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재개발·재건축 해결사’ 법무법인 청목 이주헌 변호사

“집과 땅 확실하게 지켜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 터를 다지고 나무를 심었다. 옛말로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 동안 나무는 높고 굵게 자랐다.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킨 나무는 그늘이 필요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자리를 내줬다. 20년 동안 단단히 뿌리 내린 나무, 청목을 만났다.

갈등과 분쟁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바야흐로 ‘대소송의 시대’가 도래했다. 변호사 수가 많아지고 법률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커진 점도 법원의 문턱을 낮추는 데 한몫했다. 법률시장의 팽창은 자연스럽게 경쟁력 싸움으로 이어졌다. 발 빠른 변호사와 법무법인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이른바 ‘전문성’을 키우는 데 몰두하기 시작했다. 

시장 변화
빠른 대응

그런 의미서 법무법인 청목은 전문 분야의 중요성에 발 빠르게 대응한 편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자리한 청목은 부동산과 건설 분야에 특화된 법무법인으로, 처음에는 법률사무소로 운영되다가 2006년 1월 확대·개편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20년 동안 이전 없이 한 자리를 지켰다.

지난 20일 오전 청목의 사무실서 만난 이주헌 변호사는 2006년 청목을 설립해 2019년부터 대표변호사를 맡아 법무법인을 이끌고 있다. 2005년 사법연수원 34기(사법시험 44회)를 수료하고 변호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법무법인 아람에 있던 1년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20년 동안 청목에만 몸담았다. 이직이 잦은 변호사 업계서 이례적인 일이다.

이 변호사는 청목의 공동 대표변호사인 오동열 변호사를 언급하면서 “우리 둘은 하나를 찍으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 가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직원 가운데서도 15년, 20년간 자리를 지킨 이른바 ‘개국공신’들이 여전히 근무하고 있다. ‘마음이 맞으면 함께 오래 간다’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은 결과다. 


청목은 ‘전문 법무법인’이라는 개념이 희미하던 시절 주력 분야를 정해 법률시장에 뛰어들었다. 변호사라면 모든 분야를 두루 잘 다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던 시기였다. 이 변호사는 “개업 초기에 부동산이나 건설 관련 분쟁을 다루면서 다양한 사례가 쌓이게 됐고 그 과정서 자연스럽게 전문성을 띠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과 건설 분야는 기업은 물론 개인이 가장 일반적으로 휘말릴 수 있는 분쟁 유형이다. 예를 들어 이혼이나 상속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하면 대부분 돈이 쟁점으로 떠오르는데, 부동산은 재산 중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실생활서 일어나는 분쟁서 부동산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변호사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요소를 의식주라고 하지 않나. 그중에서도 집, 즉 부동산은 거주하는 공간과 재테크 수단으로 기능한다. 건설 역시 부동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많은 사람이 부동산이나 건설 소송이라고 하면 재개발·재건축 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같은 복잡하고 심오한 분쟁을 떠올리는데 일상생활서 벌어지는 분쟁도 부동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법률 지식이나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부동산·건설 분쟁 전문
20년 한자리서 한 우물

실제 ‘내 집 마련’은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꿈꾸는 바람이다. 국가 정책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널뛰는 이유도, 수도권 아파트로 사람이 몰리는 이유도 다 같은 맥락이다. 내 집을 사서 거주하거나 집을 통해 경제적 여유를 얻고자 하는 열망이 부동산시장 과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그런 욕망의 집합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이 변호사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분쟁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해당사자가 많거나 사업 규모가 크고 기간이 길면 분쟁이 많다. 다시 말해 상황의 변수가 많을수록 분쟁 가능성이 커진다”고 전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마무리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업 규모가 수천억원 혹은 그 이상인 현장도 많다. 계약금·중도금·잔금 등 돈을 치르는 시기가 한없이 늘어질 수 있다. 또 대출 등을 통해 돈을 융통하는 문제도 변수 중 하나다.

토지소유자를 비롯해 건물소유자, 조합 임원, 조합원, 지자체, 시공사, 시행사, 분양대행사 등 등장인물도 많다.

이 변호사는 “사업지정 이전까지는 행정적인 절차기 때문에 법률적인 이슈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분쟁의 불씨가 시작되는 지점은 사업승인인가가 나고 조합이 설립될 무렵이다. 그때부터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 과정마다 분쟁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먼저 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서 누가 헤게모니를 잡을 것인지를 두고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서 상대방을 향한 흑색선전이나 비방,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인한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 밖에도 ▲토지나 건물의 평가와 보상금 ▲사업구역 내 토지나 건물 또는 입주권의 양도 ▲조합원 분담금, 입주정산금 ▲시공사와의 공사대금, 지체상금 ▲입주 후 하자담보책임 ▲조합 임원의 배임·횡령 ▲조합원 간의 명예훼손이나 민·형사상 소송 등 다양한 분쟁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변호사도 재개발·재건축 과정서 발생한 소송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았다.

이해 관계↑
분쟁 갈등↑

그는 “시행사와 재개발 조합 간의 소송인데 10여년째 진행 중이다. 시행사가 조합원에게 확정분양가를 약정했는데 이를 지키지 못해 (조합원의)분담금이 200억원 정도 올랐다. 그런데 시행사가 되레 조합을 상대로 사업시행이익 200억원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조합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했는데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1심서 패소해 ‘큰일났다’ 했는데 항소심서 잘 준비해 뒤집을 수 있었고 대법원서 최종적으로 이겼다. 이후 시행사가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새로운 소송을 제기해 3년,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해 2년 정도 진행했다. 전부 조합 측이 승소했다. 이제 곧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국가 정책이나 경제 상황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요동치는 시기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지역의 부동산, 특히 아파트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20~30대 청년, 신혼부부 등 서민은 접근하기 힘들어진 구조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강남이든 강북이든 아파트 가격이 평당 1억원을 넘는 시세가 형성되면서 상대적으로 좀 더 싼 가격에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요구가 생겼다. 재개발·재건축 예정지에 있는 구축 아파트나 빌라, 미분양 아파트 등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사실 위험이 있는 곳에 수익이 있는 것은 맞다. 또 불편한 곳에 수익이 있다. 하지만 감수하고자 하는 위험이 정말 큰 손해로 돌아올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부동산은 정말 큰돈이 오가는 거의 유일한 물건이다. 우리가 마트에 가서 1억원짜리 물건을 살 일은 없지 않나. 부동산 관련 일을 진행하기 전에 법률서비스를 받거나 부동산 전문가 등에게 조언을 많이 구하는 게 좋다. 또 너무 무리한 투자는 탈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놓고 사기를 치는’ 경우다. 그는 “부동산 소유자가 아닌데 돈을 받고 매매하는 경우가 있다. 소유자가 아닌데 임대인 행세를 해 매수인에게 돈을 받아내는 식이다. 이런 사례는 임대차계약서, 중개인의 인적사항,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놓쳐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법의 허점
이용 늘어

실제 최근 미분양 물건 관련 소송이 유행을 타는 중이라고 한다. 이 변호사는 “요즘은 수도권서조차 오피스텔,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에 미분양 물건이 많이 축적됐다. 시행사는 어떻게든 이 물건을 분양하기 위해 과장광고를 진행하는 등 매수인을 속여 분양계약을 체결하게 만든다. 매수인은 나중에야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약을 해지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생활형 숙박시설이나 라이프 오피스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주택으로 허가를 받으면 용적률도 낮고 주차장 설비도 만들어야 하는 등 수익성이 낮다. 예를 들어 주택으로 허가를 받아 건물을 올리면 150세대밖에 공급을 못 하는데 생활용 숙박시설 혹은 상가로 허가를 내면 200세대를 (공급)할 수 있고 건축비도 적게 든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내부는 주택하고 똑같다. 그냥 원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 보니 ‘원룸이랑 구조는 같다. 그런데 가격은 싸다’고 하니까 혹해서 분양계약을 맺는다. 문제는 그런 곳은 주거가 안 된다. 업무 공간으로 쓰거나, 생활용 숙박시설은 대실을 해야 한다. 전세를 줄 수도 없다. 정식 주거용 오피스텔과 비교해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에 법의 허점을 이용해 사업자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자체는 허가 사항에는 문제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온다고 한다. 실제 사리 판단이 잘 안 되는 사람을 속여 여러 건을 분양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 변호사는 “시행사는 분양대행사에 떠넘기고, 분양대행사는 온갖 감언이설과 과대광고로 분양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한 분쟁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변호사는 ‘법이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법을 발의하고 급하게 시행하는 부분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기존에 있는 법을 사안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그게 막혔을 때 법안을 발의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집에 대한 욕망 분쟁의 씨앗
“법 고치기보다 적용 중요해”

이 변호사는 “법이라는 것 자체가 좀 보수적이다. 사회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바꾸기보다는 기존의 법체계로 해결이 안 되는 공극이 생겼을 때 사회적인 합의를 이뤄야 한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개정하는 일이 너무 쉽게 진행되다 보니 오히려 법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 ‘법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법을 어겨도 그건 법이 잘못된 거지,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과 서방의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법률을 개정하거나 제정하는 데 훨씬 보수적이다. 그렇다고 이들 나라가 변화에 대한 사회적 대응 능력이 우리나라보다 떨어질까? 국가나 사회가 어떤 법률을 만들어 내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시행하고 준수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최근 특별법으로 제정되는 많은 법률안도 실제로는 기존 법령을 조금만 개정하면 해결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역으로 말하면 기존의 법을 얼마나 잘 적용하느냐에 따라 피해자를 줄이는 등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변호사는 이 대목서 법무법인의 역량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변호사 초기에 변론을 진행하면서 ‘이길 사건은 이기고, 질 사건은 지는 거네. 변호사는 수임만 잘하면 되는 거네’라며 오만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법리 적용만 잘하면 처음 예상대로 결과가 나온다고 판단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 80~90%가 처음에 의뢰인을 만났을 때 받은 인상대로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 비율이 50~60% 정도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머지 40~50%를 채우는 것은 변호사와 법무법인의 ‘역량’이라고 역설했다.

이 변호사는 “소송을 어떻게 준비하느냐, 어떻게 대응하느냐,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 특히 민사는 상담할 때의 생각하고 최종 결론이 변호사 혹은 법무법인의 능력, 판사 배정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올 수 있다. 넋 놓고 있으면서 판사의 의중을 읽지 못하거나 하면 결과가 매우 나쁘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법무법인은 의뢰인에게 동일한 품질 또는 그 이상 퀄리티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부 신생 법무법인 중에는 덩치는 커지는데 퀄리티는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 보인다. 청목은 20년 동안 주력 분야에 집중하면서 꾸준하게 성장해 왔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청목을 오랜 시간 한자리서 장사하고 있는 ‘노포 맛집’에 비유했다. 의뢰인이 법률서비스가 필요할 때 늘 그 자리에 있는 법무법인이 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동일한 품질
법률서비스

“청목은 구성원 간의 친목, 행복, 화합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습니다. 동료 변호사를 모실 때도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팀과 조직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분들로 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가 의뢰인에게 전문화된 법률서비스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20년을 넘어 100년 이상 유지될 수 있는 법무법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jsjang@ilyosisa.co.kr>
 

[이주헌 변호사는?]

▲중앙고등학교 졸업(1992)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2001)
▲사법시험 44회 합격(2002)
▲사법연수원 34기 수료(2005)
▲법무법인 아람 변호사(2005~2006)
▲광운대학교 국제법무대학 외래교수(2006~2007)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상담위원(2010~2012)
▲법무법인 청목 구성원 변호사(2006~현재)
▲법무법인 청목 대표변호사(2019~현재)
▲서울시 시설공단 자문변호사(2020~현재)
▲외교부 외무공무원 징계위원회 위원(2021~현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위원(2022~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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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