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금속공예 거장’ 김홍자

인연의 향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현대화랑서 한국 금속공예 거장 김홍자의 개인전 ‘인연의 향연’을 개최했다. 1994년 갤러리현대서 진행한 개인전 ‘김홍자 금속작품전’ 이후 30년 만에 현대화랑서 열리는 전시다. 1990년대 제작된 금속 조각을 비롯해 주얼리, 의례용 그릇, 거울 등 김홍자의 30여년 예술적 여정을 집약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김홍자는 동아시아 미학과 서구 모더니즘을 창의적으로 융합해 금속이라는 매체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해 왔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한국 금속공예 기법인 포목상감, 금부, 옻칠, 칠보 등을 일상적인 장신구부터 금속예술 작품에까지 이르는 현대적 미감에 결합해 탄생했다. 자연과 조화로운 관계를 중시하는 도교 철학과 기독교적 사상을 깊이 반영하고 있다. 

도교

그는 미국서 60여년 동안 거주하며 미국의 금속공예 기법과 한국의 전통공예 기법을 융합해 예술적 탐구에 깊이를 더했다. 전시 제목인 ‘인연의 향연’은 미국 워싱턴 D.C., 뉴욕, 시애틀, 하와이, 세인트루이스, 독일 슈투트가르트, 중국 윈난성, 대만 타이난 등지서 맺은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과 따뜻한 시선을 은유한다. 

인간과 자연풍경을 모티프로 삼는 김홍자의 작품은 확고한 디자인 철학과 고도의 금속공예 기술의 집약체다. 미술평론가 이경성은 “언제나 그랬듯 김홍자의 작품을 접하면 금속이라는 생명체가 아닌 물질이 어딘지 생물학적인 느낌이 든다. 그것은 김홍자라는 연금사가 손과 마음을 통해서 비정적인 물질에 살아있는 생명을 불어넣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홍자의 작품세계는 조형과 인간성이 잘 조화된 상태다. 금속이라는 딱딱한 재료를 유기적인 형성과 다듬어진 기술로 살아있는 생의 호흡을 느끼게 했다”고 덧붙였다.


김홍자는 작품을 통해 차가운 금속서 따뜻한 인연의 의미를 발견하고 자연과 인간, 그리고 그 사이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반추상적인 여성의 형상은 운명에 순응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과감한 도전을 이어가는 열정적인 작가의 자화상으로도 볼 수 있다. 

전시장은 반짝이는 브로치부터 한 폭의 풍경화처럼 표현된 벽걸이 작품, 높이 2m에 이르는 대형 거울 등 다양한 크기와 용도, 재료의 구성을 통해 새롭게 변모한 작품으로 구성돼있다. 브로치나 찻잔 같은 소형 작품에는 유연하고 가공하기 쉬운 은을 사용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색된 흔적을 담아냈다. 대형 작품에는 동, 청동, 황동 등을 활용해 포목상감, 녹청, 금부, 금박, 옻칠 등의 기법을 선보였다. 

전시장 1층에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긴 인물 형상의 금속예술 작품을 시작으로 주전자, 잔, 쟁반, 거울 등 다양한 기능과 용도의 작품이 놓였다. ‘돌아가는 당신과 나’에 사용된 녹청 기법은 김홍자가 미국서 익힌 서양의 금속공예 기법이다.

음양론 바탕으로 감정 탐구
동서양 아우르는 삶의 여정

그는 1980년대 홍익대서 풀브라이트 초청교환 교수로 금속공예를 가르치던 때부터 이 기법을 한국 금속공예계에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도교서 선과 자비를 상징하는 불사조(봉황)가 올라간 작품 ‘불사조’는 은 표면 위의 금부 기법이 돋보인다. ‘대부’와 짝을 이루는 ‘대모’는 은과 금부, 옻칠의 정교한 조화를 통해 김홍자가 다양한 금속공예 기법을 연구하고 고민한 흔적이 담겨있다. ‘무지개풍경 Ⅶ’ 속 빛나는 금박, 은과 강하게 대비되는 착색된 동과 브론즈는 작품에 생동감을 더한다. 

몽고메리 컬리지 미술학과 교수이자 갤러리 디렉터인 제임스 L. 브라운은 비대칭적인 구성은 허공에 힘들이지 않고 그림을 그려나간 듯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며 축소된 풍경에 쌍으로 등장하는 우아한 인물은 고도로 추상화된 선적 요소로 조화롭고 활기찬 공간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전시장 2층은 한국 전통 창살문을 연상하는 ‘프리 댄스’ ‘회상Ⅰ’을 중심으로 칠보 거울, 실크에 한 포토 프린팅 등 다양한 평면 작업으로 구성됐다. ‘프리댄스’와 ‘회상Ⅰ’은 프랑스 신인상주의의 시초로 평가받는 조르주 쇠라의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속 여유롭게 산책하는 인물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양식화된 인물 묘사와 학부 시절 섬유예술 전공의 영향을 받은 장식적인 패턴이 돋보인다.

2000년대에 제작된 평면 작품 ‘하와이 이민사’에는 동서양의 다양한 도시와 문화를 지나온 삶의 여정을 녹여내려 한 김홍자의 의도가 반영돼있다. 실크에 디지털 사진을 프린팅하고 그 위에 붓 자국을 남기며 얹은 유화 물감과 은의 질감이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청년시절 미국에 이민 간 그의 개인적인 경험을 반영한다. 

‘봄의 행진’ ‘여정 Ⅲ’ ‘연못가에서의 사색’은 유년시절 보았던 수련을 떠올리며 그린 정겨운 풍경으로 자연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 김홍자는 2000년대 이후에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활용해 철저히 조형화된 화면을 구축하는 것과 동시에 시적인 삶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기독교

현대화랑 관계자는 “김홍자는 ‘갈등’ ‘긴장’ ‘조화’ 속에서 동서양의 다양한 문화와 전통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에 주목하며 ‘평온’ ‘영원함’ ‘무병장수’ 및 ‘음양론’을 바탕으로 인간의 행동과 감정을 탐구해 왔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김홍자의 금속공예 기법에 대한 깊은 이해와 기술적 숙련도를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예술적 여정과 철학이 담긴 작품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김홍자는?]

김홍자는 1939년 서울서 태어났다. 이화여자대학교서 섬유예술을 전공하던 중 1961년 미국 하와이로 이주했다. 1969년 인디애나대학교 블루밍턴서 섬유 및 금속예술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1973년 금속예술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72년부터는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컬리지 록빌 캠퍼스서 금속예술을 가르치며 40여년 간 수많은 후학을 양성했다. 현재 미국 메릴랜드 락빌에 거주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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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발 윤석열 탄핵 시계

‘비상계엄 선포’발 윤석열 탄핵 시계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6당이 4일, ‘비상계엄령 선포’를 선언했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날 탄핵안에 포함된 인사는 윤 대통령 외에도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포함됐으며 내란죄가 적용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김 장관의 건의로 이뤄졌다. 이날 국방부 관계자는 ‘김용현 장관이 계엄을 건의한 게 맞느냐’는 질의에 “맞다”고 답변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제출됨에 따라 헌법 및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 보고 및 표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의결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날 오전 민주당은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긴급 의원총회 직후 결의문을 발표하면서 “윤 대통령이 사퇴하지 않을 시 즉시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부대표는 “오늘 자정이 지난 시점에 국회 본회의를 개의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의원들에게 공지했다. 박 원내부대표는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의결해야 하니 토요일(7일)까지는 비상 대기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탄핵소추안의 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으로, 민주당 및 범야권 의석(192석)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가에선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소수 야당들도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있는 데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이탈표가 나올 수 있는 만큼 가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만약 국민의힘서 8명 이상의 이탈표가 발생할 경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며, 대통령의 직무도 즉시 정지된다. 물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해서 탄핵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론이 나올 때까지 정지되며,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헌재 탄핵은 재판관 9인 중 6인이 찬성할 경우 인용되나 현재 6인 체제인 만큼 즉시 탄핵 심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 농단’이 화두가 되면서 인용됐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헌재의 탄핵 결정이 나오기까지 3개월1일이 소요됐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는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 3일,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폭거는 대한민국 국가재정을 농락했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런 민주당의 입법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며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전원을 긴급 소집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한 후 본회의 표결에 부쳐 190명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선포 6시간 만인 오전 4시30분께 전격 해제됐다. 이날 계엄 작전은 미리 계획돼있었다는 듯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졌다. 계엄령 선포와 함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으며 11시께 포고령 1호를 발령했다. 포고령엔 국회, 지방의회 등의 정당‧정치 활동은 물론, 파업, 태업, 집회 행위 등을 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언론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을 것도 명했다. 이날 현장을 찾았다는 시민 등에 따르면, 국회에 투입됐던 경찰 병력은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및 시민들의 경내 진입을 막아섰으나 자리를 지키는 정도로 격렬하게 대응하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간혹 큰소리를 내며 국회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시민을 향해선 ‘지금은 출입이 통제된 상태니 자제해달라’고 고지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다만 공수부대, 특전사로 구성됐던 계엄군은 국회 본관 내 진입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당직자 등에 따르면, 계엄군은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등의 유리창을 깬 후 본관 안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이들은 국회 및 민주당 당직자들의 거센 저지를 받았다. 이러는 사이 우 의장 직권으로 비상계엄 해제 결의요구안이 본회의서 가결 처리됐고, 계엄군을 막고 있던 이들은 “당신들은 반란군”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자, 윤 대통령도 4시29분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하면서 긴박했던 12·3 비상계엄 6시간은 막을 내렸다. 의아스러운 부분은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이날 계엄군은 경기도 과천시 소재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투입됐다. 매체는 제보받았다는 영상을 근거로 “어젯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본청 뿐 아니라 또다른 주요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까지 장악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오늘 새벽 비상등을 켠 버스서 내린 무장 군인들이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로 진입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중앙선관위 청사에 투입된 2~30명의 계엄군은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10시20분경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폭거는 대한민국 국가재정을 농락했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런 민주당의 입법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자유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 방탄으로 국정은 마비 상태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족대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기반이 돼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북한 공산 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또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며, 이를 위해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며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계엄 선포로 인해 자유 대한민국 의 헌법 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들게 다소 불편이 있겠지만, 자유 대한민국의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것이며 대통령으로서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념을 바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워딩 어디서도 의료나 전공의라는 단어는 물론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날 비상계엄 후폭풍의 영향으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은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 내각 총사퇴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서 “내각 총사퇴, 국방부 장관 해임, 대통령 탈당을 요청해야 한다”며 “최고위원들도 이 의견에 공감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위기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kangjoomo@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