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내린 양양군수님, 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1.06 14:23:07
  • 호수 1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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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양양도 권한대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강원 동해안 6개 시·군 중 2곳이 지자체장의 부재 속에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혼란에 휩싸였다. 심규언 동해시장과 김진하 양양군수가 각각 구속되면서다.

심규언 동해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김진하 군수마저 뇌물수수와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됐다. 각종 비위 의혹으로 새해 첫 업무 날부터 낯뜨거운 상황이 연출됐다. 춘천지법 속초지원 이은상 영장 전담 판사는 지난 2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과 뇌물수수, 강제추행 혐의로 청구된 김 군수의 영장을 발부했다.

행정 공백

업무 첫날 시무식이 아닌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김 군수는 “별도 입장은 없는가” 등 취재진의 물음을 뒤로한 채 법정을 향했다. 김 군수는 지난 2023년 12월 여성 민원인 A씨 앞에서 자신의 바지를 내리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A씨를 자신의 차량에 태운 뒤에도 이 같은 행위를 했으며, A씨로부터 민원 해결을 이유로 현금과 안마의자 등 금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양양군청과 김 군수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11월엔 청탁금지법 위반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김 군수를 불러 조사했다. ‘협박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성폭력 피해 주장 여성 A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이날 발부됐다.


A씨의 민원 내용을 토대로 김 군수를 협박했다는 혐의를 받는 양양군의회 더불어민주당 박봉균 군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앞서 A씨는 ‘김 군수의 성범죄 의혹이 담긴 영상물이 있다’는 사실을 박 군의원에게 제보했다. 이후 박 군의원은 김 군수를 만나 ‘A씨의 민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취지로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1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특례법위반(촬영물 등 이용협박)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해 9월 성폭행-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지고, A씨가 운영하는 카페서 김 군수가 하의를 모두 내리고 있는 사진·영상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이후 지역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서 군수 사퇴 요구가 분출했다. 의혹 초기에 지역 내에선 현직 단체장의 성범죄 논란이라는 점에서 군수직 자진사퇴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김 군수는 현금 수수와 성폭행 의혹도 ‘화간이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논란이 불거지는 동안 별도의 사과 메시지를 내지 않고, 언론과의 접촉을 끊었다.

김 군수는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9월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에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탈당계를 제출했다. 국민의힘 강원도당은 곧바로 탈당계를 처리했다. 김 군수는 줄곧 혐의를 부인해 왔으나, 법원은 그에게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영장을 발부했다.

김 군수가 구속적부심을 청구하지 않거나, 청구하더라도 기각되는 경우 그대로 재판에 넘겨지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경우 김 군수는 앞으로 최소 6개월 동안 구금 생활을 하게 된다.


기소 이후에도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할 수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1심서 최대 6개월간 구속 상태로 재판받아야 하고,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구금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김 군수는 논란 이후 박 군의원을 만난 자리서 “여자가 그렇게 덤비는데 세상에 안 넘어갈 남자가 어디 있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 구속영장과 별개로 김 군수는 주민소환 투표 발의로 인한 직무 정지 위기에 놓였다. 양양군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김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발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 2일부터 오는 8일까지 주민소환청구 서명부에 대한 2차 열람을 진행하고 있다.

민원인 앞서 부적절한 행위
성범죄 논란에 ‘화간’ 주장

이번 열람은 당초 접수된 4785명 중 무효를 제외한 보정을 통한 최종 유효 서명부 4200명에 대한 공개 열람이다.

유효 서명부가 주민소환투표 발의 최소 충족 요건인 유권자의 15%(3771명)를 훌쩍 넘겼다는 점에서 김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발의는 확실시됐다.

선관위는 이 기간 중 이의신청이 없을 경우, 오는 10일께 선거관리위원회 심사를 통해 주민소환투표 발의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인용 결정이 내려질 경우, 군수직 직무가 정지된다. 위원회는 주민소환 당사자인 김 군수에 대해 소명서 제출을 요구한다. 제출기한은 20일이다.

소명서는 주민선거 개시 전에 지역 유권자 공보물에 첨부돼 발송된다. 최종 개표 결정은 양양군 총 유권자 2만5134명의 33.3%인 8370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가능하다. 투표율이 이보다 낮을 경우, 개표 없이 김 군수는 군수직에 복귀한다.

이날 오후 김 군수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양양군은 곧장 부군수 주재로 긴급 대응 방안 회의를 열고 관련 법령에 따라 부군수가 군수 직무를 대리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부군수를 중심으로 한치의 흔들림 없이 행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침체 등 악조건 속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와 양양국제공항 활성화 등 각종 현안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양양군은 악재를 만났다. 인근 동해시도 지난달 중순께 심 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자 시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부시장이 시장 직무를 대리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심 시장 등을 지난달 31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심 시장은 2021년부터 시멘트 제조기업에 각종 시설 인허가 혜택을 주는 조건으로 법인 계좌를 통해 1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사업자 선정을 명목으로 수산물 수입 유통업체 대표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모두 60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동해시청 행정복지국장실과 안전도시국장실, 해양수산과, 산업정책과 등을 대상으로 이틀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심 시장 구속 수사 전에 담당 고위 공무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동해러시아대게마을’ 관련 수사는 대게마을 대게 공급사인 B 업체에 대해 최초 울산해양경찰서에서 처음 수사를 진행했다. B 업체는 부산에 소재한 업체다. 동해시는 지난 2019년 동해지역의 대게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북방물류산업진흥원을 설립, 대개마을 활성화에 나선 바 있다.

한편, 심 시장은 “뇌물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 시장의 구속 기소에 따라, 시장 구속 후 시장 직무대리 역할을 해왔던 문영준 동해부시장은 ‘시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연말연시 동해안 지자체장이 2명이나 구속되면서 행정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주민들이 보게 됐다.

지역사회에서는 민선 시장들의 연이은 사법 리스크로 시정 공백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억찬 강원경제인연합회장은 “새해부터 참담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며 “지역경제가 위기를 맡고 있는데 동해시정을 이끌 수장이 구속되며 동해삼척 수소특화단지 등 대형 국책사업에 차질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주민 피해


지역 정가 관계자는 “민생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지자체장의 공백은 지역경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이런 문제에 대해서 개인 또는 당 차원서 지역사회에 진정성 있는 사과의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무릉별유천지, 도째비골 전망대 조성 등 동해 관광 기반을 닦은 심 시장의 공적을 토대로 동정론이 일기도 했다. 역대 4명의 민선 시장 모두가 뇌물수수 등에 연루돼 시정이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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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