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에게 떨어진 ‘명태균 폭탄’ 막전막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2.02 11:20:42
  • 호수 1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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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고 하기엔…드러나는 정황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명태균 게이트의 여파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로 번졌다. 명태균씨에게 후원자가 돈을 송금한 정황까지 드러나는 등 가장 구체적인 의혹이 되고 있다. 오 시장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흐름에 따라, 오 시장에겐 ‘잠깐 시끄러웠던 겨울’과 ‘유난히 추운 겨울’이 교차할 수도 있다.

‘명태균 게이트’ 핵심 제보자 강혜경씨가 “명태균씨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인으로부터 약 1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강씨를 변호하는 노영희 변호사는 지난달 22일 “강씨가 2021년 2~3월 오 시장의 측근 재력가 김한정씨로부터 3300만원을 송금받는 등 총 약 1억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장 경선
무슨 일이?

강씨 주장에 따르면, 1억원의 명목은 여론조사 비용이다. 강씨와 명씨는 전날(지난달 21일) “오 시장 측에 여론조사와 로우 데이터(미가공 자료)를 제공하고, 김씨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김씨로부터 받은 돈의 송금명세도 함께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강씨에게 지난 2021년 2월1일 1000만원을 송금하는 등 같은 해 3월26일까지 5회에 걸쳐 총 3300만원을 송금했다. 그 중 4회는 오 시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당시 서울시장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의 단일화 이전에 송금됐고, 1회는 후보단일화 이후 송금됐다.

노 변호사는 “오 시장을 포함한 국민의힘 관련자들의 여론조사에 대한 증거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고, 소상히 진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을 향한 강씨의 진술은 언론 인터뷰서도 이어졌다. 강씨는 지난달 20일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서 “명씨는 오 시장 관련 비공개 여론조사를 13회 실시했고, 조사마다 로우 데이터 파일을 별도 작성했다”며 “명씨가 오 시장 측에 전달하기 위해 로우 데이터 파일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의혹이 불거진 초반 “무보수로 오 시장의 선거를 도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속 전인 10월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선 “(나를)먼지털이하려고 준 돈”이라면서 입장을 번복했다. 먼지털이는 관계 정리를 말한다. 명씨는 당시 “오 시장이 당선 후 돈 몇 푼 주고 ‘저거 보내라’는 취지로 김씨를 보냈다”면서 오 시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오 시장 측과 김씨는 명씨와 강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김씨는 명씨에게 돈을 준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오 시장 측은 “돈이 전달됐더라도 김씨 개인의 사정일 뿐,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는 “김씨와 아는 사이인 것은 맞다”면서도 “김씨가 무슨 이유로 돈거래를 했는지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여론조사 자료 등을 받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보궐선거 이후 오 시장의 여러 측근과 함께 지난 2022년 2월 사단법인 공정과상생학교를 설립했다. 이 단체엔 오 시장의 측근들이 이사로 등재됐고, 출범식엔 오 시장도 참석했다.

이 특보는 “포럼을 하는 단체로 설립한다고 해서 오 시장도 잠시 참석했다”며 “단체가 너무 김씨 위주로 돌아가는 등 김씨가 과하게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여 바로 활동 중단을 요청했고, 오 시장과 주변 이사들 모두 단체와 관계를 끊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도 지난달 26일 서울시청서 진행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 기자 설명회서 “수많은 후원자 중 한 분”이라며 “저와 인연을 맺어 이득을 염두에 두고 후원하는 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난 10월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명씨는 주진우 <시사IN> 편집위원을 만나 “오세훈은 4번이나 나한테 ‘살려달라’면서 울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지난 10월3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서 공개됐다.


1억원 정체? 후원자 혼자 송금?
스폰서 대납? 검찰 수사 이어지나

지난 10월9일 채널A 인터뷰에선 “오 시장을 만나자마자 ‘시장 할래요? 대통령 할래요?’라고 물었고, 이게 내 첫 마디였다”며 “오 시장은 나한테 말도 똑바로 못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강씨와 김씨의 통화 녹음서도 이 정황이 언급된다. 김씨는 이 상황을 강씨에게 설명하면서 “오 시장이 ‘만나보라’고 권해서 내가 명씨를 만났고, 이 때문에 명씨에게 엮인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 10월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울음 운운하는 것은 가소로운 주장이고, 한낱 정치 장사꾼 앞서 읍소한다는 설정 자체가 난센스”라며 “김영선 전 의원이 강하게 요청해서 명씨를 만나보긴 했지만, 이상하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어 관계를 단절했다”고 반박했다.

다음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서도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으로부터 “명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의향은 있느냐”는 질의를 받자, 오 시장은 “고소장은 써 놨다”고 답변했다. 어떤 연유인지 오 시장은 “써 놨다”던 고소장을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다.

명씨 관련 의혹은 강씨의 폭로와 맞물려 더욱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명씨의 변호인이었다가 사임한 김소연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명씨의 오 시장 관련 검찰 진술을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명씨는 국민의힘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오 시장과 안 후보의 단일화 협상 전략을 조언했다”며 “명씨는 오 시장에 대해 ‘머리가 나빠 말이 안 통한다’고 김 위원장에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과 명씨가 함께 찍은 제주도 사진과 관련해, 명씨는 “김 위원장과 함께 가서 사진을 찍은 그 별장은 김씨 소유고, 김씨는 오 시장의 후원회장”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명씨가 ‘오 시장이 제일 양아치’라면서 굉장히 분개했고, 처음 만난 날부터 심하게 분개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를 통해 돈 봉투를 보내면서 ‘먹고 떨어지라’는 식으로 고생한 자기들을 굉장히 안 좋게 취급했다면서 화를 냈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의 스폰서’라는 딱지를 달고 정체가 드러난 김씨에게서 지난 9월부터 물밑서 오 시장을 방어하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강씨는 김씨가 자신을 회유하려고 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강씨의 주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9월 강씨를 접촉해 “강 실장만 덮으면 되네. 명태균을 죽여야지, 우리가 국민의힘까지 죽일 순 없잖느냐”면서 사건 무마를 시도했다. 이어 “명태균에게 한 10억씩 주든지, 너 혼자 뒤집어쓰라, 감옥 가든 간에”라고 말했다. 

김씨도 반격에 나섰다. 김씨는 지난달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서 “강씨가 지난 10월28일 갑자기 ‘1000만원을 빌려달라’면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강씨에게 전화해 ‘돈도 없고, 오해를 살 수 있어 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를 거절하자, 강씨가 오 시장 관련 폭로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연락이 협박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유리하게
여론조사?


오 시장도 반격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15일 서울시의회 정례회서 관련 질의가 들어오자 “김 전 의원 주선으로 처음 만난 이후로는 어떻게 만났는지 정확히 기억할 순 없다”면서도 “명씨와는 더는 인연을 계속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돼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명씨는 참모들과도 의견이 안 맞아 격렬하게 다퉜다”며 “사이가 멀어진 이후엔 완전히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0년 10월16일 <주간조선> 여론조사를 인용하면서 “자신은 다른 경쟁자들보다 이미 앞선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기자 설명회에선 명씨와 왜 다퉜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오 시장에 따르면, 오 시장 측은 명씨와의 두 번째 만남서 “도대체 형식과 격식이 맞지 않는다”는 등 명씨의 여론조사 방법을 지적했다. 당시 욕설에 가까운 갈등과 싸움이 일어났으며 얼굴을 붉히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상태로 헤어졌다. 오 시장은 “나중에 보고만 받고 잊어버렸다”며 “그 이후로 한 번도 명씨를 신경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가 강씨에게 3300만원을 송금한 정황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알 리도 없고,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언론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강조했다. 김씨와의 친분에 대해서도 “1년에 두세 번 보는 관계고, 개인적인 만남이라기보다 각종 행사서 만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수사기관서 통화기록 등을 어차피 가져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명씨가 표본을 조작한 여론조사가 경선에 반영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선거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이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공교롭게도 두 선거 모두 출마했다가 패배했다. 나 의원은 지난 10월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의문을 제기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레이스 초반 여론조사 압도적 1위, 1차 경선서 압도적 1위였던 내가 결국 압도적으로 패했다”며 “오세훈 후보와의 2차 경선은 느닷없는 여론조사 100%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여론조사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삽입하기는커녕, 민주당 지지자들의 응답 유도를 위해 국민의힘 여론조사라는 것을 모두 조항에 언급하지도 않은 여론조사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준석 후보와의 당 대표 경선에서는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전당대회 초반에 역시 여유 있는 1위였는데, 명씨와 관련된 여론조사 기관이 7번이나 전당대회 여론조사를 했다”고 성토했다. 그러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부정선거론자가 되는 초기 증세”라며 “전당대회서 지고 3년 동안 얼마나 이런 소리 하고 싶으셨겠느냐”고 면박을 줬다.

“강씨가 요구”
김씨의 반격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규칙은 지난 2021년 1월 공천관리위원회에 의해 결정됐다. 당시 경선은 예비경선과 본경선 등 2단계로 진행됐다. 예비경선서는 당원투표 20%와 시민여론조사 80% 비율로 본경선 진출자가 결정됐고, 본경선은 시민 여론조사 100%로 진행됐다.

경선준비위원회는 원래 예비경선서 시민 여론조사 100%로 본경선 진출자를 추리고, 본경선서 당원투표 20%와 시민 여론조사 80% 비율로 진행해 후보를 선출하려고 했다.

공천관리위는 “당 밖 야권 후보들이 당내에 들어와 경선을 치를 수 있도록 유인하겠다”는 취지서 경선 규칙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시키려는 취지였다.

당시 나 후보는 강하게 반발했다. 나 후보는 공천관리위가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 “유불리를 떠나,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며 “야권을 지지하거나 당원인 분들에 의해, 적어도 여권 지지자는 아닌 분들에 의해 선출돼야 야권 후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 지지자들이 국민의힘 경선에 난입해 역선택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오 후보는 “그에 대한 논의는 이미 늦었고, 민주주의에 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후보 4명은 오 후보·나 후보·조은희 후보·오신환 후보였다. 예비경선 전체 결과서는 나 후보가 오 후보를 압도적으로 앞섰지만, 여론조사에선 오 후보가 나 후보를 근소하게 앞섰다. 나 후보가 당원투표서 압도적으로 앞섰던 것의 영향으로, 나 후보는 예비경선 전체 결과서는 1위였다.

나 후보는 본경선서도 100% 여론조사로 진행되는 경선 규칙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나 후보가 특히 반발했던 부분은 “국민의힘 후보로 누구를 뽑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없음·모름·무응답’을 고른 응답자를 대상으로 “그래도 어느 후보가 나서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좋다고 보느냐”고 다시 묻는 조항이었다.

이를 놓고 나 후보는 “이 문항이 왜곡을 불러온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 측은 여론조사 문항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이 주관한 ‘맞수 토론’ 평가단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먼지 털기” VS “오와 무관”
경선 진 나경원 리스트 포함?

오 후보는 “토론평가단은 100% 당협위원장 추천을 받아 구성됐다”면서 ‘즉시 해체’를 요구했다. 서로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오 후보는 41.64%를 득표했고, 나 후보는 36.31%를 득표했다. 오 후보의 본경선 승리를 놓고 “예상을 깬 승리”라는 일각의 평가가 있었다.

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도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론조사는 서울 거주자 3200명을 대상으로 100%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구체적으로는 2개의 여론조사 기관이 각각 1600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진행한 후 합산했다.

조사 예정 기간은 이틀이었지만, 응답자 수가 빨리 채워져 하루 만에 끝났다. 국민의힘은 고령층 유권자의 답변을 의식한 듯 유선전화 방식을 약 5~10% 포함하는 안을 주장했지만, 국민의당은 이를 거절했다. 국민의힘이 국민의당의 요구를 최종 수용하면서 100%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단일화 여론조사 이전 언론사들이 진행했던 여론조사에선 두 후보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0.1% 차이 접전이 진행된 조사도 있었지만, 어떤 조사에선 오 후보가 앞섰고, 어떤 조사에선 안 후보가 앞섰다. 오 후보는 당내 본경선서 후보로 확정되기 전엔 안 후보에게 크게 밀렸다.

안 후보를 앞섰던 시점은 본경선 승리 이후였다. 최종 후보로 확정된 오 후보는 본선서 57.5%를 득표하면서 39.2%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당시 후보를 물리치고 서울시장으로 당선됐다.

나 의원은 당 대표 경선서도 여론조사로 패배했다. 지난 2021년 6월 진행된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은 당원투표 70%와 여론조사 3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나 의원은 당원투표에선 40.9%를 득표해 37.4%를 얻은 이 의원을 이겼지만, 여론조사에선 28.3%를 얻어 58.8%를 얻은 이 의원에게 압도적으로 졌다.

합산 결과, 나 의원은 37.1%를 얻어 43.8%를 얻은 이 의원에게 패했다.

결국 나 의원 주장대로 2번의 경선서 모두 석연치 않게 패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나 의원은 강씨가 지난 10월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제출한 ‘명태균 리스트’ 명단 27명 안에 포함돼있다.

나 의원은 다음날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고, 명씨에게 어떤 형태든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강씨가 나 의원을 명태균 리스트에 포함한 근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명씨가 오 시장을 위해 유리하게 설계한 여론조사가 당내 경선과 단일화 과정에 실제로 반영됐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6개월이기 때문에 설령 사실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는 없다.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무료 여론조사다.

오 시장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의원 등 현재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사 중 일부는 무료 여론조사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고소는 
언제쯤?

특히 오 시장은 후원자 김씨가 명씨에게 금전까지 지급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중 가장 구체적으로 뼈대가 드러나고 있다.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강씨와 명씨의 진술, 그리고 오 시장의 대응에 따라 오 시장에게는 그저 잠깐 시끄러웠던 겨울이 될 수도 있고, 유난히 추운 겨울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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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