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은평구 지주택 230억원 먹튀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1.13 16:35:50
  • 호수 15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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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제자리 “수백억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지역주택조합은 원수에게나 추천한다’는 우스갯소리가 흔한 말처럼 번졌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 ‘구산역에듀시티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230억원에 달하는 분담금이 투입됐지만, 수년째 추진위원회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산역 지주택’ 사업에 고용된 용역업자는 “광고비, 용역비로 다 쓰고 실제 토지 매입에 들어간 비용은 1%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곳은 앞서 ‘역촌2주택재건축정비구역’이 토지 등 소유자의 요청으로 정비구역서 해제되자 개발을 찬성하는 토지주들 중심으로 지난 2018년 말 사업 방향을 지주택으로 틀었다. 현장 위치는 서울특별시 은평구 역촌동 2-45번지 일원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하 3층~지상 35층 총 8개동으로 계획돼, 732세대 전용면적 44㎡~74㎡ 중소형 평형대로 구성됐다고 소개했다.

분담금
어디로?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구산역 지주택 추진위는 지난 2019년 5월12일 모집 신고로 조합원을 확보했다. 이어 같은해 11월12일 건축계획(안)변경을 통해 세대수를 기존 450세대서 478세대로 늘렸다. 이후 지난 2020년 9월28일 약 396명의 조합원들로부터 각각 6000여만원의 분담금을 받아 사업비 총 237억6000만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토지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건설 예정 규모는 430세대로 줄었고,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토지소유권 15%를 확보하지 못해 추진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급기야 지난달 현장에는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리며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정리하고자 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를 본 일부 조합원은 자살 소동까지 벌였다. 결국 일부 조합원과 업무대행사 간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조합원이 업무대행사와 추진위원장 등을 사기 및 업무상 배임죄로 검찰에 고소하자, 업무대행사인 Y 건설사는 사측과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해당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민·형사 고소를 예고했다.

일부 조합원은 계약을 취소하겠다며 추진위를 고소했다. 고소에 나선 조합원 측 오인철 변호사는 “조합원 분담금 환불 보장 약정 내용이 포함된 ‘안심 보장 확인서’까지 교부한 해당 추진위는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거라고 안심시켰다”며 “고소인은 조합원 분담금 등의 명목으로 각각 6000만원씩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총 사업비 230억원 이상을 확보한 추진위는 토지를 매입하지 않고 토지 확보 동의서만 43.8%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 매입 동의를 받으러 다니는 용역 근로자에게 지급된 비용만 13억원 이상 사용됐고, 나머지 200억원 이상은 Y 건설과 이들이 세운 홍보관 설립 비용 등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추진위의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일부 직원은 월급 1000여만원을 받지 못해 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구산역 지주택 추진위원회 측은 “전 추진위원회에서 발생한 일들이며, 현 추진위원회는 조합원들로 구성돼 가입한 조합원들과 현재 매입 및 토지승낙 확보를 진행하고 있다”며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해 규모를 줄인 것이 아니라 현 추진위원회와 현 조합원과 빠르게 아파트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규모를 줄인 것이고, 지난해까지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토지 소유권이 문제가 아니라 토지확보 80%를 못한 추진위원회 단계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자살 소동이 발생한 사실은 없었고, 현재 업무대행사 및 추진위원장을 검찰에 고소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며 “추진위원장은 무보수로 일하면서 직원은 1명이다. 급여를 받지 못해 소송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용역·광고비에 쏟은 200억원
“애초 개발 어려운 지역에 왜?”


특히, 추진위 측이 조합원에게 공개한 안심 보장 확인서에는 조합원 분담금 전액에 대한 환불 보장 약정이 포함돼있지만, 이는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해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했다. 사실상 추진위서 조합설립인가 단계로 넘어가 총회를 거쳐야 하며, 이마저도 총회서 돌려줄 의사가 없으면 받지 못하는 돈이다.

추진위는 이를 거치지 않아 효력이 없음에도 안심 보장 확인서를 의뢰인에게 교부해 사업이 무산되더라도 분담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처럼 기망한 것이다. 그로 인해 가입계약의 중요 부분인 안심 보장 확인서의 효력에 관해 착오에 빠질 수 있게 했다고 변호사는 판단했다.

따라서 조합원은 추진위가 착오를 불러일으켰다는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이에 부당이득 반환으로 추진위는 각 분담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국 지난 2022년 5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고소인 조합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추진위 측이 분담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승소 판결에 따라 조합원은 앞서 1심 패소 판결을 뒤집고, 납입한 조합원 분담금 전액뿐 아니라, 그에 대한 법정이자 및 변호사 비용을 추가로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추진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전혀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지만, 토지 매입은 개발을 원하는 지역주민들이 도와야 할 문제”라며 “사업비를 정직하게 사용했다”고 일축했다.

반면, 과거 추진위서 근무하다가 인건비를 받지 못해 퇴사한 전 직원은 “애초에 토지 매입을 위해 사용될 돈은 모두 업무 대행비 등으로 지출된 지 오래고, 배임 횡령 소지가 있다”며 “지주택이 성공할 수 없는 사업지다. 그 주변이 다 그렇다”고 토로했다.

용역비
흥청망청

실제로 지난 1월 해당 지역 인근에 위치한 연신내 지주택 조합원 95명(탈퇴자 20여명 포함)은 업무대행사 대표 A씨를 비롯해 총괄이사 B씨, 업무대행사와 ‘조합원 모집 대행’ 용역을 맺은 H사 대표 C씨, 추진위원장 D씨 등을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사기 및 업무상 배임죄로 고소했다.

허위로 지주택 조합원을 모집해 15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이들은 현재 서울은평경찰서로 이첩돼 수사받고 있다.

최근 은평서는 은평구서 불광2동주택조합(가칭) 업무를 담당하던 C씨와 관계자 1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대행사 사무실과 C씨의 자택, 주택조합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은평서 관계자는 “피의자 일부를 송치했으며 사안을 계속 수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대행사 측은 지난 2019년 9월 연신내역 인근에 세워질 25층 아파트단지 입주를 원하면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라고 홍보했다. 이 무렵 ‘GTX연신내역 북한산 파크뷰’라는 이름의 모델하우스와 현수막이 등장했다. 연신내역 인근에 세워질 25층 아파트단지 입주를 원한다면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대행사는 이미 조합 설립에 필요한 토지 사용권원을 대부분 확보했으며 2~3년 안에 입주가 가능하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이를 믿은 조합원 673명은 지난 2019년부터 1인당 5500만원서 많게는 1억원 가까운 금액을 계약금 명목으로 납부했다. 그러나 대행사가 얻어낸 토지사용권원 확보율은 지난해 10월 기준 27.7%에 불과했고, 아파트단지 건설을 위해 매입한 땅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에 문제가 생길 시, 납부 금액을 전부 돌려주겠다던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행사는 사업추진비 명목으로 금액의 대부분을 이미 사용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위 언급한 구산역 지주택과 흡사한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진흙탕
은평구

문제는 조합 업무를 담당하던 대행사가 사업 추진 없이 몇 년을 끈 데다 최근 대행사 대표도 사무실에 나오지 않아 원금조차 회수하기 어렵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현재 조합원들은 정신적 피해까지 호소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대행사의 거짓말을 알게 된 후 현재 신경정신과를 다니면서 치료 중”이라고 말했다.

악성 지주택 현장을 살피기 위해 정부가 나서기도 했다. 지난 6월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했던 ‘지역주택조합 실태조사’에서 지적사항을 시정하지 않았거나 내부 갈등 등으로 민원이 발생한 조합, 사업 기간 대비 토지 확보율이 떨어지는 조합 중 7개 조합을 선정해 집중 점검했다.

지주택 사업은 무주택자 또는 1주택(전용 85㎡ 이하) 소유주들이 모여 조합을 설립한 뒤 사업시행 주체가 돼 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때 시세 대비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주택을 지을 토지를 확보해야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사업 지연, 허위·과장 광고, 과도한 추가분담금, 조합 운영상 횡령·배임, 사기 등의 리스크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업계획 승인 조건(토지 95% 이상 소유)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토지 사용 동의율 80% 확보(조합 설립 조건)’로 속여 조합원들의 돈을 편취한 사기범죄 사례도 허다하다. 시장에선 지역주택조합은 ‘원수에게나 추천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여전히 추진 단계···고소 나선 조합원
‘연신내 지주택’ 조합장 구속 재조명

무주택자들이 조합을 꾸려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지주택 사업의 취지와 달리 사업 지연과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서울시가 집중점검에 나섰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 조사 대비 조사 기간(5→7일)과 전문 인력을 보강, 사업성 분석과 조합원 분담금 적정성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특히 사업계획승인을 받고 착공하지 않은 조합 3곳(전체 43%)은 토지 매입 가격 상승, 고금리, 공사비 증가, 사업 지연 등에 따른 사업비와 조합원 분담금 상승으로 내부 갈등이 있어 사업성 등도 함께 들여다봤다.

아울러 ▲조합 모집 광고 ▲홍보 ▲용역계약 체결 ▲조합원 자격 ▲조합 규약 ▲업무대행 자격 ▲업무 범위 ▲자금 관리 방법 ▲실적보고서 작성 ▲정보 공개 ▲자금운용 계획·집행 실적 등을 놓고 적정성을 종합적으로 점검, 조사했다.

지주택 점검 결과 배임이나 횡령 의심 사례가 적발되면 수사 의뢰 등 강력한 조치로 대응하고, 같은 내용으로 2회 이상 적발된 경우, 주택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과태료 즉시 부과 또는 수사 의뢰, 고발 등 엄중한 행정조치에 나선다.

시는 조합원을 비롯해 시민 누구나 조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게시하는 한편, 조합별 세부 지적사항은 조합 가입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각 조합이 운영 중인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한병용 주택정책실장은 “그동안 지역주택조합은 깜깜이 사업 추진으로 비판받아 왔지만, 앞으로는 건실한 정비사업으로 신뢰받을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며 “투명한 조합 운영과 조합원 피해 예방을 위해 철저한 실태점검과 감독에 계속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4월 지주택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전에 주택법에 따른 정보공개 여부에 대한 점검을 선행한 뒤 구역 지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밝힌 바 있다. 지주택 조합원이 사업 추진 사항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조합이 피해를 입히는 사례를 막기 위한 장치다.

실제 지역주택조합이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 및 계획 수립 단계서 마치 사업이 빨리 진행될 것처럼 조합원을 모집해 놓고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거나, 사업 추진 상황과 관련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사업구역 면적 5000㎡ 이상 또는 1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아파트)을 건설하는 경우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돼야 하는데, 현재 서울 시내 지역주택조합을 추진 중인 118곳 중 114곳(97%)이 지정 대상이다. 

단속 나선 시
“깜깜이 주의”

지주택은 일반적으로 조합원 모집 신고→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조합설립인가→사업계획승인→착공→준공→조합 청산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을 위해선 주민 입안 제안→주민 열람·공고→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정보공개 등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구역 지정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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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