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취미’에 게임‧운동·헬스·등산…운동은 걷기·축구 순

23일, 한국갤럽 설문조사…애창곡은 ‘안동역에서’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국내 거주 중인 국민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취미 활동은 게임이라는 조사가 23일, 발표됐다.

이날 한국갤럽이 지난 3월22일부터 4월5일까지 전국(제주 제외) 만 13세 이상 1777명에게 ‘가장 즐겨하는 취미가 무엇이냐’는 설문조사 결과(자유 응답) 발표에 따르면, 게임이 9%로 1위에 올랐고, 운동·헬스·등산이 7%로 2위에 올랐다.

뒤를 이어 (TV, 유튜브, OTT 등)영상 시청(6%), 걷기(4.8%), 음악감상(4.4%), 독서(4.2%), 골프(4.1%), 낚시(3.6%), 여행(3.2%)이 10위 안에 들었다.

등산은 2014년을 정점으로 선호도가 하락했고(14%→7%), 2004년부터 지켜온 취미 1위 자리를 게임에 내줬다. 2019년만 해도 40대 이상 남녀 모두 취미로 등산을 첫손에 꼽았으나, 2024년 현재는 등산뿐 아니라 게임, 운동·헬스, 걷기, 골프 등으로 다양하게 바뀌었다.

2004년에는 독서가 등산에 버금가는 취미였지만, 20년간 점진 감소세다(8.3%→4.2%). 음악감상 역시 전보다 줄어 시청각을 모두 자극하는 게임과 영상에 밀린 양상이다.

이외 축구(3.0%), 영화감상(2.6%), 원예(식물가꾸기, 2.3%), 요리·베이킹(2.1%), 바둑(2.0%), 사이클(1.9%), 뜨개질(1.8%), 당구(1.7%), 노래부르기(1.6%), 그림그리기(1.5%), 수영(1.4%), 바느질·십자수, 요가(이상 1.1%) 등이 1% 이상 응답됐다.


이 중 축구, 바둑, 사이클, 당구는 남성, 원예, 요리·베이킹, 뜨개질, 노래부르기, 그림그리기, 바느질·십자수, 요가 등은 여성이 더 즐기는 취미로 나타났다.

직접 하는 운동‧스포츠 중 가장 즐겨하는 운동(자유 응답)으로는 걷기(14%), 축구(11%), 헬스(6.3%), 골프(6.2%), 등산(5.8%), 배드민턴, 요가(이상 3.9%), 수영(3.8%), 달리기(3.4%), 야구(2.7%) 순이었다.

축구는 2014년을 정점으로 선호도가 하락했고(18%→11%), 2004년부터 지켜온 운동 1위 자리를 걷기에 내줬다. 등산 역시 같은 기간 선호도(13%→5.8%)와 순위 모두 하락한 반면, 걷기는 2004년부터 꾸준히 선호도가 상승했고(5.8%→14%), 이번에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걷기는 과거 산책과 비슷한 의미였으나, 최근 부상 위험이 적고 노약자들도 지속적으로 실천 가능한 유산소 운동으로 각광받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일상화와 함께 움직임 측정과 추적이 쉬워졌고, 걸음수에 따라 포인트를 모으며 건강을 챙기는 일명 ‘걷기 앱테크’도 유행이다.

골프는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10위 안에 들었다. 1992년에는 국내 성인 중 72%가 골프를 ‘사치스러운 운동’이라고 여겼고, 2013년까지도 48%가 같은 생각했지만 2018년 이후 그 비율이 30%대 중반으로 줄었다. 2022년 기준 성인 절반가량이 골프를 칠 줄 알거나(34%) 앞으로 배울 의향 있는(21%) 것으로 조사돼, 상당수 보편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성별로 남성은 즐겨하는 운동으로 축구(19%), 골프, 헬스, 걷기(이상 8%), 여성은 걷기(20%), 요가(8%), 수영(6%) 순으로 나타나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외 농구(2.6%), 사이클(2.5%), 당구(2.1%), 탁구(2.0%), 테니스(1.6%), 필라테스(1.4%), 볼링(1.3%), 줄넘기 (1.0%) 등이 1% 이상 응답됐다. 만 13세 이상 남성 중 12%와 여성 중 22%는 특별히 즐겨하는 운동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운동‧스포츠 중 직접 관람 또는 TV나 인터넷 등을 통해 가장 즐겨 관전하는 종목(자유 응답)은 축구(49%)가 으뜸, 그다음은 야구(20%), 골프(5.3%), 농구(4.3%), 배구(1.8%), 스케이팅(1.1%) 등이 뒤이었다. 이 항목은 2024년 처음 물었다.

선행 질문의 직접 즐겨하는 운동서도 축구가 야구를 크게 앞섰다. 축구는 남녀노소 모두가 주목하는 종목이며, 야구는 20대, 골프는 50대, 농구는 10대의 관심이 가장 컸다. 배구와 스케이팅은 주로 여성이 즐겨본다고 답했는데, 김연경·김연아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선수들의 영향력이 엿보인다.

노래방이나 각종 모임 장소서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 애창곡(자유 응답) 1위는 이번 조사에 참여한 만 13세 이상 1777명 중 48명이 답한 ‘안동역에서’(2012년 발표곡, 가수 진성, 2.7%)다.

그다음은 ‘만남’(1989, 노사연, 2.0%), ‘소주 한 잔’(2003, 임창정), ‘사랑은 늘 도망가’(2010, 이문세 / 2021, 임영웅)(이상 1.5%), ‘보릿고개’(2015, 진성, 1.3%), ‘밤양갱’(2024, 비비, 1.1%), ‘헤어지자 말해요’(2023, 박재정), ‘신호등’(2021, 이무진)(이상 1.0%), ‘막걸리 한잔’(2019, 강진)(0.9%), ‘밤편지’(2017, 아이유), ‘바램’(2015, 노사연), ‘여자의 일생’(1989, 이미자), ‘인연’(2005, 이선희)(이상 0.8%)까지 10위권이다.

애창곡 10위권서 가장 오래된 곡은 1989년 발표된 ‘만남’과 ‘여자의 일생’, 최신곡은 2024년 2월 발표된 ‘밤양갱’이다. ‘만남’은 지난 20년간 최상위를 지켜 명실상부한 국민 애창곡이라 할 만하고, 그해 발표곡이 상위권에 들기로는 ‘밤양갱’이 처음이다.

과거에는 30대 이상 애창곡 목록이 대부분 오래전 발표곡들로 채워졌고, 그마저도 이전과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고령층에서도 신곡들이 꽤 보였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각종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스타 뮤지션들이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저변을 넓힌 결과로 해석된다.

애창곡 선호도가 전반적으로 매우 낮은 것은 한국인 개개인 특성별로 즐겨 부르는 노래가 제각각임을 보여준다. 만약 사람들의 애창곡이 특정 노래에 집중돼있다면 노래방에 갔을 때 다른 사람이 내가 부르려던 곡을 먼저 불러 곤란해지는 경우가 빈번하지 않겠는가. 이번 조사에서는 총 700여곡이 언급됐다.

참고로, 지난 2015년 국내 성인 중 63%가 ‘노래를 직접 부르는 것보다 듣거나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답했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는 12%, ‘노래 부르기와 듣기를 비슷하게 좋아한다’ 21%로 조사된 바 있다

가장 인상적으로 본 한국영화(자유 응답) 1위는 <파묘>(12%)다. 흔치 않은 오컬트 소재 영화로, 지난 2월22일 개봉 후 119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그다음은 한국영화 최초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2019, 7%), 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 보유작(1761만 관객) <명량>(2014, 5.8%), <서울의 봄>(2023, 5.3%), <국제시장>(2014), <범죄도시>(2017·2022·2023)(이상 5.2%), <태극기 휘날리며>(2003, 2.5%), <극한직업>(2019, 2.3%), <7번방의 선물>(2012, 2.1%), <신과함께>(2017·2018, 2.0%)가 뒤이었다.

상위 10편은 모두 1000만 이상 관객이 본 영화였으며, 이외 <오징어 게임>(넷플릭스 웹드라마, 1.8%), <실미도>(1.7%), <괴물> <해운대> <친구>(이상 1.4%), <쉬리>(1.2%), <베테랑><도둑들>(이상 1.1%), <택시운전사>(1.0%) 등이 1% 이상 응답됐다.

<실미도>와 함께 2004년 한국영화 1000만 관객 시대를 연 <태극기 휘날리며>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10위권에 이름 올렸고, 이순신 장군의 3대 해전 3부작 중 가장 먼저 선보인 <명량>도 후속작 <한산>(2022)과 <노량>(2023)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가장 인상적으로 본 외국영화(자유 응답)는 <타이타닉>(9%), <아바타(S: 시리즈, 연작 영화)>(7%), <어벤져스(S)> <미션 임파서블(S)>(이상 3.1%), <벤허>(2.9%), <겨울왕국(S)>(2.6%), <해리 포터(S)>(2.4%), <사랑과 영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상 2.0%), <반지의 제왕(S)>(1.5%), <아이언맨(S)>(1.2%), <듄(S)>, <007(S)>(이상 1.1%), <보헤미안 랩소디> <인터스텔라> <라라랜드>(이상 1.0%) 등 총 16편이 1% 이상 응답됐다.


인상적인 외국영화 상위 10편 중 6편이 시리즈물이다. 특히 1996년 첫선을 보인 <미션 임파서블>은 2025년 8편 개봉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단 한 편으로 관객의 뇌리에 각인된 고전 명작들도 있다. <타이타닉>은 1998년, <벤허>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무려 1960년 전후 개봉작이지만 지난 20년간 계속 인상적인 외국영화 10위 안에 들었다. 한편, 1990년 개봉작 <사랑과 영혼>은 2017년 말 국내 재개봉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에는 극장 대신 OTT 영화 관람이 일상화했다. 최근 극장계는 음향, 좌석 등 시설 고급화로 다시 관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만 13세 이상 한국인의 지난 1년간 극장 영화 관람 빈도는 1회 16%, 2회 20%, 3회 12%, 4회 5%, 5회 6%, 6회 이상 6%, 그리고 0회가 35%로 나타났다.

20·30대는 OTT 등 유료 영상 서비스도 많이 이용하면서 동시에 극장도 자주 찾는 적극적 관객이다. 반면, 60대 이상 셋 중 두 명은 1년 동안 극장서 영화를 관람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온종일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을 위한 방송 채널이 있는가 하면, SNS에선 사람보다 더 큰 인기를 끄는 동물 스타들도 많아졌다. 바야흐로 ‘반려 동물의 시대’라지만, 이면에는 잔혹한 동물 학대 사건이나 동물을 쉽게 입양하고 유기하는 폐해도 늘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2024년 현재 한국인이 가장 함께하고 싶어 하는 반려동물(자유 응답)은 개(62%)가 1위로, 2위 고양이(12%)를 크게 앞섰다. 그다음으로는 새(2%), 물고기(0.6%), 햄스터‧거북이(이상 0.2%) 등이 언급됐다. 좋아하는 반려동물이 없다는 응답은 22%로, 고연령일수록 많다(10·20대 10% 이하; 60대 이상 33%).


20년 전과 비교하면 개 선호자는 47%서 62%로, 고양이 선호자는 2.2%서 12%로 늘었다. 대부분의 응답자 특성서 개가 과반을 차지했고, 고양이는 남성보다 여성, 특히 20·30대 여성에게서 사랑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개를 기른다면 어떤 종류를 가장 길러보고 싶은지 물은 결과(자유 응답) 푸들(18%), 몰티즈(14%), 비숑프리제, 진돗개(이상 7%), 포메라니안(6%), 시츄(5%), 리트리버(3.8%), 치와와(3.3%), 요크셔테리어(1.6%), 미니어처슈나우저(1.2%), 시베리안허스키, 시바이누(이상 1.0%) 순으로 나타났다.

이외 약 30종(9%)이 언급됐고, 전체 응답자 중 24%는 좋아하는 반려견이 없거나 모르겠다고 답했다.

푸들은 남녀 모두 가장 좋아하는 견종으로 꼽혔다. 몰티즈, 비숑프리제, 포메라니안은 여성에게서, 진돗개와 리트리버는 남성에게서 더 사랑받았다.

2004년에는 진돗개와 시베리안허스키가 가장 인기였으나, 20년 새 푸들, 몰티즈, 비숑프리제, 포메라니안 등 소형견 선호가 늘었다. 이 같은 변화는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주거환경, 각종 미디어의 반려동물 관련 콘텐츠 영향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고양이를 기른다면 어떤 종류를 가장 길러보고 싶은지 물은 결과(자유 응답) 페르시안(10%), 샴, 러시안블루(이상 8%), 먼치킨(6%), 벵갈(5%), 코리안숏헤어(한국고양이·길고양이·유기묘 포함, 4.2%), 랙돌(3.7%), 스핑크스(1.7%), 노르웨이숲(1.6%), 스코티시폴드, 브리티시숏헤어(이상 0.6%) 순으로 나타났다.

5년 전과 마찬가지로 페르시안, 샴, 러시안블루가 가장 인기지만, 그때보다 더 다양한 종류가 언급돼 고양이 관련 정보 확산을 짐작게 한다. 전체 응답자 중 좋아하는 고양이 종류가 없거나 모르겠다고 답한 사람은 2019년 71%서 2024년 49%로 줄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한국갤럽 자체 조사로 면접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2.3%p, 응답률은 27.7%였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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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