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0월 위기탈출' 빅카드는?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0.15 10: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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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 어려우면 대봉합이라도?"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추석 직후 '친박계 2선 퇴진론'을 시작으로 촉발된 새누리당의 다(多)갈래 내부갈등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진짜 갈등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경고음이 들려온다. 박근혜 후보로선 당 내분을 막지 못한다면 다가오는 대선에서의 승산이 없어 보인다. 밖으로 대통합에 나섰던 박 후보가 이제 안으로의 대봉합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박 후보가 내놓을 대봉합 카드를 미리 예측해봤다.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 4일 개최된 새누리당의 비공개 의원총회는 '친박실세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당초 주제는 경제민주화였지만 참석자들 대부분은 격앙된 목소리로 작심한 듯 "이대로 가면 대선에서 필패한다"며 친박 실세들의 실정을 비판했다.

쇄신요구?
지분요구?

심지어 참석 의원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제외한 당 지도부와 선대위원, 당직자 등의 총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내 쇄신파 김성태 의원은 "이대로 가다가는 2002년 이회창 대선 패배의 아픈 경험을 반복할 것"이라며 "우리 전체 의원들과 구성원들은 머리를 삭발해서라도 야권 단일화 프레임을 극복해야 한다. 후보도 몸빼(일바지 또는 왜바지) 입고 머리 풀고서라도 처절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거에 지고난 뒤 당 지도부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바꿀 수 있는 것은 다 바꿔야 한다"고 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의총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노선 정리를 기대했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다음 날 "새누리당은 더 이상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사퇴를 시사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이 요구한 사항은 경제민주화 노선을 둘러싸고 자신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이한구 원내대표의 경질이었다.


다갈래 내부갈등 봉합했지만 불씨는 '여전'
새누리 내전 진짜 이유는 쇄신 아닌 권력다툼?

박 후보 측은 "대선을 불과 70여 일 앞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지목한 이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총사퇴는 사실상 선거를 포기하자는 것"이라며 버텼지만 쇄신파 의원들의 압박이 계속되자 결국 지난 7일 최경환 비서실장이 전격사퇴를 선언하며 수습을 시도했다. 그러나 쇄신파 의원들은 "최경환 비서실장의 사퇴로는 부족하다"며 당 지도부 총사퇴 입장을 굽히지 않고 박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런 와중에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위원장도 박 후보가 자신이 검사시절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시켰던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영입하자 지난 8일 기자회견을 갖고 "새롭게 영입한 인사가 비리 연루자라면 제가 아무리 쇄신을 외쳐도 진정성만 의심될 뿐"이라며 사퇴의 배수진을 쳤다.

추석 이후 이른바 '10월 대반격'을 준비하던 박 후보로서는 난데없는 당내 분란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특히 김종인 위원장과 안대희 위원장은 박 후보가 이번 대선의 대표키워드로 내세운 '경제민주화'와 '정치쇄신'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이 두 사람이 한꺼번에 박 후보 곁을 떠난다면 대선 필패는 불 보듯 뻔한 상황. 마치 나비효과처럼 당 쇄신을 놓고 시작된 작은 갈등이 일파만파 커져 아예 대선판을 뒤집어 버릴 지경에 다다른 것이었다.

발목 잡혔던 박근혜
위기 탈출 일단 성공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박 후보는 지난 9일 오후 일정을 모조리 취소하고 김 위원장과 안 위원장을 차례로 만나 당 내분 수습을 위한 최종 담판을 가졌다. 박 후보는 먼저 김 위원장에게는 이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는 대신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는 중재안을 내놨고, 안 위원장에게는 박 후보 본인이 직접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고 한 고문에게는 다른 직책을 맡기겠다는 유화책을 제시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두 사람이 끝내 뜻을 굳히지 않고 박 후보와 결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두 사람은 결국 박 후보의 제안을 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당무에 복귀했다.


박 후보는 또 당내 쇄신요구에 대해서는 김무성 전 의원을 선대위 총괄본부장으로 임명하면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탈박(탈박근혜) 인사에 대한 발탁이라는 측면에서 당의 화합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인적 쇄신 논란의 수습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의 발 빠른 대응에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던 당내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위기로 여겨졌던 당내 갈등을 잘 봉합함으로써 박 후보는 여론조사 지지율도 소폭 상승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박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사실 박 후보는 그동안 야권 단일화 이슈에 밀려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며 "박 후보가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해내면서 당내 갈등이 오히려 박 후보의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치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기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태의 본질을 분석해보면 이 같은 사태가 대선과정에서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주도한 쇄신파들은 "박 후보가 야권 후보들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심각한 위기상황임에도 측근들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어 쇄신을 요구한 것"이라며 "권력다툼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명분으로 소외되었던 당내 세력이 박 후보의 측근들을 몰아내고자 했던 일종의 '미니 쿠데타'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새누리당 내에는 친박계와 비박계는 물론이고, 같은 친박계라고 하더라도 박 후보와의 친밀도에 따라 이른바 '근박'(近朴)과 '원박'(遠朴)으로 나뉜다고 한다. 이번 사태를 주도한 세력이 권력다툼에서 사실상 밀려난 원박이라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당내에서 대선승리 후 지분을 보장받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이번 대선에서 박 후보와 거리를 두고 차차기를 노리겠다는 급진적인 생각을 가진 인사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갈등은 이제 시작
묘책 찾아야

실제로 일부 쇄신파 의원들은 지난 11일 박 후보의 화합형 중앙선대위 인선 발표 후에도 "진짜 쇄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벼르고 있는 모습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쇄신파 의원들 중에는 자신의 기존 자리까지 걸고 당의 대선승리를 위해 직언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문제는 그 중 자리다툼을 하고자 하는 인사들이 다수 섞여 있다는 것"이라며 "충신과 내부 스파이를 구분할 수 없게 된 현 상황에서는 쇄신의 목적이 '대선승리'가 아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무조건적인 물갈이'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박 후보가 대통합 행보를 펼치며 영입한 외부인사와 내부인사 간의 갈등, 외부인사와 외부인사 간의 갈등도 점점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 간의 갈등, 안대희 위원장과 한광옥 고문 간의 갈등으로 이미 뚜렷하게 표출됐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과 안 위원장이 이번 사태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당내 지분도 확실하게 확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대선캠프에 참여하는 인사들은 캠프참여 이유에 대해 국가발전이니 국민행복이니 허울 좋은 변명들을 늘어놓지만 실상 대부분은 대선승리 후의 보상을 바라고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박 후보의 대선 화두가 '대통합'이다보니 이곳저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영입했는데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들은 기껏 불러놓고 대접이 형편없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기존의 내부 인사들은 지금까지 충성한 것은 우리인데 토사구팽이냐며 반발한다. 당연히 서로 권력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의 대통합 행보는 대선 초반 중도층을 끌어안는데 주효했지만 억지스런 '대통합'이 결국에는 '대분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도부 사퇴 필패론 vs 지도부 유지 필패론
또 터질지 모르는 당내 갈등 '지뢰밭 대선길'

이렇게 형성된 다갈래의 복잡한 갈등 전선은 앞으로 박 후보의 대선행보에서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지뢰 같은 존재가 됐다. 당내 내분이 대선정국 내내 반복된다면 다가오는 대선에서 박 후보의 필패는 분명해진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당분간 밖으로의 '대통합'보다는 이미 영입한 인사들과 당내 소외세력을 다독이며 안으로의 '대봉합'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박 후보가 내놓을 대봉합 카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박 후보가 앞으로의 인선에서 근박과 원박 인사들 간의 탕평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대봉합을 명분으로 근박 인사들을 배제하고 원박인사들을 자주 기용하다보면 박 후보에 대한 캠프 내 인사들의 충성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물밑에서는 박 후보가 당내 인사들 간의 지분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권력다툼이라면 대선 승리 후의 지분을 미리 약속함으로써 원박 세력의 불만을 최소화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묻지마 영입 부작용
대봉합 카드 무엇?

이밖에도 원박 세력이 거론한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측근을 거치지 않고서는 박 후보와의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였기 때문에 박 후보가 원박 세력과의 직접적인 소통강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모든 이들을 다 끌어안고 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기껏해야 당분간 측근들과 거리를 두고 원박 세력 눈치 보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있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그동안 박 후보 캠프는 무조건적인 인재영입에만 집중하다 정작 이미 영입한 인재들을 관리하는 데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급하게 쌓아올린 탑은 쉽게 무너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제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 기반부터 튼튼히 다져야만 더 높게 탑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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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