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대담> 김소연 변호사가 밝힌 명태균과 갈라선 이유

“주호영·반기문·김무성도 접촉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정치팀] 오혁진·박희영 기자 = 김소연 변호사가 공천 개입·여론조작 논란의 중심에 선 명태균씨의 변호를 포기했다. 사건을 맡은 지 2주 만이다. 김 변호사가 사건을 맡았을 때 “갑자기 왜?”라며 여러 추측이 나돌았다. 사임하게 됐을 당시에도 마찬가지다. 김 변호사는 명씨가 아무런 이유 없이 ‘언론사 공격’을 요청했다고 했다. 명씨와 결별한 김 변호사는 <일요시사>와 만나 사임한 배경에 대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핵심은 여론조사 조작이다. 돌풍이 될 것이다.” 명태균씨 변호를 맡았던 김소연 변호사의 말이다. 여론조작은 명백한 혐의점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명씨의 밀접한 관계가 최근까지 지속됐다고 주장한다. “<뉴스토마토>를 공격해 달라”는 명씨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게 이유다.

이준석과
물밑 거래?

김 변호사는 명씨의 사건을 맡은 지 2주 만에 변호인단서 사임했다. 그는 “명씨와 그의 가족, 그리고 지인들도 저한테 많이 의존하고 있었다.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갑작스럽게 ‘<뉴스토마토>를 공격해 달라’ 그랬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명씨는 ‘자기 계획이 있다’고 거듭 말했는데, 나한테는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보도하고 집중적으로 취재하고 있는 <뉴스토마토>를 공격해 ‘입 다물게 해 달라’는 요청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의 비밀 유지의무나 여러 가지 윤리 규정으로 묶어놓겠다는 뜻으로 보였다”며 “‘난 그런 건 못한다. 감당하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전했다”고 했다.


상황을 종합한 결과 김 변호사는 명씨가 여전히 이 의원과의 ‘밀월 관계’를 유지 중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명씨가 김 의원과 수년간 깊은 친분을 유지해 왔다. 확인되진 않았으나 명씨가 갖고 있던 4개의 휴대전화 중에서 이 의원과 연락할 때 쓰던 휴대전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독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언론사 기사를 보면 검찰발은 결코 아니다. 명씨를 통해야만 알 수 있는 내용이 상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의원 측이 명씨 가족에게 접근한 적이 있는데 ‘물밑 거래’를 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 이로 인해 명씨가 나에게 <뉴스토마토>를 공격해 달라고 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법무법인 충정의 김연기 변호사가 등장하면서 사건의 흐름이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김연기 변호사는 이 의원의 선임서를 제출한 인물이다. 그는 명씨의 가족을 만나 “(명씨에게)변호인을 보낼 테니 그 사람 말을 들으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가 구속 상태서도 이 의원과 소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진흙탕 싸움 속에서도 명씨와 이 의원의 계속해서 접촉하는 이유는 ‘대권 플랜’ 때문이라는 게 김소연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는 명씨와 이 의원, 그리고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등 수지타산이 맞는 사람들이 대권 준비 밑그림을 그리면서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고 보고 있다.

2주 만 갑자기 사임 내막 들어보니…
“언론사 공격 제안해 변호 포기했다”


김 변호사는 “명씨는 ‘그림자’로서 정치 판세를 읽고 분석한 뒤 자신이 내세운 인물이 당선되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여기서 핵심은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중임제 개헌이다. 4년 중임제 개헌을 통해 2026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동시에 치르자는 게 범야권의 공통된 목소리였지만, 지난 7월 이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복잡하게 패스트트랙과 거부권으로 극한 대립하며 생산성 없는 정치하지 말고 임기 단축 개헌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만 39세인 이 의원은 2년 뒤인 2026년, 대선 출마 자격인 만 40세를 넘는다. 따라서 명씨는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사이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이 의원을 후보로 세워 ‘이준석 대통령’을 필두로 8년 집권을 노렸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명씨의 말에 곧잘 순응하는 반면 윤 대통령은 통제가 어렵다는 점 역시 이런 내용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지난달 27일 명씨의 공천 개입·여론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당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왜곡된 여론조사를 공표했다는 의혹에서다.

윤 대통령 부부가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로부터 3억75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하게 했다는 의혹도 있다.

당초 명씨의 구속 기간은 지난달 23일 만료 예정이었으나, 검찰은 기간을 한 차례 연장했다.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피의자를 구속한 이후 10일 이내 공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하지만, 수사를 계속해야 하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10일을 초과하지 않은 범위 내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검찰은 오는 3일까지 명씨를 기소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

대통령·여사
공천 개입은…

김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여론조작은 혐의점이 뚜렷해 보인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한다면 역사에 남을 만큼 중범죄라는 게 드러날 것이라고 본다”며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에 언급된 인물 중(누군가의) 범죄 혐의가 드러난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당연히 모두 처벌받아야 한다. 사실로 밝혀지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국민의힘 당사를 압수수색한 건 명씨의 혐의인 공천 개입 및 정치자금법 위반보다는 여론조작 의혹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명씨와 김 전 의원,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 등을 모두 공범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명씨를 국민의힘 당 대표, 대통령 후보 등에게 소개했다. 지방선거서 공천을 받고 싶어하는 사업가들을 명씨와 함께 만나 공천 관련 신빙성을 높이는 등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방선거 당시 예비후보자 배모씨와 이모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명씨나 김 전 의원, 김 전 소장 측에 공천 청탁을 위해 1억2000만원씩 돈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이씨의 경우 “공천을 대가로 명씨 측에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가 대질 신문이 이뤄지자, “차용금으로 준 것”이라며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은 이들 외에도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로부터 “명씨의 공천 장사가 더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다른 여죄 혐의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는 여론조작 수사보다 더디다. 검찰은 최근 대통령실 6급 행정요원인 조씨를 불러 조사했으나 이렇다 할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조씨는 2021년 미래한국연구소서 연구위원으로 4개월가량 근무하고 나서 지난 2022년 윤석열 캠프를 거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실무위원으로 일했다.

대권 플랜
현재진행형?

약 5개월 전부터는 용산 대통령실 6급 행정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앞서 강씨 측이 공개한 미래한국연구소 ‘4대 사회보험 사업장 가입자 명부’에는 실제 조씨 이름이 올라 있기도 했다.

강씨는 “경북 안동 지역 재력가 A씨가 아들 조씨 채용을 명씨에게 부탁하고 그 대가로 돈이 오간 것으로 안다”며 “2021년 7월 경북 지역 사업가 B씨가 미래한국연구소에 2억원을 빌려줬는데 이 중 1억원은 A씨가 아들 취업 청탁을 위해 B씨에게 준 돈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는 향후 여권을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사건의 곁가지가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형국이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서울시장 선거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시행하고, 오 시장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서 오 시장 측 지인으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씨가 명씨 측에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오 시장은 “중앙 정계 진출을 꿈꿨던 명씨가 우리 캠프서 여론조사를 거절당하자 악담을 하는 것”이라며 “당시 캠프 관계자에게 욕설하고 얼굴을 붉히며 헤어졌다고 한다. 이후 만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명씨와 강씨 등 통화 녹취를 추가 공개하면서 서울 서초갑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녹취록서 명씨는 지난 2022년 2월8일 강씨에게 “(경선서 조은희 후보가)과반이 안 넘을 테니 결선투표에 갈 것”이라며 “그러니까 설문지에 조은희-이혜훈 1:1 결선 문항을 추가하라. 나중에 문제없겠나”라고 말했다.

같은 날 명씨가 강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조사 중단을 지시하는 녹취도 있었다.

또 명씨는 2022년 6월에는 지인과 통화 중 “(조은희는)알잖아, 1년 반 전(부터)나를 봤으니까”라며 “‘저 조은희도, 김영선도 만들어 주셨으니 명 대표님은 영남의 황태자’(라고 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론조작 혐의 뚜렷해 보여”
여권 전반 파장 예고

김 변호사는 “‘명태균 리스트’에 언급된 인물 중 몇몇은 실제 명씨가 만났던 사람들이다. 지난 2020년 말부터 국민의힘 주호영 전 원내대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김 전 위원장, 김무성 전 의원, 오 시장 등 웬만한 보수 원로와 중진들은 다 만났다”면서도 “대부분 김 전 의원의 매개로 만남이 이뤄졌다. 하지만 미팅 한두 번 했다고 해서 밀접한 관계라고 볼 수는 없는 일”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명씨가 같은 당 김웅 전 의원도 컨택하려 했는데 불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여론조작과 관련해서 검찰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명씨가 조사받을 당시 검찰이 명씨에게 정치인들과의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핵심적인 진술과 정황을 포착했기에 국민의힘 당사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라며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적 자금 흐름에 대해서는 이미 수사가 마무리된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명씨는 김 전 의원과 함께 주 전 원내대표를 만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명씨가 함성득 교수에게)‘어떻게 알게 됐냐’고 물었더니 함 교수가 ‘6월11일 전당대회 다음 날(6월12일) 주호영 캠프 해단식에 갔었는데 그때 주 의원이 ‘내가 명태균 때문에 졌다’고 거품을 물어 명태균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어 “명씨가 주 전 원내대표에게 ‘당 대표 만들어주겠다’고 세 번을 제안했으나 주 전 원내대표가 전부 거절했다. 특히 주 전 원내대표는 해단식을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여전히 사건의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는 명씨의 ‘황금폰’을 찾아 헤매고 있다.

김 변호사는 “변호인단이나 명씨는 황금폰이라는 단어를 쓴 적이 없다. 과거 대통령 선거철일 때 사용했던 핸드폰을 의미하는 것 같다”며 “야권에서는 명씨의 휴대전화 4개 중에서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텔레그램 대화나 녹취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데 더는 나올 게 없다. 용산도 비슷한 분위기로 알고 있다”고 설명헀다.

황금폰
어딨나

아울러 “한 언론 보도서 명씨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 보도된 적이 있다. 변호인들도 유출한 적이 없어서 검찰서 흘렸을 거라고 의심했으나 확인해보니 아니었다. 명씨가 선불 휴대전화로 외부인과 여러 번 연락을 취한 적이 있는데, 이 의원과 최근까지 연락해 정보를 흘리지 않았을까 감히 추측한다. 명씨가 갖고 있던 다른 기기들도 이 의원이 소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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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