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동훈 사살·정치인 납치설 전모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 “노상원 머리서 나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비상계엄 사태의 주축인 국군정보사령부의 여야 정치인 납치·사살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민간인 신분인 ‘정보사 OB’ 멤버들이 군 수뇌부를 좌지우지한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일요시사>는 복수의 전·현직 정보사 고위 관계자들과 접촉해 정보사가 어떤 일을 벌이려 했는지 들어봤다.

“한동훈 사살 시나리오는 노상원 머리서 나왔다.”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김어준씨가 주장했던 이른바 ‘썰’이 사실에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경찰이 확보한 노상원(육사 41기)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도 관련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사령관은 올해 초부터 수도권 안가서 수시로 정보사 간부들과 접촉했다. ‘햄버거 회동’ 전부터 계엄을 직접적으로 논의했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올 초부터
OB 회동

노 전 사령관을 주축으로 모인 정보사 전·현직 관계자들은 올해 초부터 정기적으로 수도권 여러 안가서 모였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 자리에는 노 전 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 군 정보·공작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은 회의서 언급된 내용을 정리해 수첩에 적은 이후 김용현(육사 38기)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했다.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음모론과 계엄에 필요한 군 병력 인원 등이 주된 논의 주제였다고 한다.

정보사 출신 한 관계자는 “수도권에만 수십개의 안가가 있다. 본부가 경기 남부지역으로 이전되기 전부터 문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에게 자신의 부하들을 소개하려는 단순한 자리였던 게 아니다. ‘계엄’ 필요성과 이후의 대비책이 여러 번 강조됐다”고 주장했다.


민간인인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과의 35년 인연을 이용해 정보사를 주물렀다. 20여년 전 김 전 장관이 박홍렬 전 육군참모총장의 비서실장이었을 당시 노 전 사령관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에 파견 근무 중이었다. 이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대북 관련 첩보를 제공하면서 수시로 통화하는 인연을 키웠다.

노 전 사령관이 박근혜정부 시절 경호실 군사관리관을 할 때, 경호실장이 박 전 총장이었고, 김 전 장관은 대통령 경호 업무와 밀접한 수도방위사령관이었다. 김 전 장관이 지난 9월 국방부 장관이 된 이후 인사와 작전에까지 그의 입김이 미쳤다는 게 복수의 정보사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18년 여군 성추행으로 불명예 전역한 이후 역술·무속 등에 종사했다. 연금을 박탈당해 자신과 알고 지낸 군 선·후배들에게 억울하다며 금전적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롯데리아 회동 전부터 수도권 안가서 모임
“노상원, 계엄 필요성 김용현에 수시로 알려”

한 군 관계자는 “군 내에서도 ‘노상원과 어울리지 말라’는 얘기는 파다했다. 본인이 주장하는 억울함을 인정받지 못하자 서서히 괴물이 됐다”고 했다.

그렇게 노 전 사령관은 ‘군 비선 실세’가 됐다. 군 및 정보사 전·현직 관계자들을 불러 모으는 등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김 전 장관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7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때 문 사령관이 경질되지 않은 이유도 노 전 사령관의 반대가 있었다.


정보사 관계자는 “국방부 정보사 혁신 회의 결과 문 사령관을 경질하자는 결과가 나왔으나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도 “문 사령관이 10월 정도에는 나갈 줄 알았다. 9월부터 유임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계엄 준비로 인해 문 사령관을 노 전 사령관이 지켰다고 본다. 노 전 사령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간부들은 대부분 모임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의 임기가 시작되자 노 전 사령관은 계엄판을 짜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성남시 판교 정보사 100여단(블랙요원 명단 유출 이전 900여단) 사무실인 B 연구원서 여러 차례 회의를 소집했다. 민간인이었던 노 전 사령관은 문 사령관으로부터 계엄에 필요한 인원과 앞으로의 계획을 보고 받고 김 전 장관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정보사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이 지휘할 수 있는 별동대를 꾸리려고 했다. 지난 1일과 3일 안산 롯데리아 회동 때 수사 2단이 그것”이라며 “단장을 포함해 60여명 정도를 지휘할 계획이었다. 여기엔 북파공작부대(HID)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속초에 있던 HID 부대원 등 7명은 지난 3일 밤 9시까지 판교로 집결했다.

이외에도 HID 부대원 여러명은 강원도 춘천을 거쳐 북한산 우이동 안가서 대기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계엄 유지됐다면 실행됐을 것…하고도 남을 사람"
성남시 판교 B 연구원 및 북한산 우이동서도 대기

수사2단은 1·2·3대로 나뉜다. 계엄 사태에 연루돼 업무가 배제된 김모 대령이 1대장을, 지난 1일 노 전 사령관과 햄버거집 회동을 한 정보사 김모·정모 대령이 각각 2·3대장을 맡는 것으로 계획됐다. 이 조직은 예비역인 노 전 사령관, 국방부 조사본부 출신으로 예비역인 김용군 전 대령이 실질적으로 지휘하려 했다.

이들의 주임무는 선관위 서버 탈취와 선관위 직원 납치·감금·심문이었다. 정 대령은 앞선 조사에서 선관위 장악을 위해 직원들을 케이블타이, 두건, 마스크 등을 사용해 무력 통제한 뒤 특정 장소에 감금하는 방안을 노 전 사령관, 문 사령관 등과 함께 준비했다고 진술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정보사 전·현직 고위 관계자들은 김씨가 주장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사살과 야권 중진 의원들 납치설이 거짓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문 사령관은 공작 비전문가로 과감하지 못하다. 한 전 대표 사살을 포함해 정치인 납치 논의는 노 전 사령관만이 계획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그의 머리서 나온 것”이라며 “국회 차원서 계엄이 해제되지 못했다면 실행 가능성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여러 시나리오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언급했다.

실제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서 “(노 전 사령관의)수첩에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등에 대해 수거 대상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사살이라는 표현이 있었느냐, 사실에 부합하느냐”는 민주당 윤건영 의원 질문에 “사실에 부합한다”고 답변했다.


사살·납치
음모론 실체

경찰은 실제 관련 계획이 이행되려 했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노 전 사령관이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이 확보한 손바닥 크기의 60~70페이지 분량의 이른바 노 전 사령관 ‘계엄 수첩’에는 ‘NLL서 북의 공격을 유도’ ‘국회 봉쇄’ 등의 표현도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음모론’이 언급됐을 때 다들 노 전 사령관의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계엄이 유지됐다면 실행하고도 남았을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