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승부수’ 특감의 아찔한 추억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1.04 14:21:44
  • 호수 1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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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김건희?’ 이제 와서 관리될까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해 특별감찰관 추천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고, 의견 수렴 절차에 대한 찬반도 거세다. 역대 대통령 모두 실패했던 친인척 관리를 특감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10월2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재판 결과가 나오는 11월15일 이전에 김건희 여사 관련 국민의 요구를 해소해야 한다”며 “대통령 친인척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이하 ‘특감’) 국회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추·홍
즉각 반발

이어 같은 달 25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특감 임명은 현재도 유효한 우리 당 대선공약”이라며 “우리 당 대선공약 실천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국민께 국민과 약속한 공약 실천에 반대하는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서도 특감 임명을 요구했고, 윤 대통령은 “여야가 협의할 문제”라면서 사실상 거부했다. 특감 임명에 대한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은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과의 연계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 이후 갑작스럽게 시점까지 정해두고 특감 임명 카드를 꺼냈다.

그는 면담 당시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실 내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규명 절차 협조 등 3대 요구사항을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확인된 잘못과 구체적인 의혹도 없고, 지금은 때가 아닐 뿐만 아니라, 활동도 이미 자제하고 있다”는 취지로 이를 모두 거부했다.


당 안팎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한 대표의 제안이 나오자마자 “특감 추천은 국회 의사결정 과정이고 원내사항”이라며 “원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의원총회고 의장은 원내대표”라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달 24일 오전 국민의힘 의원 108명이 모두 참여하는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국감을 다 마치고 의원님들 의견을 듣는 의원총회를 개최하겠다”고 공지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날 “원내 사안을 대표가 감독하는 것은 몰라도 관여하는 것은 월권”이라면서 추 원내대표를 거들었다. 이어 “정치를 잘 모르니 원내대표 제도가 왜 생겼는지도 모르는 게 당연하다”면서 한 대표를 비판했다. 홍 시장은 지난 2022년 7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비판하면서 특감의 조속한 임명을 주장했던 바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친한(친 한동훈)계 김종혁 최고위원이 “공개 의총을 통해 특감 추천에 관한 토론과 표결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곽규택·김용태 의원에 이어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도 표결 반대 견해를 밝혔다.

장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서 “국민은 특감보다는 김 여사의 활동 중단과 인적 쇄신이 더 필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 대표의 특감 임명 제안은 당내 의견을 결정하는 절차에 대한 찬반 논쟁까지 불거지는 상황을 만들었다. 대통령실은 ▲북한 인권재단 이사 임명 ▲여야 합의에 따른 특감 임명이라는 기존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특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사전적이고 예방적인 조치일 수밖에 없는 특감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특검을 막으려는)물타기일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 실패…특별감찰관 가능?
수사권 없지만 감찰 과정 언론 노출 가능성↑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운영위 소위원회를 개최해 상설특검 추천 과정서 여당 추천을 배제하는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14일 진행되는 본회의에선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를 대비해 상설특검으로 우회해 김 여사를 수사하게 하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특감 제도는 박근혜정부의 대선공약이었고, 2014년 6월 신설됐다. “독립적인 지위를 토대로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인척과 수석비서관급 이상 측근들의 비위를 사전 방지한다”는 취지로 설치됐고, 결격 사유와 직무수행이 현저히 곤란할 정도의 질환이 있을 때 외에는 해임할 수 없도록 규정해서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규정돼있다.

특감에는 ▲감찰 ▲자료 제출 요구 ▲사실 조회 요구 ▲출석 및 답변 요구 등 권한이 보장된다. 각종 영장 청구와 신병 확보 등 수사권은 처음부터 없었다. 박근혜정부의 설치 이후 임명돼 유일하게 활동했던 사람은 2015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재직했던 이석수 전 감찰관이었지만, 수사권이 없다는 한계는 활동 내내 여실히 드러났다.

이 감찰관은 임명 후 6개월이 지난 2015년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서 “활동이 미진하다”는 질타를 들었다. 당시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감찰 대상의 행위를 언론을 통해 접했다던데, 그동안 전혀 활동하지 않았느냐”고 질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도 “수사는 검찰, 감사는 감사원, 포괄적 감찰은 민정(수석실)이 한다면, 특감은 앉아서 돈 받으라고 만들었느냐”고 비판했다.

당시 이 감찰관이 국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감찰 대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족 161명과 전·현직 수석비서관 이상급 29명 등 190명이었다. 홍 의원이 지적했던 당시 ‘감찰 대상’은 박 전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였던 윤모 씨였다. 윤씨는 당시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특감의 첫 감찰 대상은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씨였다. 박씨는 2014년 “160억원대 한국농어촌공사 납품 계약을 성공시켜주겠다”면서 사회복지법인 대표로부터 1억원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감찰을 받았고, 기소됐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박씨의 유죄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하지만 큰 파문을 일으켰던 것은 두 번째 감찰이었다. 그 감찰 대상은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우 수석은 새누리당의 2016년 4월 총선 패배 이후 야당과 언론의 정조준 대상이 됐다. 각종 비리 의혹만 문제가 됐던 것이 아니다.

우 수석은 국정원·경찰·국세청 직원들을 파견받아 직제에 공개되지 않는 비밀 감찰팀인 삼청동팀을 꾸려 고위공직자들을 감찰하고 있었다. 우 수석을 산하 민정비서관으로 두고 있었던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우 수석의 비밀 감찰팀을 ‘우병우팀’이라고 비망록에 기록해뒀다.

감찰 막히자
언론과 접촉

삼청동팀은 박 전 대통령이 총애하는 고위공직자들의 각종 비위를 사전에 탐지해 비밀 유지를 위한 대책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크게 불거진 요소 중 하나였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각종 비위 정황은 이미 삼청동팀을 통해 확인됐지만, 우 수석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각종 비리 외에도 직무 범위를 벗어난 일탈행위까지 확인됐으니, 특감으로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감찰관은 좀처럼 우 수석을 감찰할 수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이 우 수석을 매우 총애했기 때문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총애와 본인의 오만한 성격이 맞물린 것인지, 우 수석이 이 감찰관에게 “왜 일을 키우느냐”고 반발한 것도 부족해, 전화를 걸어 “형, 어디 아파?”라는 말을 한 사실은 아주 유명하다.

좀처럼 감찰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서 “이 감찰관이 <조선일보> 기자와 우 수석 감찰 관련 대화를 했다”는 MBC 보도가 나왔다. 당시 보도의 핵심은 “이 감찰관과 기자가 우 수석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의혹과 가족회사 정강의 탈세 및 배임 의혹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 이 감찰관은 ‘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검찰에 넘기겠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이 감찰관은 MBC 보도를 부인했지만, 청와대는 “특감의 정보 유출은 현행법을 위반한 중대 사안이고,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감찰은커녕 자신이 고발돼 압수수색을 당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이 감찰관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모금과 관련해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내사를 진행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청와대는 이 감찰관의 사직서를 제출 다음 날 수리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전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감찰이 막힌 특감이 언론과 접촉해 감찰 내용을 알리고, 수습할 수 없는 게이트가 돼 돌아왔다’는 전례가 됐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추진하면서 특감을 임명하지 않았다. 신현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2020년 연말 취임 이후 국정기조 전환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건의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 수석의 건의 중 하나는 특감 임명이었다. 이후 신 수석은 검찰 인사 논의서 배제되는 등 문 전 대통령과 거리가 멀어지다가 취임 후 두 달여가 지났던 2021년 2월 사직했다.

한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글로 확인한 것처럼, 특감 임명은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특감을 임명하지 않았고, 지난 5월까지 민정수석도 임명하지 않았다. 김주현 현 민정수석을 임명한 5월7일은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후 5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2년2개월여 동안 공석이었던 민정수석이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언급된 직후 임명되자, 야권에서는 “김 여사 특검을 거부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 대표가 특감 임명을 공식 언급하기 시작한 지난 10월21일은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후 4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따른 여파가 당에 미칠 가능성이 거론되고, 야권의 특검법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었다. 고심 끝에 나온 차선책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역대 정부 
모두 실패

역대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는 헌정사 구석구석에 남아있다. 모든 정권은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가 정권 자체를 뒤흔들 핵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정권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를 제대로 예방한 적이 없다. 

이승만정부에서는 양자 이강석이 엄청난 권력을 행사했다. 이강석은 ‘이기붕 국회의장의 친자 겸 이 전 대통령의 양자’라는 자신의 신분을 행패 부리는 일에 사용했다. 그 여파로 1957년 8월 이강석을 닮은 청년이 이강석을 사칭하는 ‘가짜 이강석 사건’이 발생했다.

이강석 행세를 한 청년이 경북 경주와 영천서 각각 시장과 경찰서장의 극진한 대접을 받다가 적발된 사건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도 자녀들이 물의를 일으켰다. 박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재판 중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보충서에 근혜·지만 남매의 비행을 자세히 서술했다.

김 부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민씨를 놓고 “두 사람이 운영하는 구국여성봉사단이 얼마나 많은 부정을 저질러왔고, 국민, 특히 여성단체들의 원성이 되어왔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박승규 민정수석조차 말도 못 꺼내고 중정부장인 나에게 호소할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전두환씨는 핵심 측근이었던 이학봉 전 의원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핵심 측근이 민정수석을 맡았지만, 전씨의 친인척은 전혀 관리되지 못했다. 이순자 여사는 남편의 대통령 취임 이후 막강한 권위와 영향력을 행사했다. 동생 전경환씨는 새마을운동협회를 맡으면서 수시로 횡령 및 탈세 범죄를 저질렀다.

초대형 어음 사기 행각을 벌인 장영자씨도 전 대통령 처삼촌의 처제였다. 이 수석은 장씨의 어음 사기 행각을 미리 파악해 안기부에 조사를 요청했지만, 유학성 안기부장은 “알아보니 별거 아니었다”면서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에는 처사촌 박철언 전 의원이 실세로 군림했다. 박 전 의원은 5공 때부터 청와대와 안기부서 각각 비서관과 특보로 근무했고, 사조직 월계수회를 이끌어 노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중에는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등 ‘6공 황태자’로 통했다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슬롯머신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불거졌던 의혹은 ▲영부인 김옥숙 여사 ▲친구 겸 처남 김복동 전 의원 ▲동서 금진호 전 의원 ▲박 전 의원이 가족회의를 통해 국정을 주도했다는 설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는 별명부터 ‘소통령’이었다. 김씨는 여론조사와 선거전략을 맡는 등 아버지의 책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더더욱 통제가 어려웠다. 그의 정치 개입에 대해서는 “정부·여당·군·검찰·국영 기업 등 요직에는 그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였다.

찬성하면 제2의 이준석?
반대하면 윤 공동운명체?

김씨는 당시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수준의 정보를 보고 받고 국정운영에 개입했다. 김씨의 이런 행각을 우려했던 김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김덕룡 전 의원도 “현철이를 유학 보내라”고 요구했다가 김 전 대통령에게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3명은 모두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아버지의 임기 중 구속됐다. 3명 중 특히 셋째 아들 김홍걸씨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로비 명목으로 약 36억원 상당의 금품과 주식을 받은 사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세간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아들 3명의 권력형 비리 행각을 일컬어 ‘홍삼 게이트’라고 조롱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각각 친형이 이권에 개입해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해 구속됐다. 

노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는 동생의 취임 직후부터 국세청장 인사에 개입하려고 해 물의를 일으켰고, 남상국 당시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뇌물을 받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솔로몬저축은행 게이트에 연루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동생의 임기 중 구속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사위가 타이이스타젯에 특혜 채용됐고, 타이이스타젯으로부터 약 2억원의 특혜성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 9월 문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특감에 대해 그는 “특감은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과 관련한 문제를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둔 기관이고, 지금은 그런 역할과 기능이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이 그조차 머뭇거린다면, 국민은 ‘민심을 알긴 아는 거야?’라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등 떠밀리지 않고 변화와 쇄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첫걸음은 특별감찰관을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권도 없고 사전 예방에 의미를 둔 특감으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해소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에 대해선 “당과 정부가 국민의 우려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변화와 쇄신의 주체가 되기 위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며 “우리가 자발적으로 특감을 추진하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특검 수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은 관철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가오는 
선택의 시간

특검 찬성은 한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극약 처방이고,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공식 이별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특검에 찬성하면 당내 거부 여론이 늘어나 ‘제2의 이준석’이 돼 당에서 설 자리를 잃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반대 견해를 확고히 하면 윤 대통령 부부와 정치적 운명을 함께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특검과 특감 모두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도 11월에는 특검법 발의와 상설특검을 동시에 추진할 예정이다. 한 대표에게 선택의 시간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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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 후폭풍> 끝나지 않은 탄핵 시나리오

[12·3 계엄 후폭풍] 끝나지 않은 탄핵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탄핵 열차가 멈춰 섰다. 시동이 걸릴 듯 말 듯 미적대던 열차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동력 삼아 나아가기 시작했다. 열차를 레일 위에 올린 것은 야권이지만 운전대를 잡은 여당이 브레이크를 잡았다. 탄핵 열차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재가동이냐, 전복이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부터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진 7일까지 정치권을 비롯한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였다. 야권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공개하면서 ‘윤석열 퇴진’을 외쳤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탄핵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고 이탈표 단속에 나섰다. 국민은 서울 여의도, 광화문 등지서 열린 탄핵 찬반 집회에 참석했다. 숨가쁜 4일 쪼개진 국민 여야는 표결 전까지 치열한 수싸움을 벌였다. 야권은 ‘김건희 특검법’과 ‘대통령 탄핵안’을 같이 표결하겠다고 선언했고 국민의힘은 김 여사 특검법에만 표를 던지고 탄핵안 표결 때는 퇴장하는 방식으로 맞섰다. 그 결과 김 여사 특검법은 부결, 탄핵안은 정족수인 200석을 채우지 못해 표결이 무산됐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본회의서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찬성 198표, 반대 102표로 부결됐다. 2표차로 김 여사 특검법은 최종 폐기됐다. 이후 이어진 대통령 탄핵안 표결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체로 퇴장했다. 안철수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김예지·김상욱 의원 등이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표를 던졌지만 정족수를 채우진 못했다. 대통령 탄핵안의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다. 범야권 찬성 표를 192명으로 계산했을 때 국민의힘 의원 8명의 이탈표가 필요했다. 표면상으론 윤 대통령 부부가 ‘한숨 돌린’ 모양새다. 하지만 여론의 파도는 훨씬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서 보여준 모습이 국민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여사 특검법 표결 후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는 모습이 생중계에 고스란히 잡히면서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모든 일은 지난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에서 시작됐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재현된 비상계엄 상황에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화들짝 놀랐다. 계엄군과 국회의원, 시민 등의 대치로 국회 앞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후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이 나오자 혼란은 더욱 극심해졌다. 3일 오후 10시25분 비상계엄 선포 이후 4일 오전 4시27분 해제되기까지 6시간 동안 국회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3일 오후 11시께 “모든 국회의원은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고 공지했다. 재적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최소 150명 이상이 국회 본회의장으로 집결해야 했다. 여당, 표결 전 퇴장 직무 정지는 면했다 그사이 계엄군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보좌진 등과 대치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됐다. 우 의장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을 진행할 당시 모인 국회의원은 190명이었다. 표결에 참여한 의원의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2시간30여분 만이다. 계엄 선포 해제 발표는 3시간 뒤인 오전 4시27분께 나왔다. 윤 대통령은 생중계 담화를 통해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 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그러나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6시간 만의 상황 종료였다. 문제는 후폭풍이다. 계엄군이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시민과 충돌해 사상자가 나오는 등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1979년 이후 처음 선포된 비상계엄이 한국 사회에 안긴 충격은 엄청났다. 여론이 들끓었고 특히 정치권은 사상 초유의 사태에 시계 제로(0) 상황이 됐다. 발 빠르게 움직인 쪽은 야권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야6당은 4일 오후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고 5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탄핵안 발의에는 야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헌법이 요구하는 그 어떠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원천 무효인 비상계엄을 발령했다”고 탄핵 사유를 들었다. 국민의힘은 표결 직전까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종일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상태였지만 내부 상황이 요동쳤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사실상 탄핵 찬성의 뜻을 밝힌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몇몇 의원이 당론과 상관없이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혼란이 더해졌다. 7일 국회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탄핵안 표결 결과에 따라 윤 대통령은 물론 여야의 운명이 갈릴 판국이었다. 윤 대통령과 윤석열정부, 여당과 야당 그리고 당 대표까지 정치적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라 표결에 쏠린 관심이 컸다. 특히 칼자루를 쥔 국민의힘의 행보에 전 국민의 이목이 몰렸다. 여기에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국민 앞에 선 게 변수로 떠올랐다. 45년 만에 6시간 종료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면서도 “그 과정서 국민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며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약속했다. 2분 남짓한 짧은 담화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흘 만에 나온 윤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였다. 일각에서는 탄핵 부결을 위한 ‘쇼’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고 국민의힘 표 단속을 위한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탄핵안 표결이 무산된 후 대통령실에서는 이날 담화가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안 폐기로 정치권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국민의힘은 표결 무산의 책임을 모조리 뒤집어 쓸 상황에 처했다. 지난 4일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에 친한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이들 가운데 절반만 찬성에 표를 던졌으면 윤 대통령의 탄핵안은 가결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탄핵안 표결은 정치적 판단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간 상황이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표결에 작용했다는 것이다. 야권은 상대적으로 탄핵 표결 여파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다. 탄핵안이 가결됐다면 윤 대통령의 직무가 바로 정지되는 상황이었고 부결이어도 책임 소재는 국민의힘으로 향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탄핵안 발의가 민주당의 ‘꽃놀이패’라는 말이 계속 나온 이유다. 여기에 민주당은 표결 전부터 탄핵안이 부결되면 재발의하겠다고 공언했다. 부결된 안건은 회기 중에 다시 제출할 수 없는 만큼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오는 10일 이후 임시국회를 소집해 탄핵안을 다시 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서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국가 비상사태를 막기 위해 탄핵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안이 가결될 때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고립된 여 힘 받는 야 정치권 일각에서는 ‘가결은 시간 문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퇴진을 바라는 여론이 심상치 않기 때문.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 여사 논란과 고 채 상병 사건 등에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었다. 실제 국민 사이에서도 10년 사이에 두 번이나 대통령을 탄핵하는 상황을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완전히 뒤집혔다. 20~40대 청년층은 생전 처음 겪는 일에 충격을 토로했고 1980년대 비상계엄을 겪은 50대 이상 장년·노년층은 40여년 만에 다시 일어난 일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탄핵을 통해 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일 조사한 결과,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서 반대는 24%에 그쳤다. 만 18~29세는 86.8%, 40대는 85.3%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50대 76.4%, 30대 72.3%, 60대 62.1%, 70세 이상 56.8%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서 찬성 비율이 79.3%로 가장 높았고 서울은 68.9%로 나타났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서도 탄핵 찬성이 66.2%로 과반을 넘어섰다. 탄핵안이 표결까지 가지도 못하고 무산되면서 안 그래도 불붙은 대통령 퇴진 여론에 기름이 더해졌다. 윤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넘겼어도 여전히 가시밭길에 있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결국 소나기를 피했을 뿐 ‘식물 대통령’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는 여전히 야6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야권의 192표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지난 5일 민주당이 발의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안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3명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돼 직무가 정지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발의·명태균 첩첩산중 국민 신뢰 완전히 잃어 민주당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 감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이유로 최 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또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불기소 처분을 내리는 과정서 이 지검장과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등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탄핵 사유를 들었다.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는 명태균 사건도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는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민주당서 이른바 ‘명태균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윤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일부 여당 인사가 언급되고 있다. 명씨는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김 전 의원을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과정서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통해 8070만원을 받고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 고령군수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한 사람들에게 유력 정치인 등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공천 추천과 관련해 2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일각에서는 명씨가 현재 받는 혐의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나온다. 명씨가 과시한 정치적 영향력이 윤 대통령 부부라는 ‘뒷배’로부터 나온 게 확인되면 그 파장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명씨를 둘러싼 의혹을 파헤칠수록 검찰 수사가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김 여사 문제로 다시 귀결된다. 윤 대통령은 그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이용해 김 여사에게 쏟아지는 공세를 막아왔다.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 있다”며 몸을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해제-탄핵안 발의-표결 무산 등의 과정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어 김 여사에 대한 공세를 더는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본인도 내란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검·경은 수사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여론이 더 악화되면 국민의힘서도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잃어버린 권위와 신뢰다. 탄핵안이 발의되기 전부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0% 후반을 오락가락했다. 국민 10명 가운데 2명도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지율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급전직하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표결 직전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성난 민심 극복 불가 대외적으로도 윤 대통령은 한국의 ‘리스크’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오판’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비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세계 곳곳서 전쟁이 계속되는 등 급변하는 국제 상황서 윤 대통령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의 탄핵 실패가 윤 대통령의 성공일 수 없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