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꽃보다 남자> ‘F4 캐스팅 이렇게 이뤄졌다’

제일 눈독들인 배역은 구준표 아닌 윤지후(?)

순간의 선택이 10년, 아니 평생을 좌우한다. 캐스팅 비화 하나쯤 안 가진 작품이 없다. 특히 주연급 배우가 작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현실은 관계자들을 스타 캐스팅에 목숨 걸도록 내몬다. 그러나 희망과 현실에는 언제나 괴리가 존재하듯 캐스팅 희망배우와 실제 출연진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탓에 ‘뜨면 뜬 대로, 망하면 망한 대로’ 캐스팅을 둘러싼 무성한 뒷얘기가 쏟아져 나온다.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이는 건’ 어쩌면 인지상정일 터, 성공한 드라마에 대한 캐스팅 비화가 널리 회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캐스팅 비화의 가장 큰 이유는 드라마나 영화의 성패에 대한 불가측성 때문이다. 오죽하면 ‘흥행 여부는 며느리도 모른다’는 말이 생겼을까. 그런 탓에 제작자가 캐스팅에 고민하는 것 못지않게 배우도 출연작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것저것 재다 보니 출연을 결심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욕심은 나지만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아 저울질이 한창일 경우 모호한 말로 제작자를 붙잡아두는 사례까지 있다. 그러다 다른 스케줄이나 건강상 이유를 들어 막판에 출연을 번복해 버리기도 한다.
절친하던 사이가 원수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한 배우만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는 ‘닭 쫓던 개’ 꼴이 되기 십상이기에 제작자들도 2~5순위 후보들을 ‘히든카드’로 숨겨두는 추세다.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드라마. 그 속에서도 순간의 선택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니 캐스팅이야말로 가장 드라마틱하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KBS 미니시리즈 <꽃보다 남자>에서 ‘환상의 캐스팅’이라는 찬사와 함께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F4 멤버 역의 이민호, 김현중, 김범, 김준의 캐스팅 또한 드라마틱하게 이뤄졌다.

<꽃보다 남자>는 동명의 일본만화가 원작으로, 평범한 여고생이 재벌집 자제들로 가득한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만화가 인기를 얻자 일본뿐만 아니라 대만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어져 아시아 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때문에 극중 배역 캐스팅은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그래서인지 시작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
<꽃보다 남자>가 제작된다는 말이 나돌면서 아이돌 그룹의 멤버부터 젊은 연기자들까지 <꽃보다 남자>에 눈독을 들인 아이돌 스타들은 적지 않다. 당초 <꽃보다 남자>는 아이돌 스타들의 경연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아이돌 스타들은 대부분 <꽃보다 남자> F4 배역을 따내기 위해 오디션을 거쳤다.
아이돌 스타에게 <꽃보다 남자>는 매우 매력적인 드라마다. 주 수요층이 10~20대라는 점부터 연기력 논란에서도 쉽게 벗어날 수 있는 트렌디 드라마라는 점까지 구미가 당길 만한 작품이다. 게다가 한류스타를 꿈꾸는 아이돌 스타들에게는 아시아에서 주목하는 드라마인 만큼 한류스타로서 나아가는 데 <꽃보다 남자>만큼 좋은 발판은 없었다.
일부에선 대형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경쟁이 펼쳐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흘러나왔다. 이 때문에 ‘꿈의 대결’이 펼쳐질 것이란 기대감이 컷 던 것도 사실이다
F4들 가운데서도 그 비중이 모두 다르기에 아이돌 스타와 소속사의 자존심 대결이 불꽃 튀게 벌어졌다. ‘라이벌 그룹보단 나은 배역을 따야한다’라는 점이 아이돌 스타들이 자존심에 상처만 입고 <꽃보다 남자>를 떠나게 된 하나의 이유가 됐다. 결국 역할과 제일 맞는, 또 연기력에도 문제가 없는 연기자들로 포커스가 맞춰졌고 캐스팅이 진행됐다.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이름보단 실력이 우선’이라고 외친 전기상 PD의 고집에 ‘아이돌 스타’에 미련을 갖던 일부 제작사 관계자들도 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캐스팅된 배우들이 이민호, 김범, 김준이다. 구준표 역의 이민호는 무명에 가까운 신인이라는 점에서 반대도 있었으나 전기상 PD는 이민호의 가능성에 힘을 실으며 적극적으로 캐스팅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드라마틱한 캐스팅…시청자들 ‘환상의 캐스팅’ 찬사 
 아이돌 그룹 멤버부터 젊은 연기자들까지 F4 눈독

<꽃보다 남자> 제작자인 송병준 대표는 “캐릭터와 비교해 이미지와 연기력 등의 여부가 캐스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이민호의 경우 일단 용모가 F4의 외모와 너무나 잘 맞아떨어졌다. 신인이라 개런티도 큰 영향이 없었고 가장 관건이었던 연기 또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름 많은 노하우를 쌓은 점이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송 대표는 윤지후 역의 김현중 캐스팅에 대해서는 “‘SS501’의 김현중 같은 경우 일단 첫 번째 용모 면에서 완벽한 윤지후였고 쌓아놓은 이미지 또한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약간 4차원적인 엉뚱하면서도 묘한 이미지가 커졌는데 상큼하면서 엉뚱한 이런 이미지가 윤지후와 딱이었다”고 전했다.


명문 예술가 집안의 후계자인 소이정 역에 캐스팅된 김범에 대해서는 “그간 쌓아온 이미지가 캐릭터와 비슷해 완벽한 케이스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F4 멤버들이 어려운 일에 처할 때마다 감싸주고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는 송우빈 역에 캐스팅된 김준의 경우는 “오디션을 통해 찾지 못했던 이미지를 용케 발견한 경우”라는 의외의 쉬운 캐스팅 계기를 전했다.
<꽃보다 남자>의 F4만큼이나 여자 주인공 금잔디 캐스팅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수많은 여성 연기자들이 물망에 올랐고 잘 나가는 아이돌그룹 멤버 이름도 거론이 됐다. 당시 금잔디 역을 놓고 물망에 오른 배우는 박신혜와 박보영.
하지만 남자주인공이 연기자로서는 모두 신인급에 속한 까닭에 여배우는 어느 정도 연기력을 갖춘 박신혜를 캐스팅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여기서도 변수가 작용했다. 제작사와 감독, KBS 측에서 구혜선을 적극 추천했고 결국 구혜선이 금잔디 역을 꿰찬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 관계자는 “여주인공이 극을 이끌어 가는 만큼 캐스팅에 있어서 고심을 많이 했다.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남자주인공들에 비해 작품 경력이 있는 배우를 찾았다. 금잔디 역은 각종 오디션과 심사 등을 거쳐 처음부터 구혜선이 낙점됐다”고 말했다.
구혜선의 캐스팅에 대다수 관계자들의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을 내놨다. 구혜선이 동안이고 발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나 여고생 역할을 하기엔 나이가 적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전기상 PD는 ‘구혜선이 20대 중반이지만 여고생을 연기하기엔 무리가 없다’고 판단, 구혜선을 밀어붙이는 고집을 보였다. 전기상 PD는 <꽃보다 남자>에 제일 잘 어울리는 여자 연기자로 이미 구혜선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열아홉 순정> <왕과 나> 등 굵직굵직한 작품을 거치며 또래 나이대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연기력도 구혜선이 캐스팅 되는데 큰 몫을 했다”고 전했다.
구혜선도 금잔디 역을 맡으며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나이는 물론 그동안 ‘통통 튀는 이미지’를 죽이기 위해 노력했던 행보가 일순간 무너질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전기상 PD와 몇 차례 만난 구혜선도 <꽃보다 남자>에 대한 믿음을 갖기 시작했고 이런 전기상 PD와 구혜선의 믿음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제작사 관계자는 “전기상 PD와 구혜선이 찰떡궁합을 보일 정도로 호흡이 척척 맞고 있다. 이는 시청률이 잘 나오는 이유 중 하나 아니겠는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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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