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민주당 돈봉투 사건 현주소

1년6개월 수사 마무리 수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서 돈봉투를 주고받은 사건이 1년6개월 만에 큰 산을 하나 넘었다. 배포용 돈봉투를 수수한 무소속 윤관석 전 의원이 대법원서 징역형을 확정받으면서다.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구형은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의원들의 조사 불응으로 기소하지 못하고 애를 먹고 있다. 검찰은 강제구인이나 조사 없이 기소해 사건을 마무리 지을지 고심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사건(이하 돈봉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검찰은 수사 초기 사건에 연루된 의원이 30명이 넘을 것이라며 설레발쳤지만, 아직까지 전·현직 의원 5명만 기소한 상황이다. 기소한 의원에 대한 징역형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나머지 수수자에 대한 수사를 끝마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송영길 중심
6000만원 의혹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1년6개월간의 수사 끝에 돈봉투 사건에 대한 결말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서 돈봉투를 주고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관석 전 의원이 유죄를 확정받아 기세를 살리려는 듯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의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31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유죄 판단에 정당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윤 전 의원은 지난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송영길 전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의 당선을 위해 당내 현역 의원들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경선 캠프 관계자들로부터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캠프 핵심 관계자였던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윤 전 의원의 요구를 송 전 대표 보좌관이었던 박용수씨에게 전달했다. 박씨는 2021년 4월27∼28일 각 300만원이 든 봉투 20개를 윤 전 의원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의원은 캠프 관계자들과 협의해 돈봉투를 마련했을 뿐 지시하거나 요구하지 않았고 자신은 전달자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법원은 윤 전 의원이 구체적으로 제공 액수를 정하는 등 충분한 재량을 행사했다고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에 윤 전 의원이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이 타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1심과 2심, 대법원서 징역형이 나오게 된 핵심적인 증거는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취록이다. 이 녹취록은 윤 전 의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의원이 많아서 다 정리를 해버렸는데 (봉투가)모자란다” “(돈봉투)안 주려고 했는데 거기서 3개 뺏겼다” 등의 말을 담고 있다.

윤관석 실형 후 속도 붙어
1차 수수자는 수사도 아직

법원서 이 전 사무부총장의 녹취록을 증거로 인정한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유죄가 나올 것을 자신하는 분위기인지 관련 재판서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허경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송 대표의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결심공판서 9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날 열린 이성만 전 의원의 항소심서도 검찰은 원심과 같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6개월을 구형했다.


돈봉투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의원, 민주당 허종식 의원과 민주당 임종성 전 의원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은 오는 28일에 열릴 예정이다. 

앞서 1심은 이들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윤 전 의원과 이 전 의원에게는 각각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임 전 의원에게는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 전 의원과 임 전 의원에게는 각각 300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이와 함께 유일한 현직 의원인 허 의원에게는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마찬가지로 추징금 300만원을 명령했다.

당초 검찰은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의원만 20명이 넘는다고 봤다. 특히 검찰은 윤 전 의원의 재판서 이성만·임종성·허종식·김영호 박영순·이용빈·윤재갑 의원을 돈봉투 수수 의심 인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 중 재판에 넘어간 사람은 단 4명뿐이다. 

검찰은 기소된 의원들 외에도 13명의 의원이 돈봉투를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검찰은 윤 전 의원의 재판서 ‘송영길 전 대표 지지 모임’에 참석한 적 있는 인물을 재판서 갑자기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거론된 의원은 김남국·김병욱·김승남·김승원·김회재·민병덕·박성준·박정·백혜련·안호영·윤관석·전용기·한준호·황운하 등이다.

미적지근
의원 조사

당시 실명이 거론된 의원 중 5명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고 2명은 지지 모임에 참석했지만, 돈봉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으며 10명은 모임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돈봉투 수수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4명의 의원은 모임 자체에 참석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들의 혐의 부인은 검찰 조사에서도 이어졌다. 지지모임의 참석 명단이 발표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검찰 조사에도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덕에 지난해 4월에 시작된 관련 수사는 1년6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마무리되지 못했다.

검찰은 지속적으로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김영호·민병덕·박성준·백혜련·전용기 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11월 중순 전후로 소환 일자를 특정한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그러나 이들은 ‘국회의장의 해외순방에 동행한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날짜에 불출석하거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검찰로부터 6~7차례에 걸쳐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22대 총선과 10월 보궐선거, 국회 상임위원회 국정감사 등 각종 의정활동을 이유로 들며 줄곧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검찰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검찰은 다음 달 9일 정기국회 일정이 끝난 후를 ‘최후통첩’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일부 의원이 ‘정기국회 일정이 끝난 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실제로 출석할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앞선 9~10월에도 이미 일부 의원은 출석 의사를 피력했다가 출석 직전에 불출석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의원들이 실제로 출석할 의지가 없으면서 국회 일정을 핑계로 시간만 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해야 2차 수수자에 대한 수사가 가능한 검찰의 입장에선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진술 신빙성
의문만 키워

이미 돈봉투 수수 혐의로 기소돼 1심서 유죄가 선고된 허종식 의원과 이성만·임종성 전 의원의 경우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에 뚜렷한 증거가 담긴 사례였다. 나머지 1차 수수 혐의자들도 수령 장소와 시각이 오전 8시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로 어느 정도 특정돼있다.

반면 ‘2차 살포’ 혐의는 윤 전 의원이 의원회관을 돌며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돈 봉투를 전달했다는 내용이라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더욱 어려운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이에 검찰은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의원들이 끝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조사 없이 기소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 출석 요구서에 의원들이 불응했을 때 조치에 대해 묻는 질문에 “가정적으로 안 나온다는 답변은 어렵다”면서도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소환에 끝까지 불응했을 때 조사 없이 기소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의원들이 끝까지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강제구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현직 의원은 국회 회기 중 불체포특권이 있어 국회 동의를 얻어야 체포가 가능하다. 비회기 중에는 국회 동의 없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국회가 끝난 후 강제구인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을 추진하고,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를 전액 삭감하는 등 검찰을 옥죄는 상황서 검찰이 야당 의원 다수를 상대로 강제구인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지난 1년여간 수사에 불응해 왔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검찰의 잘못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제구인·조사 없는 기소 고민”
“알맹이 없는 줄 선고 나올 수도”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민주당 의원 여러 명이 연루돼있는 만큼 (소환조사에 불응하겠다는)암묵적 단합을 한 게 아닌가 싶다”며 “법을 만드는 의원들이 법을 안 지키고, 국가 기관을 가벼이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태 소환에 불응하던 이들이 조사에 응한다고 해도 그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윤 전 의원이 대법원서 실형이 확정돼 증거가 인정이 됐지만 오히려 의원들의 진술로 사실관계가 흐려지면 재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검찰 관계자도 “참고인이든 피의자든 결국 출석하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면 실질적 효과는 없다”며 “이미 결정적인 증거와 사실관계를 확인했음에도 의원들에게 휘둘리며 수사가 미진하게 된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미 해당 의원들은 ‘시간끌기 전략’에 들어간 것”이라며 “검찰은 하루 빨리 기소하고 사건을 병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사건 선고에 사용된 주요한 증거가 다른 재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것도 재판부의 재량인 것을 감안하면 특히나 2차 수수자에 대해서는 선고 양상이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돈봉투 사건 수사 초기 수사팀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수사 초기부터 피의자들은 ‘조작된 증거’ ‘진술거부’ 등을 일삼았다”며 “수사 대응 방식을 ‘사법 저해’로 잡은 듯한 느낌을 계속 받아왔는데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한 검찰의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돈봉투 수수 의원들을 모두 재판에 넘기지 못한 상황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정점인 송 대표 등에 대한 선고가 부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출석 불응
부실 판결?

한 법조계 관계자는 “주요 혐의 수수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기소도 일부 이뤄지지 않은 상태서 송 전 대표에 대한 선고가 나오게 되는 것인데 혐의 의원들의 계속된 출석 불응으로 수사가 지나치게 지연되니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송 전 대표에 대한 선고가 먼저 나온다면 검찰이 2심서 나머지 의원들에 대한 수사 등을 거쳐 향후 공소장 변경이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결국 알맹이가 상당히 많이 빠진 채로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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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