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검찰 인사 막전막후

여사님을 지켜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상남자의 내 아내 지키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온 힘을 쏟아부어 검찰마저 친윤(친 윤석열) 체제를 구축해버렸다. 검찰 내부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법무부가 검찰의 고위급 간부 인사 교체를 단행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지휘 라인을 대대적으로 교체해 버렸다. 차장, 부장까지 모두 갈아 엎었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이원석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찰청 참모진도 대폭 물갈이했다는 점이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그의 팔다리가 다 잘려 나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만에
좌초 위기

이번 인사 발표는 이 총장이 지방에 출장을 다녀오던 중 급작스레 이뤄졌다. 당시 이 총장은 다음 날 예정돼있던 출장을 급히 취소하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4일 대검에 출근한 이 총장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라며 “검찰총장으로서 주어진 소명과 책무를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법무부의 인사에 관해서는 무언가 할 말이 많은 듯한 표정이었으나 입을 뗀 뒤 말을 아꼈다.

상당히 불편한 마음과 심기가 한번에 드러난 장면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강대강 매치의 데자뷔가 느껴지던 순간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김 여사 방탄용’ 인사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 여사 수사 지시를 내리자 갑자기 검찰 인사가 났다”며 “전날 김 여사가 153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참 공교롭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검찰총장의 동의 없이 진행된 검찰 인사가 김 여사의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방증”이라며 “김 여사는 윤정권의 불공정과 검찰 편파 수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현재 민주당은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하겠다는 의지가 상당하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여사 수사를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친윤 검사의 포진 인사라는 해석도 나왔다. 여기에는 검찰 내부의 갈등,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상존한다. 두 인물의 갈등은 여의도서 상당히 회자됐던 사건이다.

윤석열 사단 2인자의 배신과 검찰 내 한 전 비대위원장 세력의 김 여사를 겨눈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던 탓이다.

수사 진행 동력 상실케 한 교체
지휘 라인 물갈이…부장·주임도?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난 시기는 4·10 총선이 치러지기 전인 지난달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이 총장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김 여사 조사를 요청한 바 있는데, 대통령실서 대규모 숙청성 인사 카드를 꺼내들려다가 선거 후폭풍을 우려해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법무부 역시 마찬가지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서 물러난 뒤 장관 대행으로 체제를 이끌어가려는 시도는 무위에 그쳤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급히 지목됐다. 박 장관은 이 총장보다 무려 10기수 선배다. 게다가 대통령실은 최근 민정수석실까지 다시 부활시켜 ‘대검 2인자’로 불리는 김주현 전 대검 차창검사를 자리에 앉혔다.

김 수석은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18기로 수료했으며, 이 총장은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27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임명 6일 만에 신속하게 검찰 인사가 이뤄졌는데, 현재 박 장관은 자신이 주도한 인사라며 김 수석을 방어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박 장관 취임 이후 이례적으로 고위직 인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총장이 인사를 미뤄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신속히 이뤄졌다는 점이다.

사실상 총장 패싱이라고 볼 수 있는데, 김 여사 수사에 대한 수사 동력을 상실케 한 인사로 해석된다. 이 총장 임기 종료인 오는 9월에 인사를 진행하면 너무 늦어진다는 판단하에 단행했지만 시기가 매우 절묘하다.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가 더욱 드러난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이창수 전 전주지검장(사법연수원 30기)은 윤 대통령의 입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과거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대변인을 지냈는데,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또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시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를 이끌었다. 전주지검장 시절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의 특혜 취업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김 여사 사건을 비롯해 주요 사건의 수사를 이끌어 온 중앙지검 1차장검사부터 4차장까지 전부 교체됐다. 특히 김창진 1차장의 경우,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이끌어왔는데, 한직으로 평가받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냈다.

친윤 일색
간판 얼굴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지휘해 왔던 고형곤 4차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이동됐다. 현재 이들 차장은 김태은 3차장검사를 제외하고 모두 비수사 보직으로 발령받았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부산고등검찰정으로 발령났는데, 표면상 승진 및 전보 조치로 해석된다. 그 배경에는 송 지검장이 김 여사 소환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겪자 수사에서 배제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앞으로도 법조계에선 친윤보다 더한 찐윤 검사들이 전진 배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검 참모들 역시 이성희 감찰부장을 제외하고 양석조 반부패부장만 이번 인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양 부장은 윤 대통령이 국정 농단 당시 수사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특검팀에 합류했던 인물로 손발을 맞췄던 바 있다. 

주목할 인사는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 전담 수사팀장을 맡게 될 형사 1부장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맡은 반부패 2부장인데, 아직 부임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형사 1부장과 반부패 2부장이 바뀌게 되면 검찰과 법무부의 인사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수사부장,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장 등은 주요 공모 대상으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 범죄수익환수부장도 포함된다. 

차장검사 보직에는 연수원 32기 엄희준 대검찰청 반부패기획관, 박승환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배문기 서울남부지검 2차장 검사 등이 중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외에도 법무부는 차장검사 승진 대상인 사법연수원 34기에 대한 인사검증동의서를 제출받는다. 

통상 중간 간부급 인사는 고위급 인사 이후 2주 정도 간격을 두고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차장검사 및 부장검사 인사 역시 신속히 이뤄질 계획이다.

현재 대대적 인사 조치로 인해 지휘 라인의 공백을 우려해 비교적 이른 시점에 단행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 시절부터 최근까지 검찰의 기수 파괴 인사는 여러 번 있었다. 이런 탓에 수사 역량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다수의 파격적인 물갈이로 고위간부들의 기수가 많이 낮아졌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도 당시에는 기수 파괴로 불렸으며, 한 전 비대위원장(사법연수원 27기)도 기수 파괴로 법무부 장관직에 올랐었다. 윤 대통령의 직접 임명은 아니었지만, 이번 검찰 인사 역시 파격적인 기수 파괴가 이뤄졌다.

뒤는 생각하지 않고 당장 가까운 앞날만 바라본 근시안적 인사였던 셈이다.

후속 인사
관심 집중

이 같은 사태는 이미 예견됐다. 앞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이)자신과 김 여사를 위해 방패 역할을 하고, 무자비한 칼을 휘두를 사람을 찾고 있다”고 검찰 내부 긴장설을 제기했던 바 있다. 조 대표 주장처럼 사실상 이번 인사는 김 여사 조사를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검찰은 지난 9일, 명품백을 건넸던 최재영 목사를 소환조사했으며 지난 20일에는 온라인 매체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조사 과정상 이제 김 여사의 소환 시기가 임박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사실 검찰은 김 여사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만 해도 김 여사가 고발된 지 4년을 훌쩍 넘겼지만, 소환조사는 한 차례도 이뤄진 적이 없다. 서면조사만 한 차례 이뤄졌을 뿐이다. 

본격적인 조사 기미가 뚜렷해지면서 갑작스런 인사 카드로 수사 동력이 힘을 잃은 형국이다. 김 여사 수사지휘부는 중앙지검장이, 명품백의 경우 1차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4차장이, 함께 명품백 수사를 이끌어가고 있는 형사1부와 도이치모터스를 이끌어가고 있는 반부패2부의 단계를 거쳐왔다.

추후 형사1부와 반부패2부 부장이 교체된다면 더 이상의 수사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또 직접 조사할 수 있는 직책은 부장검사와 주임검사로, 주임검사까지 바꿔버린다면 아예 조사 자체를 못하도록 막겠다는 뜻인데, 사실상 이 총장에게 스스로 물러나라는 무언의 압박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이 총장이 물러날 기미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결국 4개월 동안 시간을 끌며 이 총장이 물러난 뒤 새로운 검찰총장이 올 때까지 수사가 정체될 수밖에 없다. 후속 인사 역시 이 총장 패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검찰 내부서도 김 여사 수사를 일정에 맞게 진행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강하다는 점이다. 검찰 일각에선 사실상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내부 의견도 많은 만큼 원칙을 지키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찐윤’ 투입 후 공식적으로 행보
‘식물총장’ 가시화? 끝까지 대립?

이 지검장은 “김 여사 수사에 지장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다 취할 생각”이라며 원칙론을 앞세웠다. 그러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친윤 검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질의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 장관은 인사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검찰총장과는 (인사)협의를 다 했고, 취임 이후 수개월 간 지켜보고 인사 요인이 있는지 고민한 뒤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여권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은 “국민의 역린이 무섭다고 인지하고 (대통령이)눈치를 봤으면 좋겠다”며 “검찰 인사 교체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 후에 이뤄져 국민이 속았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해 위험했다. 특검에 명분을 줄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 여사는 5개월 만에 공식 행보를 재개했다. 지난 16일 대통령실서 진행된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공식 오찬 자리에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것이다. 그간 김 여사는 캄보디아 외교에 힘을 써왔다. 2022년 캄보디아 방문 당시 심장질환을 앓던 옥 로타라는 아이를 만났고, 한국서 수술을 받게 돕기도 했다. 

비공개 활동을 이어왔던 김 여사는 넷플릭스 서랜도스 공동대표와의 오찬, 제복 영웅 유가족에게 추모 편지 및 과일 바구니 선물 등 활동을 아예 멈췄던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의 사과와 검찰 인사 라인 교체 등이 이뤄지자 모습을 나타냈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자연스러운 계기를 통해 영부인으로 역할을 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밝혀왔다. 앞으로도 외교 행사, 정상회담 등 공개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충돌?
사퇴?

이로써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는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 지검장이 취임식서 “공정을 기초로 부정부패에 성역 없이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건은 후속 인사 조치인데, 식물총장으로 전락하더라도 대통령실 및 검찰 내 친윤 세력과의 충돌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총장 입장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전보 및 임명된 검사장과 만나 오찬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서 이 총장은 “검찰은 옳은 일을 옳은 방법으로 옳게 하는 사람들”이라며 원칙, 기준에 입각한 업무 처리를 강조했다.

그는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결정하면서 법률가로서 원칙과 기준을 지키는 게 국민이 바라는 바”라면서 “마냥 축하만 할 수 없는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총장은 김 여사 수사를 개시한 지 불과 11일 만에 좌초를 겪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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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