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민주당 돈봉투 사건 현주소

1년6개월 수사 마무리 수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서 돈봉투를 주고받은 사건이 1년6개월 만에 큰 산을 하나 넘었다. 배포용 돈봉투를 수수한 무소속 윤관석 전 의원이 대법원서 징역형을 확정받으면서다.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구형은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의원들의 조사 불응으로 기소하지 못하고 애를 먹고 있다. 검찰은 강제구인이나 조사 없이 기소해 사건을 마무리 지을지 고심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사건(이하 돈봉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검찰은 수사 초기 사건에 연루된 의원이 30명이 넘을 것이라며 설레발쳤지만, 아직까지 전·현직 의원 5명만 기소한 상황이다. 기소한 의원에 대한 징역형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나머지 수수자에 대한 수사를 끝마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송영길 중심
6000만원 의혹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1년6개월간의 수사 끝에 돈봉투 사건에 대한 결말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서 돈봉투를 주고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관석 전 의원이 유죄를 확정받아 기세를 살리려는 듯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의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31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유죄 판단에 정당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윤 전 의원은 지난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송영길 전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의 당선을 위해 당내 현역 의원들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경선 캠프 관계자들로부터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캠프 핵심 관계자였던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윤 전 의원의 요구를 송 전 대표 보좌관이었던 박용수씨에게 전달했다. 박씨는 2021년 4월27∼28일 각 300만원이 든 봉투 20개를 윤 전 의원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의원은 캠프 관계자들과 협의해 돈봉투를 마련했을 뿐 지시하거나 요구하지 않았고 자신은 전달자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법원은 윤 전 의원이 구체적으로 제공 액수를 정하는 등 충분한 재량을 행사했다고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에 윤 전 의원이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이 타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1심과 2심, 대법원서 징역형이 나오게 된 핵심적인 증거는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취록이다. 이 녹취록은 윤 전 의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의원이 많아서 다 정리를 해버렸는데 (봉투가)모자란다” “(돈봉투)안 주려고 했는데 거기서 3개 뺏겼다” 등의 말을 담고 있다.

윤관석 실형 후 속도 붙어
1차 수수자는 수사도 아직

법원서 이 전 사무부총장의 녹취록을 증거로 인정한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유죄가 나올 것을 자신하는 분위기인지 관련 재판서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허경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송 대표의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결심공판서 9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날 열린 이성만 전 의원의 항소심서도 검찰은 원심과 같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6개월을 구형했다.


돈봉투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의원, 민주당 허종식 의원과 민주당 임종성 전 의원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은 오는 28일에 열릴 예정이다. 

앞서 1심은 이들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윤 전 의원과 이 전 의원에게는 각각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임 전 의원에게는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 전 의원과 임 전 의원에게는 각각 300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이와 함께 유일한 현직 의원인 허 의원에게는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마찬가지로 추징금 300만원을 명령했다.

당초 검찰은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의원만 20명이 넘는다고 봤다. 특히 검찰은 윤 전 의원의 재판서 이성만·임종성·허종식·김영호 박영순·이용빈·윤재갑 의원을 돈봉투 수수 의심 인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 중 재판에 넘어간 사람은 단 4명뿐이다. 

검찰은 기소된 의원들 외에도 13명의 의원이 돈봉투를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검찰은 윤 전 의원의 재판서 ‘송영길 전 대표 지지 모임’에 참석한 적 있는 인물을 재판서 갑자기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거론된 의원은 김남국·김병욱·김승남·김승원·김회재·민병덕·박성준·박정·백혜련·안호영·윤관석·전용기·한준호·황운하 등이다.

미적지근
의원 조사

당시 실명이 거론된 의원 중 5명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고 2명은 지지 모임에 참석했지만, 돈봉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으며 10명은 모임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돈봉투 수수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4명의 의원은 모임 자체에 참석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들의 혐의 부인은 검찰 조사에서도 이어졌다. 지지모임의 참석 명단이 발표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검찰 조사에도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덕에 지난해 4월에 시작된 관련 수사는 1년6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마무리되지 못했다.

검찰은 지속적으로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김영호·민병덕·박성준·백혜련·전용기 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11월 중순 전후로 소환 일자를 특정한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그러나 이들은 ‘국회의장의 해외순방에 동행한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날짜에 불출석하거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검찰로부터 6~7차례에 걸쳐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22대 총선과 10월 보궐선거, 국회 상임위원회 국정감사 등 각종 의정활동을 이유로 들며 줄곧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검찰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검찰은 다음 달 9일 정기국회 일정이 끝난 후를 ‘최후통첩’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일부 의원이 ‘정기국회 일정이 끝난 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실제로 출석할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앞선 9~10월에도 이미 일부 의원은 출석 의사를 피력했다가 출석 직전에 불출석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의원들이 실제로 출석할 의지가 없으면서 국회 일정을 핑계로 시간만 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해야 2차 수수자에 대한 수사가 가능한 검찰의 입장에선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진술 신빙성
의문만 키워

이미 돈봉투 수수 혐의로 기소돼 1심서 유죄가 선고된 허종식 의원과 이성만·임종성 전 의원의 경우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에 뚜렷한 증거가 담긴 사례였다. 나머지 1차 수수 혐의자들도 수령 장소와 시각이 오전 8시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로 어느 정도 특정돼있다.

반면 ‘2차 살포’ 혐의는 윤 전 의원이 의원회관을 돌며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돈 봉투를 전달했다는 내용이라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더욱 어려운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이에 검찰은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의원들이 끝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조사 없이 기소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 출석 요구서에 의원들이 불응했을 때 조치에 대해 묻는 질문에 “가정적으로 안 나온다는 답변은 어렵다”면서도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소환에 끝까지 불응했을 때 조사 없이 기소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의원들이 끝까지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강제구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현직 의원은 국회 회기 중 불체포특권이 있어 국회 동의를 얻어야 체포가 가능하다. 비회기 중에는 국회 동의 없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국회가 끝난 후 강제구인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을 추진하고,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를 전액 삭감하는 등 검찰을 옥죄는 상황서 검찰이 야당 의원 다수를 상대로 강제구인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지난 1년여간 수사에 불응해 왔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검찰의 잘못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제구인·조사 없는 기소 고민”
“알맹이 없는 줄 선고 나올 수도”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민주당 의원 여러 명이 연루돼있는 만큼 (소환조사에 불응하겠다는)암묵적 단합을 한 게 아닌가 싶다”며 “법을 만드는 의원들이 법을 안 지키고, 국가 기관을 가벼이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태 소환에 불응하던 이들이 조사에 응한다고 해도 그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윤 전 의원이 대법원서 실형이 확정돼 증거가 인정이 됐지만 오히려 의원들의 진술로 사실관계가 흐려지면 재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검찰 관계자도 “참고인이든 피의자든 결국 출석하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면 실질적 효과는 없다”며 “이미 결정적인 증거와 사실관계를 확인했음에도 의원들에게 휘둘리며 수사가 미진하게 된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미 해당 의원들은 ‘시간끌기 전략’에 들어간 것”이라며 “검찰은 하루 빨리 기소하고 사건을 병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사건 선고에 사용된 주요한 증거가 다른 재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것도 재판부의 재량인 것을 감안하면 특히나 2차 수수자에 대해서는 선고 양상이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돈봉투 사건 수사 초기 수사팀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수사 초기부터 피의자들은 ‘조작된 증거’ ‘진술거부’ 등을 일삼았다”며 “수사 대응 방식을 ‘사법 저해’로 잡은 듯한 느낌을 계속 받아왔는데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한 검찰의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돈봉투 수수 의원들을 모두 재판에 넘기지 못한 상황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정점인 송 대표 등에 대한 선고가 부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출석 불응
부실 판결?

한 법조계 관계자는 “주요 혐의 수수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기소도 일부 이뤄지지 않은 상태서 송 전 대표에 대한 선고가 나오게 되는 것인데 혐의 의원들의 계속된 출석 불응으로 수사가 지나치게 지연되니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송 전 대표에 대한 선고가 먼저 나온다면 검찰이 2심서 나머지 의원들에 대한 수사 등을 거쳐 향후 공소장 변경이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결국 알맹이가 상당히 많이 빠진 채로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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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