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대담> 김소연 변호사가 밝힌 명태균과 갈라선 이유

“주호영·반기문·김무성도 접촉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정치팀] 오혁진·박희영 기자 = 김소연 변호사가 공천 개입·여론조작 논란의 중심에 선 명태균씨의 변호를 포기했다. 사건을 맡은 지 2주 만이다. 김 변호사가 사건을 맡았을 때 “갑자기 왜?”라며 여러 추측이 나돌았다. 사임하게 됐을 당시에도 마찬가지다. 김 변호사는 명씨가 아무런 이유 없이 ‘언론사 공격’을 요청했다고 했다. 명씨와 결별한 김 변호사는 <일요시사>와 만나 사임한 배경에 대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핵심은 여론조사 조작이다. 돌풍이 될 것이다.” 명태균씨 변호를 맡았던 김소연 변호사의 말이다. 여론조작은 명백한 혐의점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명씨의 밀접한 관계가 최근까지 지속됐다고 주장한다. “<뉴스토마토>를 공격해 달라”는 명씨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게 이유다.

이준석과
물밑 거래?

김 변호사는 명씨의 사건을 맡은 지 2주 만에 변호인단서 사임했다. 그는 “명씨와 그의 가족, 그리고 지인들도 저한테 많이 의존하고 있었다.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갑작스럽게 ‘<뉴스토마토>를 공격해 달라’ 그랬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명씨는 ‘자기 계획이 있다’고 거듭 말했는데, 나한테는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보도하고 집중적으로 취재하고 있는 <뉴스토마토>를 공격해 ‘입 다물게 해 달라’는 요청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의 비밀 유지의무나 여러 가지 윤리 규정으로 묶어놓겠다는 뜻으로 보였다”며 “‘난 그런 건 못한다. 감당하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전했다”고 했다.


상황을 종합한 결과 김 변호사는 명씨가 여전히 이 의원과의 ‘밀월 관계’를 유지 중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명씨가 김 의원과 수년간 깊은 친분을 유지해 왔다. 확인되진 않았으나 명씨가 갖고 있던 4개의 휴대전화 중에서 이 의원과 연락할 때 쓰던 휴대전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독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언론사 기사를 보면 검찰발은 결코 아니다. 명씨를 통해야만 알 수 있는 내용이 상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의원 측이 명씨 가족에게 접근한 적이 있는데 ‘물밑 거래’를 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 이로 인해 명씨가 나에게 <뉴스토마토>를 공격해 달라고 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법무법인 충정의 김연기 변호사가 등장하면서 사건의 흐름이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김연기 변호사는 이 의원의 선임서를 제출한 인물이다. 그는 명씨의 가족을 만나 “(명씨에게)변호인을 보낼 테니 그 사람 말을 들으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가 구속 상태서도 이 의원과 소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진흙탕 싸움 속에서도 명씨와 이 의원의 계속해서 접촉하는 이유는 ‘대권 플랜’ 때문이라는 게 김소연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는 명씨와 이 의원, 그리고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등 수지타산이 맞는 사람들이 대권 준비 밑그림을 그리면서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고 보고 있다.

2주 만 갑자기 사임 내막 들어보니…
“언론사 공격 제안해 변호 포기했다”


김 변호사는 “명씨는 ‘그림자’로서 정치 판세를 읽고 분석한 뒤 자신이 내세운 인물이 당선되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여기서 핵심은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중임제 개헌이다. 4년 중임제 개헌을 통해 2026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동시에 치르자는 게 범야권의 공통된 목소리였지만, 지난 7월 이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복잡하게 패스트트랙과 거부권으로 극한 대립하며 생산성 없는 정치하지 말고 임기 단축 개헌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만 39세인 이 의원은 2년 뒤인 2026년, 대선 출마 자격인 만 40세를 넘는다. 따라서 명씨는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사이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이 의원을 후보로 세워 ‘이준석 대통령’을 필두로 8년 집권을 노렸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명씨의 말에 곧잘 순응하는 반면 윤 대통령은 통제가 어렵다는 점 역시 이런 내용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지난달 27일 명씨의 공천 개입·여론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당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왜곡된 여론조사를 공표했다는 의혹에서다.

윤 대통령 부부가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로부터 3억75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하게 했다는 의혹도 있다.

당초 명씨의 구속 기간은 지난달 23일 만료 예정이었으나, 검찰은 기간을 한 차례 연장했다.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피의자를 구속한 이후 10일 이내 공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하지만, 수사를 계속해야 하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10일을 초과하지 않은 범위 내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검찰은 오는 3일까지 명씨를 기소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

대통령·여사
공천 개입은…

김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여론조작은 혐의점이 뚜렷해 보인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한다면 역사에 남을 만큼 중범죄라는 게 드러날 것이라고 본다”며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에 언급된 인물 중(누군가의) 범죄 혐의가 드러난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당연히 모두 처벌받아야 한다. 사실로 밝혀지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국민의힘 당사를 압수수색한 건 명씨의 혐의인 공천 개입 및 정치자금법 위반보다는 여론조작 의혹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명씨와 김 전 의원,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 등을 모두 공범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명씨를 국민의힘 당 대표, 대통령 후보 등에게 소개했다. 지방선거서 공천을 받고 싶어하는 사업가들을 명씨와 함께 만나 공천 관련 신빙성을 높이는 등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방선거 당시 예비후보자 배모씨와 이모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명씨나 김 전 의원, 김 전 소장 측에 공천 청탁을 위해 1억2000만원씩 돈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이씨의 경우 “공천을 대가로 명씨 측에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가 대질 신문이 이뤄지자, “차용금으로 준 것”이라며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은 이들 외에도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로부터 “명씨의 공천 장사가 더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다른 여죄 혐의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는 여론조작 수사보다 더디다. 검찰은 최근 대통령실 6급 행정요원인 조씨를 불러 조사했으나 이렇다 할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조씨는 2021년 미래한국연구소서 연구위원으로 4개월가량 근무하고 나서 지난 2022년 윤석열 캠프를 거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실무위원으로 일했다.

대권 플랜
현재진행형?

약 5개월 전부터는 용산 대통령실 6급 행정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앞서 강씨 측이 공개한 미래한국연구소 ‘4대 사회보험 사업장 가입자 명부’에는 실제 조씨 이름이 올라 있기도 했다.

강씨는 “경북 안동 지역 재력가 A씨가 아들 조씨 채용을 명씨에게 부탁하고 그 대가로 돈이 오간 것으로 안다”며 “2021년 7월 경북 지역 사업가 B씨가 미래한국연구소에 2억원을 빌려줬는데 이 중 1억원은 A씨가 아들 취업 청탁을 위해 B씨에게 준 돈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는 향후 여권을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사건의 곁가지가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형국이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서울시장 선거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시행하고, 오 시장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서 오 시장 측 지인으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씨가 명씨 측에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오 시장은 “중앙 정계 진출을 꿈꿨던 명씨가 우리 캠프서 여론조사를 거절당하자 악담을 하는 것”이라며 “당시 캠프 관계자에게 욕설하고 얼굴을 붉히며 헤어졌다고 한다. 이후 만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명씨와 강씨 등 통화 녹취를 추가 공개하면서 서울 서초갑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녹취록서 명씨는 지난 2022년 2월8일 강씨에게 “(경선서 조은희 후보가)과반이 안 넘을 테니 결선투표에 갈 것”이라며 “그러니까 설문지에 조은희-이혜훈 1:1 결선 문항을 추가하라. 나중에 문제없겠나”라고 말했다.

같은 날 명씨가 강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조사 중단을 지시하는 녹취도 있었다.

또 명씨는 2022년 6월에는 지인과 통화 중 “(조은희는)알잖아, 1년 반 전(부터)나를 봤으니까”라며 “‘저 조은희도, 김영선도 만들어 주셨으니 명 대표님은 영남의 황태자’(라고 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론조작 혐의 뚜렷해 보여”
여권 전반 파장 예고

김 변호사는 “‘명태균 리스트’에 언급된 인물 중 몇몇은 실제 명씨가 만났던 사람들이다. 지난 2020년 말부터 국민의힘 주호영 전 원내대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김 전 위원장, 김무성 전 의원, 오 시장 등 웬만한 보수 원로와 중진들은 다 만났다”면서도 “대부분 김 전 의원의 매개로 만남이 이뤄졌다. 하지만 미팅 한두 번 했다고 해서 밀접한 관계라고 볼 수는 없는 일”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명씨가 같은 당 김웅 전 의원도 컨택하려 했는데 불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여론조작과 관련해서 검찰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명씨가 조사받을 당시 검찰이 명씨에게 정치인들과의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핵심적인 진술과 정황을 포착했기에 국민의힘 당사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라며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적 자금 흐름에 대해서는 이미 수사가 마무리된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명씨는 김 전 의원과 함께 주 전 원내대표를 만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명씨가 함성득 교수에게)‘어떻게 알게 됐냐’고 물었더니 함 교수가 ‘6월11일 전당대회 다음 날(6월12일) 주호영 캠프 해단식에 갔었는데 그때 주 의원이 ‘내가 명태균 때문에 졌다’고 거품을 물어 명태균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어 “명씨가 주 전 원내대표에게 ‘당 대표 만들어주겠다’고 세 번을 제안했으나 주 전 원내대표가 전부 거절했다. 특히 주 전 원내대표는 해단식을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여전히 사건의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는 명씨의 ‘황금폰’을 찾아 헤매고 있다.

김 변호사는 “변호인단이나 명씨는 황금폰이라는 단어를 쓴 적이 없다. 과거 대통령 선거철일 때 사용했던 핸드폰을 의미하는 것 같다”며 “야권에서는 명씨의 휴대전화 4개 중에서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텔레그램 대화나 녹취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데 더는 나올 게 없다. 용산도 비슷한 분위기로 알고 있다”고 설명헀다.

황금폰
어딨나

아울러 “한 언론 보도서 명씨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 보도된 적이 있다. 변호인들도 유출한 적이 없어서 검찰서 흘렸을 거라고 의심했으나 확인해보니 아니었다. 명씨가 선불 휴대전화로 외부인과 여러 번 연락을 취한 적이 있는데, 이 의원과 최근까지 연락해 정보를 흘리지 않았을까 감히 추측한다. 명씨가 갖고 있던 다른 기기들도 이 의원이 소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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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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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