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가족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0.18 16: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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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보다 진한 피…역시 피는 못 속여?"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야권후보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후보의 면면을 세세히 검증 중이다. 이번호에서는 열아홉 번째 순서로 그들의 '가족사'를 살펴봤다.

우리나라의 역대 정권은 늘 친인척비리로 골머리를 앓았다.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서 대통령후보들의 가족 및 친인척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또 후보들의 집안 환경과 그 가족을 살펴보면 베일에 가려져 있는 후보들의 진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피는 못 속인다"는 옛말이 대선 후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박근혜 <4남매 중 둘째, 미혼>
"다사다난한 가족사, 그래도 가족은 나의 보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직계가족으로는 아버지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어머니 육영수 여사, 이복언니인 박재옥씨, 여동생 박근령 한국재난구호 총재, 남동생 박지만 EG회장이 있다.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은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대한민국 국군 창설과 5·16 군사 정변에 참여했으며 제5, 6, 7, 8, 9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냈다.

어머니 육 여사는 소학교 가정교과목 교사였는데 육 여사의 집안은 수많은 하인과 농토를 가진 대지주 집안이었다. 외할아버지 육종관은 이혼경력이 있는 박 전 대통령과의 결혼을 극렬히 반대했으나 외할머니 이경령과 육 여사는 외할아버지 몰래 박 전 대통령의 대구 관사로 가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5·16 군사 정변을 계기로 정권을 잡는데 성공하자 박 후보와 형제자매들은 한때 청와대에서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어머니가 암살범의 피격으로 사망하고 1979년 10월26일 아버지마저 암살되면서 청와대를 나와 신당동 사저로 이주하게 된다.


남매 간 재산다툼

이때부터 박 후보는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며 동생들을 돌봤다. 양친이 사망한 후 남동생 지만씨는 2002년까지 사창가와 여관 등에서 윤락녀와 어울리며 상습적인 마약 투약에 빠져 지내기도 했다.

여동생 근령씨 역시 순탄치 못한 인생을 살았다. 근령씨는 1982년 류찬우 풍산그룹 창업주의 아들 류청씨와 결혼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했다. 이후 2008년 10월 열네 살 연하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교수와 재혼하게 된다.

박 후보 삼남매는 육영재단 운영권을 놓고 한차례 재산다툼을 벌였다. 때문에 근령씨의 2008년 결혼식에는 박 후보와 지만씨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근령씨의 남편 신씨는 육영재단의 이사장으로 있던 부인이 재단에서 사실상 쫓겨나게 되자 지난 2009년 박 후보의 미니홈피에 '박 후보가 육영재단을 강탈했다' '박 후보가 중국에서 나를 납치·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등의 비방글을 수차례 올린 혐의로 구속되어 현재 징역형을 살고 있다.

반면 양친의 사망 후 방황하던 남동생 지만씨는 재기에 성공했다. 박 후보와의 관계도 원만하게 개선된 모양새다. 지만씨는 1989년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도움으로 현재 본인이 회장으로 있는 EG의 전신인 삼양산업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지만씨는 이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으로부터 9억원을 빌려 이 회사 지분 74.3%를 인수해 대주주가 됐고, EG는 지난해 매출액 846억여원의 알짜회사로 성장했다. 이를 발판으로 지만씨는 무려 589억원의 자산가가 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5차례나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되는 등 방황을 거듭했던 지만씨가 갑자기 수백억의 재산가로 변신한 것은 박 후보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며 특혜시비가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발목 잡는 가족?

지만씨는 미혼인 박 후보가 가장 아끼는 가족이다. 지만씨는 지난 2004년 16살 연하의 서향희 변호사와 결혼해 이듬해 아들 세현군을 낳았다. 박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잃고 싶지 않은 것 세 가지 중 하나로 '세현이'를 꼽을 만큼 깊은 남매 간의 우애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최근 지만씨 부부가 저축은행 비리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갖가지 의혹이 불거지면서 무척 난처해졌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박 후보에게는 이복언니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첫 번째 부인 김호남 여사와의 사이에서 낳은 박재옥씨다. 전언에 따르면 박 후보와 재옥씨는 자매이긴 하지만 서로 왕래가 전혀 없어 가족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사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재옥씨의 딸 한유진씨와 남편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의 주가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박 후보와의 관계가 새삼 재조명 되고 있다.

 

문재인 <5남매 중 둘째, 아들·딸 각 1명>
"평범한 남매, 평범한 아들 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직계가족으로는 아버지 문용형씨와 어머니 강한옥씨, 누나 문재월씨와 여동생 문재성씨, 남동생 문재익씨, 막내여동생 문재실씨가 있다. 문 후보는 집안의 장남이자 둘째다.

배우자는 김정숙씨며 자녀로는 아들 준용씨와 딸 다혜씨가 있다. 문 후보의 아버지 용형씨는 함경남도 흥남의 문씨 집성촌인 '솔안마을' 출신이다. 용형씨는 당시 명문이던 함흥농고 출신으로,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지냈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12월 흥남철수 때 고향을 떠나 경남 거제로 피난을 왔다.

아들 특혜 의혹

아버지 용형씨는 포로수용소에서 노무 일을 했고, 어머니는 행상을 해서 5남매를 키웠다. 용형씨는 문 후보가 군대에서 전역한 직후인 1978년 5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그때부터 막내여동생 재실씨와 부산 영도에서 살고 있다.

문 후보의 형제자매들은 무척 평범한 이력을 지녔다. 누나 재월씨와 여동생 재성씨는 평범한 주부이고, 남동생 재익씨는 외항어선 선장이다. 재익씨는 직업 특성상 외국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문 후보에게는 아들과 딸이 각각 한명 씩 있다. 아들 준용씨는 건국대를 졸업하고 미국 파슨스 디자인 앤드 테크놀로지 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준용씨는 유튜브에 올린 석사 졸업작품으로 4개국 초청 전시회를 여는 등 유명세를 탔다. 지난 2011년 광주비엔날레에서는 <마쿠로쿠로스케 테이블>이라는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병역은 논산훈련소 조교로 현역 복무했다.

준용씨와 관련해선 한때 취업 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문 후보가 청와대 정무특보이던 지난 2007년 초 노동부 산하 고용정보원이 동영상 전문가를 뽑으면서 채용공고에 '연구직 초빙'이라고만 밝혀, 결과적으로 준용씨 혼자만 지원하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권재철 고용정보원장은 문 후보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임할 때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었다.

이에 대해 고용정보원은 "인터넷(워크넷)을 통해 다른 채용공고와 동일한 방법으로 했다"며 "준용씨는 국내 기업 주최 광고 공모전에서 3차례 수상한 경력이 있고 토플(CBT) 점수도 상위권인 250점으로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준용씨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지난 2010년 고용정보원을 퇴사했고, 현재 대학강사로 일하고 있다.

딸 다혜씨는 2010년 3월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서 평범한 가정 출신의 직장인 남편과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다. 현재 다혜씨는 1명의 자녀를 두고 남편과 문 후보 소유의 경남 양산 집에서 살고 있다. 다혜씨의 남편은 미국 로스쿨 진학을 준비 중이다.

딸의 출마 반대


한편 다혜씨는 당초 문 후보의 대선출마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실제로 다혜씨는 문 후보의 대선출마선언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다혜씨가 문 후보의 대선출마를 반대한 이유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트라우마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혜씨는 문 후보 측에 "노무현 아저씨 가족들을 보지 않았나. 저는 그게 너무 눈물나고 슬프고 무섭다. 아버지의 결정을 저는 싫지만 이해하고 인정한다. 하지만 저와 제 아이 그리고 우리 식구들이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는다"고 전했다고 한다. 


안철수 <3남매 중 첫째, 하나 뿐인 외동딸>
"화려한 학력으로 압도, 공부가 취미인 가족?"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직계가족으로는 아버지 안영모씨와 어머니 박귀남씨, 남동생 상욱씨와 여동생 선영씨가 있다. 배우자는 김미경씨이며 자녀는 외동딸 설희씨가 있다. 안 후보의 가족들은 무엇보다 화려한 학력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여동생 선영씨의 남편(치과의사)까지 합하면 안 후보의 가족 중 의사만 5명이다.

의사만 5명

아버지 영모씨는 일제 강점기 때 부산공립공업학교, 즉 공고를 졸업했지만 기적적으로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다. 의대를 졸업한 후엔 경남 밀양에서 7년간 군의관으로 근무하고 1963년 11월 부산의 대표적 빈민촌인 범천동에서 병원을 개업했다. 가난한 동네에 병원을 차린 영모씨는 병원비를 시내 병원의 절반 값으로 받았고 돈이 없는 이웃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기도 했다. 때문에 병원은 늘 적자에 시달렸지만 영모씨는 병원운영을 그저 봉사활동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영모씨는 또 40세 때 부산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56세 때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정도로 학구열이 강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안 후보의 대선출마설로 언론의 시선이 집중되자 올해 5월 무려 49년 동안이나 운영해온 병원을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영모씨는 안 후보의 최대 라이벌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영모씨가 박 전 대통령을 알게 된 것은 군의관 시절로 1960년대 초 박 전 대통령이 부산군수기지사령부 사령관으로 부임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훗날 1961년 5·16으로 집권한 후 이듬해부터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했는데 부산은 그 중심도시가 되면서 크게 발전했다. 영모씨는 이 같은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높게 평가하고 지인들에게 평소 박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뜻을 자주 내비쳤다고 한다.

어머니 박귀남씨 역시 이화여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재원이다. 안 후보의 어머니는 항상 자녀들에게 존댓말을 썼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심지어 혼낼 때도 존댓말을 썼다고 한다. 자녀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 주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안 후보의 남동생 상욱씨는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에서 한의사로 일하고 있다. 오랫동안 대체의학과 자연요법에 관해 연구해왔으며, 환경친화적인 한약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한다. 상욱씨는 안 후보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면서 자신에게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자 "정치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형이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선거운동을 도울 생각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동생 선영씨는 결혼 후 부산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남편은 치과의사로 알려져 있다.

존경스런 아버지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씨 역시 의사출신이다. 안 후보와 미경씨는 서울대 의대 선후배 사이다. 외동딸 설희씨는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 미경씨와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간 후 그곳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고, 전공은 수학과 화학이다. 현재 그는 스탠퍼드대학 박사과정을 앞두고 있다. 설희씨는 TV에 가족사진이 공개되면서 뛰어난 미모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안 후보 가족들은 전부 조용하고 내성적이며 공부와 독서가 취미인 사람들 같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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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