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김희용 TYM 회장이 막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낯 뜨거운 추문에 휩싸인 장남 대신 또 다른 흑역사를 썼던 막내를 밀어주겠다는 의중이 한층 뚜렷해진 모습이다. 몸소 교통정리에 나선 부친 덕분에 동생은 형을 멀찌감치 따돌릴 수 있게 됐다.
지난달 18일 서울서부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임민성)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된 김태식 전 TYM 부사장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김태식 전 부사장은 SNS 단체 채팅방에서 일면식 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음란성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무죄 판결을 내렸다.
거기서 거기
재판부는 피해자가 모욕을 느꼈을 것을 감안하면서도, 형법상 규제 대상이 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형법상 규제의 대상이 될 만큼 사람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태식 전 부사장은 SNS에 또 다른 여성에 관한 음란한 글을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2월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피해자가 김태식 전 부사장을 모욕죄로 고소한 것이 유죄로 인정돼 처벌이 이뤄졌다.
김희용 TYM 회장의 장남인 김태식 전 부사장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린 이후 경영 일선에서 자취를 감추는 등 엄청난 입지 축소로 겪었다. 반면 동생인 김식 전무는 후계 구도에서 김태식 전 부사장을 멀찌감치 앞선 모습이다.
TYM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역임했던 막내 김식 전무는 현재 마케팅팀에 몸담고 있다.
앞서 TYM 지분 16.68%를 보유 중이었던 김 회장은 2022년 12월 슬하의 3남매에게 365만6490주씩 증여했고, 이를 계기로 김식 전무는 지분 10.53%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이런 가운데 김 회장은 지난 1월 TYM 주식 433만3737주를 김식 전무에게 추가 증여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과정을 거치며 김식 전무의 지분율은 20.3%로 상승했고, 김태식 전 부사장과의 지분율 격차는 15%p로 벌어졌다.
유력 후계자 장남 음란 글 재판
‘언행일치’ 대신 막내 밀어주기
다만 김식 전무에게 붙은 마약 사범이라는 꼬리표는 김 회장에게도 부담스러운 요소다. 김식 전무는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서울과 미국 등지에서 마약을 구매, 투약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김식 전무가 범행 후 반성한 데다, 처벌 전력도 없고 마약 판매자를 검거하는 데 기여도 한 점 등을 감안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0월 2심 재판부 역시 “특별히 양형(형량) 사정을 변경할 사유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김태식 전 부사장의 성추문과 김식 전무의 마약 사건이 불거진 이후 TYM은 엄청난 이미지 훼손을 입었다. 김태식 전 부사장과 김식 전무가 주총을 앞둔 시기에 보직을 내려놨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고, 결국 김 회장은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분을 재단에 전부 기부하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서야 했다.
당시 김 회장은 “누구 한 사람이 가지는 게 아니고 앞으로는 장학재단을 만들어 지분이 다 들어가게 할 것”이라며 “주식이 밖으로 흩어지지 않으면서 의결권은 갖지 않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공언은 지켜지지 않았고, 오히려 김식 전무의 위상은 한층 굳건해졌다. 김 회장은 지분 환원 대신 김식 전무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수순을 밟았고, 김식 전무는 보직을 내려놓은 지 1년 만에 마케팅팀 전무로 복귀했다.
교통정리
한편 김식 전무가 연루된 마약 사건을 맡았던 강근영 변호사는 이사회에 입성했다. 앞서 TYM 이사회는 사외이사로서 상법상 결격사유는 없다는 점을 내세워 법무법인 삼율 소속 강 변호사를 사외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고, 해당 안건은 정기주주총회를 통과했다. 강 변호사는 김 전무의 마약류관리에관한법 위반(향정·대마) 혐의 2심 재판에서 김식 전무를 변호를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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