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제약 옥죄는 이중고

고꾸라진 실적에 오너 리스크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동성제약이 침체된 분위기를 좀처럼 바꾸지 못하고 있다. 반등할 거란 기대와 달리 아직까지 시장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이런 마당에 오너 리스크가 덧씌워지면서 대외 평판이 최악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동성제약은 지사제 ‘정로환’, 염모제 ‘세븐에이트’ 등을 내세워 인지도를 확보한 중견 제약회사다. 고 이선규 동성제약 창업주의 삼남인 이양구 대표이사는 2001년 3월부터 지금껏 경영 일선에서 활약 중이다.

뒷걸음질

20년 넘게 지속된 안정적인 경영 체제와 별개로, 최근 회사가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2018년 영업손실 18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75억원 ▲2020년 36억원 ▲2021년 52억원 ▲2022년 30억원 등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동성제약은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5억9000만원을 달성하면서 반등한 듯 보였지만, 이마저도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상반기 기준 동성제약 영업손실은 19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이익 10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거듭된 적자는 재무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2018년 111억원이었던 이익잉여금은 순손실의 여파로 불과 2년 만에 결손금 110억원으로 전환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미처분결손금은 21억원이다.


재무건전성도 크게 훼손된 상태다. 2020년 128.8%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에 225.2%로 급등했으며,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21.0%에서 42.9%로 올랐다. 2020년 264억원이던 총차입금이 두 배 수준인 527억원으로 확대되자,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동시에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부채비율은 200% 이하,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수익성 부진과 재무상태 악화는 이 대표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기고 있다. 현금배당을 통해 주주 이익을 제고하기 어려운 환경이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곧 소액주주들의 불만으로 연결될 만한 사안이다.

동성제약은 2000년대 초부터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펼쳤고, 순손실을 기록했던 2001년을 제외하면 매년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다만 이 같은 기조는 순손실 규모가 전년 대비 6배가량 커진 2014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 무렵부터 지난해까지 동성제약은 현금배당을 실시하지 않았고, 상반기까지 흐름을 감안하면 올해 역시 현금배당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녹록지 않은 경영 현실
심각하게 추락한 평판

일각에서는 수익성 부진에서 파생된 무배당 기조가 잠재적인 경영권 위협 요인이 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현 경영진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권을 위협하는 외부 세력이 등장할 경우, 이 대표 측이 자력으로 경영권을 방어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이 대표는 2006년 신주인수권증권 권리행사 등을 통해 동성제약 최대주주로 등극했지만, 지배력이 탄탄하다고 보긴 어렵다. 지난 20일 기준 이 대표의 지분율은 17.05%(445만1261주),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은 21.26%(2610만970주)에 그친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로부터 촉발된 오너 리스크는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약사법 위반으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대표는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리베이트 관련 혐의를 받은 바 있다.


2014년 동성바이오팜 영업사원은 영업판매대행사(CSO)를 통해 동성제약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의료 관계자에게 2억원 상당의 이익을 제공했다. 이 대표는 이 사건과 관련돼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성제약 측은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CSO를 내세워 영업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대표가 CSO 조직 신설 등에 관여한 데 리베이트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 이후 이 대표는 사내이사 재선임이 불투명한 듯 보였지만, 지난 3월 열린 동성제약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에 성공했다.

엎친 데 덮쳐

한편 한국ESG기준원은 동성제약 지배구조 부문 등급을 B등급에서 C등급으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대표이사 유죄 판결로 기업가치가 훼손됐다는 게 한국ESG기준원의 판단이었다. ESG 등급 체계는 ▲S ▲A+ ▲A ▲B+ ▲B ▲C ▲D 등 총 7개 등급으로 구분되는데, C등급은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 구축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heaty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