정당은 극우 정당이란 비난을 피할 길을 찾기 어렵다. 이 대표는 이 흐름을 타고 민주당의 외연을 보수로 확장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현실의 정치적 흐름을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선진국에선 극우 정당이 집권하거나 유력한 정당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리버럴 성향의 민주당이 주도하는 정치적 올바름에 극단적으로 반발하는 일부 백인들이 주도하는 대안 우파의 맹종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지지를 토대로 공화당을 장악하면서 다시 대통령에 당선됐다.

나치당이 성장했던 배경이 경제대공황이었던 것처럼, 대안 우파도 세계 경제 위기와 신자유주의의 여파를 타고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대안 우파도 지난 2021년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면서 국회의사당서 폭동을 일으켰다.

프랑스에선 극우 정당 국민연합이 하원 기준 원내 2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합은 1980년대부터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지지를 얻어 세를 확장했고, 지난 2002년엔 장 마리 르펜 당시 대통령 후보가 결선투표까지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국민연합이 세를 확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민에 대한 강경한 태도였다. 이들은 불법 이민자 추방과 난민 수용 반대를 주장하고 있고, 이중 국적자들의 프랑스 국적 박탈을 주장한다. 심지어는 “프랑스 축구 대표팀서 백인이 아닌 선수들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세웠다가, 프랑스 대표팀이 1998년 프랑스월드컵서 우승하면서 망신당했던 적도 있다.

2002년 대선 슬로건은 “지단이냐, 르펜이냐”이기도 했다.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도 반이민·반난민을 구호로 내건 극우 정당이다. 강령 중 하나는 “이슬람은 독일의 일부가 아니다”일 정도로 강경하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지난 2월 진행된 총선서 총 630석 중 152석을 차지한 원내 2당이다.

반이민·반난민 관련 주장이 지나치게 강경해 연방헌법수호청의 감시를 받은 적이 있고, 지난 2022년 적발된 쿠데타 모의에 참여한 소속 정치인도 있었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난민 정책에 반발한 독일인들은 독일을 위한 대안을 집권까지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유력한 정당으로 키웠다.

오스트리아의 원내 1당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창당 과정서부터 나치 친위대 출신들이 깊숙이 개입했다. 이들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히틀러 찬양 등 극우 행각을 일삼았지만, 혼란스러운 정국을 틈타 세를 확장해 지난해 총선서 원내 1당이 될 수 있었다.


빨아온
자양분

▲양극화된 경제 ▲정치적 올바름 ▲이민과 난민 등 주제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서 극우 정당이 정계서 대두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극우 정당의 성장은 각종 위기와 혼란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기성 정치권의 부족한 정치력으로부터 비롯됐다.

우리나라의 극우 세력 성장은 반이민·반난민 중심의 서구와는 다른 경로로 진행되고 있다. 노년층은 기존 관성대로 반공주의를 토대로 뭉치고 있고, 그 중심엔 일부 대형 교회가 있다. 광복 전후로 개신교가 흥했던 평안도서 북한 정권의 탄압 때문에 월남한 일부 교회의 목소리가 아직도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

최근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 목소리들을 통합해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30대 이하 남성들 사이서 형성되는 극우화는 래디컬 페미니즘이 주도하는 국내 페미니즘 경향에 대한 반발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페미니즘을 국정에 반영해, 젊은 남성들을 탄압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문정부와 민주당의 대북 유화정책에도 크게 반발하면서 반공주의도 예민하게 의식한다. 이 중 극단적인 일부는 극우화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도 전적으로 찬성한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계엄을 환영한다. 간첩들을 모두 사형시켜 달라”는 글을 올리고, 탄핵 반대 집회서 연설까지 한 어느 30대 남성 뮤지컬 배우의 정치적 행적은 그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제기했던 중국의 선거 개입 음모론도 이들을 묶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민주당이 중국에 유화적이라고 믿는다. 그 근거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2월 중국 방문 당시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선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라고,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그 꿈에 함께할 것”이라는 연설을 한 것을 든다. 

지난 2023년 6월, 당시 도종환 등 민주당 의원 7명이 중국 티베트 자치구서 진행된 중국 공산당 행사에 방문해 축사했고, 그가 공산당 간부들에게 공손한 인사를 했던 것도 그 근거로 제시된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 재임 당시 대선 전략으로 제시했던 세대포위론은 민주당에 적대적인 노년층과 남성 청년층을 결집해 민주당에 우호적인 40대와 50대를 포위한다는 취지의 전략이었다. 세대포위론은 이 의원이 국민의힘을 떠난 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는 논리로 일부 변형돼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으로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국민의힘도 친페미니즘·친중 정책을 강하게 구사했단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2021년 12월 유명 페미니스트 신지예씨를 영입했다. 또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성 전용 주차 공간을 도입했던 적이 있고,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여성 전용 지하철 칸을 도입했다.

나름대로
최적 선택

국민의힘 전주혜 전 의원은 변호사로서 최초로 성인지 감수성을 변론 근거로 사용했던 전력이 있다. 젊은 남성들이 “검열 법률”이라면서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이 발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9월 중국인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했고, 탄핵소추된 이후엔 워마드 등 일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남성 비하 발언을 했던 전력이 있다.

이들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지역 기반과 북한에 대한 관점 등 일부 영역 외에선 큰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 포괄 정당이란 사실을 도외시한 것으로 보인다. 포퓰리즘 성향이 강하단 공통점도 있다. 이들은 당장 이슈가 된다 싶으면, 깊이 있는 고민과 검토 없이 우후죽순 설익은 정책을 쏟아낸다. 다수당이 되면 힘을 절제하지 못한단 공통점도 있다.

이런 사실관계에도 불구하고, 극우화로 치달은 일부 여론은 정치적 선택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처럼, 대부분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 사람의 위험 회피 성향은 경제학이나 금융 분야서만 통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정하기 위해선 자신의 잘못도 인정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과정서 따라오는 정신적 고통은 사람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위험이다.

유럽과 미국서 정치적으로 성공한 극우 세력의 특징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현실의 문제점을 특정 대상의 탓으로 몰면서, 이들에 대한 분노 여론을 자극한다. 이는 고스란히 극우 정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된다. 우리나라에선 전 목사와 일부 보수 유튜버들이 정치적·사업적 자양분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이런 흐름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지지세로 연결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디지털타임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김 장관은 19.7%의 지지를 얻어, 국민의힘 내 다른 대선주자들보다 2배 이상 앞선 것으로 확인됐다.

김 장관은 다른 장관들이 국회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할 때, 혼자서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서도 “정당한 의문 제기”라면서 윤 대통령을 두둔했다.

쉬운 길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

국민의힘의 지지율서도 중도층의 이탈이 확인되는 지표가 나오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506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집권 세력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의 재집권을 선호한 의견은 39%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민주당보다 약 6.6% 뒤처진 37.6%로 나타났다.

중도층의 이탈이 확인되는 여론조사 수치에 대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 결과는 존중하고, 추세를 한번 살펴보겠다”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지난달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맹목적 진영 논리에 갇혀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사람들 덕분에 기득권을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지역 카르텔의 왕으로 살아남으려면, 당권을 통해 공천받기 위해 노력할 뿐, 대선엔 관심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순교자로 만들어, 그 시체로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이를 정치 세력화하면 당권을 잡기 쉬워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극우 정당으로 치달으면 중도층이 이탈할 것이란 사실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탈하고 있단 추정을 할 수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쉽게 노선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김 의원의 주장서 확인할 수 있다. 중도층의 반감으로 인해 정권은 잃을 수 있지만 극우의 견고한 지지와 지역의 이권을 유지하면, 당권을 토대로 지속적인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젊은 유권자들의 극우 지지세가 확인되고 있어 미래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미국의 대안 우파는 이미 낙선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정권을 안겨줬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 극우 세력의 정치적 세력 확장은 훌륭한 참고 사례가 된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도보수를 표방하면서, 극우와 좌파의 양면 공세로 인해 총리해임안까지 가결되는 등 정치적 어려움을 겪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지난달 <일요시사>와 만나 “가짜 뉴스나 선동에 당해 그렇게 몰려간 덩어리들은 진실이 드러난 순간 ‘현타’가 올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개인 일탈로 벌어지는 행동을 보수 진영이 지켜줘야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원도 이들의 ‘감정’을 돌려세울 수 있는 방법은 언급하지 못했다.

그들 믿음이
착각인 이유

국민의힘의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극우화는 이로부터 비롯된다. 쉬운 길이 있는데, 어려운 길을 택할 필요는 없다. 당장은 야당이 될지라도 언젠간 트럼프 대통령과 대안 우파가 접수한 미국 공화당처럼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의 아닌 척 진행되는 극우화는 훌륭한 참고 사례들로부터 비롯된, 그들 나름대로는 최적의 선택일 수도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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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