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민주당 돈봉투 사건 현주소

1년6개월 수사 마무리 수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서 돈봉투를 주고받은 사건이 1년6개월 만에 큰 산을 하나 넘었다. 배포용 돈봉투를 수수한 무소속 윤관석 전 의원이 대법원서 징역형을 확정받으면서다.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구형은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의원들의 조사 불응으로 기소하지 못하고 애를 먹고 있다. 검찰은 강제구인이나 조사 없이 기소해 사건을 마무리 지을지 고심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사건(이하 돈봉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검찰은 수사 초기 사건에 연루된 의원이 30명이 넘을 것이라며 설레발쳤지만, 아직까지 전·현직 의원 5명만 기소한 상황이다. 기소한 의원에 대한 징역형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나머지 수수자에 대한 수사를 끝마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송영길 중심
6000만원 의혹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1년6개월간의 수사 끝에 돈봉투 사건에 대한 결말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서 돈봉투를 주고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관석 전 의원이 유죄를 확정받아 기세를 살리려는 듯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의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31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유죄 판단에 정당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윤 전 의원은 지난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송영길 전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의 당선을 위해 당내 현역 의원들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경선 캠프 관계자들로부터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캠프 핵심 관계자였던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윤 전 의원의 요구를 송 전 대표 보좌관이었던 박용수씨에게 전달했다. 박씨는 2021년 4월27∼28일 각 300만원이 든 봉투 20개를 윤 전 의원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의원은 캠프 관계자들과 협의해 돈봉투를 마련했을 뿐 지시하거나 요구하지 않았고 자신은 전달자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법원은 윤 전 의원이 구체적으로 제공 액수를 정하는 등 충분한 재량을 행사했다고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에 윤 전 의원이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이 타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1심과 2심, 대법원서 징역형이 나오게 된 핵심적인 증거는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취록이다. 이 녹취록은 윤 전 의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의원이 많아서 다 정리를 해버렸는데 (봉투가)모자란다” “(돈봉투)안 주려고 했는데 거기서 3개 뺏겼다” 등의 말을 담고 있다.

윤관석 실형 후 속도 붙어
1차 수수자는 수사도 아직

법원서 이 전 사무부총장의 녹취록을 증거로 인정한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유죄가 나올 것을 자신하는 분위기인지 관련 재판서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허경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송 대표의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결심공판서 9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날 열린 이성만 전 의원의 항소심서도 검찰은 원심과 같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6개월을 구형했다.


돈봉투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의원, 민주당 허종식 의원과 민주당 임종성 전 의원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은 오는 28일에 열릴 예정이다. 

앞서 1심은 이들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윤 전 의원과 이 전 의원에게는 각각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임 전 의원에게는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 전 의원과 임 전 의원에게는 각각 300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이와 함께 유일한 현직 의원인 허 의원에게는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마찬가지로 추징금 300만원을 명령했다.

당초 검찰은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의원만 20명이 넘는다고 봤다. 특히 검찰은 윤 전 의원의 재판서 이성만·임종성·허종식·김영호 박영순·이용빈·윤재갑 의원을 돈봉투 수수 의심 인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 중 재판에 넘어간 사람은 단 4명뿐이다. 

검찰은 기소된 의원들 외에도 13명의 의원이 돈봉투를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검찰은 윤 전 의원의 재판서 ‘송영길 전 대표 지지 모임’에 참석한 적 있는 인물을 재판서 갑자기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거론된 의원은 김남국·김병욱·김승남·김승원·김회재·민병덕·박성준·박정·백혜련·안호영·윤관석·전용기·한준호·황운하 등이다.

미적지근
의원 조사

당시 실명이 거론된 의원 중 5명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고 2명은 지지 모임에 참석했지만, 돈봉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으며 10명은 모임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돈봉투 수수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4명의 의원은 모임 자체에 참석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들의 혐의 부인은 검찰 조사에서도 이어졌다. 지지모임의 참석 명단이 발표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검찰 조사에도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덕에 지난해 4월에 시작된 관련 수사는 1년6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마무리되지 못했다.

검찰은 지속적으로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김영호·민병덕·박성준·백혜련·전용기 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11월 중순 전후로 소환 일자를 특정한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그러나 이들은 ‘국회의장의 해외순방에 동행한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날짜에 불출석하거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검찰로부터 6~7차례에 걸쳐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22대 총선과 10월 보궐선거, 국회 상임위원회 국정감사 등 각종 의정활동을 이유로 들며 줄곧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검찰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검찰은 다음 달 9일 정기국회 일정이 끝난 후를 ‘최후통첩’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일부 의원이 ‘정기국회 일정이 끝난 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실제로 출석할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앞선 9~10월에도 이미 일부 의원은 출석 의사를 피력했다가 출석 직전에 불출석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의원들이 실제로 출석할 의지가 없으면서 국회 일정을 핑계로 시간만 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해야 2차 수수자에 대한 수사가 가능한 검찰의 입장에선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진술 신빙성
의문만 키워

이미 돈봉투 수수 혐의로 기소돼 1심서 유죄가 선고된 허종식 의원과 이성만·임종성 전 의원의 경우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에 뚜렷한 증거가 담긴 사례였다. 나머지 1차 수수 혐의자들도 수령 장소와 시각이 오전 8시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로 어느 정도 특정돼있다.

반면 ‘2차 살포’ 혐의는 윤 전 의원이 의원회관을 돌며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돈 봉투를 전달했다는 내용이라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더욱 어려운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이에 검찰은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의원들이 끝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조사 없이 기소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 출석 요구서에 의원들이 불응했을 때 조치에 대해 묻는 질문에 “가정적으로 안 나온다는 답변은 어렵다”면서도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소환에 끝까지 불응했을 때 조사 없이 기소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의원들이 끝까지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강제구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현직 의원은 국회 회기 중 불체포특권이 있어 국회 동의를 얻어야 체포가 가능하다. 비회기 중에는 국회 동의 없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국회가 끝난 후 강제구인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을 추진하고,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를 전액 삭감하는 등 검찰을 옥죄는 상황서 검찰이 야당 의원 다수를 상대로 강제구인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지난 1년여간 수사에 불응해 왔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검찰의 잘못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제구인·조사 없는 기소 고민”
“알맹이 없는 줄 선고 나올 수도”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민주당 의원 여러 명이 연루돼있는 만큼 (소환조사에 불응하겠다는)암묵적 단합을 한 게 아닌가 싶다”며 “법을 만드는 의원들이 법을 안 지키고, 국가 기관을 가벼이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태 소환에 불응하던 이들이 조사에 응한다고 해도 그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윤 전 의원이 대법원서 실형이 확정돼 증거가 인정이 됐지만 오히려 의원들의 진술로 사실관계가 흐려지면 재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검찰 관계자도 “참고인이든 피의자든 결국 출석하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면 실질적 효과는 없다”며 “이미 결정적인 증거와 사실관계를 확인했음에도 의원들에게 휘둘리며 수사가 미진하게 된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미 해당 의원들은 ‘시간끌기 전략’에 들어간 것”이라며 “검찰은 하루 빨리 기소하고 사건을 병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사건 선고에 사용된 주요한 증거가 다른 재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것도 재판부의 재량인 것을 감안하면 특히나 2차 수수자에 대해서는 선고 양상이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돈봉투 사건 수사 초기 수사팀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수사 초기부터 피의자들은 ‘조작된 증거’ ‘진술거부’ 등을 일삼았다”며 “수사 대응 방식을 ‘사법 저해’로 잡은 듯한 느낌을 계속 받아왔는데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한 검찰의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돈봉투 수수 의원들을 모두 재판에 넘기지 못한 상황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정점인 송 대표 등에 대한 선고가 부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출석 불응
부실 판결?

한 법조계 관계자는 “주요 혐의 수수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기소도 일부 이뤄지지 않은 상태서 송 전 대표에 대한 선고가 나오게 되는 것인데 혐의 의원들의 계속된 출석 불응으로 수사가 지나치게 지연되니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송 전 대표에 대한 선고가 먼저 나온다면 검찰이 2심서 나머지 의원들에 대한 수사 등을 거쳐 향후 공소장 변경이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결국 알맹이가 상당히 많이 빠진 채로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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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