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가족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0.18 16: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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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보다 진한 피…역시 피는 못 속여?"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야권후보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후보의 면면을 세세히 검증 중이다. 이번호에서는 열아홉 번째 순서로 그들의 '가족사'를 살펴봤다.

우리나라의 역대 정권은 늘 친인척비리로 골머리를 앓았다.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서 대통령후보들의 가족 및 친인척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또 후보들의 집안 환경과 그 가족을 살펴보면 베일에 가려져 있는 후보들의 진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피는 못 속인다"는 옛말이 대선 후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박근혜 <4남매 중 둘째, 미혼>
"다사다난한 가족사, 그래도 가족은 나의 보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직계가족으로는 아버지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어머니 육영수 여사, 이복언니인 박재옥씨, 여동생 박근령 한국재난구호 총재, 남동생 박지만 EG회장이 있다.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은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대한민국 국군 창설과 5·16 군사 정변에 참여했으며 제5, 6, 7, 8, 9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냈다.

어머니 육 여사는 소학교 가정교과목 교사였는데 육 여사의 집안은 수많은 하인과 농토를 가진 대지주 집안이었다. 외할아버지 육종관은 이혼경력이 있는 박 전 대통령과의 결혼을 극렬히 반대했으나 외할머니 이경령과 육 여사는 외할아버지 몰래 박 전 대통령의 대구 관사로 가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5·16 군사 정변을 계기로 정권을 잡는데 성공하자 박 후보와 형제자매들은 한때 청와대에서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어머니가 암살범의 피격으로 사망하고 1979년 10월26일 아버지마저 암살되면서 청와대를 나와 신당동 사저로 이주하게 된다.


남매 간 재산다툼

이때부터 박 후보는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며 동생들을 돌봤다. 양친이 사망한 후 남동생 지만씨는 2002년까지 사창가와 여관 등에서 윤락녀와 어울리며 상습적인 마약 투약에 빠져 지내기도 했다.

여동생 근령씨 역시 순탄치 못한 인생을 살았다. 근령씨는 1982년 류찬우 풍산그룹 창업주의 아들 류청씨와 결혼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했다. 이후 2008년 10월 열네 살 연하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교수와 재혼하게 된다.

박 후보 삼남매는 육영재단 운영권을 놓고 한차례 재산다툼을 벌였다. 때문에 근령씨의 2008년 결혼식에는 박 후보와 지만씨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근령씨의 남편 신씨는 육영재단의 이사장으로 있던 부인이 재단에서 사실상 쫓겨나게 되자 지난 2009년 박 후보의 미니홈피에 '박 후보가 육영재단을 강탈했다' '박 후보가 중국에서 나를 납치·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등의 비방글을 수차례 올린 혐의로 구속되어 현재 징역형을 살고 있다.

반면 양친의 사망 후 방황하던 남동생 지만씨는 재기에 성공했다. 박 후보와의 관계도 원만하게 개선된 모양새다. 지만씨는 1989년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도움으로 현재 본인이 회장으로 있는 EG의 전신인 삼양산업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지만씨는 이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으로부터 9억원을 빌려 이 회사 지분 74.3%를 인수해 대주주가 됐고, EG는 지난해 매출액 846억여원의 알짜회사로 성장했다. 이를 발판으로 지만씨는 무려 589억원의 자산가가 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5차례나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되는 등 방황을 거듭했던 지만씨가 갑자기 수백억의 재산가로 변신한 것은 박 후보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며 특혜시비가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발목 잡는 가족?

지만씨는 미혼인 박 후보가 가장 아끼는 가족이다. 지만씨는 지난 2004년 16살 연하의 서향희 변호사와 결혼해 이듬해 아들 세현군을 낳았다. 박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잃고 싶지 않은 것 세 가지 중 하나로 '세현이'를 꼽을 만큼 깊은 남매 간의 우애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최근 지만씨 부부가 저축은행 비리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갖가지 의혹이 불거지면서 무척 난처해졌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박 후보에게는 이복언니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첫 번째 부인 김호남 여사와의 사이에서 낳은 박재옥씨다. 전언에 따르면 박 후보와 재옥씨는 자매이긴 하지만 서로 왕래가 전혀 없어 가족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사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재옥씨의 딸 한유진씨와 남편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의 주가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박 후보와의 관계가 새삼 재조명 되고 있다.

 

문재인 <5남매 중 둘째, 아들·딸 각 1명>
"평범한 남매, 평범한 아들 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직계가족으로는 아버지 문용형씨와 어머니 강한옥씨, 누나 문재월씨와 여동생 문재성씨, 남동생 문재익씨, 막내여동생 문재실씨가 있다. 문 후보는 집안의 장남이자 둘째다.

배우자는 김정숙씨며 자녀로는 아들 준용씨와 딸 다혜씨가 있다. 문 후보의 아버지 용형씨는 함경남도 흥남의 문씨 집성촌인 '솔안마을' 출신이다. 용형씨는 당시 명문이던 함흥농고 출신으로,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지냈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12월 흥남철수 때 고향을 떠나 경남 거제로 피난을 왔다.

아들 특혜 의혹

아버지 용형씨는 포로수용소에서 노무 일을 했고, 어머니는 행상을 해서 5남매를 키웠다. 용형씨는 문 후보가 군대에서 전역한 직후인 1978년 5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그때부터 막내여동생 재실씨와 부산 영도에서 살고 있다.

문 후보의 형제자매들은 무척 평범한 이력을 지녔다. 누나 재월씨와 여동생 재성씨는 평범한 주부이고, 남동생 재익씨는 외항어선 선장이다. 재익씨는 직업 특성상 외국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문 후보에게는 아들과 딸이 각각 한명 씩 있다. 아들 준용씨는 건국대를 졸업하고 미국 파슨스 디자인 앤드 테크놀로지 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준용씨는 유튜브에 올린 석사 졸업작품으로 4개국 초청 전시회를 여는 등 유명세를 탔다. 지난 2011년 광주비엔날레에서는 <마쿠로쿠로스케 테이블>이라는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병역은 논산훈련소 조교로 현역 복무했다.

준용씨와 관련해선 한때 취업 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문 후보가 청와대 정무특보이던 지난 2007년 초 노동부 산하 고용정보원이 동영상 전문가를 뽑으면서 채용공고에 '연구직 초빙'이라고만 밝혀, 결과적으로 준용씨 혼자만 지원하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권재철 고용정보원장은 문 후보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임할 때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었다.

이에 대해 고용정보원은 "인터넷(워크넷)을 통해 다른 채용공고와 동일한 방법으로 했다"며 "준용씨는 국내 기업 주최 광고 공모전에서 3차례 수상한 경력이 있고 토플(CBT) 점수도 상위권인 250점으로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준용씨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지난 2010년 고용정보원을 퇴사했고, 현재 대학강사로 일하고 있다.

딸 다혜씨는 2010년 3월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서 평범한 가정 출신의 직장인 남편과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다. 현재 다혜씨는 1명의 자녀를 두고 남편과 문 후보 소유의 경남 양산 집에서 살고 있다. 다혜씨의 남편은 미국 로스쿨 진학을 준비 중이다.

딸의 출마 반대


한편 다혜씨는 당초 문 후보의 대선출마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실제로 다혜씨는 문 후보의 대선출마선언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다혜씨가 문 후보의 대선출마를 반대한 이유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트라우마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혜씨는 문 후보 측에 "노무현 아저씨 가족들을 보지 않았나. 저는 그게 너무 눈물나고 슬프고 무섭다. 아버지의 결정을 저는 싫지만 이해하고 인정한다. 하지만 저와 제 아이 그리고 우리 식구들이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는다"고 전했다고 한다. 


안철수 <3남매 중 첫째, 하나 뿐인 외동딸>
"화려한 학력으로 압도, 공부가 취미인 가족?"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직계가족으로는 아버지 안영모씨와 어머니 박귀남씨, 남동생 상욱씨와 여동생 선영씨가 있다. 배우자는 김미경씨이며 자녀는 외동딸 설희씨가 있다. 안 후보의 가족들은 무엇보다 화려한 학력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여동생 선영씨의 남편(치과의사)까지 합하면 안 후보의 가족 중 의사만 5명이다.

의사만 5명

아버지 영모씨는 일제 강점기 때 부산공립공업학교, 즉 공고를 졸업했지만 기적적으로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다. 의대를 졸업한 후엔 경남 밀양에서 7년간 군의관으로 근무하고 1963년 11월 부산의 대표적 빈민촌인 범천동에서 병원을 개업했다. 가난한 동네에 병원을 차린 영모씨는 병원비를 시내 병원의 절반 값으로 받았고 돈이 없는 이웃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기도 했다. 때문에 병원은 늘 적자에 시달렸지만 영모씨는 병원운영을 그저 봉사활동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영모씨는 또 40세 때 부산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56세 때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정도로 학구열이 강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안 후보의 대선출마설로 언론의 시선이 집중되자 올해 5월 무려 49년 동안이나 운영해온 병원을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영모씨는 안 후보의 최대 라이벌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영모씨가 박 전 대통령을 알게 된 것은 군의관 시절로 1960년대 초 박 전 대통령이 부산군수기지사령부 사령관으로 부임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훗날 1961년 5·16으로 집권한 후 이듬해부터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했는데 부산은 그 중심도시가 되면서 크게 발전했다. 영모씨는 이 같은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높게 평가하고 지인들에게 평소 박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뜻을 자주 내비쳤다고 한다.

어머니 박귀남씨 역시 이화여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재원이다. 안 후보의 어머니는 항상 자녀들에게 존댓말을 썼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심지어 혼낼 때도 존댓말을 썼다고 한다. 자녀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 주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안 후보의 남동생 상욱씨는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에서 한의사로 일하고 있다. 오랫동안 대체의학과 자연요법에 관해 연구해왔으며, 환경친화적인 한약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한다. 상욱씨는 안 후보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면서 자신에게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자 "정치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형이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선거운동을 도울 생각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동생 선영씨는 결혼 후 부산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남편은 치과의사로 알려져 있다.

존경스런 아버지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씨 역시 의사출신이다. 안 후보와 미경씨는 서울대 의대 선후배 사이다. 외동딸 설희씨는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 미경씨와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간 후 그곳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고, 전공은 수학과 화학이다. 현재 그는 스탠퍼드대학 박사과정을 앞두고 있다. 설희씨는 TV에 가족사진이 공개되면서 뛰어난 미모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안 후보 가족들은 전부 조용하고 내성적이며 공부와 독서가 취미인 사람들 같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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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