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창업 트렌드> 술과 밥, 한번에 해결

서울 반포 고속터미널 반포쇼핑타운8동 지하에 자리한 바비큐치킨 마틸다는 저녁 7시가 되면 만석이다. 165㎡(약 50평) 남짓의 매장은 20~40대 젊은 층으로 가득 차며, 저녁 9시 넘어서까지 늦은 식사와 2차 모임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독특한 콘셉트로 인기다.

‘마틸다’는 한식의 깊은 맛과 현대 퓨전 스타일이 어우러진 메뉴, 이국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그리고 친구, 연인, 단체 모임은 물론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 외식 장소로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입소문

마틸다가 자랑하는 인기 비결은 입소문을 타고 전해진 맛과 함께 술과 저녁 식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다채로운 메뉴에 있다. 시그너처 메뉴인 ‘갈몬드치킨’은 매콤한 갈릭 소스를 베이스로, 고소한 아몬드와 짭짤한 멸치가 어우러져 독특한 풍미를 자아낸다.

밥과 함께 듬뿍 들어있는 양념 소스는 ‘밥도둑’이라고 불릴 만큼 매력적이다. 또 다른 인기 메뉴인 ‘로제크림치킨’은 담백한 치킨에 진하고 크리미한 로제 소스를 버무리고, 파스타 면과 산더미처럼 쏟아지는 치즈가 더해져 한 접시의 일품요리 같은 감동을 선사한다.

이곳을 자주 찾는 천상미(가명·27)씨는 “모든 메뉴가 한식의 뿌리 깊은 맛과 트렌디한 퓨전 스타일로 조화를 이뤄 먹을수록 중독성이 강하다”며 “소스가 듬뿍 들어 있어 밥이나 파스타와 함께 먹기에 딱 좋고, 두 명이 와서 일인당 2만원이면 생맥주 한두 잔과 함께 충분히 저녁과 2차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외식문화는 치맥을 넘어 ‘치밥’ ‘치동(치킨과 우동)’ 등 치킨과 식사가 결합된 이색 메뉴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절약과 효율을 중시하는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 1차와 2차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업종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효도치킨’은 꽈리고추와 멸치가 곁들여진 치킨으로 유명한데, 여기에 마늘 밥을 추가한 세트 메뉴를 선보이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치킨과 함께 맥주나 소주를 즐기다가, 마늘 밥 위에 꽈리고추와 멸치를 얹어 한 숟가락씩 먹으면 저녁 식사까지 깔끔하게 해결되는 콘셉트는 불황 속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효도치킨 매장의 한 직원은 “치킨에 꽈리고추와 멸치를 올린 ‘꽈리멸치킨과 마늘밥 세트’가 인기가 높으며, 불황이 길어지면서 가볍게 한잔하며 식사까지 해결하는 외식문화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통의 맛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홍춘천치즈닭갈비’는 춘천닭갈비의 뉴트로 콘셉트를 선보이며 1차와 2차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메뉴로 젊은 층은 물론 중장년 층에게까지 두루 인기를 끌고 있다.

홍춘천치즈닭갈비의 메뉴 구성은 매우 다채롭다. 전통 홍춘천닭갈비와 김치치즈닭갈비는 물론, 해물을 튀겨 닭갈비와 치즈를 곁들인 ‘오징어치즈닭갈비’ ‘문어치즈닭갈비’ ‘새우치즈닭갈비’ ‘쭈꾸미닭갈비’, 그리고 ‘해물치즈닭갈비’까지, 눈과 입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비주얼과 맛을 자랑한다.

닭갈비를 다 먹은 후에는 볶음밥이나 치즈 볶음밥, 날치알 볶음밥으로 마무리할 수 있으며, 10여가지 토핑 메뉴를 추가하는 옵션도 마련돼있어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전혀 없다. 또, 지난해부터는 수제 부대찌개 메뉴가 추가돼 1차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늦은 식사에 2차까지…독특한 콘셉트
한식의 깊은 맛, 현대 퓨전 요리


창업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단순한 외식 트렌드를 넘어, 소비자들이 원하는 밥과 사리에 어울리는 소스의 맛을 가장 중요한 성공 포인트로 꼽고 있다고 분석한다. 맛있는 소스 없이는 아무리 푸짐해도 배를 채우기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창업자들로 하여금 소스 개발과 메뉴 차별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1·2차를 한번에 해결하는 원스톱 외식문화는 단순한 메뉴 혁신에 그치지 않는다. 점포 규모를 중대형으로 확장하고 고급 인테리어를 갖춘 한식 요리 주점들이 속속 등장하며, 전통주와 다양한 막걸리 종류를 함께 선보이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이런 주점들은 높은 매출 마진율이라는 장점과 함께 다소 높은 창업 비용이라는 단점을 안고 있으나,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 덕분에 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부엉이산장은 ‘한식 캐주얼 다이닝’ 콘셉트로 MZ세대의 레트로 열풍과 전통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닭도리탕, 전류, 요리류 등 30여가지 전통 음식 메뉴와 10여가지의 곁들임 메뉴, 탁주와 전통주를 포함해 40여가지 주류를 갖추며 젊은 층뿐 아니라 중장년 층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또, 망원시장서 고추튀김 맛집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한식주점 프랜차이즈 ‘우이락’은 50여가지의 한식 메뉴와 크림막걸리를 포함한 다양한 주류를 판매하며 독자적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자체 출시한 생막걸리 ‘우이락 크림막걸리’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으로 대박을 치며, 우이락의 대표 메뉴인 ‘고추튀김’ 및 ‘한우대창 닭볶음탕’ 등과의 조합으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미각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여기에 고추 증류주 ‘맴맴’과 전통주 하이볼 등 자체 개발한 주류 메뉴들이 계속해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한편, 미슐랭 셰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안주가’는 고퀄리티의 한식 안주를 선보이며 외식시장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원조 시그너처 메뉴인 ‘항정숙회’ ‘꼬막육회’ ‘가지튀김’ 등 이색적이고 창의적인 메뉴 구성은 점포서 빠르게 조리 가능한 간편 레시피로도 주목받으며, 바쁜 현대인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고 있다.

차별화

불황의 여파 속에서도 ‘술과 밥을 한번에 해결하는’ 외식 업종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짚어내며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들이 한식의 전통미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메뉴로 외식문화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으며, 이는 창업 투자자들에게도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다가가고 있다. 전통의 깊은 맛과 현대의 창의력이 만나 탄생한 다양한 외식 브랜드들은, 불황이라는 역경 속에서도 소비자에게 한 끼 이상의 감동과 만족을 선사하며 미래 외식 트렌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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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