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재개발·재건축 해결사’ 법무법인 청목 이주헌 변호사

“집과 땅 확실하게 지켜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 터를 다지고 나무를 심었다. 옛말로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 동안 나무는 높고 굵게 자랐다.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킨 나무는 그늘이 필요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자리를 내줬다. 20년 동안 단단히 뿌리 내린 나무, 청목을 만났다.

갈등과 분쟁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바야흐로 ‘대소송의 시대’가 도래했다. 변호사 수가 많아지고 법률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커진 점도 법원의 문턱을 낮추는 데 한몫했다. 법률시장의 팽창은 자연스럽게 경쟁력 싸움으로 이어졌다. 발 빠른 변호사와 법무법인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이른바 ‘전문성’을 키우는 데 몰두하기 시작했다. 

시장 변화
빠른 대응

그런 의미서 법무법인 청목은 전문 분야의 중요성에 발 빠르게 대응한 편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자리한 청목은 부동산과 건설 분야에 특화된 법무법인으로, 처음에는 법률사무소로 운영되다가 2006년 1월 확대·개편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20년 동안 이전 없이 한 자리를 지켰다.

지난 20일 오전 청목의 사무실서 만난 이주헌 변호사는 2006년 청목을 설립해 2019년부터 대표변호사를 맡아 법무법인을 이끌고 있다. 2005년 사법연수원 34기(사법시험 44회)를 수료하고 변호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법무법인 아람에 있던 1년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20년 동안 청목에만 몸담았다. 이직이 잦은 변호사 업계서 이례적인 일이다.

이 변호사는 청목의 공동 대표변호사인 오동열 변호사를 언급하면서 “우리 둘은 하나를 찍으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 가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직원 가운데서도 15년, 20년간 자리를 지킨 이른바 ‘개국공신’들이 여전히 근무하고 있다. ‘마음이 맞으면 함께 오래 간다’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은 결과다. 

청목은 ‘전문 법무법인’이라는 개념이 희미하던 시절 주력 분야를 정해 법률시장에 뛰어들었다. 변호사라면 모든 분야를 두루 잘 다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던 시기였다. 이 변호사는 “개업 초기에 부동산이나 건설 관련 분쟁을 다루면서 다양한 사례가 쌓이게 됐고 그 과정서 자연스럽게 전문성을 띠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과 건설 분야는 기업은 물론 개인이 가장 일반적으로 휘말릴 수 있는 분쟁 유형이다. 예를 들어 이혼이나 상속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하면 대부분 돈이 쟁점으로 떠오르는데, 부동산은 재산 중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실생활서 일어나는 분쟁서 부동산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변호사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요소를 의식주라고 하지 않나. 그중에서도 집, 즉 부동산은 거주하는 공간과 재테크 수단으로 기능한다. 건설 역시 부동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많은 사람이 부동산이나 건설 소송이라고 하면 재개발·재건축 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같은 복잡하고 심오한 분쟁을 떠올리는데 일상생활서 벌어지는 분쟁도 부동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법률 지식이나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부동산·건설 분쟁 전문
20년 한자리서 한 우물

실제 ‘내 집 마련’은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꿈꾸는 바람이다. 국가 정책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널뛰는 이유도, 수도권 아파트로 사람이 몰리는 이유도 다 같은 맥락이다. 내 집을 사서 거주하거나 집을 통해 경제적 여유를 얻고자 하는 열망이 부동산시장 과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그런 욕망의 집합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이 변호사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분쟁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해당사자가 많거나 사업 규모가 크고 기간이 길면 분쟁이 많다. 다시 말해 상황의 변수가 많을수록 분쟁 가능성이 커진다”고 전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마무리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업 규모가 수천억원 혹은 그 이상인 현장도 많다. 계약금·중도금·잔금 등 돈을 치르는 시기가 한없이 늘어질 수 있다. 또 대출 등을 통해 돈을 융통하는 문제도 변수 중 하나다.

토지소유자를 비롯해 건물소유자, 조합 임원, 조합원, 지자체, 시공사, 시행사, 분양대행사 등 등장인물도 많다.

이 변호사는 “사업지정 이전까지는 행정적인 절차기 때문에 법률적인 이슈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분쟁의 불씨가 시작되는 지점은 사업승인인가가 나고 조합이 설립될 무렵이다. 그때부터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 과정마다 분쟁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먼저 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서 누가 헤게모니를 잡을 것인지를 두고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서 상대방을 향한 흑색선전이나 비방,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인한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 밖에도 ▲토지나 건물의 평가와 보상금 ▲사업구역 내 토지나 건물 또는 입주권의 양도 ▲조합원 분담금, 입주정산금 ▲시공사와의 공사대금, 지체상금 ▲입주 후 하자담보책임 ▲조합 임원의 배임·횡령 ▲조합원 간의 명예훼손이나 민·형사상 소송 등 다양한 분쟁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변호사도 재개발·재건축 과정서 발생한 소송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았다.

이해 관계↑
분쟁 갈등↑

그는 “시행사와 재개발 조합 간의 소송인데 10여년째 진행 중이다. 시행사가 조합원에게 확정분양가를 약정했는데 이를 지키지 못해 (조합원의)분담금이 200억원 정도 올랐다. 그런데 시행사가 되레 조합을 상대로 사업시행이익 200억원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조합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했는데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1심서 패소해 ‘큰일났다’ 했는데 항소심서 잘 준비해 뒤집을 수 있었고 대법원서 최종적으로 이겼다. 이후 시행사가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새로운 소송을 제기해 3년,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해 2년 정도 진행했다. 전부 조합 측이 승소했다. 이제 곧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국가 정책이나 경제 상황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요동치는 시기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지역의 부동산, 특히 아파트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20~30대 청년, 신혼부부 등 서민은 접근하기 힘들어진 구조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강남이든 강북이든 아파트 가격이 평당 1억원을 넘는 시세가 형성되면서 상대적으로 좀 더 싼 가격에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요구가 생겼다. 재개발·재건축 예정지에 있는 구축 아파트나 빌라, 미분양 아파트 등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사실 위험이 있는 곳에 수익이 있는 것은 맞다. 또 불편한 곳에 수익이 있다. 하지만 감수하고자 하는 위험이 정말 큰 손해로 돌아올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부동산은 정말 큰돈이 오가는 거의 유일한 물건이다. 우리가 마트에 가서 1억원짜리 물건을 살 일은 없지 않나. 부동산 관련 일을 진행하기 전에 법률서비스를 받거나 부동산 전문가 등에게 조언을 많이 구하는 게 좋다. 또 너무 무리한 투자는 탈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놓고 사기를 치는’ 경우다. 그는 “부동산 소유자가 아닌데 돈을 받고 매매하는 경우가 있다. 소유자가 아닌데 임대인 행세를 해 매수인에게 돈을 받아내는 식이다. 이런 사례는 임대차계약서, 중개인의 인적사항,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놓쳐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법의 허점
이용 늘어

실제 최근 미분양 물건 관련 소송이 유행을 타는 중이라고 한다. 이 변호사는 “요즘은 수도권서조차 오피스텔,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에 미분양 물건이 많이 축적됐다. 시행사는 어떻게든 이 물건을 분양하기 위해 과장광고를 진행하는 등 매수인을 속여 분양계약을 체결하게 만든다. 매수인은 나중에야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약을 해지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생활형 숙박시설이나 라이프 오피스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주택으로 허가를 받으면 용적률도 낮고 주차장 설비도 만들어야 하는 등 수익성이 낮다. 예를 들어 주택으로 허가를 받아 건물을 올리면 150세대밖에 공급을 못 하는데 생활용 숙박시설 혹은 상가로 허가를 내면 200세대를 (공급)할 수 있고 건축비도 적게 든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내부는 주택하고 똑같다. 그냥 원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 보니 ‘원룸이랑 구조는 같다. 그런데 가격은 싸다’고 하니까 혹해서 분양계약을 맺는다. 문제는 그런 곳은 주거가 안 된다. 업무 공간으로 쓰거나, 생활용 숙박시설은 대실을 해야 한다. 전세를 줄 수도 없다. 정식 주거용 오피스텔과 비교해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에 법의 허점을 이용해 사업자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자체는 허가 사항에는 문제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온다고 한다. 실제 사리 판단이 잘 안 되는 사람을 속여 여러 건을 분양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 변호사는 “시행사는 분양대행사에 떠넘기고, 분양대행사는 온갖 감언이설과 과대광고로 분양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한 분쟁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변호사는 ‘법이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법을 발의하고 급하게 시행하는 부분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기존에 있는 법을 사안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그게 막혔을 때 법안을 발의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집에 대한 욕망 분쟁의 씨앗
“법 고치기보다 적용 중요해”

이 변호사는 “법이라는 것 자체가 좀 보수적이다. 사회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바꾸기보다는 기존의 법체계로 해결이 안 되는 공극이 생겼을 때 사회적인 합의를 이뤄야 한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개정하는 일이 너무 쉽게 진행되다 보니 오히려 법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 ‘법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법을 어겨도 그건 법이 잘못된 거지,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과 서방의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법률을 개정하거나 제정하는 데 훨씬 보수적이다. 그렇다고 이들 나라가 변화에 대한 사회적 대응 능력이 우리나라보다 떨어질까? 국가나 사회가 어떤 법률을 만들어 내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시행하고 준수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최근 특별법으로 제정되는 많은 법률안도 실제로는 기존 법령을 조금만 개정하면 해결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역으로 말하면 기존의 법을 얼마나 잘 적용하느냐에 따라 피해자를 줄이는 등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변호사는 이 대목서 법무법인의 역량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변호사 초기에 변론을 진행하면서 ‘이길 사건은 이기고, 질 사건은 지는 거네. 변호사는 수임만 잘하면 되는 거네’라며 오만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법리 적용만 잘하면 처음 예상대로 결과가 나온다고 판단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 80~90%가 처음에 의뢰인을 만났을 때 받은 인상대로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 비율이 50~60% 정도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머지 40~50%를 채우는 것은 변호사와 법무법인의 ‘역량’이라고 역설했다.

이 변호사는 “소송을 어떻게 준비하느냐, 어떻게 대응하느냐,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 특히 민사는 상담할 때의 생각하고 최종 결론이 변호사 혹은 법무법인의 능력, 판사 배정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올 수 있다. 넋 놓고 있으면서 판사의 의중을 읽지 못하거나 하면 결과가 매우 나쁘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법무법인은 의뢰인에게 동일한 품질 또는 그 이상 퀄리티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부 신생 법무법인 중에는 덩치는 커지는데 퀄리티는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 보인다. 청목은 20년 동안 주력 분야에 집중하면서 꾸준하게 성장해 왔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청목을 오랜 시간 한자리서 장사하고 있는 ‘노포 맛집’에 비유했다. 의뢰인이 법률서비스가 필요할 때 늘 그 자리에 있는 법무법인이 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동일한 품질
법률서비스

“청목은 구성원 간의 친목, 행복, 화합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습니다. 동료 변호사를 모실 때도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팀과 조직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분들로 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가 의뢰인에게 전문화된 법률서비스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20년을 넘어 100년 이상 유지될 수 있는 법무법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jsjang@ilyosisa.co.kr>
 

[이주헌 변호사는?]

▲중앙고등학교 졸업(1992)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2001)
▲사법시험 44회 합격(2002)
▲사법연수원 34기 수료(2005)
▲법무법인 아람 변호사(2005~2006)
▲광운대학교 국제법무대학 외래교수(2006~2007)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상담위원(2010~2012)
▲법무법인 청목 구성원 변호사(2006~현재)
▲법무법인 청목 대표변호사(2019~현재)
▲서울시 시설공단 자문변호사(2020~현재)
▲외교부 외무공무원 징계위원회 위원(2021~현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위원(2022~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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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