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발 두 국가론 후폭풍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09.30 11:14:56
  • 호수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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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에 갈라진 민심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임종석의 ‘1민족 2국가론’의 주장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개헌·북한 붕괴 시 대응·역사 인식·탈북자 대우 등 여러 논점이 발생할 수 있다. 정치권도 다양한 찬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9일,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서 “통일, 하지 맙시다”라며, ‘1민족 2국가론’을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은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고,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여 2개의 국가를 수용하자”며 “비현실적인 통일 논의는 이제 그만 접어두고, 당위와 관성으로 통일을 이야기하지 말자”고 말했다. 이어 제3조 영토조항의 삭제 등 개헌을 주장하면서 “모든 법과 제도, 정책서 통일을 들어내자”고 강조했다.

통일 반대론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로,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 정권이 존재하기 때문에, 제3조와 제4조는 상호모순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수 없지만, 남·북한이 특수관계에 있기 때문에 북한의 이중적 지위를 인정한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임 전 실장의 주장이 헌법에 반영되려면, 스스로 인정하듯이 개헌을 해야 한다. 북한을 합법정부로 인정하는 것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도 거셀 수밖에 없다.


통일 반대론은 ▲북한의 연이은 무력도발 ▲옅어지는 민족주의 ▲통일 비용 우려 ▲남·북한의 상호 이질감 ▲중국·러시아와 국경이 맞닿는다는 우려 등을 이유로 제기됐다.

통일연구원이 2020년 6월 발표한 ‘KINU 통일 의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4.9%는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없다”고 응답했다. 남북통일의 이익에 대한 물음서도 “국가에 이익이 된다”고 응답한 경우(64.8%)가 “나에게 이익이 된다”고 응답한 경우(31.0%)의 2배를 넘었다.

북한 자체에 대한 관심도도 “무관심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61.1%였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나 남한의 흡수통일 상황서 중국의 반응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가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됐던 시나리오는 “북한 급변 발생 시 중국 인민해방군이 청천강 일대를 점령한 후 재차 남진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고조선·고구려·발해는 세계사?
2국가 체제 북한 붕괴 시 어떻게?

참여정부 외교안보비서관을 지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2010년 11월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하면 중국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신의주나 나선 등 북한 영토 일부를 중국에 떼줘야 한다’는 스티븐슨 주한미국대사의 발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했던 각종 기밀 문건에도 “북한이 붕괴하면, 한국 정부가 중국에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는 내용이 확인됐다.


“갑작스러운 붕괴와 남한의 흡수통일 상황 모두 중국의 무력 개입이나 선제적인 영토 할양 등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거론된 상황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 2국가 체제가 정착된 상황서 북한이 붕괴해 중국이 무력 개입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짚어봐야 한다.

해킹조직 원전반대그룹이 2015년 7~8월 2회에 걸쳐 공개했던 문건에는 중국이 원하는 ‘북한 4개국 분할안’이 담겨있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남한은 평안남도·황해도를 담당하고, 중국은 평안북도·함경남도·양강도·자강도를 담당하며, 미국은 강원도를, 러시아는 함경북도를, 평양은 4개국이 공동으로 담당한다.

역사 교육과 관련해서도 모호한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한국사에 포함되는 고대 국가 중 영토가 남한의 영역에 소재하지 않았던 국가는 고조선·부여·옥저·발해가 있다.

고구려는 한강 유역 점령을 위해 남진했던 일부 시기에만 남한 영역에 진출했다. 2국가 체제가 확정되면, 위에 언급한 고대 국가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큰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시각과 상황에 따라서는 저 고대 국가들은 세계사에 포함될 수도 있다.

현재 영토가 타이완섬에 국한된 중화민국 정부는 명목상으로는 중국 대륙 전토와 몽골을 주권강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도 타이완섬을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 모두 ‘2개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세현·이종석 ‘찬’
문재인·박지원 ‘반’

임 전 실장에게 제기되는 일각의 비판 근거 중 하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서 “조선반도에 병존하는 2개 국가를 인정한 기초 위에서 우리 공화국의 대남정책을 새롭게 법화했다”는 발언을 했던 것과 맞물린다.

이어 “북남은 동족·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고, 전쟁 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 관계”라고 덧붙였다.

이에 임 전 실장은 “적대적 2개의 국가관계는 있을 수 없고, 평화적인 두 국가, 민족적인 두 국가여야 한다”며 “평화 공존과 화해 협력을 전제로 하는 새로운 정책이 제시되기를 바란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임 전 실장의 발언은 김정은의 주장과 같고, 이것이 주체사상파의 실체”라고 주장하는 등 국민의힘 인사들은 김 위원장의 1월 발언과 연결지어 비판했다. 아울러 탈북자들이 남한에 오더라도 ‘외국인’으로 규정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한은 1991년 동시에 유엔 가입을 했으니, 사실은 그때부터 두 개 국가”라며, “결국 남북관계는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임 전 실장의 주장에 찬성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5월에 “2개의 국가를 향한 원심화 경향을 막기 어렵다. 현재 상황은 2개의 정상적인 국가로 있을 때만 못하다”며 “정상적인 2개의 국가가 됐다가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좋고, 통일은 후대로 넘기자”고 강조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 주장에 대해 “평화와 통일이라는 겨레의 염원에 역행하는 반민족적 처사”라고 비판하는 등 임 전 실장의 주장과 상반된 견해를 밝혔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학자는 그렇게 주장할 수 있지만, 현역 정치인의 발언으로는 성급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해식 당 대표 비서실장도 지난 25일 부산 금정구서 진행된 현장 최고위원회 직후 “임 전 실장의 메시지는 당의 강령과도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선을 긋는 등 당 차원서도 거리를 두는 기색이다.

적대적 국가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임 전 실장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통일을 얘기해도 좋을 만큼 평화가 정착되고, 교류와 협력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후에 그때 미래 세대가 판단하자는 게 이상하냐”며 “상황을 바꾸려는 전략적인 노력 없이는 지금의 상태는 악화될 것이고, 윤석열정부 임기 말쯤에는 적대적인 두 국가가 상당히 완성돼있을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개헌과 가치관의 변화를 포괄하는 주제인 만큼 당분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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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①어떻게 살아왔나

[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①어떻게 살아왔나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어릴 적부터 예술에 재능을 보이며, 화려한 경력을 쌓은 김건희는 무려 10살 차이를 극복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현재 영부인의 자리까지 올랐다. 개명하기 전 이름인 김명신의 과거 행적 의혹이 제기됐지만,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녹취록 공개 파장에 무속 논란으로 후폭풍을 맞기도 했다. 의혹이 빗발치자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으나 이를 까먹은 듯 광폭 행보를 이어 나가는 중이다. 김건희는 지난 1972년 9월2일 경기도 양평군서 아버지 고 김광섭, 어머니 최은순 사이서 셋째로 태어났다. 서울 남동부로 이주해 지금의 송파구에 살며 잠동초등학교, 잠실중학교를 졸업하고 강동구로 이사한 후 명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당시 이름은 김명신이다. 예술 두각 숱한 경력 김건희가 15세 때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어머니 최은순이 홀로 자식들을 키웠다. 부친 김광섭은 양평군청 공무원으로 지낸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1987년 작고했다. 김건희는 어린 시절 오래된 골동품이나 예술품에 조예가 깊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자연스레 그림과 예술에 관심이 커진 김건희는 향후 문화예술 사업에 뛰어든다. 서울 명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경기대학교 예체능대학 회화과(서양화 전공)서 학사학위를 취득했던 그는 이 시기부터 예술적 재능을 발휘했다. 지난 1995년 ‘대한민국미술대전’서 입선을 차지하는 등 주목받는 작품을 선보였다. 대학 졸업 후 다양한 교육과 업무 경험을 쌓으며 전문가로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지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서 미술교육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수료한 후, 교육 분야서 전문성을 증명했다. 이후 2001년 영락여자상업고등학교서 미술 강사로 활동하며 경험을 쌓았고, 한림성심대서도 강단에 섰다. 서일대학교와 서울정보기능대학교서도 강의를 맡으며 디자인과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 전문 지식을 공유했다.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는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인문학 과정(AFP)과 글로벌 리더 과정(GLA)을 이수하며 지식을 넓혔다. 지난 2007년 해외 유명 소장품과 미술품을 전시하는 회사인 ‘코바나컨텐츠’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창의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국내서 보기 힘든 유명 작품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전시를 다수 기획했다. 2015년 ‘마코 로스코 전시’ 2016년 ‘르 코르뷔지에 서울특별전’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시’ 등이 대표적이다. 결혼 후엔 안양대학교와 국민대학교 등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문화 콘텐츠와 색채, 대중문화 등 다양한 분야서 학문적인 역량을 발휘했다. 또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화예술 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하고, 테크노디자인대학원서 강의를 통해 학문적 기여를 이어갔다. 김건희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1과장 시절이던 지난 2012년 3월 결혼했다. 결혼 당시 윤 대통령의 나이는 52세로, 40세였던 김건희와 12살 띠동갑의 나이 차이를 극복했다. 그는 과거 한 언론 인터뷰서 윤 대통령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오래전부터 그냥 ‘아는 아저씨’로 알고 지내다 한 스님이 나서서 연을 맺어줬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에 유흥주점 근무” 주장 “쥴리 하고 싶어도 못해” 반박 윤 대통령 주변 인사는 “김건희를 처음 만난 자리서 마음에 들었지만, 나이 차가 많고 여건상 이뤄지기 어렵다는 생각에 김건희의 명함을 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후 윤 대통령은 명함에 적혀있던 김건희의 이메일 주소를 기억해 메일을 보내 마음을 표현했고 지인들의 도움으로 다시 만났다고 한다. 지난 2017년 남편인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임명됐을 당시 그의 직업적 성취와 함께 김건희는 사회적으로도 주목받았다. 이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승진하면서 더 큰 관심을 받게 됐으며, 지난 2019년 청와대서 검찰총장 임명장을 수여받는 자리에도 함께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재산은 대부분 김건희 명의로 밝혀졌다. 그는 결혼 당시 윤 대통령의 재산이 불과 2000만원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선후보 시절 윤 대통령이 신고한 재산은 약 77억4500만원이다. 신고액 중 68억9900여만원이 김건희의 재산이다. 대부분 김건희가 소유한 땅과 건물, 예금이다.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지난 1990년대 IT붐이 일었을 당시 주식으로 번 돈이 밑천이 돼 사업체를 키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부부는 역대 대통령 배우자 중 유일하게 자녀가 없다. 한 번 임신한 적이 있었는데, 스트레스로 유산한 후 다시는 임신하지 못했다. 김건희는 지난 2021년 12월 허위 경력 의혹으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당시 “결혼 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의 직장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며 “예쁜 아이를 낳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던 남편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줄 수 없게 됐다”고 유산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당시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그는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반려견 4마리와 반려묘 3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들 가운데 비숑 프리제 종 2마리를 제외한 반려견 2마리와 반려묘 3마리는 모두 유기동물을 입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대선 기간 중 각종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특히 유흥업소서 일했다는 의혹과 경력 관련 논란은 진위 여부를 떠나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정천수 열린공감TV 대표와 안해욱 전 한국초등학교태권도연맹 회장 등은 김건희가 과거 서울 강남구에 위치했던 라마다르네상스호텔 지하 1층 모 나이트클럽서 ‘쥴리’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다고 수차례에 걸쳐 언급해 왔다. 나이트클럽서 접대부로 활동했던 김건희를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개인 접대 공간(호텔 6층)까지 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봤다고 말한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에 김건희는 지난 2021년 6월 <뉴스버스>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의혹에 해명했다. 먼저 ‘강남 유흥주점의 접객원 쥴리로 검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을 두고 김건희는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며 “기가 막힌다”고 억울해했다. 각종 소문들 숨겨진 과거 이어 “제가 원래 좀 남자 같고 털털한 스타일이고 오히려 일 중독”이라며 “석사학위 두 개에 박사학위까지 받고, 대학 강의 나가고 사업하느라 정말 쥴리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도 “김건희가 술 마시고 흥청거리는 것을 싫어한다”며 “이런 사람이 술집 가서 이상한 짓 했다는 얘기가 상식적으로 안 맞다”고 반박했다. 이어 “집사람은 새벽 2~3시까지 책을 읽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만큼 쉴 틈 없이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며 “고교 교사와 대학 초빙 겸임교수도 했고, 석사학위도 2개나 받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나이트클럽 운영자들 역시 정천수 대표와 안해욱 전 회장의 주장을 모두 부인한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지난달 1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천수 전 대표와 안해욱 전 회장의 6차 공판을 진행했다. 1994년부터 1999년까지 나이트클럽 공동대표였던 조모씨와 배모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쥴리에 대해 전혀 듣도 보도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조씨는 “삼부토건 회장을 비롯해 이른바 VIP들이 따로 사용하는 공간은 없었다”며 “또 호텔 건물로 직결되는 엘리베이터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비중 있는 손님들과 친교를 가진 여성이 있었느냐’는 검사의 질문엔 “한번도 들은 적 없고, 전혀 없다”며 “종업원 외에 다른 여자는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르네상스 지하 또는 1층에 그림을 전시했던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조남욱 회장이 특정 여성을 동석시키거나 같이 다녔냐는 물음에 “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배씨 역시 비슷한 증언을 내놨다. 호텔 6층까지 직통으로 연결된 엘리베이터가 있었냐는 취지로 검사가 묻자 “구조상, 상식적으로 안 맞는 것 같다”며 “건물이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건 미친 사람 아니면 그걸 왜 하나 싶다”고 말했다. 배씨는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이 특정 여성이랑 있거나 다른 사람을 초대한 것을 본 적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못 봤다”고 답했다. ‘김 교수’라는 여성의 호칭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경력 논란도 김건희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김건희는 지난 2008년 개명한 이후 전시 관련 일을 하며 사업을 확장했지만, 업계에서는 김건희를 제대로 아는 이가 없다는 뒷말이 나왔다. 또 거물급 대형 전시회를 가져왔는지 의문이라고 할 정도라고 전해지기도 했다. 당시 김건희는 페이스북에 서울대 대학원 졸업이라고 개재하며 SNS로도 본인을 홍보하는 데 힘썼다. YG 빅뱅 멤버들이 홍보도 해줄 정도로 정관계, 연예계와도 친분을 쌓았다. 이때 전시회에 LG전자, GS칼텍스, 우리은행 등 12~16곳이 넘는 협찬을 끌어오는데,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발표될 무렵 일주일 사이에 협찬사가 무려 12곳이나 불어났다. 무속인 연결 녹취록 공개 수사에 들어가 확인해 본 결과 김건희의 코바나컨텐츠 협찬사였던 GS칼텍스는 대기오염물질 측정치를 조작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고, 협찬에 나선 한 유명 게임업체 대표는 개인 비리로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들은 행사를 주최한 <국민일보> <연합뉴스> 등 언론사에 협찬한 거라고 해명해 왔지만, 수사팀은 협찬금이 언론사를 거쳐 그대로 코바나컨텐츠 측에 전달된 사실도 확인했다. 김건희의 무속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윤 대통령 부부가 스님·법사라는 이름을 붙인 이들과 교류가 잦았고 중요한 국면서 이들로부터 조언을 받았다는 의혹이 대선 경선 과정서부터 이어졌다. 김건희와 인터넷 매체 기자와의 7시간 통화 녹취록에도 윤 대통령과 역술인의 오랜 인연이 등장한다. 당시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2022년 1월18일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네트워크본부를 이 시간부로 해산한다”며 “네트워크본부를 둘러싸고 후보와 관련해서 불필요한 악의적인 오해가 확산하는 부분에 대해 단호하게 차단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건진 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씨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아예 조직 자체를 없애버린 것이다. 전씨는 지난 2022년 1월1일 윤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을 방문하자 윤 대통령을 사무실 안쪽으로 이끌며 직원들을 소개했다. 국민의힘은 전씨를 “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이라고 소개했다. 전씨의 존재가 알려진 건 이번 언론 보도가 처음이 아니었다. 유튜브 방송 <열린공감TV>는 지난 2021년 10월 충북 충주 일광사의 혜우 스님을 만나 ‘건진 법사에게 윤 대통령을 지키라고 했고, 그가 윤석열 캠프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충주 일광사는 조계종과 관련 없는 일광조계종의 본산이며 혜우 스님은 건진 법사의 스승이라고 한다. 혜우 스님은 김건희에게 초청 받아 코바나컨텐츠서 주관한 전시회에 3차례 참석해 축원을 해줬다고도 밝혔다. 건진 법사도 김건희를 통해 윤 대통령과 연결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언이었다. 건진·천공과 인연은? “도사들과 대화 좋아해” 유튜버 ‘천공 스승’과 윤 대통령의 인연도 논란을 낳았다. 천공 스승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서 사퇴했던 지난 2021년 3월4일 <최보식의 언론>과 인터뷰서 “윤 총장은 내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자기 자리서 일을 잘하도록 돕는 것이다” “열흘에 한번쯤 만난다”고 주장했고 “윤 총장이 대선에 나온다”고 단언해 ‘윤석열 멘토’로 불렸다. 논란이 되자 천공 스승은 같은 해 10월 <YTN> 인터뷰서 “멘토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김건희에게서)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윤 전 총장이 남편이니까 같이 왔다”며 검찰총장 사퇴 문제를 조언해 줬다고 했다. 김건희가 천공 스승과 윤 대통령을 연결했다는 얘기다. 김건희와 <서울의 소리> 이 기자 통화 녹취록서도 윤 대통령 부부가 미래를 보는 역술인에게 의존하고 교류하는 내용이 확인된다. 같은 해 7월20일 전화 통화에서 김건희는 ‘무정 스님’ 이야기를 꺼냈다. 무정 스님은 이미 검찰 주변서 윤 대통령의 대선 당시 멘토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건희는 이 기자에게 무정 스님이 “진짜 스님은 아니다”라면서도 윤 대통령이 20대 시절에 그와 만났고 “(남편이)사법고시서 떨어지니까 한국은행에 취직하려고 했는데 ‘너는 3년 더해야 한다’고 해서 3년 했는데 정말 붙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자신에게는 “너는 석열이하고 맞는다”며 결혼을 권했다는 이야기도 털어놨다. 하지만 “(무정 스님이)문재인 대통령이 되고 나서 갑자기 남편 앞에서 ‘문재인은 망한다’고 했다”며 “우리 남편 망한다는 말밖에 더 돼냐” “그때부터 인연을 끊었다”고 전했다. 김건희는 “내가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 차라리 도사들하고 같이 얘기하면서, 삶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세간에 내가 무당을 많이 만난다고 돼있는데, 전혀 아니고 무당을 원래 싫어한다”며 “제가 더(점괘 등을) 잘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기자에게 얼굴·손금 사진을 보내라고 한 뒤 그걸 토대로 “이직을 하라”며 “국정원, 정보 일이 맞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드러난 사실과 제기된 의혹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 부부는 무속인·역술인과 깊은 교분을 유지하며 이런저런 조언을 받아왔던 것으로 해석된다. 아내 역할만 충실한다더니… 김건희는 대선 과정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이 제기되자 지난 2021년 12월 기자회견서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며 이른바 ‘조용한 내조’를 약속한 바 있다. 취임 초반에는 패션 등이 시선을 끌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구설과 논란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김건희가 남편인 윤 대통령보다도 더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조용한 내조 대신 ‘광폭 행보’라는 논란이 이어졌다. <yuncastle@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