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승부수’ 특감의 아찔한 추억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1.04 14:21:44
  • 호수 1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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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김건희?’ 이제 와서 관리될까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해 특별감찰관 추천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고, 의견 수렴 절차에 대한 찬반도 거세다. 역대 대통령 모두 실패했던 친인척 관리를 특감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10월2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재판 결과가 나오는 11월15일 이전에 김건희 여사 관련 국민의 요구를 해소해야 한다”며 “대통령 친인척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이하 ‘특감’) 국회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추·홍
즉각 반발

이어 같은 달 25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특감 임명은 현재도 유효한 우리 당 대선공약”이라며 “우리 당 대선공약 실천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국민께 국민과 약속한 공약 실천에 반대하는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서도 특감 임명을 요구했고, 윤 대통령은 “여야가 협의할 문제”라면서 사실상 거부했다. 특감 임명에 대한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은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과의 연계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 이후 갑작스럽게 시점까지 정해두고 특감 임명 카드를 꺼냈다.

그는 면담 당시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실 내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규명 절차 협조 등 3대 요구사항을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확인된 잘못과 구체적인 의혹도 없고, 지금은 때가 아닐 뿐만 아니라, 활동도 이미 자제하고 있다”는 취지로 이를 모두 거부했다.


당 안팎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한 대표의 제안이 나오자마자 “특감 추천은 국회 의사결정 과정이고 원내사항”이라며 “원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의원총회고 의장은 원내대표”라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달 24일 오전 국민의힘 의원 108명이 모두 참여하는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국감을 다 마치고 의원님들 의견을 듣는 의원총회를 개최하겠다”고 공지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날 “원내 사안을 대표가 감독하는 것은 몰라도 관여하는 것은 월권”이라면서 추 원내대표를 거들었다. 이어 “정치를 잘 모르니 원내대표 제도가 왜 생겼는지도 모르는 게 당연하다”면서 한 대표를 비판했다. 홍 시장은 지난 2022년 7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비판하면서 특감의 조속한 임명을 주장했던 바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친한(친 한동훈)계 김종혁 최고위원이 “공개 의총을 통해 특감 추천에 관한 토론과 표결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곽규택·김용태 의원에 이어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도 표결 반대 견해를 밝혔다.

장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서 “국민은 특감보다는 김 여사의 활동 중단과 인적 쇄신이 더 필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 대표의 특감 임명 제안은 당내 의견을 결정하는 절차에 대한 찬반 논쟁까지 불거지는 상황을 만들었다. 대통령실은 ▲북한 인권재단 이사 임명 ▲여야 합의에 따른 특감 임명이라는 기존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특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사전적이고 예방적인 조치일 수밖에 없는 특감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특검을 막으려는)물타기일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 실패…특별감찰관 가능?
수사권 없지만 감찰 과정 언론 노출 가능성↑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운영위 소위원회를 개최해 상설특검 추천 과정서 여당 추천을 배제하는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14일 진행되는 본회의에선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를 대비해 상설특검으로 우회해 김 여사를 수사하게 하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특감 제도는 박근혜정부의 대선공약이었고, 2014년 6월 신설됐다. “독립적인 지위를 토대로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인척과 수석비서관급 이상 측근들의 비위를 사전 방지한다”는 취지로 설치됐고, 결격 사유와 직무수행이 현저히 곤란할 정도의 질환이 있을 때 외에는 해임할 수 없도록 규정해서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규정돼있다.

특감에는 ▲감찰 ▲자료 제출 요구 ▲사실 조회 요구 ▲출석 및 답변 요구 등 권한이 보장된다. 각종 영장 청구와 신병 확보 등 수사권은 처음부터 없었다. 박근혜정부의 설치 이후 임명돼 유일하게 활동했던 사람은 2015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재직했던 이석수 전 감찰관이었지만, 수사권이 없다는 한계는 활동 내내 여실히 드러났다.

이 감찰관은 임명 후 6개월이 지난 2015년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서 “활동이 미진하다”는 질타를 들었다. 당시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감찰 대상의 행위를 언론을 통해 접했다던데, 그동안 전혀 활동하지 않았느냐”고 질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도 “수사는 검찰, 감사는 감사원, 포괄적 감찰은 민정(수석실)이 한다면, 특감은 앉아서 돈 받으라고 만들었느냐”고 비판했다.

당시 이 감찰관이 국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감찰 대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족 161명과 전·현직 수석비서관 이상급 29명 등 190명이었다. 홍 의원이 지적했던 당시 ‘감찰 대상’은 박 전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였던 윤모 씨였다. 윤씨는 당시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특감의 첫 감찰 대상은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씨였다. 박씨는 2014년 “160억원대 한국농어촌공사 납품 계약을 성공시켜주겠다”면서 사회복지법인 대표로부터 1억원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감찰을 받았고, 기소됐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박씨의 유죄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하지만 큰 파문을 일으켰던 것은 두 번째 감찰이었다. 그 감찰 대상은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우 수석은 새누리당의 2016년 4월 총선 패배 이후 야당과 언론의 정조준 대상이 됐다. 각종 비리 의혹만 문제가 됐던 것이 아니다.

우 수석은 국정원·경찰·국세청 직원들을 파견받아 직제에 공개되지 않는 비밀 감찰팀인 삼청동팀을 꾸려 고위공직자들을 감찰하고 있었다. 우 수석을 산하 민정비서관으로 두고 있었던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우 수석의 비밀 감찰팀을 ‘우병우팀’이라고 비망록에 기록해뒀다.

감찰 막히자
언론과 접촉

삼청동팀은 박 전 대통령이 총애하는 고위공직자들의 각종 비위를 사전에 탐지해 비밀 유지를 위한 대책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크게 불거진 요소 중 하나였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각종 비위 정황은 이미 삼청동팀을 통해 확인됐지만, 우 수석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각종 비리 외에도 직무 범위를 벗어난 일탈행위까지 확인됐으니, 특감으로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감찰관은 좀처럼 우 수석을 감찰할 수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이 우 수석을 매우 총애했기 때문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총애와 본인의 오만한 성격이 맞물린 것인지, 우 수석이 이 감찰관에게 “왜 일을 키우느냐”고 반발한 것도 부족해, 전화를 걸어 “형, 어디 아파?”라는 말을 한 사실은 아주 유명하다.

좀처럼 감찰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서 “이 감찰관이 <조선일보> 기자와 우 수석 감찰 관련 대화를 했다”는 MBC 보도가 나왔다. 당시 보도의 핵심은 “이 감찰관과 기자가 우 수석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의혹과 가족회사 정강의 탈세 및 배임 의혹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 이 감찰관은 ‘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검찰에 넘기겠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이 감찰관은 MBC 보도를 부인했지만, 청와대는 “특감의 정보 유출은 현행법을 위반한 중대 사안이고,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감찰은커녕 자신이 고발돼 압수수색을 당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이 감찰관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모금과 관련해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내사를 진행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청와대는 이 감찰관의 사직서를 제출 다음 날 수리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전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감찰이 막힌 특감이 언론과 접촉해 감찰 내용을 알리고, 수습할 수 없는 게이트가 돼 돌아왔다’는 전례가 됐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추진하면서 특감을 임명하지 않았다. 신현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2020년 연말 취임 이후 국정기조 전환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건의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 수석의 건의 중 하나는 특감 임명이었다. 이후 신 수석은 검찰 인사 논의서 배제되는 등 문 전 대통령과 거리가 멀어지다가 취임 후 두 달여가 지났던 2021년 2월 사직했다.

한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글로 확인한 것처럼, 특감 임명은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특감을 임명하지 않았고, 지난 5월까지 민정수석도 임명하지 않았다. 김주현 현 민정수석을 임명한 5월7일은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후 5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2년2개월여 동안 공석이었던 민정수석이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언급된 직후 임명되자, 야권에서는 “김 여사 특검을 거부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 대표가 특감 임명을 공식 언급하기 시작한 지난 10월21일은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후 4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따른 여파가 당에 미칠 가능성이 거론되고, 야권의 특검법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었다. 고심 끝에 나온 차선책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역대 정부 
모두 실패

역대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는 헌정사 구석구석에 남아있다. 모든 정권은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가 정권 자체를 뒤흔들 핵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정권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를 제대로 예방한 적이 없다. 

이승만정부에서는 양자 이강석이 엄청난 권력을 행사했다. 이강석은 ‘이기붕 국회의장의 친자 겸 이 전 대통령의 양자’라는 자신의 신분을 행패 부리는 일에 사용했다. 그 여파로 1957년 8월 이강석을 닮은 청년이 이강석을 사칭하는 ‘가짜 이강석 사건’이 발생했다.

이강석 행세를 한 청년이 경북 경주와 영천서 각각 시장과 경찰서장의 극진한 대접을 받다가 적발된 사건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도 자녀들이 물의를 일으켰다. 박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재판 중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보충서에 근혜·지만 남매의 비행을 자세히 서술했다.

김 부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민씨를 놓고 “두 사람이 운영하는 구국여성봉사단이 얼마나 많은 부정을 저질러왔고, 국민, 특히 여성단체들의 원성이 되어왔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박승규 민정수석조차 말도 못 꺼내고 중정부장인 나에게 호소할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전두환씨는 핵심 측근이었던 이학봉 전 의원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핵심 측근이 민정수석을 맡았지만, 전씨의 친인척은 전혀 관리되지 못했다. 이순자 여사는 남편의 대통령 취임 이후 막강한 권위와 영향력을 행사했다. 동생 전경환씨는 새마을운동협회를 맡으면서 수시로 횡령 및 탈세 범죄를 저질렀다.

초대형 어음 사기 행각을 벌인 장영자씨도 전 대통령 처삼촌의 처제였다. 이 수석은 장씨의 어음 사기 행각을 미리 파악해 안기부에 조사를 요청했지만, 유학성 안기부장은 “알아보니 별거 아니었다”면서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에는 처사촌 박철언 전 의원이 실세로 군림했다. 박 전 의원은 5공 때부터 청와대와 안기부서 각각 비서관과 특보로 근무했고, 사조직 월계수회를 이끌어 노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중에는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등 ‘6공 황태자’로 통했다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슬롯머신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불거졌던 의혹은 ▲영부인 김옥숙 여사 ▲친구 겸 처남 김복동 전 의원 ▲동서 금진호 전 의원 ▲박 전 의원이 가족회의를 통해 국정을 주도했다는 설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는 별명부터 ‘소통령’이었다. 김씨는 여론조사와 선거전략을 맡는 등 아버지의 책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더더욱 통제가 어려웠다. 그의 정치 개입에 대해서는 “정부·여당·군·검찰·국영 기업 등 요직에는 그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였다.

찬성하면 제2의 이준석?
반대하면 윤 공동운명체?

김씨는 당시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수준의 정보를 보고 받고 국정운영에 개입했다. 김씨의 이런 행각을 우려했던 김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김덕룡 전 의원도 “현철이를 유학 보내라”고 요구했다가 김 전 대통령에게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3명은 모두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아버지의 임기 중 구속됐다. 3명 중 특히 셋째 아들 김홍걸씨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로비 명목으로 약 36억원 상당의 금품과 주식을 받은 사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세간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아들 3명의 권력형 비리 행각을 일컬어 ‘홍삼 게이트’라고 조롱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각각 친형이 이권에 개입해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해 구속됐다. 

노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는 동생의 취임 직후부터 국세청장 인사에 개입하려고 해 물의를 일으켰고, 남상국 당시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뇌물을 받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솔로몬저축은행 게이트에 연루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동생의 임기 중 구속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사위가 타이이스타젯에 특혜 채용됐고, 타이이스타젯으로부터 약 2억원의 특혜성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 9월 문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특감에 대해 그는 “특감은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과 관련한 문제를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둔 기관이고, 지금은 그런 역할과 기능이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이 그조차 머뭇거린다면, 국민은 ‘민심을 알긴 아는 거야?’라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등 떠밀리지 않고 변화와 쇄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첫걸음은 특별감찰관을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권도 없고 사전 예방에 의미를 둔 특감으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해소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에 대해선 “당과 정부가 국민의 우려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변화와 쇄신의 주체가 되기 위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며 “우리가 자발적으로 특감을 추진하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특검 수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은 관철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가오는 
선택의 시간

특검 찬성은 한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극약 처방이고,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공식 이별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특검에 찬성하면 당내 거부 여론이 늘어나 ‘제2의 이준석’이 돼 당에서 설 자리를 잃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반대 견해를 확고히 하면 윤 대통령 부부와 정치적 운명을 함께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특검과 특감 모두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도 11월에는 특검법 발의와 상설특검을 동시에 추진할 예정이다. 한 대표에게 선택의 시간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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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