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에 집단 움직임 분위기…시발점은?

지난 12일, 덕성·숙명·한양여대도 총학 성명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동덕여자대학교(이하 동덕여대) 재학생들의 남녀공학 전환 반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덕성여자대학교(덕성여대), 숙명여자대학교(숙명여대), 한양여자대학교(한양여대) 등도 가세하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덕성여대는 ‘동덕여대 공학 전환의 전면 철회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덕성여대 총학생회 ‘파도’는 “최근 동덕여대서 공학으로의 전환이 논의되고 있다. 이 논의가 재학생들의 동의 없이 총학생회조차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덕성여대 총학생회는 동덕여대 총학생회 및 학생들과 굳건히 연대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여자대학교는 여성들이 안전하고 차별 없이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돼 여성 교육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귀중한 가치를 반드시 지켜나가야 한다. 현재 대학 본부는 학내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학생들의 안전한 공간을 빼앗고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학 본부는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공학 전환 여부를 결졍해야 하고, 민주동덕의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학생과 교수진, 그리고 대학 본부 간의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모든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는 민주적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 철회를 지지했다.

이날 숙명여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설원’도 성명문을 통해 “대한민국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여자대학은 그 존재 이유를 잃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진정으로 동등한 사회적 주체로 인정받을 때까지 여자대학은 그 역할을 다하며 그 어떤 세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여성들의 권리와 안전을 지키겠다. 여대의 존립을 위협하는 모든 시도에 맞서 끊임없이 저향하며 여자대학이 사라질 수 없다는 사실을 강력히 주장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이 사회의 여성만을 위한 공간인 모든 여자대학과 연대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양여대 총학생회 ‘한결’도 ‘여자대학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입장문을 통해 “동덕여대는 ‘여성’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이라는 창립 정신을 토대로 개교됐으며, 이런 정신은 대학의 목적이자 앞으로의 방향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한결은 “그러나 동덕여대는 재학생의 의견을 묵살한 채 대학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버리고 있다. 국내 여대들은 여성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건립됐는데, 이 부분서 근본적인 질문을 내뱉을 수밖에 없다”며 “여성은 사회적 소수자로 구별된다. 이는 사회적 차별을 받는 대상을 의미하며 혐오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또 “여성은 인간으로서 차별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정당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를 보장하기 위해 여대가 설립됐다”며 “여성을 향한 혐오 범죄가 판치는 세상서 차별 없이 자주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곳은 구성원이 여성인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대는 존재 자체만으로 여성이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다. 때문에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 움직임은 여성의 권리, 재학생의 권리를 학교의 독단적 행동으로 짓밟는 행위로, 창립 정신을 되새겨 학교의 방향을 잃지 않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한결은 동덕여대 공학 전환 철회를 하는 순간까지 반대를 위해 목소리 내는 학우분들을 연대한다”고 마무리했다.


덕성여대, 숙명여대에 이어 한양여대, 수원여대 총학생회도 공학 전환 반대 운동에 동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1일 오전, 서울시 성북구 소재의 동덕여대 본관 앞에는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재학생 100여명이 ‘대학 본부는 공학 전환 즉시 철회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검은색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학교 곳곳에는 시위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백주년기념관 건물 앞 계단에는 ‘공학 전환 결사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들이 출입을 막아섰다.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본관 앞에 과잠(대학 점퍼)을 늘어놓고, 건물 외벽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공학 전환 반대’라는 구호를 크게 적어놓는 등의 시위를 벌였다. 또 학교 곳곳에 ‘사기 입학’ ‘민주 동덕은 죽었다’ ‘여자들이 만만하냐’ ‘명애(김명애 동덕여대 총장)롭게 폐교하자’ 등의 글귀를 새겨 넣으며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

학교 앞에 놓인 동덕여대 설립자 조동식 선생의 흉상은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재학생들에 의해 달걀, 페인트 등을 뒤집어썼다.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이날 예정된 음대 졸업 연주회장을 찾아 행사를 방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음대 학생 및 교수들은 ‘졸업연주만이라도 하도록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욕설과 조롱으로 모욕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X(구 트위터)엔 한 트위터리안은 ‘졸업연주회 해야 한다는 학생들과 음대 교수’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동영상을 게재했다. 전체 화면이 블러 처리된 해당 영상엔 학생들끼리 설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트위터리안은 “(음대)교수님께서 ‘마스크는 왜 쓰냐? 너네가 딥페이크 당하냐? 경찰 부르겠다’고 하시며 학생을 조롱하고 협박하셨지만, 저는 당신이 딥페이크 당할 것을 염려해 얼굴을 가렸다”고 주장했다.

음대는 졸업작품을 제출하는 타 학과와는 달리 연주가 필수 요건인 만큼 불이행 시 졸업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숙명여대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예고글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흉기로 난동을 부리겠다는 글이 온라인에 게재됐다는 신고를 받고 IP(인터넷 프로토콜)를 추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재학생들의 공학 철회 시위가 ‘수업 거부’ ‘설립자 흉상 테러’ ‘창문 래커 칠’ 등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며 “‘진리의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서 막무가내식의 테러 행위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지성인들이 모인 대학서 더 이상의 과격 시위는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면서도 “각 대학 측도 재학생들과의 대화의 장을 갖는 등 사전에 최소한의 의견수렴 절차 정도는 밟았어야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조언했다.


교육계에선 여대들의 공학 전환 논란의 시작은 성신여자대학교(성신여대)의 내년도 특별전형 모집이라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성신여대 대학 본부가 ‘2025학년도 국제학부의 외국인 특별전형 모집 요강에 남학생 입학생을 허용하기로 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불거진 것.

이에 성신여대 총학생회 ‘여일하게’는 ‘여성만이 성신을 비추고 성신이 세상을 밝히리라’는 대자보를 게시하며 불을 지폈다.

여일하게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우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단독적으로 결정해 모집 요강을 공개했다. 이는 자주정신의 가치를 훼손으로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행위임이 자명하다”며 성신여대 대학 본부에 반기를 들었다.

이어 “우리나라 역사 속 여자대학교의 설립은 여성의 교육 확대를 보장받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며, 오직 여성을 위한 교육기관임에 그 존재 가치를 갖는다”며 “학교 본부는 오직 여성만을 위한 여자대학교의 목적을 직시하고 학우들의 존엄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교에 ▲여대의 존립 이유를 해치는 남성 재학생 수용 중단 ▲성신여대의 방향성을 재학생들에게 투명하게 공유 및 소통 ▲여성만을 위한 여대의 본분을 직시해 학생의 존엄성 보장을 요구했다.

<haewoo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