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 감만1구역 재개발 부정투표 논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0.21 16:02:09
  • 호수 1502호
  • 댓글 7개

‘4조’ 최대 진흙탕 싸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부산 남구 감만1구역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때아닌 부정투표 논란에 휩싸여 좌초 위기에 놓였다. 뉴스테이 사업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으나, 이를 포기하고 일반 재개발 방식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이 돌출되기 시작하면서 내홍이 격화됐다.

부산 내 소외지역으로 불리던 남구 감만동 312번지 일대는 최첨단 주거단지로 탈바꿈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미니 신도시급 아파트 단지 건설사업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부정부패가 만연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은 현장이라고 지적도 나온다.

웬 전자투표?”

지난 2016년 8월30일 국토교통부는 감만1구역 재개발 현장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으로 선정했다. 총사업비는 4조원대로 전체 조합원 약 2400여명, 신축세대수 9092세대로 비수도권 최대 단지 조성 사업지구로 불린다.

해당 지역은 공단지역과 가깝고 낙후돼있어 대단위단지 조성사업이 불가피해 뉴스테이로 선정됐다. 일반 재개발사업을 진행할 시 예상 분양율이 적다고 판단됐고, 공사비 절감 등에 있어 불리한 입지를 갖췄기 때문이다.

결국 뉴스테이 사업을 신청했고, 시공사로 대우건설과 동부건설을 선정해 지난 2018년 사업시행인가를 취득했다. 이어 지난 2020년 관리처분인가를 취득해 순항하던 중이었다. 당시 공사비는 일반 재개발 공사비보다 저렴했고 분양가도 3.3㎡당 900만원 이하로 조합원들에게는 부담이 적은 상태였다.


그러나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이후 일부 조합원들 중심으로 “수익성이 적은 뉴스테이 사업을 포기하고 10년이 걸려도 한번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반 재개발 방식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해당 조합은 전체 이주율 90%를 초과해 사업장 인근 가림막 작업을 준비한 상태다.

공사를 목전에 두고 철거공사 준비, 각종 인허가 준비를 앞둔 상태서 사업 내용을 초기화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뉴스테이 사업방식은 조합원분양분을 제외한 세대수를 기업이 시세보다 20~30% 저렴하게 매입해 8년간 민간임대로 공급한 후 재매각하는 방식이다. 시세보다 싸게 매입하다 보니 조합의 수익은 그만큼 떨어지지만, 미분양 이슈는 적다는 게 장점이다.

순항하던 뉴스테이 부러트린 사연은?
이주율 90% 넘었는데 갑자기 일반분양?

반면 일반 재개발 방식은 뉴스테이 사업방식보다 높은 가격, 즉 일반시세로 조합원 분양 후 잔여세대를 일반공급해 조합의 수익을 올릴 수 있으나, 감만1구역같이 대단지일 경우 미분양 사태가 발생한다면 높은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신탁사들의 공사비 보증을 받는 뉴스테이 사업에 비해 최소 25% 이상 금융비용이 높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부산 남구 감만1구역 재개발사업 ‘일반분양추진위원회(비대위)’는 “뉴스테이 사업은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조합원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며, 이를 이용한 비리백화점 조합이 된 만큼 일반분양으로 진행해야 한다”라며 주장하고 나섰다.


또 최근 부산 지역 아파트값이 상승한 것을 감안해야 하고 무엇보다 뉴스테이 사업으로 조합원의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막기 위해 일반분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감만1구역은 뉴스테이 사업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일부 조합 임원 등과 일반분양을 주장하는 비대위의 마찰이 격화된 상태다.

앞서 비대위는 서울 소재의 모 회사를 배후로 삼아 지난 2021년 5월 조합장 및 임원 해임총회를 처음 강행했다. 그러나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결정이 나오자 지난해 7월 두 번째 총회를 강행했고, 이 역시 효력 정지 결정이 나왔다. 

지난 3월 세 번째 해임총회를 강행했으나, 지자체서 무효로 판결됐다. 급기야 지난달 28일 마지막으로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해 조합장 및 임원 해임총회를 재차 강행했다. 총 4번의 해임총회 강행으로 조합은 사업을 진행하지 못해 매달 20여억원 이상의 금융이자를 지급하면서 버텼다.

조합 측은 “이로 인한 사업의 속도는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조합원 간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합은 지난달 28일 마지막 해임총회 역시 이사회 및 대의원회 의결도 없었고, 조합총회 및 계약도 없는 전자투표관리업체와의 진행이라는 이유로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및 부산시의 경우, 이사회 및 대의원회, 총회 의결을 득하고 이를 통해 정관 변경을 시행한 다음 해당 구청장의 승인을 얻어야만 전자투표가 가능하다. 

비대위 “변경승인 철거 중 하면 된다”
고소 나선 조합은 “정관 위반 행위”

대기업 주주총회처럼 재개발·재건축 조합 등에 이용되는 전자투표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오프라인 총회가 지자체의 집합 금지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한적으로 도입됐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에 따르면, 재난 상황 등으로 조합원의 직접 출석을 통한 총회 의결이 어려운 경우 전자적 방법의 의결권 행사를 허용한다.

법으로 정한 재난 상황은 자연재해와 함께 사회재난(감염병·화재 등)도 포함한다.

다만 노인 등 비대면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소외계층을 위해 기존 서면이나 대리인을 통한 방법도 유지하도록 했다. 총회 개최는 대면과 비대면 방식을 의무적으로 병행하도록 만들었다. 참석자의 조합원 여부나 접속기록이 확인되는 등 일정 요건을 만족하면 온라인으로 총회에 참석해 투표하는 경우에도 조합원 직접 출석으로 인정하게 했다.

또 전자서명을 위조·변조·매수·매도해 조합원 의사를 왜곡시키려는 행위가 적발되면 기존 서면결의서 위·변조와 동일한 수위로 처벌하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신설됐다.

정비업계는 전자투표가 상용화되면 사업기간이 1년은 단축되고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지만 조합원에게 정확한 설명이 부족해 이해도가 떨어지거나 대리투표, 투표권 거래 등 문제도 발생할 수 있으니 시범운영 등 단계적 접근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시공자나 정비업체·설계자·법무사 등을 선정하는 총회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전자투표 적용을 당분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조합 측은 비대위가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하는 과정이 조합정관 제21조(총회의 의결사항) 등을 무시하고 진행한 것이라며 효력정지가처분에 나섰다. 조합 측은 “비대위가 전자투표를 진행하는 과정서 조합원이 아닌 자들을 무단으로 총회장에 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입장시킨 정황을 확보했다”며 비대위를 업무 방해 및 사문서위조 혐의 등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마지막 해임총회 전 조합의 사무장으로 오랜 기간 근무한 조합 임원 2명이 비대위 측과 도모해 조합의 중요 자료를 유출시키고 조합원 간의 갈등을 유발시켰다는 조합원들의 진술을 확보해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감만1구역 조합의 내홍은 현재 진행 중이며 온갖 부정부패로 얼룩진 운영 방식으로 조합원들의 재산 피해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고소장 난무

한편, 비대위 측은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전자투표 방식은 전혀 문제가 없다”며 “금융비용 상승, 일반분양 변경에 따른 재승인은 철거 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답했다.

앞서 비대위 측은 조합이 협력업체 계약 과정서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뉴스테이 사업관리 용역’의 경우, 인근의 우암2구역이 7억5000만원에 계약한 반면, 감만1구역 조합은 그 9배에 달하는 65억원에 계약했다는 것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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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선고 이후…’ 대폭동 주의보 막전막후

‘탄핵 선고 이후…’ 대폭동 주의보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시간이 갈수록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심판관의 입에 모든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미 후폭풍은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갈등 수준이 임계점까지 치솟으면 폭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운마저 감도는 모양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헌재는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세번째 탄핵 심판 사건을 맡았다. 노 전 대통령 때는 최종 변론 이후 14일, 박 전 대통령 때는 11일 만에 결정이 나왔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변론은 지난달 25일로 마무리됐다. 벌써 2주 넘게 지난 셈이다. 이전보다 길어졌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두 전직 대통령 사례를 윤 대통령 사건에 대입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여권의 주도로 국회서 탄핵 소추됐지만 헌재는 탄핵안을 기각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여권이 나서서 탄핵 소추안 통과를 이끌었고 헌재도 인용했다. 노 전 대통령은 헌재 판결 직후 직무에 복귀해 임기를 채웠고 박 전 대통령은 파면돼 직을 상실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특검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형사 처분까지 받았다. 사상 초유의 일이 매일 일어나던 시기였다. 당시 특검팀에 수사팀장으로 참여했던 윤 대통령은 8년 만에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처지가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45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 의결로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같은 달 14일 통과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나온 이탈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동시에 진행됐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도 소용없는 ‘내란죄’ 혐의가 윤 대통령을 옭아맸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인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때 역할을 한 군·경찰 관련자들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일부 국무위원은 야권의 탄핵소추에 직무가 정지됐다. 모든 상황이 윤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여론의 움직임을 미묘하게 바꾸기 시작했다. 탄핵소추 전 10% 후반대를 오가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렸고 국민의힘의 지지율 역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힘이 실렸다. 거리로 나온 찬반 집회 여론조사와 다른 양상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박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 중 하나로 들고 나온 ‘부정선거’ 의혹이 극우 유튜버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전선이 형성됐다.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쪽은 거리로 나와 세를 과시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 전한길 한국사 강사 등이 주축이 된 탄핵 반대 집회에 수만명의 시민이 모였다. 여론조사에서는 탄핵 찬성 응답이 여전히 높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55.6%,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43%로 집계됐다. 국민의 과반이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한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실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응답 비율이 탄핵 반대보다 낮았던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진보’라고 답한 응답층과 중도층, 무당층이 탄핵 찬성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보수라고 답한 응답층은 탄핵 반대쪽에 무게감을 더하는 중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와 다른 양상을 띠는 게 이 지점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 전부터 이미 지지율이 급전직하해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IMF 사태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율 6%보다도 낮은 4%까지 떨어졌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 지지율이다. 당시 보수층이 ‘궤멸했다’는 표현이 나온 이유다. 박 전 대통령 때와 달리 현재 보수층은 강하게 결집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한때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설 때도 보수층이 뭉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수층서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면서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줄었다는 것이다. 거세지는 반대 여론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이들이 거리로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여론조사와 달리 탄핵 찬성 집회 인원보다 더 많은 수가 운집하고 있다. 3·1절에 서울 광화문·여의도 등지에 모인 시민은 12만명(경찰 추산)에 달했다. 2만명(경찰 추산)이 모인 같은 날 서울 안국역 등지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와 비교해 6배가량 많은 수다. 문제는 헌재의 선고 결과에 따라 유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박 전 대통령 때도 헌재의 선고 당일 2명 등 총 4명이 사망했다. 당시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측은 2017년 3월10일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직후 불복을 선언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경찰 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50여차례 들이받았고 이 과정서 대형 스피커가 떨어지면서 70대 남성이 사망했다. 60대 남성 1명도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된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또 다른 70대 남성 2명도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결국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박 전 대통령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경찰력을 총동원한다는 입장이다. 탄핵 심판 선고 전후로 외부인이 헌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벽으로 주변을 ‘진공 상태’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선고 당일 종로·중구 일대를 특별범죄 예방 강화구역으로 선포하고 8개 지역으로 나눠 질서 유지와 인파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민저항권 폭동 예고? 일각에서는 아무리 대비해도 폭력 사태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월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통해 예고편을 봤다는 것이다. 지난 1월18일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난동을 벌인 사건이다. 지지자들은 법원의 기물을 파손하고 영장 판사를 찾아다녔다. 법원이 공격당하는 사상 초유의 일에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이들은 ‘국민저항권’을 내세워 자신들의 행위를 옹호했다. 저항권은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국가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라고 정의된다. 실정법상에 승인된 권리는 아니지만, 서부지법에 난입한 지지자들을 변호하는 변호사도 저항권을 언급하는 등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측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여기에 서울중앙지법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탄핵 기각을 외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간이 만료된 후 기소가 이뤄졌다고 보고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체포적부심사와 구속적부심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소요된 기간을 ‘일수’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검찰이 즉시항고 등을 통해 법원의 결정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은 자유의 몸이 됐다. 또 재판부서 구속 취소 인용 배경으로 밝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판부는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을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행법상 내란죄 수사는 경찰만 가능하다.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는 물론 향후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수사와 재판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나타난 셈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52일 만에 구치소서 나와 관저로 돌아가는 길에 차에서 내려 90도 인사를 하고 지지자들과 악수하는 모습 등이 탄핵 반대를 외치는 측의 집결을 부추기는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로들 “헌재 판결 승복해야” 윤, 최후 변론서도 언급 안 해 실제 지난 9일 대통령 관저 인근서 열린 집회서 전 목사는 “윤 대통령이 석방되며 탄핵 재판은 하나 마나가 됐다. 끝났다”며 “만약 헌재가 딴짓을 했다?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한칼에 날려버리겠다”고 발언했다. 사랑제일교회가 주도한 이날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4500명이 모였다. 정치권의 행보가 탄핵 찬성과 반대 양측 모두를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판결 이후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빨리 임명해야 한다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의 탄핵소추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지난 11일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가용할 수 있는 투쟁 수단을 총동원해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비판하면서 민생을 지키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이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만류하는 상황도 아니다. 일각에서는 지지자뿐만 아니라 정치권서도 헌재의 선고에 반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0일에는 여야 정치원로 등이 국회에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간담회 직후 발표한 성명문을 통해 “지금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위기에 빠져드는 대한민국을 구한다는 구국의 차원에서 모든 국민이 곧 있게 될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할 것을 적극 권고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앞서 다수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위해 헌재서 어떤 판결을 내리든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의 최후 변론에 진정성이 담기려면 인용이든 기각이든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헌재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67분 동안 최후 변론을 할 당시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도 헌재 판결 이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 책임총리제 등을 통해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구상만 밝혔을 뿐이다. 정치권이 부추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로 불씨를 던진 양쪽 진영의 갈등은 각종 변수를 발판 삼아 장작이 돼 활활 타오르고 있다. 보수, 진보 양측 모두 통합보다는 분열을 자양분으로 여론몰이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제 갈등 수위는 임계점까지 치솟았다. 헌재의 판결이 폭발의 ‘방아쇠’가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