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0월 위기탈출' 빅카드는?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0.15 10: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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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 어려우면 대봉합이라도?"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추석 직후 '친박계 2선 퇴진론'을 시작으로 촉발된 새누리당의 다(多)갈래 내부갈등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진짜 갈등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경고음이 들려온다. 박근혜 후보로선 당 내분을 막지 못한다면 다가오는 대선에서의 승산이 없어 보인다. 밖으로 대통합에 나섰던 박 후보가 이제 안으로의 대봉합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박 후보가 내놓을 대봉합 카드를 미리 예측해봤다.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 4일 개최된 새누리당의 비공개 의원총회는 '친박실세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당초 주제는 경제민주화였지만 참석자들 대부분은 격앙된 목소리로 작심한 듯 "이대로 가면 대선에서 필패한다"며 친박 실세들의 실정을 비판했다.

쇄신요구?
지분요구?

심지어 참석 의원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제외한 당 지도부와 선대위원, 당직자 등의 총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내 쇄신파 김성태 의원은 "이대로 가다가는 2002년 이회창 대선 패배의 아픈 경험을 반복할 것"이라며 "우리 전체 의원들과 구성원들은 머리를 삭발해서라도 야권 단일화 프레임을 극복해야 한다. 후보도 몸빼(일바지 또는 왜바지) 입고 머리 풀고서라도 처절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거에 지고난 뒤 당 지도부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바꿀 수 있는 것은 다 바꿔야 한다"고 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의총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노선 정리를 기대했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다음 날 "새누리당은 더 이상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사퇴를 시사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이 요구한 사항은 경제민주화 노선을 둘러싸고 자신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이한구 원내대표의 경질이었다.


다갈래 내부갈등 봉합했지만 불씨는 '여전'
새누리 내전 진짜 이유는 쇄신 아닌 권력다툼?

박 후보 측은 "대선을 불과 70여 일 앞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지목한 이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총사퇴는 사실상 선거를 포기하자는 것"이라며 버텼지만 쇄신파 의원들의 압박이 계속되자 결국 지난 7일 최경환 비서실장이 전격사퇴를 선언하며 수습을 시도했다. 그러나 쇄신파 의원들은 "최경환 비서실장의 사퇴로는 부족하다"며 당 지도부 총사퇴 입장을 굽히지 않고 박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런 와중에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위원장도 박 후보가 자신이 검사시절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시켰던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영입하자 지난 8일 기자회견을 갖고 "새롭게 영입한 인사가 비리 연루자라면 제가 아무리 쇄신을 외쳐도 진정성만 의심될 뿐"이라며 사퇴의 배수진을 쳤다.

추석 이후 이른바 '10월 대반격'을 준비하던 박 후보로서는 난데없는 당내 분란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특히 김종인 위원장과 안대희 위원장은 박 후보가 이번 대선의 대표키워드로 내세운 '경제민주화'와 '정치쇄신'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이 두 사람이 한꺼번에 박 후보 곁을 떠난다면 대선 필패는 불 보듯 뻔한 상황. 마치 나비효과처럼 당 쇄신을 놓고 시작된 작은 갈등이 일파만파 커져 아예 대선판을 뒤집어 버릴 지경에 다다른 것이었다.

발목 잡혔던 박근혜
위기 탈출 일단 성공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박 후보는 지난 9일 오후 일정을 모조리 취소하고 김 위원장과 안 위원장을 차례로 만나 당 내분 수습을 위한 최종 담판을 가졌다. 박 후보는 먼저 김 위원장에게는 이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는 대신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는 중재안을 내놨고, 안 위원장에게는 박 후보 본인이 직접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고 한 고문에게는 다른 직책을 맡기겠다는 유화책을 제시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두 사람이 끝내 뜻을 굳히지 않고 박 후보와 결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두 사람은 결국 박 후보의 제안을 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당무에 복귀했다.


박 후보는 또 당내 쇄신요구에 대해서는 김무성 전 의원을 선대위 총괄본부장으로 임명하면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탈박(탈박근혜) 인사에 대한 발탁이라는 측면에서 당의 화합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인적 쇄신 논란의 수습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의 발 빠른 대응에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던 당내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위기로 여겨졌던 당내 갈등을 잘 봉합함으로써 박 후보는 여론조사 지지율도 소폭 상승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박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사실 박 후보는 그동안 야권 단일화 이슈에 밀려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며 "박 후보가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해내면서 당내 갈등이 오히려 박 후보의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치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기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태의 본질을 분석해보면 이 같은 사태가 대선과정에서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주도한 쇄신파들은 "박 후보가 야권 후보들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심각한 위기상황임에도 측근들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어 쇄신을 요구한 것"이라며 "권력다툼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명분으로 소외되었던 당내 세력이 박 후보의 측근들을 몰아내고자 했던 일종의 '미니 쿠데타'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새누리당 내에는 친박계와 비박계는 물론이고, 같은 친박계라고 하더라도 박 후보와의 친밀도에 따라 이른바 '근박'(近朴)과 '원박'(遠朴)으로 나뉜다고 한다. 이번 사태를 주도한 세력이 권력다툼에서 사실상 밀려난 원박이라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당내에서 대선승리 후 지분을 보장받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이번 대선에서 박 후보와 거리를 두고 차차기를 노리겠다는 급진적인 생각을 가진 인사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갈등은 이제 시작
묘책 찾아야

실제로 일부 쇄신파 의원들은 지난 11일 박 후보의 화합형 중앙선대위 인선 발표 후에도 "진짜 쇄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벼르고 있는 모습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쇄신파 의원들 중에는 자신의 기존 자리까지 걸고 당의 대선승리를 위해 직언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문제는 그 중 자리다툼을 하고자 하는 인사들이 다수 섞여 있다는 것"이라며 "충신과 내부 스파이를 구분할 수 없게 된 현 상황에서는 쇄신의 목적이 '대선승리'가 아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무조건적인 물갈이'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박 후보가 대통합 행보를 펼치며 영입한 외부인사와 내부인사 간의 갈등, 외부인사와 외부인사 간의 갈등도 점점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 간의 갈등, 안대희 위원장과 한광옥 고문 간의 갈등으로 이미 뚜렷하게 표출됐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과 안 위원장이 이번 사태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당내 지분도 확실하게 확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대선캠프에 참여하는 인사들은 캠프참여 이유에 대해 국가발전이니 국민행복이니 허울 좋은 변명들을 늘어놓지만 실상 대부분은 대선승리 후의 보상을 바라고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박 후보의 대선 화두가 '대통합'이다보니 이곳저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영입했는데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들은 기껏 불러놓고 대접이 형편없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기존의 내부 인사들은 지금까지 충성한 것은 우리인데 토사구팽이냐며 반발한다. 당연히 서로 권력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의 대통합 행보는 대선 초반 중도층을 끌어안는데 주효했지만 억지스런 '대통합'이 결국에는 '대분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도부 사퇴 필패론 vs 지도부 유지 필패론
또 터질지 모르는 당내 갈등 '지뢰밭 대선길'

이렇게 형성된 다갈래의 복잡한 갈등 전선은 앞으로 박 후보의 대선행보에서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지뢰 같은 존재가 됐다. 당내 내분이 대선정국 내내 반복된다면 다가오는 대선에서 박 후보의 필패는 분명해진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당분간 밖으로의 '대통합'보다는 이미 영입한 인사들과 당내 소외세력을 다독이며 안으로의 '대봉합'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박 후보가 내놓을 대봉합 카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박 후보가 앞으로의 인선에서 근박과 원박 인사들 간의 탕평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대봉합을 명분으로 근박 인사들을 배제하고 원박인사들을 자주 기용하다보면 박 후보에 대한 캠프 내 인사들의 충성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물밑에서는 박 후보가 당내 인사들 간의 지분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권력다툼이라면 대선 승리 후의 지분을 미리 약속함으로써 원박 세력의 불만을 최소화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묻지마 영입 부작용
대봉합 카드 무엇?

이밖에도 원박 세력이 거론한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측근을 거치지 않고서는 박 후보와의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였기 때문에 박 후보가 원박 세력과의 직접적인 소통강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모든 이들을 다 끌어안고 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기껏해야 당분간 측근들과 거리를 두고 원박 세력 눈치 보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있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그동안 박 후보 캠프는 무조건적인 인재영입에만 집중하다 정작 이미 영입한 인재들을 관리하는 데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급하게 쌓아올린 탑은 쉽게 무너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제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 기반부터 튼튼히 다져야만 더 높게 탑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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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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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