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숨기고…’ 목동 예식장 사기 계약 내막

문 닫을 줄 알면서도 손님 받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건물주와 임차인의 갈등에 어쩔 수 없이 결혼과 돌잔치를 취소하게 됐다. 임차인인 예식장 업체가 법원의 강제집행 명령을 알면서 예약을 받고 해당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정상영업이 가능하다’고 안내하며 피해자들을 기만해 비판은 점점 거세지는 분위기다.

“웨딩 및 돌잔치를 할 수 없습니다.”

이는 결혼을 앞두고 한 예비부부가 웨딩홀 업체로부터 받은 문자다.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이 같은 통보를 받은 예비부부도 있어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결혼 준비 커뮤니티 ‘다이렉트 결혼준비’에는 “로운아뜨리움(이하 로운) 폐업 관련 진행 상황 공유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하루 앞두고…

글에는 지난달 25일, 로운에서 이달 1~2일에 결혼식이나 돌잔치를 진행하는 분들에게 “로운아뜨리움입니다. 법원 강제집행으로 웨딩 및 돌잔치를 할 수 없습니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빠른 대처하십시오”라고 연락이 왔다고 적혀있었다.

<일요시사>는 해당 논란의 내막을 알아봤다.


우선 이번 사태는 로운이 건물주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예총)에 코로나19로 인해 월세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벌어졌다. 코로나 시기에 경영이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임대료가 연체된 것이다.

한국예총은 점차 늘어나는 미지급 임대료로 인해 지난해 12월28일 유체동산 인도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그럼에도 로운 측이 계속 예식과 돌잔치를 진행하자 지난달 15일 ‘유체동산 점유 이전 및 처분금지 가처분’을 재차 신청했다. 

당시에도 채권자는 화해권고결정요청서를 제출했지만 화해 권고는 무산됐고 결국 지난 8일 가처분이 인용됐다. 강제집행은 지난 22일 진행됐다.

문제는 로운이 강제집행 통보를 받고도 예약을 받은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로운은 내년 5월까지 주말 결혼식이나 돌잔치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5월에 돌잔치를 예약했던 한 피해자 A씨는 “계약을 지난해 11월에 맺었다”며 “12월에 시식까지 진행했는데 관련된 내용은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 아이 돌잔치 당시에는 계약 체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식장과 연락됐는데 로운으로부터는 아무 얘기도 받은 적 없다”고 하소연했다.

오는 9월 결혼 예정이라는 다른 피해자 B씨는 “강제집행 전 주말에 계약을 체결했다”며 “당시 주말인데도 식이 없다는 점이 의아하긴 했지만 다음 날에 결혼식을 진행한다는 말에 대수롭지 않게 느꼈다”고 말했다.

건물주와 임차인 갈등으로 시작
강제 인도 집행에도 예약 받아


이광현 로운 대표는 “계약이나 예약은 제가 진행하지 않았으며, 계고장이 게시되기 전에만 계약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 계약을 담당했던 직원이 연락이 되지 않아, 저도 상황파악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관련 변호사는 “강제 인도가 결정된 상황서 이를 고지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것은 명백히 사기라고 볼 수 있다”며 “보통 예식장 계약금이 적게는 50만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 나오는데 내년 5월까지 예약을 받은 것으로 보아 해당 계약금으로 밀린 임대료를 내고 가처분 취소 신청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번 강제집행은 로운과 건물주의 갈등으로 빚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30억원 비용을 들여 공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예식장을 운영하려 했지만 한국예총이 용도 변경을 해주지 않아 예식장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에 로운은 ‘임차인 지위보전 및 용도 변경 절차이행 등 가처분’을 신청했고 승소했다. 

그럼에도 한국예총은 “자체준공검사를 신청해야 하며 준공검사에서 합격한 이후에야 용도 변경 절차를 이행하겠다”고 통보했다. 로운은 당시 용도 변경이 되지 않아 9개월가량 영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한국예총은 로운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발생한 건축사 비용 미지급 1500만원을 로운이 대납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용도 변경이 진행되지 않아 영업을 하지 못해 임차료가 밀린 상황에 더해 코로나까지 악재가 겹쳤다”며 “이로 인해 임차료가 점점 밀려 현재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로운은 출발 당시 서부지역 최대 예식장으로 기대를 받았는데 전 사업자의 이미지와 건물주와의 관계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건물주와 갈등이 이번 사태의 도화선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계고장 날아와도 내년 5월까지 유지
정상영업 가능하다는 허위 광고까지

이런 상황에도 이 대표는 조만간 정상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에 한국예총 회장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운은 계약금을 환불받으러 업체를 방문한 예비부부들에게 지난달 29일부터 정상영업을 하는데 계약대로 예식을 진행하는 게 어떠냐고 안내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일생에 한 번 있는 결혼식에 직접 사정을 이야기하거나 환불해 주겠다고 안내도 하지 않은 업체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정상영업 재개도 불가능에 가깝다. 새로 선임될 한국예총 회장단과 협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도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정상영업은 협의를 해야 할 수 있다”며 “정상영업이 가능하다고 안내한 것은 ‘계약을 계속 유지하시고 정상영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면 할인해 드리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심지어 새로운 한국예총 회장 세 후보 모두 회관의 매각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신임 회장단과의 협의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건물 매각 후 새로운 건물주가 나타나더라도 이미 임차료가 연체된 바 있는 로운은 새로운 계약을 맺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예총 관계자는 “30억 임차료를 못내서 강제로 나가야 한다는 재판을 받은 상황”이라며 “로운과 협의된 게 없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는 건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밀린 임차료를 다 갚아도 이미 재판서 강제집행이 진행돼 다시 정상영업은 어렵다”며 “지금 로운이 상고해서 집행이 잠시 미뤄졌지만 나가야 하는 건 변함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대표는 계약금 환불을 위해 사채까지 끌어오고 있다. 하지만 일명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등 다른 부수적인 피해보상안은 전혀 나오고 있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사업자의 귀책 사유로 예식일 예정일로부터 150일 전까지 계약 해제 통보 시 ‘계약금 환급’을 해결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로운의 계약서에도 이용자의 사정으로 계약을 해지할 시 위약금이 부과된다는 약관만 명시돼있다.


보상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소비자원에 집단으로 피해구제 신청을 할 수 있지만 구속력이 없어 피해보상을 받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강제집행을 알면서도 계약을 한 점과 정상영업이 가능하다는 허위광고로 인한 민사적 피해보상을 신청하는 게 더 원활한 피해보상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피해자들은 힘을 합쳐 계약금 환불을 받은 뒤 피해보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미 몇몇 피해자들은 손해배상청구를 신청했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예식 피해 구제는?

소비자원에 따르면 예식 서비스 관련 피해 구제 신청 현황은 21년 281건, 22년 345건, 지난해 9월까지 299건으로 증가 추세다.

피해 유형으로는 계약 해지·위약금 등 계약 관련 내용이 94.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예식장 리모델링을 이유로 예비부부 70쌍이 예약 취소를 통보받기도 했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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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