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OO역에 삽니다”

아파트 분양시장서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이름에 지하철 역명이 포함된 단지들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다양한 요인으로 설명된다.

한국인에게 ‘좋은 아파트’란 곧 대중교통의 핵심인 ‘역세권’이다. 업계는 이를 이름에서부터 각인시킨다. 단지명에 ‘역’ 이름이 들어가 있어 수요자들이 지하철, 경전철, 고속철도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단지라는 점을 바로 인지할 수 있다. 실제로 이 같은 단지들은 저마다의 교통망을 이용해 지역 안팎으로의 이동이 가능하고, 교통망 주변으로 형성된 다양한 생활 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다. 

교통망
이름에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7월 둘째 주까지 전국서 청약을 진행한 159개 단지 중 24개 단지의 아파트 이름에 지하철 역명이 포함돼있었다. 이들 단지의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25대 1로, 비역세권 아파트의 평균 9대 1에 비해 약 2.7배 높았다.

이는 역세권 아파트가 주거 수요자들 사이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동탄2신도시 동탄역 대방엘리움 더 시그니처’로, 최근 GTX-A 노선이 개통된 동탄역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이 단지는 186가구 모집에 11만6621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돼 평균 62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경기 화성시 병점역 인근의 ‘병점역아이파크캐슬’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7월 6억5500만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5월에는 7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1년 만에 약 1억원이 상승했다.

부산서도 지하철 역명 포함 아파트의 인기는 높았다. 부산지하철 1호선 앞에 위치한 ‘양정 롯데캐슬 프론티엘’은 1순위 청약서 2374명이 몰려 평균 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부산 분양 단지 중 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지하철 역명이 포함된 아파트는 역세권 입지의 매력을 극대화하며, 높은 청약 경쟁률과 부동산 가치 상승을 동시에 이끌어내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경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이름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역명 붙은 수도권 신축 아파트 인기
주변 지하철 활용하면 비싸게 팔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단지명을 지을 때 지하철역 명이 들어가면 역세권 입지가 바로 주목받으며 수요자를 끌어들이는 메리트가 된다”며 “이런 단지들은 부동산 침체기에도 거래가 활발하고, 집값 상승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단지명에 역명이 들어가는 수도권 신축 아파트.

▲금정역 푸르지오 그랑블= 1호선과 4호선, GTX 노선이 예정된 금정역 인근에 ‘금정역 푸르지오 그랑블’이 선착순 분양을 진행한다. 푸르지오라는 1군 브랜드와 서해그랑블이 만나 시공사는 대우건설, 시행위탁사는 서해종합건설이 함께 랜드마크 아파트를 세운다.


계약조건은 중도금 대출이자 후불제가 적용되며, 계약금 5%만 납부하면 1년 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입주는 2028년 5월 예정. 군포 벌터 마벌지구 지구단위구역 내 B-1블럭에 들어선다. 지하2층~지상 45층, 8개 동 규모로 세대수는 총 1072세대다.

주차공간은 총 1428대(세대당 1.33대)다. 대지면적 1만1753평에 건축면적 1759평으로 건폐율은 14.71%다. 서울과 가까운 입지임에도 낮은 건폐율로 넓은 동 간격과 숲 등의 여유 공간을 갖는 아파트로 조성된다. 45층 높이의 웅장한 아파트로 이 일대 랜드마크 아파트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용타입은 59m2(250세대), 76m2(332세대), 84m2(373세대), 95m2(114세대)로 구성된다. 59타입과 76타입은 A/B/C, 84타입과 95타입은 A/B로 나뉜다. 소형평형인 59타입은 세대수가 적어서 조기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각 A타입은 4베이 판상형으로 채광과 통풍에 유리한 구조로 뺏고 B/C타입은 거의 모든 타입 남향배치면서 ‘ㄱ’자형 일반타워형 구조로 채광 통풍이 용이하게 구성된다.

입지 매력
편의 강조

4Bay 남향 위주 단지 배치로 채광과 통풍이 우수하다. 피트니스클럽, GX클럽, 골프클럽, 그리너리 카페, 독서실, 시니어클럽, 어린이집 등 입주민을 위한 커뮤니티시설이 갖춰진다. 푸르지오다운 조경시설과 외관으로 고급스런 아파트로서의 위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동 사이 넓은 공원 등 쾌적한 주거여건 형성과 함께 각 동 라인별 엘리베이터 설치로 한 동에 4개 정도의 승강기로 편의성에도 소홀함이 없다.

단지 북쪽으로 반경 800m 거리 금정역(GTX-C 정차 예정역)이 있고, 오른편으로는 반경 800m거리에 호계역(인동선 예정)이 있어서 광역교통망 요충지 중심의 더블역세권 아파트라고 할 수 있다. 금정역은 GTX-C 정차역 주변 복합환승센터를 예정하고 있다.

주변에 평촌 스마트스퀘어, 안양국제유통단지, 안양IT단지, 군포스마트타운 등이 있어 직주근접 아파트다. 단지 바로 옆 안양천은 기존 자전거도로와 산책길을 더 쾌적하게 정비하고, 군포 첨단R&D클러스터 조성사업도 예정돼있다.

평촌생활권이어서 차량 10분대로 평촌학원가를 이용할 수 있고, 한림대병원이나 안양시청, 롯데백화점 등 편의시설 이용도 수월하다. 안양천 수변공원이 인접해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분양 관계자는 “최근 서울,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늘고 있으나, 금정은 서울과 가깝고 GTX-C 노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 중”이라고 전했다.

▲동작 보라매역 프리센트= ‘동작 보라매역 프리센트’가 분양 중이다.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동 일원에 지하 4층~지상 20층 총 124세대로 건립된다. 이 중 전용면적 43㎡ 91세대가 일반분양된다. 소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형 아파트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동작구서 희소성 높은 소형 평형으로 공급된다.

또 추첨제 60%, 가점제 40% 비율로 청약 가점이 낮은 신혼부부 등도 당첨 확률이 높다. 상업시설은 지하 1층~지상 3층에 들어서며, 지상 4층에는 청년창업지원시설과 보건지소 등 지역 필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다양한 평면설계를 도입해 1~2인 가구에 특화된 콤팩트한 공간 구성을 선보인다. 오피스텔의 경우 지역 내에서도 희소성 높은 1.5룸, 투룸 등의 구조를 도입한다. 단지 내에는 도심 속 휴게공간 등의 조경과 외관 특화설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주차공간까지 확보했다.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무상 확장 등을 제공해 서울 역세권서 찾아보기 힘든 합리적인 분양가에 금융 혜택까지 더해졌다.

프리미엄
기대감 ↑

7호선·신림선 환승역인 보라매역이 도보 150m 거리한 초역세권 대로변 입지로 편리한 교통환경을 갖췄다. 이를 통해 서울 주요 업무지구로 이동할 수 있다. 실제 보라매역을 이용하면 여의도, 가산디지털단지, 영등포 일대를 10분대로 이동할 수 있다. 용산은 18분, 강남은 25분대로 이동이 가능하다.

인근에 신안산선(2025년 예정)이 개통될 예정이며, 단지 앞에는 다양한 노선이 지나가는 버스정류장도 위치하고 있다. 단지 주변으로 보라매초, 대길초, 대림초, 대방초, 문창중, 강남중, 대방중, 수원여고, 성남고 등 학군이 밀집돼있다.

롯데백화점, 동작세무서, 서울지방병무청,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등 생활인프라도 풍부하다. 특히 서울 서남권 총 40만6705㎡ 면적의 보라매공원을 가까이서 누릴 수 있다.

분양 관계자는 “2024년 동작구에 분양되는 첫 아파트인 데다 입지와 상품 모두 우수하다 보니 벌써부터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며 “보라매 역세권 개발 및 주변 첫 사업지로 높은 미래가치를 평가받고 있어 향후 프리미엄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고 말했다. 


▲해링턴 스퀘어 신흥역= ‘해링턴 스퀘어 신흥역’이 분양에 나선다. 효성중공업·진흥기업이 경기 성남시 중원구 중앙동 912번지 일원서 중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공급한다.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아파트 15개 동 1972세대, 오피스텔 2개 동 240실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아파트 전용면적 59~84㎡ 1311세대, 오피스텔 전용면적 26~36㎡ 138실이 일반에 분양된다.

단지는 ‘해링턴’ 브랜드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입지와 상품성을 고루 갖췄다. 해링턴은 ‘SETTLEMENT ON STONY GROUN(반석 뒤에 지은 집)’이라는 어원을 가진 효성의 주거 브랜드다. 업계에서는 외관 디자인, 실내공간, 고객만족을 위한 연구 등 빠짐없는 상품성을 갖춰 수요자들의 주거 선호도가 높다는 평가다.

이 같은 브랜드를 적용한 해링턴 스퀘어 신흥역은 단지 설계부터 남다른 면모를 보인다. 최고 35층, 약 2000세대 대단지로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특히 8호선 신흥역 주변서 가장 높이 건립될 예정으로 탁 트인 전망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남향 위주의 단지 배치와 4Bay 평면, 팬트리, 알파룸 등 면적과 타입에 따른 다양한 특화설계도 적용할 예정이라 폭넓은 수요확보 및 남다른 주거만족도가 기대된다. 게다가 희소성 높은 평지 대단지라는 점도 차별화 요인이다. 

한국인에게 좋은 아파트?
대중교통 핵심 ‘역세권’

현재 잘 갖춘 인프라도 단지의 가치를 충분히 높여준다. 먼저 교통 환경이 뛰어나다. 단지는 서울 지하철 8호선 신흥역 초역세권이며, 특히 단지 지하를 통해 지하철역이 직통 연결(1단지 선큰 광장 연결)돼 역 진입이 수월하다. 여기에 지난 3월말 개통한 GTX-A 노선 성남역의 이용도 가능하다.

단지 인근 경충대로, 여수대로를 통해 분당·수서간도시고속화도로,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등의 진입이 수월해 서울 및 수도권 전역으로의 이동도 매우 편리하다. 초역세권 단지인 만큼 단지 내 테라스형 상가에 풍성한 인프라가 형성될 전망이다.

바로 앞에는 롯데시네마(성남 중앙)를 비롯해 신흥역 인근에 조성된 상권 이용이 편하다. 성남시 의료원, 신흥3동행정복지센터, 성호시장, 성남종합운동장, 이마트(성남점), 모란시장으로의 방문이 쉽고, 북측 위례신도시와 잠실 인프라도 이용 가능하다.

▲힐스테이트 광주곤지암역= 현대엔지니어링이 ‘힐스테이트 광주곤지암역’을 분양한다.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 신대리 25번지(신대1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공동주택 사업)에 들어선다. 지하 2층~지상 최고 22층, 아파트 10개 동, 전용면적 84㎡, 139㎡ 총 635가구로 조성된다. 입주는 2027년 상반기 예정.

경강선 곤지암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점이 단연 돋보인다. 곤지암역서 경강선 이용 시 판교역까지 환승 없이 20분대(6개 정거장)에 도달 가능하다. 판교역서 신분당선으로 환승하면 강남역까지도 40분대에 닿을 수 있다.

교육 여건도 우수하다. 곤지암역 남측에 곤지암초, 곤지암중, 곤지암고가 모두 인접해 있어 안심 교육환경을 갖췄다. 곤지암 도서관도 근거리에 자리한다. 단지 뒤로는 비양산이 위치하고, 앞으로는 곤지암천이 흐르는 등 쾌적한 주거 여건이 매력적이다.

▲힐스테이트 이천역= 현대건설도 경기 이천시 경강선 이천역 부근에 ‘힐스테이트 이천역’을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29층, 15개 동, 전용 60~136㎡, 총 1822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다. 이 중 314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미분양 물량
빠르게 소진

단지의 최대 특장점은 경강선 이천역 북측에 바로 인접한 역세권 입지다. 단지서 도보로 이천역 이동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경강선은 분당·판교서 여주를 오가는 수도권 남부 철도교통의 핵심 노선이다. 이천역서 이매역까지 33분, 판교역까지는 38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오피스가 밀집한 판교 및 분당으로의 출·퇴근이 용이하다.

또 GTX-D 노선을 비롯해 동탄~용인~이천을 잇는 ‘반도체선’은 남사 반도체국가산업단지와 원산 반도체클러스터, 이천까지 연결하는 노선으로 경강선·중부내륙선과 함께 고속철도와 광역철도망을 갖춘 핵심 요충지가 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성남〜장호원간 전용도로 개통 등 교통호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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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쿠팡 개인정보 유출 막전막후

‘역대 최악’ 쿠팡 개인정보 유출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회상을 반영하는 표현으로 ‘○○ 공화국’을 쓰곤 한다. OECD 국가 중 극단적 선택률 1위를 놓치지 않는 우리나라를 ‘자O 공화국’이라고 하거나 연예인에게 지나치게 높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 ‘연예인 공화국’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최근 또 하나의 공화국이 세워졌다. 바로 ‘쿠팡 공화국’이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제시한 쿠팡의 비전이자 슬로건이다. 국민의 일상에 깊숙하게 파고들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실제 쿠팡은 전 국민의 생활을 차례로 잠식했다. ‘로켓배송’을 무기로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했고 ‘쿠팡이츠’로 배달업계를 흔들었다. ‘쿠팡플레이’로 OTT 업계에도 진출했다. 생태계 잠식 대체재 없다 쿠팡의 위력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더욱 뚜렷하게 증명됐다. 지난달 29~30일 쿠팡 이용자에게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유출된 정보는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 주문 정보 등이다. 쿠팡은 결제 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에게 문자메시지가 도착한 시기가 주말이어서 혼란은 배가 됐다. 특히 배송 과정에서의 편의를 위해 적은 공동현관 비밀번호, 최근 주문 내역 등이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출된 정보를 조합하면 가족 구성을 알 수 있는 상황이라 교묘하게 제작된 스팸 문자 등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의 수는 무려 3370만명에 달했다. 올해 기준 우리나라 인구(5168만명)의 65%에 이르는 숫자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이 지난 6월24일, 무려 5개월여 전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의 분노가 폭발했다. 또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다른 업체와 달리 쿠팡 사건은 내부 직원의 소행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이 가중됐다. 중국 국적의 직원이 해외에서 개인정보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20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고객 계정이 4500개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열흘 새 3370만명이라고 다시 공지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부분 활성고객(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은 2470만명인데 피해 고객은 이보다 900만명 많다. 최근 3개월 간 구매 이력이 없는 고객까지 포함한 수치다. 사실상 전체 고객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소셜커머스 시작 로켓배송 도입 날개 달아 이번 쿠팡 사태의 규모는 지난 2011년 해킹으로 약 35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싸이월드·네이트 사례와 맞먹는다. 올해 4월 발생한 SK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약 2324만명)를 상회한다.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피해 규모가 더 커진 선례를 보면 쿠팡 역시 피해 범위와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의로든 타의로든 쿠팡을 놓지 못하는 이용자가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 사태 이후 보고서를 통해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비교할 수 없는 지위를 갖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는 데이터 유출 이슈에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아 고객 이탈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쿠팡이 독점하고 있기에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걱정을 표하면서도 막상 탈퇴하긴 어렵다는 글이 보인다. 당장 내일 가게 문을 열어야 하는데 쿠팡이 아니면 재료를 조달할 방법이 없다는 글도 있다. 김범석 의장이 지향하던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가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에 문제가 생겼을 때 현실화한 셈이다. 쿠팡은 어떻게 한국을 지배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쿠팡이 ‘틈새시장’을 기가 막히게 파고들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 틈새를 만든 건 쿠팡이 아니라 정부였다는 것이다. 정부가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대형마트를 규제하자 소비자는 전통시장을 찾는 대신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은 현재 대적할 상대가 없는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 시행됐다. 정보 털려도 쓸 수밖에… 유통법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만 영업 가능 ▲대형마트 월 2회 의무 휴업일 지정 ▲의무휴업일과 영업 제한 시간에는 온라인 주문 배송 서비스 금지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1km 내 출점 불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발 묶인 사이 이커머스 시장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쿠팡이 2014년 도입한 로켓배송은 그 틈새를 절묘하게 파고든 ‘신의 한 수’였다. 쿠팡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금을 등에 업고 심야, 새벽 배송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쿠팡이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늘릴 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지금은 그 물류 센터가 지역 배송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에서 택배기사의 건강권을 위해 심야 새벽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물론 택배기사 사이에서도 민주노총의 주장에 반발이 나왔다. 소비자는 오후에 주문해도 아침이면 집 앞에 물품이 도착하는 데서 오는 편리함, 택배기사는 경제적 이익, 노동권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실제 민주노총의 주장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쿠팡의 배송 시스템이 국민 생활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다. 소비 트렌드가 완전히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쿠팡의 영향력은 더욱 거대해졌다. 저녁 식사 재료를 사기 위해 퇴근 후 마트나 슈퍼로 뛰어가는 모습은 드라마에서도 과거 회상 장면에나 나온다.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물건을 주문하며 불과 몇 시간 만에 집 앞에 배송된 택배 상자를 안고 들어가는 게 일상이 됐다. 가족끼리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쇼핑을 하는 일은 생활을 위한 게 아니라 이른바 ‘여가’가 됐다. 규제 업고 틈새 노려 방점을 찍은 건 코로나19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커머스 시장은 배달업계와 함께 끝 모르고 성장했다. 이 시기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일이나 심야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일부 풀어달라고 호소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규제에서 자유롭던 쿠팡은 또다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그 결과 쿠팡은 2023년 창사 이후 첫 흑자를 냈다. 당시 쿠팡은 6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지었다. 영업손실은 2021년 1조7097억원에 달했지만 2022년 1447억원으로 줄었고 2023년에는 결국 흑자로 돌아섰다. 2023년 기준 쿠팡의 매출은 32조원에 이른다. 당시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3년 4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영업이익은 6174억원이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전통 유통기업을 제친 1위다. 쿠팡은 흑자 전환의 비결로 고객의 충성도를 꼽았다. 이들이 쿠팡에서 씀씀이를 늘리면서 쿠팡 전체 이익이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2018년 쿠팡이 도입한 ‘쿠팡 와우’ 멤버십의 증가가 영업이익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쿠팡 와우는 월 4990원(현재 7890원)을 내면 쿠팡에서 구매하는 대부분 물건을 무료로 배송받을 수 있다. 또 쿠팡플레이라는, 쿠팡이 론칭한 OTT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당시 쿠팡은 쿠팡 와우 멤버십, 즉 유료 가입자가 2021년 900만명에서 2023년 1400만명까지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쿠팡 매출은 41조원까지 뛰어올랐다. 전체 대형마트 판매액(37조1779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영업이익은 602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억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는데 매출이 3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쿠팡 와우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은 지난해 말 기준 1500만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소비트렌드 변화·코로나19로 쐐기 2023년 흑자 전환해 전체 매출 1위 눈여겨볼 대목은 쿠팡 와우의 가격이 지난해 3000원가량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고객이 이탈하기는커녕 되려 대거 늘었다는 점이다. ‘쿠팡 생태계’가 이미 공고해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충성 고객층이 이전보다 두꺼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독료 인상분보다 쿠팡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성장 배경은 다르지만 쿠팡을 카카오와 비교하기도 한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를 배경으로 각종 사업에 진출했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중 9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카카오톡은 카카오가 골목상권에 침투하는 데 훌륭한 ‘씨앗’ 역할을 담당했다. 쿠팡 와우 가입자를 위한 ‘로켓배송’이 심야·새벽 배송 시장을 잠식하는 데 혁혁한 역할을 한 것과 비슷하다. 대체재가 많지 않은 것도 닮았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업데이트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SNS처럼 바꾸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이용자들이 카카오톡 앱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방도를 찾다가 고안한 방법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용자의 반발이 거셌다. 카카오톡 앱 평점은 1점대로 떨어졌고 조롱이 줄이었다. 결국 카카오는 가장 많은 비판이 나왔던 ‘친구탭’을 원래대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이후에도 카카오톡 변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왔지만 결론적으로 이용자 이탈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톡을 대체할 만한 메신저 앱이 마땅치 않았던 게 문제였다. ‘네이트온’이 노를 저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주도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도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 ‘트래픽, 다운로드는 줄지 않았다’고 쓰기도 했다. 당시 홍 CPO의 해명에 비판이 쏟아졌지만 글 내용만 봐서는 카카오톡 자체에 타격은 크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과징금에 주저 앉나 그러면서도 카카오의 현 상황을 봤을 때 쿠팡도 당국 조사가 진행되다 보면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단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과징금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벌써부터 역대 최대 과징금(1347억원)을 받은 SK텔레콤의 사례를 넘어 1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