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검찰 인사 막전막후

여사님을 지켜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상남자의 내 아내 지키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온 힘을 쏟아부어 검찰마저 친윤(친 윤석열) 체제를 구축해버렸다. 검찰 내부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법무부가 검찰의 고위급 간부 인사 교체를 단행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지휘 라인을 대대적으로 교체해 버렸다. 차장, 부장까지 모두 갈아 엎었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이원석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찰청 참모진도 대폭 물갈이했다는 점이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그의 팔다리가 다 잘려 나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만에
좌초 위기

이번 인사 발표는 이 총장이 지방에 출장을 다녀오던 중 급작스레 이뤄졌다. 당시 이 총장은 다음 날 예정돼있던 출장을 급히 취소하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4일 대검에 출근한 이 총장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라며 “검찰총장으로서 주어진 소명과 책무를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법무부의 인사에 관해서는 무언가 할 말이 많은 듯한 표정이었으나 입을 뗀 뒤 말을 아꼈다.

상당히 불편한 마음과 심기가 한번에 드러난 장면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강대강 매치의 데자뷔가 느껴지던 순간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김 여사 방탄용’ 인사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 여사 수사 지시를 내리자 갑자기 검찰 인사가 났다”며 “전날 김 여사가 153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참 공교롭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검찰총장의 동의 없이 진행된 검찰 인사가 김 여사의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방증”이라며 “김 여사는 윤정권의 불공정과 검찰 편파 수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현재 민주당은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하겠다는 의지가 상당하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여사 수사를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친윤 검사의 포진 인사라는 해석도 나왔다. 여기에는 검찰 내부의 갈등,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상존한다. 두 인물의 갈등은 여의도서 상당히 회자됐던 사건이다.

윤석열 사단 2인자의 배신과 검찰 내 한 전 비대위원장 세력의 김 여사를 겨눈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던 탓이다.

수사 진행 동력 상실케 한 교체
지휘 라인 물갈이…부장·주임도?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난 시기는 4·10 총선이 치러지기 전인 지난달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이 총장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김 여사 조사를 요청한 바 있는데, 대통령실서 대규모 숙청성 인사 카드를 꺼내들려다가 선거 후폭풍을 우려해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법무부 역시 마찬가지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서 물러난 뒤 장관 대행으로 체제를 이끌어가려는 시도는 무위에 그쳤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급히 지목됐다. 박 장관은 이 총장보다 무려 10기수 선배다. 게다가 대통령실은 최근 민정수석실까지 다시 부활시켜 ‘대검 2인자’로 불리는 김주현 전 대검 차창검사를 자리에 앉혔다.

김 수석은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18기로 수료했으며, 이 총장은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27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임명 6일 만에 신속하게 검찰 인사가 이뤄졌는데, 현재 박 장관은 자신이 주도한 인사라며 김 수석을 방어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박 장관 취임 이후 이례적으로 고위직 인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총장이 인사를 미뤄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신속히 이뤄졌다는 점이다.

사실상 총장 패싱이라고 볼 수 있는데, 김 여사 수사에 대한 수사 동력을 상실케 한 인사로 해석된다. 이 총장 임기 종료인 오는 9월에 인사를 진행하면 너무 늦어진다는 판단하에 단행했지만 시기가 매우 절묘하다.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가 더욱 드러난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이창수 전 전주지검장(사법연수원 30기)은 윤 대통령의 입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과거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대변인을 지냈는데,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또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시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를 이끌었다. 전주지검장 시절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의 특혜 취업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김 여사 사건을 비롯해 주요 사건의 수사를 이끌어 온 중앙지검 1차장검사부터 4차장까지 전부 교체됐다. 특히 김창진 1차장의 경우,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이끌어왔는데, 한직으로 평가받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냈다.

친윤 일색
간판 얼굴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지휘해 왔던 고형곤 4차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이동됐다. 현재 이들 차장은 김태은 3차장검사를 제외하고 모두 비수사 보직으로 발령받았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부산고등검찰정으로 발령났는데, 표면상 승진 및 전보 조치로 해석된다. 그 배경에는 송 지검장이 김 여사 소환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겪자 수사에서 배제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앞으로도 법조계에선 친윤보다 더한 찐윤 검사들이 전진 배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검 참모들 역시 이성희 감찰부장을 제외하고 양석조 반부패부장만 이번 인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양 부장은 윤 대통령이 국정 농단 당시 수사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특검팀에 합류했던 인물로 손발을 맞췄던 바 있다. 

주목할 인사는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 전담 수사팀장을 맡게 될 형사 1부장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맡은 반부패 2부장인데, 아직 부임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형사 1부장과 반부패 2부장이 바뀌게 되면 검찰과 법무부의 인사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수사부장,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장 등은 주요 공모 대상으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 범죄수익환수부장도 포함된다. 

차장검사 보직에는 연수원 32기 엄희준 대검찰청 반부패기획관, 박승환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배문기 서울남부지검 2차장 검사 등이 중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외에도 법무부는 차장검사 승진 대상인 사법연수원 34기에 대한 인사검증동의서를 제출받는다. 

통상 중간 간부급 인사는 고위급 인사 이후 2주 정도 간격을 두고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차장검사 및 부장검사 인사 역시 신속히 이뤄질 계획이다.

현재 대대적 인사 조치로 인해 지휘 라인의 공백을 우려해 비교적 이른 시점에 단행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 시절부터 최근까지 검찰의 기수 파괴 인사는 여러 번 있었다. 이런 탓에 수사 역량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다수의 파격적인 물갈이로 고위간부들의 기수가 많이 낮아졌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도 당시에는 기수 파괴로 불렸으며, 한 전 비대위원장(사법연수원 27기)도 기수 파괴로 법무부 장관직에 올랐었다. 윤 대통령의 직접 임명은 아니었지만, 이번 검찰 인사 역시 파격적인 기수 파괴가 이뤄졌다.

뒤는 생각하지 않고 당장 가까운 앞날만 바라본 근시안적 인사였던 셈이다.

후속 인사
관심 집중

이 같은 사태는 이미 예견됐다. 앞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이)자신과 김 여사를 위해 방패 역할을 하고, 무자비한 칼을 휘두를 사람을 찾고 있다”고 검찰 내부 긴장설을 제기했던 바 있다. 조 대표 주장처럼 사실상 이번 인사는 김 여사 조사를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검찰은 지난 9일, 명품백을 건넸던 최재영 목사를 소환조사했으며 지난 20일에는 온라인 매체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조사 과정상 이제 김 여사의 소환 시기가 임박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사실 검찰은 김 여사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만 해도 김 여사가 고발된 지 4년을 훌쩍 넘겼지만, 소환조사는 한 차례도 이뤄진 적이 없다. 서면조사만 한 차례 이뤄졌을 뿐이다. 

본격적인 조사 기미가 뚜렷해지면서 갑작스런 인사 카드로 수사 동력이 힘을 잃은 형국이다. 김 여사 수사지휘부는 중앙지검장이, 명품백의 경우 1차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4차장이, 함께 명품백 수사를 이끌어가고 있는 형사1부와 도이치모터스를 이끌어가고 있는 반부패2부의 단계를 거쳐왔다.

추후 형사1부와 반부패2부 부장이 교체된다면 더 이상의 수사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또 직접 조사할 수 있는 직책은 부장검사와 주임검사로, 주임검사까지 바꿔버린다면 아예 조사 자체를 못하도록 막겠다는 뜻인데, 사실상 이 총장에게 스스로 물러나라는 무언의 압박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이 총장이 물러날 기미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결국 4개월 동안 시간을 끌며 이 총장이 물러난 뒤 새로운 검찰총장이 올 때까지 수사가 정체될 수밖에 없다. 후속 인사 역시 이 총장 패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검찰 내부서도 김 여사 수사를 일정에 맞게 진행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강하다는 점이다. 검찰 일각에선 사실상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내부 의견도 많은 만큼 원칙을 지키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찐윤’ 투입 후 공식적으로 행보
‘식물총장’ 가시화? 끝까지 대립?

이 지검장은 “김 여사 수사에 지장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다 취할 생각”이라며 원칙론을 앞세웠다. 그러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친윤 검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질의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 장관은 인사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검찰총장과는 (인사)협의를 다 했고, 취임 이후 수개월 간 지켜보고 인사 요인이 있는지 고민한 뒤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여권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은 “국민의 역린이 무섭다고 인지하고 (대통령이)눈치를 봤으면 좋겠다”며 “검찰 인사 교체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 후에 이뤄져 국민이 속았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해 위험했다. 특검에 명분을 줄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 여사는 5개월 만에 공식 행보를 재개했다. 지난 16일 대통령실서 진행된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공식 오찬 자리에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것이다. 그간 김 여사는 캄보디아 외교에 힘을 써왔다. 2022년 캄보디아 방문 당시 심장질환을 앓던 옥 로타라는 아이를 만났고, 한국서 수술을 받게 돕기도 했다. 

비공개 활동을 이어왔던 김 여사는 넷플릭스 서랜도스 공동대표와의 오찬, 제복 영웅 유가족에게 추모 편지 및 과일 바구니 선물 등 활동을 아예 멈췄던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의 사과와 검찰 인사 라인 교체 등이 이뤄지자 모습을 나타냈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자연스러운 계기를 통해 영부인으로 역할을 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밝혀왔다. 앞으로도 외교 행사, 정상회담 등 공개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충돌?
사퇴?

이로써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는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 지검장이 취임식서 “공정을 기초로 부정부패에 성역 없이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건은 후속 인사 조치인데, 식물총장으로 전락하더라도 대통령실 및 검찰 내 친윤 세력과의 충돌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총장 입장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전보 및 임명된 검사장과 만나 오찬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서 이 총장은 “검찰은 옳은 일을 옳은 방법으로 옳게 하는 사람들”이라며 원칙, 기준에 입각한 업무 처리를 강조했다.

그는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결정하면서 법률가로서 원칙과 기준을 지키는 게 국민이 바라는 바”라면서 “마냥 축하만 할 수 없는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총장은 김 여사 수사를 개시한 지 불과 11일 만에 좌초를 겪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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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