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지지율 상승 노리는 정상회담

미·중 패권싸움이 한창이던 지난 2년 동안 한국과 일본은 경제 협력관계의 중국보단 외교·안보 협력관계에 더 비중을 두고 미국을 지지하며 한·미·일 3국 공조체제를 다져왔다.

한국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 기시다 총리가 중국 시진핑 주석보단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셈이다.

그런데 최근 한·미·일 정상회담의 주인공인 이 세 명의 자국 내 국정 지지율을 보니 형편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취임 2주년 지지율 중 가장 낮은 24%를, 바이든 대통령도 역대 최저 수준인 35%를 기록했고, 기시다 총리 역시 지난달 말 23%까지 기록했다. 정권퇴진 위기 수준의 성적표다. 

미국은 한·미·일 정상회담서 줄곧 중국을 견제하고 배제하기 위해 외교·안보 부문 강화라는 명분으로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톡톡히 재미를 봤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만약 미국과 중국 관계가 호전되면 ‘닭 쫒던 개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한국과 일본은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만 지지하고 시진핑 주석의 중국은 멀리해 온 걸까?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기나긴 전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게 이유가 될 수 없다. 미국도 아시아 패권전쟁에 뛰어들었던 역사가 있다.  

필자는 한국과 일본이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에 속해 있는 이웃나라 중국은 배제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을 지지하다 보니, 최근 4년여 동안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했다는 게 안타까운 한국과 일본의 운명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최근 한국과 일본 두 정상이 중국 시진핑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한중 관계 발전 방안, 북핵 문제, 한중 고위급 교류, 공급망 협력 등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폭넓게 의견을 나눴고, 한·중·일 정상회담 조기 개최 약속도 받아왔다. 

이에 일본 기시다 총리가 서울서 개최될 것으로 알려진 한·중·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본은 정상회담 의장국인 한국의 대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물론 같은 날 “경제적 위압 등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중국을 견제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일본이 한·중·일 정상회담에 부정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전향적인 발언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담 컨벤션효과를 통해 국정 지지율을 반전시키려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시점이 그렇다. 지금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이후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해 돌파구를 찾아야 하고, 기시다 총리도 떨어진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유럽 등 전 세계를 순방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서, 두 정상이 한·중·일 정상회담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생각이라면 한·중·일 정상회담을 안 하니만 못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칠 수 있고, 경제와 외교·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정 지지율이 더 하락하면서 정권유지조차 힘들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두 정상이 잊어선 안 된다.  

중국 시진핑도 대선을 앞두고 낮은 지지율과 정권교체라는 위협 속에 있는 미국 바이든이 사면초가에 놓여 있는 한국과 일본 두 정상을 돌볼 여유가 없는 틈을 노려 한국과 일본에 유화정책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자는 한·중·일 정상회담 성사를 바라보면서 “윤석열정부가 총선 패배와 영수회담을 기점으로 친중정책을 폈던 문재인정부나 한중 관계 복원을 계속 강조해 왔던 더불어민주당에 끌려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윤정부는 중국의 유화정책에도 민주당의 친중정책 주장에도 흔들리지 않고, 3년이나 남은 임기 동안 안정된 국정운영을 통해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는 정책만 펴야 한다.

특히 정권유지 같은 정략적인 전략은 2년 후에 생각해도 된다. 민생 챙기기가 먼저다. 윤정부의 한중 관계 복원이 지지율 상승을 염두에 둔 정략으로 끝나면 안 된다는 말이다.

한·중·일 정상회담은 한·중·일 모두의 믿음과 진정성을 보여주는 회담이어야 한다. 중국의 미국 배제 전략이 돼서도, 한국과 일본 정부의 지지율 상승이 돼서도 안 된다.

이번 정상회담이 동아시아의 경제벨트를 공고히 구축하는 시발점이 돼 유럽연합을 능가하는 경제공동체로 발전해야 한다.

필자는 최근 한·미·일 공조제체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북·중·러 공조체제도 강화됐을 때,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로 가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한·중·일 대 북·중·러’ 대결로 가야 중국이 조정자가 돼 남북문제를 풀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실 한반도 문제는 세계 열강들이 동아시아 평화를 기치로 간섭하면서 세계적인 문제가 됐지만, 애초 본질적으론 한국과 북한 문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미·중 패권싸움 틈바구니에도 끼여 세계적인 차원을 넘어 복잡한 실타래로 엉켜 있는 형국이 됐다.

한국이 남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국만으론 안 되고 중국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를 윤정부가 놓쳐선 안 된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 정상의 양자회담도 개최돼야 한다. 한국과 중국이 당장 민감한 부분이 많은 정치적 문제보다 경제적 협력을 통해 소통해야 한다.

지난달 하오펑 랴오닝성 당서기가 한국을 방문했고, 다음 달 하순엔 신창싱 장쑤성 당서기도 한국을 방문한다고 한다. 이는 한중 관계 복원에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한·중·일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중국 청두서 열린 뒤 코로나19와 한중 관계 악화로 중단됐다.

외신은 “북한을 포함한 지역정세와 경제협력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필자는 “이번 한·중·일 정상회담이 한국과 일본 두 정상의 지지율 상승에 맞춰져선 안 된다”고 경고하고 싶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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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 이후…친·비명 갈등 시나리오

심판의 날 이후…친·비명 갈등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와 이에 따른 조기 대선 여부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다. 생각보다 이르게 정권교체의 기회를 잡은 더불어민주당이지만 친명·비명 갈등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한 달간 통합 행보를 보이나 싶더니 또다시 서로를 향해 총구를 들이미는 형국이다.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최종 변론기일이 마무리된 후 모든 시선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쏠렸다. 통상적으로 2주 이내에 결과가 나오는 만큼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는 이번 주 내로 나올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선고기일 기간을 고려하면 오는 14일이 유력하다. 세 개의 변수 결론은 하나 현 상황서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새로운 재판관이 합류하면 탄핵 심판 심리 과정서 나온 증거 기록과 증언 등을 살피는 ‘변론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작업에만 2주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만 새 재판관이 임명돼도 진행 중인 윤 대통령 사건 선고에 참여시킬지 결정하는 것은 남은 재판관의 몫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마 후보자 임명은 논의할 필요도 없는 즉시 하면 되는 일”이라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을 촉구했다. 최 권한대행은 헌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덕수 총리의 탄핵 심판이 급물살을 타거나 헌법재판관 8명의 의견이 만장일치로 모이지 않을 경우에도 선고가 미뤄질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재판관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최종 결정문을 작성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야당은 헌재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재판관이 전원일치로 탄핵 인용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성준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12월3일 내란의 밤을 모든 사람이 봐왔고 탄핵 심판 과정서 윤 대통령의 거짓말을 다 확인한 사람들이 온 국민인데 어떻게 탄핵 심판서 헌법재판관들이 만장일치를 안 할 수가 있겠냐”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박은정 의원 역시 만장일치로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의원은 “기각 가능성은 없다”며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은 증인들이 넘치고, 헌재 탄핵 심판정에 나오지 않은 기록, 증거들은 더 많다. 수사 기록이 모두 확보돼 사실관계가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 입장서도 탄핵 인용을 예상했을 것”이라며 “조기 대선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져가기 위해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헌법재판에 임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오는 14일 윤 대통령이 파면된다고 가정했을 때 조기 대선은 60일 이내인 5월13일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 야권은 조기 대선과 내달 2일 예정된 상반기 재·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르자고 주장하는 만큼 5월은 곳곳서 격돌이 예상되는 시기다. 운명 가를 일주일 이번 주 결정 유력 마은혁 임명 최대 관건…여야 촉각 오는 13일은 상반기 재보선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날이다. 따라서 헌재가 이보다 이른 시점에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다면 5월 조기 대선과 상반기 재보궐선거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공직선거법 제203조 5항에 따르면 ‘보궐선거 등의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 전일까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경우 그 보궐선거 등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선거일에 동시에 실시한다’고 명시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같이 밝히며 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경우 그에 따라 절감되는 세금만 367억원이라고도 강조했다. 조기 대선이 점차 가시권에 접어들자 민주당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굳히기에 나섰다. 각종 여론조에서도 이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1순위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506명을 대상으로 ‘대선 양자 가상 대결’을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50.0%,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31.6%를 기록했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결과 역시 이 대표가 46.3%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8.9%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6.9% ▲홍준표 대구시장이 6.8% ▲오세훈 서울시장 5.1%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2.1%로 집계됐다. 이어 ▲이낙연 전 국무총리 1.7% ▲김동연 전 국무총리 1.4% ▲김부겸 전 국무총리·김경수 경남지사가 1.3%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6.0%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2.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지율이 안정권에 접어들자 이 대표는 민주당의 최대 숙원이었던 계파 갈등 봉합에 힘을 쏟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민주당 내에서 후보 경선을 해야 하는데, 이대로 이 대표의 독무대가 될 경우 1극 체제 비판은 불가피하다. 이런 프레임을 깨트리고 중도층을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통합 행보는 필수라는 해석이다. 스스로 당긴 갈등의 불씨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만난 데 이어 21일 박용진 전 의원과 만남을 가졌다. 이후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 28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회동했다. 이들은 웃으면서 악수하고 “더 큰 민주당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연신 강조했다. 하지만 비명(비 이재명계)의 쓴소리와 친명(친 이재명)계의 이견이 부딪쳐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비명계가 주장하는 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이 대표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실제 통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도 분석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서 계파 갈등이 몰고 온 후폭풍을 몸소 경험했다. 당시 대권주자였던 이낙연 전 총리와 이 대표 간의 공방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사건건 시비가 붙었고 결국 사법 리스크를 건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선 경선 당시 불거진 이른바 ‘무효표’ 처리를 놓고 이 전 총리 측이 크게 반발하면서 명-낙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선서 패배한 이후 본격적으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계파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는 평이다. 이미 물밑 작업에 들어간 조기 대선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 대표는 비명계와의 화합에 공을 들였지만 2년 묵은 앙금이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듯하다. 비명계는 계속해서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 카드로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직격한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김 전 총리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서 열린 비명계 싱크탱크 일곱번째나라랩·사의재의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내란 종식은 대한민국의 틀이 어디서 새로 서서 어디서부터 출발할 것인가를 보여줘야 국민이 안심할 것”이라며 “그 첫걸음이 7공화국을 준비하는 개헌”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고민 중인 걸로 알고 있다”며 “국민의 요구에 답할 때”라고 압박했다. 김 지사도 “탄핵과 정권교체만으로는 안 되고 국민의 삶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에 우리는 새로운 나라 제7공화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면서 “내전과 같은 극단적인 갈등을 치유하는 통합의 나라가 필요하다”며 ‘경제 대연정’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무너진 공든 탑 지난 전당대회서 이 대표의 대항마로 나섰던 김두관 전 의원도 같은 날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를 향해 “대통령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경선 방식에 대해서도 “경선이 시작되면 이 대표의 시계만 돌아가고 나머지 후보는 비전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곧바로 이 후보 추대 잔치 들러리를 서야 할 판”이라며 “어대명 경선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정치 원로를 비롯한 여당 대권주자 역시 저마다 개헌을 띄우고 있어 양옆으로 이 대표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들 중 일부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가장 날 선 목소리를 내는 김 전 의원은 “검찰은 항소심서 이재명 대표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로 또다시 실형 2년을 구형했다”며 “이 대표가 무죄가 나오길 바라지만 선고서 유죄가 나오면, 본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명백히 현존하는 사법 리스크를 인정하고,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당원과 국민에게 사법 리스크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플랜B를 논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정당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께서 임기 2년을 단축하는 3년짜리 대통령은 정말 못하겠다면 사법 리스크를 다 털고 법원 재판 다 받고 개헌 이후 4년 중임제 대선에 출마하길 권한다”며 “그렇게 하면 대통령을 8년까지도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사방으로 포위망을 좁혀 오자 통합 행보를 보이던 이 대표가 불과 2주 만에 다시 각을 세웠다. 2023년 친·비명 갈등의 뇌관이었던 체포동의안 사태를 놓고 이 대표가 “당내 일부와 (검찰이)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한 게 화근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을)예상했었다”며 “2023년 그때쯤 정부와 대통령, 여당 쪽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재명을 잡아 넣는다’라는 작전을 짰던 것이고, 어쨌든 대한민국 한 개 지방 검찰청 규모의 검사 인력을 투입해서 저를 전방위로 털었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9월22일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개표 결과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야권서만 최소 29명이 가결표를 던졌다는 추측이 나왔다. 당시 공개적으로 가결을 표명한 의원은 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 의원 등 다섯 명이었다. 이 “체포동의안 검-비명 짜고 쳤다” “지금까지 쇼였나” 통합 행보에 찬물 이 대표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체포동의안 2차)표결을 했는데 가결되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전에 들은 얘기가 있다”며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서 벌인 일이나 당에서 움직이면서 나한테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 등을 맞춰보니 당내 일부하고 이미 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짰다는 증거는 없고 추측”이라면서도 연관성과 타이밍을 예시로 들었다. 아울러 가결파 의원들을 겨냥한 듯 “그들을 구체적으로 제거하지 않았지만 책임을 물어야 민주적 정당”이라며 “민주당을 사적 도구로 쓰고 상대 정당, 폭력적 집단과 암거래하는 이 집단이 살아남으면 당이 뭐가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비명계는 저마다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는 “이 대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료 의원들이 검찰이나 국민의힘과 내통했다고 한 것은 동료에 대한 인격모독이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주의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을 꽂는 격이다. 통합 행보는 쇼였냐”며 “이 대표는 즉각 막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의원은 “21대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으로서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국민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고 국민 통합은커녕 당내 분열부터 조장하는 이 대표의 본 모습은 무엇인가. 발언을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 역시 SNS를 통해 “엊그제까지 통합 행보라고 요란을 떨며 비명계 인사들과 밥을 함께 먹었던 것 또한 결국 쇼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며 “검찰과 비명 의원들이 공모했을 가능성보다는 이재명 대표와 김동현 판사의 공모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 검찰과 민주당 의원들이 짰다는 비현실적인 망상을 내뱉는 이 대표의 상식을 파괴하는 언행에 또 한 번 충격을 받는다”고 직격했다. 또다시 벌어진 간극에 한 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이 시점서 이 대표가 저런 발언을 한 이유는 대표 본인만 알 것”이라면서도 “거친 메시지를 쏟아내는 이들을 보면 제발이 저려서 발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기껏 쌓아둔 통합 행보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양새다. 친·비명은 서로를 향해 다시 날을 세우며 경계 태세에 나섰다. 돌고 도는 계파 갈등 민주당 소식을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쪽이 으르렁거려도 막상 조기 대선이 열리면 합심해 지지율을 견인하지 않겠냐”는 희망적인 의견을 밝혔다. 조기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이벤트를 앞두고 진영 논리에 갇히는 건 오히려 상대방을 도와주는 꼴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열리면 60일이란 시간 동안 민주당은 격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며 “갈등과 혐오로 얼룩졌던 지난 대선을 되풀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근소한 차이로 이긴다면 이것대로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것 같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