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억 묻은’ 카카오엔터 신기루 투자

비욘드 코리아 불편한 현실

미래 위해 감행한 출혈
본전도 뽑지 못하고…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카카오그룹의 미래 비전이 담긴 글로벌 법인이 좌초 위기에 몰렸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하면서 그렸던 청사진은 진작에 사라졌고, 빚에 허덕거리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진 모양새다. 반전을 도모하기에는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카카오그룹은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을 발판 삼아 확장을 시도해왔고,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는 존재감을 십분 발휘했다. 2010년 7월, 포도트리라는 상호로 출범한 이 회사는 카카오그룹에 편입된 직후부터 그룹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기대
컸지만…

카카오엔터의 쓰임새는 단순히 수익 창출에 그치지 않는다. 체제를 지탱하는 기둥 역할 또한 카카오엔터를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다.

카카오그룹 지배구조는 큰 틀에서 ‘김범수(동일인)→㈜카카오→자회사→손자회사’ 등으로 이어진다. 카카오엔터의 경우 ㈜카카오 휘하에서 수많은 계열사를 아우르는 위치에 서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엔터의 종속기업으로 분류되는 국내외 법인은 총 47곳(국내 법인 35개, 해외 법인 12개)에 달한다. 이들은 ▲뮤직 ▲스토리 ▲미디어 업종을 영위하면서 카카오엔터의 지배를 받는다.


카카오엔터는 ㈜카카오의 부족한 지배력을 보충하는 역할도 충실히 수행 중이다. 카카오엔터는 SM엔터 지분 19.3%를 보유 중이며, 이를 토대로 ㈜카카오는 SM엔터를 지배하고 있다. ㈜카카오는 SM엔터 지분 21.0%를 보유했을 뿐이지만, 실질 지분율(㈜카카오+카카오엔터)은 40%를 상회한다.

이처럼 그룹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과 별개로 최근 카카오엔터가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그룹의 미래 비전을 추진하고자 사들인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쉬미디어’에서 촉발된 후폭풍이라는 점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그럴듯한 취지
아쉬운 현실

2022년 2월 카카오그룹은 해외시장 공략 의지를 담은 ‘비욘드 코리아’라는 비전을 내세웠다. 지식재산권(IP) 등을 활용해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내수 의존도를 낮추는 게 기본 취지였다.

비욘드 코리아의 선봉 역할은 카카오엔터가 맡았다.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콘텐츠를 연계해 사업을 추진할만한 여력이 충분하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그리고 이에 앞서 결정된 사안이 바로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쉬미디어 인수였다.

타파스미디어는 201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범한 북미 최초의 웹툰 플랫폼이다. 북미시장에서 K-웹툰을 알리는 병참기지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타파스트리’라는 작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현지 작가들과 IP 개발에 힘쓰던 상태였다. 카카오엔터는 협력관계를 이어온 타파스미디어를 2020년 11월 관계사로 편입시켰고, 이후 주요 IP를 타파스미디어를 통해 북미시장에 공급했다.

래디쉬미디어는 2016년에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모바일 특화형 영문 소설 콘텐츠 플랫폼이다. 이 회사는 집단 창작 시스템에 기반한 자체 제작 콘텐츠 ‘래디쉬 오리지널’을 내세워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래디쉬미디어는 2020년에 전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매출 2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90% 이상을 래디쉬 오리지널에서 올릴 만큼 자체 IP에 대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카카오엔터는 2021년 5월 이사회를 열고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쉬미디어 품기로 결정했다. 당시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쉬미디어는 기업가치를 각각 6000억원, 5000억원으로 인정받는 분위기였고, 결과적으로 카카오엔터는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쉬미디어를 인수하는 데 9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썼다.

타파스미디어 지분 100%를 취득하는 과정에서는 4712억원이 투입됐다. 주식대금으로 1784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2928억원이 지급됐다.

래디쉬미디어를 편입하면서 투입된 비용은 3789억원(현금 3098억원, 주식 692억원)이었다. 또 래디쉬미디어는 우시아월드(아시아 무협 장르 IP 플랫폼)를 인수하면서 총 445억원(현금 269억원, 주식 176억원)을 투입했는데, 해당 인수는 래디쉬미디어 자금으로 이뤄졌다.

실패
귀결?

카카오엔터는 출혈을 감수하면서 인수한 두 회사를 앞세워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난해 연결기준 카카오엔터 무형자산은 8249억원, 이 가운데 영업권은 437억원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손상차손’ 항목이다. 카카오엔터의 지난해 무형자산 손상차손은 1조69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91.8%에 해당하는 9245억원이 ‘영업권’ 가치 하락을 의미하는 영업권 손상차손으로 인식됐다.

영업권 손상차손 중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4600억원은 '타파스엔터테인먼트'에서 파생됐다. 이는 카카오엔터가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시미디어를 내세워 추진한 글로벌 시장 선점 전략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았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앞서 카카오엔터는 2022년 8월 래디쉬미디어가 타파스미디어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합병을 진행했고, 이를 계기로 타파스엔터테인먼트가 공식 출범했다. 카카오엔터가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쉬미디어를 인수한 지 불과 1여년 만에 결정된 사안이다.

합병법인은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쉬미디어는 물론이고, 우시아월드까지 아우르는 형태로 탈바꿈했다. 대표이사는 김창원 타파스미디어 대표가 맡기로 결정됐는데, 조직 효율화의 필요성이 흡수합병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모양새였다.

실제로 카카오엔터에 인수된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쉬미디어는 2021년 연결 편입 기준 각각 112억원, 122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타파스미디어 170억원, 래디쉬미디어 91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합병 효과는 미진했다. 타파스엔터테인먼트는 출범 첫 해인 2022년에 매출 491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고, 순손실은 2282억원으로 확대됐다. 전년(타파스미디어·래디쉬미디어 합산 순손실 234억원) 대비 적자폭은 10배가량 커졌다.

지난해 역시 크게 다를 것 없는 흐름이 이어졌다. 매출이 전년 대비 30.9% 상승했음에도 순손실은 1년 새 2000억원가량 증가했다. 급기야 2022년 3876억원이었던 타파스엔터테인먼트 총자본은 천문학적인 순손실이 반영된 여파로 지난해에는 -241억원을 나타냈다. 완전자본잠식에 도달한 것이다.


야심차게 투자한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쉬미디어가 지금껏 별다른 결과물을 내지 못한 가운데 두 회사의 창업자들은 경영에서 손을 뗀 상황이다. 타파스미디어 창업자로서 타파스엔터테인먼트를 이끌던 김창원 대표는 지난해 초 퇴사 소식을 알렸고, 이승윤 래디쉬미디어 창업자는 2022년 말 경영에서 물러났다.

손 털고
정리 수순?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쉬미디어의 국내 법인은 생명력을 다한 모습이다. 타파스미디어가 지분 100%를 쥐고 있던 타파스미디어코리아는 2022년 레디쉬코리아에 합병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래디쉬미디어의 100% 자회사였던 레디쉬코리아는 타파스미디어코리아를 합병한 이후 타파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로 상호를 변경했다가 지난해 청산됐다.

<heaty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