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에게 떨어진 ‘명태균 폭탄’ 막전막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2.02 11:20:42
  • 호수 1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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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고 하기엔…드러나는 정황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명태균 게이트의 여파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로 번졌다. 명태균씨에게 후원자가 돈을 송금한 정황까지 드러나는 등 가장 구체적인 의혹이 되고 있다. 오 시장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흐름에 따라, 오 시장에겐 ‘잠깐 시끄러웠던 겨울’과 ‘유난히 추운 겨울’이 교차할 수도 있다.

‘명태균 게이트’ 핵심 제보자 강혜경씨가 “명태균씨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인으로부터 약 1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강씨를 변호하는 노영희 변호사는 지난달 22일 “강씨가 2021년 2~3월 오 시장의 측근 재력가 김한정씨로부터 3300만원을 송금받는 등 총 약 1억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장 경선
무슨 일이?

강씨 주장에 따르면, 1억원의 명목은 여론조사 비용이다. 강씨와 명씨는 전날(지난달 21일) “오 시장 측에 여론조사와 로우 데이터(미가공 자료)를 제공하고, 김씨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김씨로부터 받은 돈의 송금명세도 함께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강씨에게 지난 2021년 2월1일 1000만원을 송금하는 등 같은 해 3월26일까지 5회에 걸쳐 총 3300만원을 송금했다. 그 중 4회는 오 시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당시 서울시장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의 단일화 이전에 송금됐고, 1회는 후보단일화 이후 송금됐다.

노 변호사는 “오 시장을 포함한 국민의힘 관련자들의 여론조사에 대한 증거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고, 소상히 진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을 향한 강씨의 진술은 언론 인터뷰서도 이어졌다. 강씨는 지난달 20일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서 “명씨는 오 시장 관련 비공개 여론조사를 13회 실시했고, 조사마다 로우 데이터 파일을 별도 작성했다”며 “명씨가 오 시장 측에 전달하기 위해 로우 데이터 파일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의혹이 불거진 초반 “무보수로 오 시장의 선거를 도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속 전인 10월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선 “(나를)먼지털이하려고 준 돈”이라면서 입장을 번복했다. 먼지털이는 관계 정리를 말한다. 명씨는 당시 “오 시장이 당선 후 돈 몇 푼 주고 ‘저거 보내라’는 취지로 김씨를 보냈다”면서 오 시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오 시장 측과 김씨는 명씨와 강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김씨는 명씨에게 돈을 준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오 시장 측은 “돈이 전달됐더라도 김씨 개인의 사정일 뿐,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는 “김씨와 아는 사이인 것은 맞다”면서도 “김씨가 무슨 이유로 돈거래를 했는지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여론조사 자료 등을 받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보궐선거 이후 오 시장의 여러 측근과 함께 지난 2022년 2월 사단법인 공정과상생학교를 설립했다. 이 단체엔 오 시장의 측근들이 이사로 등재됐고, 출범식엔 오 시장도 참석했다.

이 특보는 “포럼을 하는 단체로 설립한다고 해서 오 시장도 잠시 참석했다”며 “단체가 너무 김씨 위주로 돌아가는 등 김씨가 과하게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여 바로 활동 중단을 요청했고, 오 시장과 주변 이사들 모두 단체와 관계를 끊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도 지난달 26일 서울시청서 진행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 기자 설명회서 “수많은 후원자 중 한 분”이라며 “저와 인연을 맺어 이득을 염두에 두고 후원하는 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난 10월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명씨는 주진우 <시사IN> 편집위원을 만나 “오세훈은 4번이나 나한테 ‘살려달라’면서 울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지난 10월3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서 공개됐다.


1억원 정체? 후원자 혼자 송금?
스폰서 대납? 검찰 수사 이어지나

지난 10월9일 채널A 인터뷰에선 “오 시장을 만나자마자 ‘시장 할래요? 대통령 할래요?’라고 물었고, 이게 내 첫 마디였다”며 “오 시장은 나한테 말도 똑바로 못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강씨와 김씨의 통화 녹음서도 이 정황이 언급된다. 김씨는 이 상황을 강씨에게 설명하면서 “오 시장이 ‘만나보라’고 권해서 내가 명씨를 만났고, 이 때문에 명씨에게 엮인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 10월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울음 운운하는 것은 가소로운 주장이고, 한낱 정치 장사꾼 앞서 읍소한다는 설정 자체가 난센스”라며 “김영선 전 의원이 강하게 요청해서 명씨를 만나보긴 했지만, 이상하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어 관계를 단절했다”고 반박했다.

다음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서도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으로부터 “명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의향은 있느냐”는 질의를 받자, 오 시장은 “고소장은 써 놨다”고 답변했다. 어떤 연유인지 오 시장은 “써 놨다”던 고소장을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다.

명씨 관련 의혹은 강씨의 폭로와 맞물려 더욱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명씨의 변호인이었다가 사임한 김소연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명씨의 오 시장 관련 검찰 진술을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명씨는 국민의힘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오 시장과 안 후보의 단일화 협상 전략을 조언했다”며 “명씨는 오 시장에 대해 ‘머리가 나빠 말이 안 통한다’고 김 위원장에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과 명씨가 함께 찍은 제주도 사진과 관련해, 명씨는 “김 위원장과 함께 가서 사진을 찍은 그 별장은 김씨 소유고, 김씨는 오 시장의 후원회장”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명씨가 ‘오 시장이 제일 양아치’라면서 굉장히 분개했고, 처음 만난 날부터 심하게 분개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를 통해 돈 봉투를 보내면서 ‘먹고 떨어지라’는 식으로 고생한 자기들을 굉장히 안 좋게 취급했다면서 화를 냈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의 스폰서’라는 딱지를 달고 정체가 드러난 김씨에게서 지난 9월부터 물밑서 오 시장을 방어하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강씨는 김씨가 자신을 회유하려고 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강씨의 주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9월 강씨를 접촉해 “강 실장만 덮으면 되네. 명태균을 죽여야지, 우리가 국민의힘까지 죽일 순 없잖느냐”면서 사건 무마를 시도했다. 이어 “명태균에게 한 10억씩 주든지, 너 혼자 뒤집어쓰라, 감옥 가든 간에”라고 말했다. 

김씨도 반격에 나섰다. 김씨는 지난달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서 “강씨가 지난 10월28일 갑자기 ‘1000만원을 빌려달라’면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강씨에게 전화해 ‘돈도 없고, 오해를 살 수 있어 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를 거절하자, 강씨가 오 시장 관련 폭로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연락이 협박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유리하게
여론조사?


오 시장도 반격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15일 서울시의회 정례회서 관련 질의가 들어오자 “김 전 의원 주선으로 처음 만난 이후로는 어떻게 만났는지 정확히 기억할 순 없다”면서도 “명씨와는 더는 인연을 계속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돼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명씨는 참모들과도 의견이 안 맞아 격렬하게 다퉜다”며 “사이가 멀어진 이후엔 완전히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0년 10월16일 <주간조선> 여론조사를 인용하면서 “자신은 다른 경쟁자들보다 이미 앞선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기자 설명회에선 명씨와 왜 다퉜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오 시장에 따르면, 오 시장 측은 명씨와의 두 번째 만남서 “도대체 형식과 격식이 맞지 않는다”는 등 명씨의 여론조사 방법을 지적했다. 당시 욕설에 가까운 갈등과 싸움이 일어났으며 얼굴을 붉히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상태로 헤어졌다. 오 시장은 “나중에 보고만 받고 잊어버렸다”며 “그 이후로 한 번도 명씨를 신경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가 강씨에게 3300만원을 송금한 정황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알 리도 없고,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언론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강조했다. 김씨와의 친분에 대해서도 “1년에 두세 번 보는 관계고, 개인적인 만남이라기보다 각종 행사서 만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수사기관서 통화기록 등을 어차피 가져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명씨가 표본을 조작한 여론조사가 경선에 반영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선거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이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공교롭게도 두 선거 모두 출마했다가 패배했다. 나 의원은 지난 10월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의문을 제기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레이스 초반 여론조사 압도적 1위, 1차 경선서 압도적 1위였던 내가 결국 압도적으로 패했다”며 “오세훈 후보와의 2차 경선은 느닷없는 여론조사 100%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여론조사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삽입하기는커녕, 민주당 지지자들의 응답 유도를 위해 국민의힘 여론조사라는 것을 모두 조항에 언급하지도 않은 여론조사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준석 후보와의 당 대표 경선에서는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전당대회 초반에 역시 여유 있는 1위였는데, 명씨와 관련된 여론조사 기관이 7번이나 전당대회 여론조사를 했다”고 성토했다. 그러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부정선거론자가 되는 초기 증세”라며 “전당대회서 지고 3년 동안 얼마나 이런 소리 하고 싶으셨겠느냐”고 면박을 줬다.

“강씨가 요구”
김씨의 반격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규칙은 지난 2021년 1월 공천관리위원회에 의해 결정됐다. 당시 경선은 예비경선과 본경선 등 2단계로 진행됐다. 예비경선서는 당원투표 20%와 시민여론조사 80% 비율로 본경선 진출자가 결정됐고, 본경선은 시민 여론조사 100%로 진행됐다.

경선준비위원회는 원래 예비경선서 시민 여론조사 100%로 본경선 진출자를 추리고, 본경선서 당원투표 20%와 시민 여론조사 80% 비율로 진행해 후보를 선출하려고 했다.

공천관리위는 “당 밖 야권 후보들이 당내에 들어와 경선을 치를 수 있도록 유인하겠다”는 취지서 경선 규칙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시키려는 취지였다.

당시 나 후보는 강하게 반발했다. 나 후보는 공천관리위가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 “유불리를 떠나,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며 “야권을 지지하거나 당원인 분들에 의해, 적어도 여권 지지자는 아닌 분들에 의해 선출돼야 야권 후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 지지자들이 국민의힘 경선에 난입해 역선택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오 후보는 “그에 대한 논의는 이미 늦었고, 민주주의에 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후보 4명은 오 후보·나 후보·조은희 후보·오신환 후보였다. 예비경선 전체 결과서는 나 후보가 오 후보를 압도적으로 앞섰지만, 여론조사에선 오 후보가 나 후보를 근소하게 앞섰다. 나 후보가 당원투표서 압도적으로 앞섰던 것의 영향으로, 나 후보는 예비경선 전체 결과서는 1위였다.

나 후보는 본경선서도 100% 여론조사로 진행되는 경선 규칙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나 후보가 특히 반발했던 부분은 “국민의힘 후보로 누구를 뽑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없음·모름·무응답’을 고른 응답자를 대상으로 “그래도 어느 후보가 나서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좋다고 보느냐”고 다시 묻는 조항이었다.

이를 놓고 나 후보는 “이 문항이 왜곡을 불러온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 측은 여론조사 문항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이 주관한 ‘맞수 토론’ 평가단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먼지 털기” VS “오와 무관”
경선 진 나경원 리스트 포함?

오 후보는 “토론평가단은 100% 당협위원장 추천을 받아 구성됐다”면서 ‘즉시 해체’를 요구했다. 서로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오 후보는 41.64%를 득표했고, 나 후보는 36.31%를 득표했다. 오 후보의 본경선 승리를 놓고 “예상을 깬 승리”라는 일각의 평가가 있었다.

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도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론조사는 서울 거주자 3200명을 대상으로 100%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구체적으로는 2개의 여론조사 기관이 각각 1600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진행한 후 합산했다.

조사 예정 기간은 이틀이었지만, 응답자 수가 빨리 채워져 하루 만에 끝났다. 국민의힘은 고령층 유권자의 답변을 의식한 듯 유선전화 방식을 약 5~10% 포함하는 안을 주장했지만, 국민의당은 이를 거절했다. 국민의힘이 국민의당의 요구를 최종 수용하면서 100%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단일화 여론조사 이전 언론사들이 진행했던 여론조사에선 두 후보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0.1% 차이 접전이 진행된 조사도 있었지만, 어떤 조사에선 오 후보가 앞섰고, 어떤 조사에선 안 후보가 앞섰다. 오 후보는 당내 본경선서 후보로 확정되기 전엔 안 후보에게 크게 밀렸다.

안 후보를 앞섰던 시점은 본경선 승리 이후였다. 최종 후보로 확정된 오 후보는 본선서 57.5%를 득표하면서 39.2%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당시 후보를 물리치고 서울시장으로 당선됐다.

나 의원은 당 대표 경선서도 여론조사로 패배했다. 지난 2021년 6월 진행된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은 당원투표 70%와 여론조사 3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나 의원은 당원투표에선 40.9%를 득표해 37.4%를 얻은 이 의원을 이겼지만, 여론조사에선 28.3%를 얻어 58.8%를 얻은 이 의원에게 압도적으로 졌다.

합산 결과, 나 의원은 37.1%를 얻어 43.8%를 얻은 이 의원에게 패했다.

결국 나 의원 주장대로 2번의 경선서 모두 석연치 않게 패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나 의원은 강씨가 지난 10월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제출한 ‘명태균 리스트’ 명단 27명 안에 포함돼있다.

나 의원은 다음날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고, 명씨에게 어떤 형태든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강씨가 나 의원을 명태균 리스트에 포함한 근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명씨가 오 시장을 위해 유리하게 설계한 여론조사가 당내 경선과 단일화 과정에 실제로 반영됐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6개월이기 때문에 설령 사실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는 없다.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무료 여론조사다.

오 시장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의원 등 현재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사 중 일부는 무료 여론조사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고소는 
언제쯤?

특히 오 시장은 후원자 김씨가 명씨에게 금전까지 지급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중 가장 구체적으로 뼈대가 드러나고 있다.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강씨와 명씨의 진술, 그리고 오 시장의 대응에 따라 오 시장에게는 그저 잠깐 시끄러웠던 겨울이 될 수도 있고, 유난히 추운 겨울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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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