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꽃보다 남자> ‘F4 캐스팅 이렇게 이뤄졌다’

제일 눈독들인 배역은 구준표 아닌 윤지후(?)

순간의 선택이 10년, 아니 평생을 좌우한다. 캐스팅 비화 하나쯤 안 가진 작품이 없다. 특히 주연급 배우가 작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현실은 관계자들을 스타 캐스팅에 목숨 걸도록 내몬다. 그러나 희망과 현실에는 언제나 괴리가 존재하듯 캐스팅 희망배우와 실제 출연진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탓에 ‘뜨면 뜬 대로, 망하면 망한 대로’ 캐스팅을 둘러싼 무성한 뒷얘기가 쏟아져 나온다.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이는 건’ 어쩌면 인지상정일 터, 성공한 드라마에 대한 캐스팅 비화가 널리 회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캐스팅 비화의 가장 큰 이유는 드라마나 영화의 성패에 대한 불가측성 때문이다. 오죽하면 ‘흥행 여부는 며느리도 모른다’는 말이 생겼을까. 그런 탓에 제작자가 캐스팅에 고민하는 것 못지않게 배우도 출연작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것저것 재다 보니 출연을 결심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욕심은 나지만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아 저울질이 한창일 경우 모호한 말로 제작자를 붙잡아두는 사례까지 있다. 그러다 다른 스케줄이나 건강상 이유를 들어 막판에 출연을 번복해 버리기도 한다.
절친하던 사이가 원수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한 배우만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는 ‘닭 쫓던 개’ 꼴이 되기 십상이기에 제작자들도 2~5순위 후보들을 ‘히든카드’로 숨겨두는 추세다.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드라마. 그 속에서도 순간의 선택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니 캐스팅이야말로 가장 드라마틱하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KBS 미니시리즈 <꽃보다 남자>에서 ‘환상의 캐스팅’이라는 찬사와 함께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F4 멤버 역의 이민호, 김현중, 김범, 김준의 캐스팅 또한 드라마틱하게 이뤄졌다.

<꽃보다 남자>는 동명의 일본만화가 원작으로, 평범한 여고생이 재벌집 자제들로 가득한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만화가 인기를 얻자 일본뿐만 아니라 대만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어져 아시아 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때문에 극중 배역 캐스팅은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그래서인지 시작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
<꽃보다 남자>가 제작된다는 말이 나돌면서 아이돌 그룹의 멤버부터 젊은 연기자들까지 <꽃보다 남자>에 눈독을 들인 아이돌 스타들은 적지 않다. 당초 <꽃보다 남자>는 아이돌 스타들의 경연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아이돌 스타들은 대부분 <꽃보다 남자> F4 배역을 따내기 위해 오디션을 거쳤다.
아이돌 스타에게 <꽃보다 남자>는 매우 매력적인 드라마다. 주 수요층이 10~20대라는 점부터 연기력 논란에서도 쉽게 벗어날 수 있는 트렌디 드라마라는 점까지 구미가 당길 만한 작품이다. 게다가 한류스타를 꿈꾸는 아이돌 스타들에게는 아시아에서 주목하는 드라마인 만큼 한류스타로서 나아가는 데 <꽃보다 남자>만큼 좋은 발판은 없었다.
일부에선 대형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경쟁이 펼쳐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흘러나왔다. 이 때문에 ‘꿈의 대결’이 펼쳐질 것이란 기대감이 컷 던 것도 사실이다
F4들 가운데서도 그 비중이 모두 다르기에 아이돌 스타와 소속사의 자존심 대결이 불꽃 튀게 벌어졌다. ‘라이벌 그룹보단 나은 배역을 따야한다’라는 점이 아이돌 스타들이 자존심에 상처만 입고 <꽃보다 남자>를 떠나게 된 하나의 이유가 됐다. 결국 역할과 제일 맞는, 또 연기력에도 문제가 없는 연기자들로 포커스가 맞춰졌고 캐스팅이 진행됐다.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이름보단 실력이 우선’이라고 외친 전기상 PD의 고집에 ‘아이돌 스타’에 미련을 갖던 일부 제작사 관계자들도 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캐스팅된 배우들이 이민호, 김범, 김준이다. 구준표 역의 이민호는 무명에 가까운 신인이라는 점에서 반대도 있었으나 전기상 PD는 이민호의 가능성에 힘을 실으며 적극적으로 캐스팅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드라마틱한 캐스팅…시청자들 ‘환상의 캐스팅’ 찬사 
 아이돌 그룹 멤버부터 젊은 연기자들까지 F4 눈독

<꽃보다 남자> 제작자인 송병준 대표는 “캐릭터와 비교해 이미지와 연기력 등의 여부가 캐스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이민호의 경우 일단 용모가 F4의 외모와 너무나 잘 맞아떨어졌다. 신인이라 개런티도 큰 영향이 없었고 가장 관건이었던 연기 또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름 많은 노하우를 쌓은 점이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송 대표는 윤지후 역의 김현중 캐스팅에 대해서는 “‘SS501’의 김현중 같은 경우 일단 첫 번째 용모 면에서 완벽한 윤지후였고 쌓아놓은 이미지 또한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약간 4차원적인 엉뚱하면서도 묘한 이미지가 커졌는데 상큼하면서 엉뚱한 이런 이미지가 윤지후와 딱이었다”고 전했다.


명문 예술가 집안의 후계자인 소이정 역에 캐스팅된 김범에 대해서는 “그간 쌓아온 이미지가 캐릭터와 비슷해 완벽한 케이스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F4 멤버들이 어려운 일에 처할 때마다 감싸주고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는 송우빈 역에 캐스팅된 김준의 경우는 “오디션을 통해 찾지 못했던 이미지를 용케 발견한 경우”라는 의외의 쉬운 캐스팅 계기를 전했다.
<꽃보다 남자>의 F4만큼이나 여자 주인공 금잔디 캐스팅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수많은 여성 연기자들이 물망에 올랐고 잘 나가는 아이돌그룹 멤버 이름도 거론이 됐다. 당시 금잔디 역을 놓고 물망에 오른 배우는 박신혜와 박보영.
하지만 남자주인공이 연기자로서는 모두 신인급에 속한 까닭에 여배우는 어느 정도 연기력을 갖춘 박신혜를 캐스팅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여기서도 변수가 작용했다. 제작사와 감독, KBS 측에서 구혜선을 적극 추천했고 결국 구혜선이 금잔디 역을 꿰찬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 관계자는 “여주인공이 극을 이끌어 가는 만큼 캐스팅에 있어서 고심을 많이 했다.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남자주인공들에 비해 작품 경력이 있는 배우를 찾았다. 금잔디 역은 각종 오디션과 심사 등을 거쳐 처음부터 구혜선이 낙점됐다”고 말했다.
구혜선의 캐스팅에 대다수 관계자들의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을 내놨다. 구혜선이 동안이고 발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나 여고생 역할을 하기엔 나이가 적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전기상 PD는 ‘구혜선이 20대 중반이지만 여고생을 연기하기엔 무리가 없다’고 판단, 구혜선을 밀어붙이는 고집을 보였다. 전기상 PD는 <꽃보다 남자>에 제일 잘 어울리는 여자 연기자로 이미 구혜선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열아홉 순정> <왕과 나> 등 굵직굵직한 작품을 거치며 또래 나이대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연기력도 구혜선이 캐스팅 되는데 큰 몫을 했다”고 전했다.
구혜선도 금잔디 역을 맡으며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나이는 물론 그동안 ‘통통 튀는 이미지’를 죽이기 위해 노력했던 행보가 일순간 무너질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전기상 PD와 몇 차례 만난 구혜선도 <꽃보다 남자>에 대한 믿음을 갖기 시작했고 이런 전기상 PD와 구혜선의 믿음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제작사 관계자는 “전기상 PD와 구혜선이 찰떡궁합을 보일 정도로 호흡이 척척 맞고 있다. 이는 시청률이 잘 나오는 이유 중 하나 아니겠는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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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