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건설사 M&A 잔혹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0.15 11: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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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씹어야 장수…급하게 먹으면 탈난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극동건설이 무너졌다. 웅진그룹도 나락에 빠졌다. 또 한번 건설사 M&A 잔혹사가 그려졌다. 워크아웃과 법정관리가 줄줄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LIG그룹, 효성그룹, 대한전선과 프라임그룹 등은 인수한 건설사를 토해내거나 그룹 자체가 휘청거리는 뒤탈을 겪고 있다.

극동건설이 지난달 25일 150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하면서 법정관리행이 결정됐다.

웅진그룹은 2007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시장 예측가격의 2배인 6600억원을 주고 극동건설을 사들였지만 건설업 불황으로 재무 구조가 악화됐다. 그룹 총수가 사재 출연을 하고 핵심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는 강수를 뒀지만 극동건설은 단 하루도 유동성 위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극동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 채무만도 3000억원에 육박한다. 극동건설은 지난해에만 2162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극동건설 법정관리
그룹 붕괴 후폭풍

이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그룹 성장동력으로 지정한 태양광 사업 계열사인 웅진 폴리실리콘을 추가로 매각해 유동성 위기를 면하려 했지만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여기에 최대 주주로서 1조839억원 상당의 연대보증 부담을 진 웅진홀딩스도 함께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 극동건설 하나에 웅진그룹 전체가 붕괴 위기에 직면한 모양새다.

2006년 6월 대우건설을 M&A한 금호사이아나그룹, 같은해 11월 건영을 매입한 LIG그룹, 2008년 초 진흥기업을 사들인 효성그룹, 비슷한 시기 남광토건을 인수한 대한전선, 동아건설을 인수한 프라임그룹 등도 웅진그룹과 비슷한 악재를 겪고 있다.


대우건설은 2005년 말 기준 자산규모 3조원, 순이익 3300억원의 우량기업이었다. 이런 대우건설 인수전에 금호아시아나, 두산, 유진, 삼환, 프라임산업 등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중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산업과 금호석유,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를 모두 끌어들였고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인수자금이 발목을 잡았다. 총 인수자금 6조4000억원 중 금호아시아나가 계열사 현금에다 보유자산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은 2조9000억원이었다. 나머지 3조5000억원은 산업은행 등 18개 금융기관에게 2009년 말 대우건설 주가가 3만2000원을 밑돌 경우 이 가격에 주식을 되사주기로 하는 풋백옵션을 약속하면서 차입했다.

2009년 말 당시 대우건설 주가는 1만2800원까지 떨어졌다. 금호산업은 3조5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일시에 상환해야 했고 결국 금호산업은 자본잠식 상태로 떨어지면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금호는 인수한 지 4년 만에 대우건설을 다시 내놨지만 아직까지도 채권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호 · LIG · 대한전선 · 효성 · 프라임 '건설 악몽'
웅진도 극동 인수로 궁지…성공사례 찾기 힘들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시공능력평가 1위를 달리던 대우건설은 2009년 현대건설에 1위 자리를 내줬고 지난해에는 업계 6위까지 밀렸다. 올해에는 3위권에 재진입했지만 시공능력평가에 2∼4년 전 실적과 수주상황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나온 성적이었다.

LIG그룹이 인수한 건영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파트 브랜드 '리가'로 잘 알려진 건영은 1989년 정부의 주택 200만 가구 건설사업에 힘입어 일산 등 신도시에서 대규모 아파트 시공에 나서면서 도급순위 30위권 안에 드는 대형 주택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주택경기 침체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자금난이 가중돼 1996년 1차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를 품에 안은 게 LIG그룹이었다.

LIG그룹에 인수된 건영은 2007년 10년 만에 법정관리에서 졸업하고 LIG건영이라는 명찰을 달았다.


2009년 LIG건설로 다시 이름을 바꾸고 토목 전문업체 SC한보건설을 인수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그러나 외형이 커진 만큼 부실도 커졌고 결국 법정관리 졸업 4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수도권 각지의 주택개발을 위해 총 8900억원 규모의 PF 사업을 벌였다가 주택 경기 침체로 착공도 못하고 대출 이자 등 금융비용만 늘어나게 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인수는 '승리'
실적은 '패배'

여기에 구자원 LIG그룹 회장 일가는 지난해 3월 LIG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백억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CP)를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등 각종 송사에도 휘말려 있다.

이명박 대통령 사돈기업이던 효성그룹도 진흥기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08년 진흥기업을 인수한 효성그룹은 당시 진흥기업에 40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지난해 5월 채권단과 워크아웃 협약을 맺었다.

2008년 남광토건을 인수한 대한전선 역시 건설·부동산기업에 4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지만 시너지 효과는커녕 그룹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프라임그룹이 인수한 동아건설 역시 모기업의 어려움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동반위기를 겪고 있다.

건설사를 인수한 중견·대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다른 사업을 하던 기업들이 건설업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뛰어든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웅진, LIG, 효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다 보니 어떤 방식으로 매출을 늘리고 사업을 해야하는지 감을 잡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불황기 어려움을 감당하지 못해 경영 실패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M&A 후 새롭게 영입된 사람들이 건설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해 무리하게 업무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건설산업이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건설산업
최악의 시기


2006년 이후 쏟아진 각종 부동산 규제와 2008년 금융위기 여파의 덫에 걸리면서 건설 공사 발주 물량이 급감했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의 경우 부동산 침체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공사 조달 자금 대부분을 대출과 분양대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실패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 특성상 시장변동요소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주 크다"며 "M&A를 위한 자산평가 과정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사업성을 철저히 검토한 뒤 인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 수주 규모는 2007년 128조원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지난해 111조원으로 축소됐다. 이중 공공발주 물량도 2009년 25조3000억원에서 올해 23조1000억원으로 역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M&A 시점을 잘못선택한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건설사 M&A가 활발하게 이뤄졌던 시점은 부동산 경기가 최대 호황을 보였던 2003∼2007년 사이다. 기업들은 부동산 경기 활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건설사를 사들였지만 예상과 달리 2007년 하반기부터 업황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큰 손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매물로 나와 있는 건설사들도 주인을 찾지 못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범양건영은 최근 M&A를 통한 회생계획을 추진했으나 채권자들의 반대로 부결,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이후 범양건영은 10년간의 회생계획 수행을 전제로 회생절차를 다시 신청, 지난 6월26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통보받았다.

법정관리 중인 신성건설의 경우 공식적으로만 3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아직까지 주인을 못 찾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초 실시한 본입찰에서 2개 업체가 참여했지만 주요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신성건설은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회사 상황이 악화됐다. 당시 미분양이 늘고 금융비용이 급증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냈다. 2009년부터 M&A를 추진했고 당시 대림디엔아이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지만 채권 변제율을 맞추지 못해 무산됐다.

이후에도 두 차례 더 매각을 진행했지만 관계인집회에서 인수가 무산되거나 입찰에 응찰한 투자자가 인수심사에 떨어져 번번이 실패했다.

워크아웃·법정관리 악순환 반복
속 타는 매물들 "제발 사가세요"

2009년 시공평가순위 58위에 오르기도 했던 성원건설은 무리한 해외사업 확장과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경영난에 봉착 2010년 결국 상장폐지 후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성원건설은 지난해 4월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받고 올 상반기 한 차례 M&A를 시도했지만 인수후보가 제시한 가격이 낮아 무산됐다.

성원건설은 전윤수 회장이 임금체불을 한 채 해외도피 중이고 큰딸은 회사 대출금 횡령으로 실형선고를 받은 가운데 지난 9일 다시 매물로 나온 상태다.

벽산건설은 공개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하고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비슷한 상황에 있던 풍림산업도 결국 법정관리행을 택했다. 우림건설 역시 공개 매각에 실패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덩치도 크고 안정적인 매물로 평가받던 쌍용건설도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0억원의 자금을 수혈 받아 유동성 압박에서 벗어나면서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쌍용건설의 매각은 불투명하다.

일단 쌍용건설을 매수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다. 쌍용건설 매각주체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1500억원 규모의 신주만 인수하면 경영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극동건설 법정관리 여파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쌍용건설의 몸값이 떨어져 헐값에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가운데 96%는 1년 내 M&A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굵직한 M&A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데다 최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고조되는 등 대내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에 주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장기적인 건설경기 침체로 자금력 있는 기업들이 선뜻 건설기업 인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M&A 실패가 거듭되면서 건설업의 리스크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건설사 M&A 이후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부정적 결과만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니다. '승자의 축복'으로 불리는 대표적 건설사가 바로 업계 1위 현대건설이다.

지난해 현대차 그룹에 인수된 현대건설은 든든한 측면지원을 받아 값진 결실을 올리고 있다.

현대건설 올해 1분기 실적은 연결재무 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 상승한 2조7056억원을 올렸으며 영업이익도 1532억원으로 7.4% 증가했다.

현대건설만
'승자의 축복'

특히 현대건설은 올해 안에 단일 업체로는 최초로 해외수주 누적액 900억달러라는 대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건설의 올 해외 수주 목표는 100억달러로 현재 싱가포르 주롱섬 앞바다 해저에 시공 중인 주롱 석유비축기지 공사와 도심 지하철 공사, 아시아스퀘어타워(Asia Square Tower), 파시르리스 콘도미니엄(Pasir Ris Condominium), 사우스비치(South Beach) 복합단지 개발공사 등 총 11건(39억달러)의 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한 현대건설은 올 들어 사우디 알 사나빌 380KV 변전소, 콜롬비아 베요 하수처리장, 사우디 마덴 알루미나 제련소 공사,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공사, 베네수엘라 정유공장 수주, 이번 싱가포르 복합개발 공사 수주로 8월 현재 총 56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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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흔드는 범야권 노림수

용산 흔드는 범야권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탄핵’이란 단어에 여의도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의원 개개인의 의견이라며 쉬쉬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공식 석상서도 제법 심심찮게 들려온다. 하지만 마음먹는 대로 대통령을 쉽게 끌어내릴 수는 없는 법. ‘윤석열 탄핵론’에 군불을 지피는 이들의 속내가 궁금하다. 지난달 22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식 석상서 ‘탄핵’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바로 다음 날이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왜 탄핵됐나”라며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그럼 특검 거부권을 행사하는 자는 더 큰 범인인가”라고 직격했다. 불붙은 탄핵론 이날 정 최고위원은 회의서 박 전 대통령의 헌재 탄핵 심판 결정문을 한 자씩 읽어내려갔다. 그는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문을 읽어보고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며 “특검법 거부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거부권으로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탄핵 열차’에 시동이 걸렸다는 평이 나온다. 여기에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인 ‘VIP 격노설’까지 불거지면서 화력이 더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정당들은 지난달 25일, 서울 도심에 모여 특검법 재의결을 촉구하는 대규모 장외 여론전을 펼쳤다. 이날 집회에는 시민단체와 민주당을 비롯한 ▲정의당 ▲새로운미래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야 7당이 자리했다. 개혁신당은 특별법 재의결에는 뜻을 함께했지만 시위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몇몇 발언자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공격 수위를 올렸다.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는 “해병대원 순직 사건을 대통령 탄핵 사건으로 키운 건 바로 윤 대통령 자신”이라며 “거부권의 사적 남용은 중대한 헌법 위반으로 탄핵 사유”라고 소리 높였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원내대표도 탄핵소추 의결에 관한 헌법 제65조를 설명하며 “윤 대통령이 직분을 남용해 수사외압을 행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통령 탄핵의 사유”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이 사건 은폐를 위해 수사에 개입하거나 외압을 행했을 거라는 주장만 난무하던 중 수사의 변곡점이 생겼다. 수사를 통해 윤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8월2일 개인 전화번호로 연달아 세 차례 전화 통화를 한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야권은 해당 통화로 인해 경찰에 이첩된 자료가 도로 회수되는 등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VIP 격노설의 핵심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녹취록과 전·현직 국방부 장관인 신원식-이종섭의 통화 기록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들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통화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중요한 시점에 대통령실과 여러 고위 관계자가 소통을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의구심이 커졌다. 윤 격노설부터 수사 외압까지 차곡차곡 쌓이는 탄핵 마일리지 VIP 격노설이 진실 공방으로 번지면서 민주당의 공세는 강해졌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탄핵만 답이다’라는 문장의 앞 글자를 딴 6행시를 지어 공개적으로 탄핵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은 “통화 사실이 윤 대통령의 운명을 어떻게 가를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수사외압 의혹 사건서 대통령의 격노설이 안개 속 의심이었다면, 대통령이 직접 국방부 장관과 세 차례 통화했다는 진실의 문은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태를 탄핵으로 이끈 건 태블릿PC였다. 이번에 밝혀진 용산 대통령실의 통화 사실이 제2의 태블릿PC가 될지 눈여겨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으로 일찌감치 윤 대통령 탄핵을 외치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역시 공세 수위를 바짝 올렸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한 방송을 통해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점점 쌓이고 있음을 새삼 확인하고 있다”며 “어느 쪽이 먼저 될지는 모르겠지만 탄핵과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 투트랙을 실제 성취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수사가 진행될수록 탄핵 요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집권 3년차도 되지 않아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던 시기가 오버랩된다. 국정운영이 서서히 마비되는 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3%p 하락한 21%로 집계됐다. 이는 윤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다. 반면 부정 평가는 전주 대비 3%p 늘어난 70%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30~40%대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임기 4년차 후반부에 들어 32%로 하락했으며 국정 농단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는 12%까지 떨어진 뒤 탄핵됐다. 또다시 2016?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어느 쪽도 아니다’는 4%, ‘모름·응답 거절’은 6%였다. 해당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 인터뷰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1.1%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김정숙 여사 특검법과 석유 매장으로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것 같은데 30%대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20%가 유지될 것이란 보장도 없다. 이미 하락세가 시작된 마당에 10%대로 주저앉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지지율이 10%대로 하락하면 ‘심리적 탄핵’ 사태까지 갈 수 있다는 게 야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때는 각 부처와 여당 등이 의욕을 잃고 국정운영에 대한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지난 4·10 총선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포함해 108석을 얻은 국민의힘은 22대 국회 개원 초반부터 단합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192석 범야권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끈끈한 결속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에서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워크숍에 참석해 “우리가 108석이라 소수정당이라고 하는데 굉장히 큰 숫자”라며 “우리는 여당 아닌가. 뒤에는 대통령이 계시고 옆에는 정부 모든 기구가 함께하기 때문에 강력한 정당이라는 생각을 하고 용기나 힘을 잃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 역시 워크숍에 참석해 “이제 지나간 건 다 잊어버리고 저도 여러분과 한몸으로 뼈가 빠지게 뛰겠다”며 직접 당을 격려했다. 정부여당이 단합을 강조하는 이유는 8석의 이탈표가 발생하면 100석인 탄핵 저지선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초선 의원이 합류한 국민의힘 내에서 당분간은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 아직은 당에 대한 충성심이 높고 당론을 따르려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용산발 리스크와 각종 특검법으로 악재가 겹쳐 단일대오가 무너질 가능성을 마냥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 국회에서는 18표의 이탈표가 관건이었지만 이번에는 고작 8표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8석을 지키기 위해 당 대표와 지도부가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낮은 지지율은 회복하고 결속력이 약한 당은 사기를 북돋우면 된다. 하지만 좁은 인재풀로 인한 ‘회전문 인사’ ‘구인난 여론’ 등은 국정운영의 실체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4월12일 국민의힘이 총선서 참패하자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주요 대통령실 인사가 국정 쇄신을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후임이 정해지지 않았다. 그 사이 열댓명에 달하는 후보군이 ‘차기 국무총리 기용설’ 등의 제목을 달고 보도됐지만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아 오히려 비선 라인 의혹이 불거졌다. 미끼를 위한 미끼 지난달 25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의 3비서관으로 발탁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른바 박근혜정부 시절 ‘문고리 3인방’의 중 한 명이 용산으로 합류하면서 여권조차 고개를 갸웃한 탓이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인사 배경에 역량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실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당이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그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결과를 놓고 평가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해당 인사를 두고 야권은 반발에 나섰다. 민주당은 “국정 농단 시즌2를 자인한 꼴”이라며 윤 대통령이 탄핵을 대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개혁신당은 “혹시 이번에는 기밀문서를 최순실이 아닌 여사님께 가져다드리는 역할이냐”며 “사람이 없으면, 공개채용을 하라”고 꼬집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번 인사를 두고 “용산이 드디어 갈 데까지 갔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대통령실은 자리를 내줘도 다들 고개를 ‘도리도리’하는 모양”이라며 “정권이 무너질 때 나타나는 초기 증상 같다. 같은 배를 탔다가 가라앉을까 봐 하나둘 발을 빼고 있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탄핵은 재적 의원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 65조에 따르면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 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 위원 등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탄핵은 단어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무게감을 준다. 그러나 탄핵이라는 단어가 주는 자극성에 일각서 주장하는 개헌 요구가 오히려 묻히고 있다. 더 나아가 “차라리 이승만 대통령처럼 하야하시라”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역시나 힘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범야권에선 금방이라도 끓어 넘칠 듯 탄핵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 탄핵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하나같이 “가능성이 낮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국민의 분노를 원동력 삼아 탄핵 여론에 군불을 땔 수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민생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탄핵을 밀어붙이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혁신당 조 대표는 JTBC <오대영 라이브>서 “현재로서는 탄핵 사유와 관련해 (증거가)부족한 점이 있다”면서도 “채 상병 건에 대해 공수처 수사와 특검이 발동돼 증거가 수집되면 헌법이 요구하고 있는 대통령 탄핵 사유의 요건을 충족할 날이 올 것”이라고 시사했다. 계속 거부권 행사하면… 지지율 10%대 하락하면… 범야권, 특히 혁신당은 탄핵과 대통령 임기 4년 중임제를 포함한 개헌 논의를 투트랙으로 가져가고 있다. 4년 중임제를 통해 윤 대통령의 임기를 1년 앞당기면 2026년에 지방선거과 대선을 동시에 치르게 돼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야권의 탄핵 카드는 4년 중임제를 이끌어내기 위한 미끼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통해 실질적인 탄핵을 노렸다는 것이다. 야권이 탄핵과 개헌 카드를 들고 협상에 나선다면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임기를 1년 단축하는 명예로운 방식을 택할 것이란 설명에서다. 차기 대선주자를 노리는 이들에게 있어 개헌 논의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서 이 대표를 언급하며 “이제는 아주 노골적으로 탄핵 바람 잡기에 앞장섰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병에 걸려도 아주 단단히 걸린 모양”이라며 “길거리로 나서 반정부 투쟁과 선동에만 몰두하며 이재명식 ‘조직 보스 정치’에 빠져 있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이상민 전 의원 역시 자신의 SNS에 단축 개헌론에 대해 “이 대표의 형사재판 진행을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대선 이후로 미뤄보겠다는 시커먼 속셈”이라고 직언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를 벗어나야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소 잦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 30%대는 결코 높은 숫자는 아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안정권으로 보기 때문이다. 신평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해 “바닥을 쳤고 서서히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커먼 속셈 반등의 기회 신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정숙 여사 특검법이 국민의힘 당론으로 정해지지 않더라도 점차 화력이 더해질 것”이라며 “특검법을 주장한 김민전 의원은 비대위의 수석 대변인이다. 당직자인 만큼 황우여 비대위원장하고 소통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황 비대위원장 체제서 당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점도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내다봤다 다만 ‘동해 석유 매장이 지지율 반등의 원인이 될 것으로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등을 근거로 들며 “큰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