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입학 사건으로 본 일진그룹 화려한 가계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0.12 13: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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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계 명문 가문과 거미줄 혼맥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김황식 국무총리의 조카부부가 국적세탁을 통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 총리의 조카부부는 다름 아닌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인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와 고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삼녀 박모씨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일진그룹의 화려한 가계도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 외사부는 김황식 국무총리의 조카며느리 박모씨를 지난달 24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박씨는 고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셋째 딸로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와 혼인했다. 허 회장의 부인인 김향식씨가 김 총리의 둘째 누나여서 박씨는 김 총리의 조카며느리가 된다.

50위권 중견기업

박씨는 다른 재벌가 학부모와 마찬가지로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중남미 국가의 국적을 취득한 것처럼 가짜서류를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총리 측은 조카 며느리의 자녀 부정입학 협의와 직접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일진그룹의 화려한 가계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일진그룹은 1968년 허 회장에 의해 일진금속공업(현 일진전기)로 시작됐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허 회장은 서울 양평동 자기 집 앞마당에 종업원 2명과 함께 공장을 세우고 사업을 시작했다.

1975년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국산 금구류(전선을 지지물에 매달 때 쓰는 금속 부품)를 생산했고 1976년에는 국내 최초로 동복강선(구리로 코팅한 강철 선)을 개발했다.

1986년 서울 마포구에 일진그룹 사옥인 일진빌딩을 지은 허 회장은 1987년에는 덕산금속(현 일진머티리얼즈)을 세웠고 같은 해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개발, 1988년 공업용 다이아몬드 생산을 전담할 일진다이아몬드를 세웠다.

일진다이아몬드의 공업용 다이아몬드가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1989년 미국 기업 제너럴 일렉트리(GE)가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고 미국 보스턴 연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일진 측에 생산중지와 관련 장비 파괴를 판결했다. 이에 반발한 일진이 항소했고 결국 1994년 두 회사가 기술 제휴를 맺고 소송을 취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2000년 전주방송을 인수해 방송 사업에 진출한 일진그룹은 2007년에는 일진반도체를 세워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일진그룹에는 지주회사인 일진홀딩스를 포함에 일진전기,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디스플레이, 일진머티리얼즈 등 5개의 상장 회사와 일진제강, 전주방송 등 17개의 비상장 회사가 있다. 현재 일진그룹은 재계순위 50위권에 연매출 1조5000억원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자녀 외국인 신분 세탁 혐의 회장 며느리 조사
김황식 총리 조카며느리…영풍·금호그룹 사돈


허 회장은 슬하에 2남2녀(정석-재명-세경-승은)를 두고 있다. 부인 김씨는 4남3녀 중 막내인 김 총리의 둘째 누나다. 허 회장이 김 총리의 매형인 셈이다.

부인 김씨는 2010년 9월 김 총리의 인사청문회에서 2007년 5월 김 총리 딸 결혼식 때 1억원을 빌려 줬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또 김씨는 김 총리 자녀들의 유학자금 일부를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올해 43세인 장남 정석씨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경영석사(MBA) 과정을 마친 후 1995년 일진다이아몬드 대리로 입사해 이사와 상무, 일진전기 전무와 일진중공업 부사장을 거쳐 현재 일진홀딩스와 일진파트너스, 일진전기 등 상장사 3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정석씨의 부인 장세경씨는 장철진 영풍산업 회장의 장녀다.

정석씨는 일찌감치 지주회사 계열의 독자기반을 갖췄다. 일진홀딩스 지분 29.1%를 보유한 최대주주며 정석씨가 대표로 있는 일진홀딩스가 일진전기,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디앤코, 아이텍인베스트먼트, 전주방송,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 이니투스 등 7개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올해 40세인 차남 재명씨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MBA를 마쳤다. 1997년 일진다이아몬드 사원으로 입사해 일진제강 영업담당 상무 등을 지낸 재명씨는 일진머티리얼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번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김 총리의 조카며느리 박씨가 재명씨의 부인이다.

특히 이들은 금호그룹과 일진그룹의 결연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01년 12월 결혼한 재명씨와 박씨는 미국 보스턴대 유학 중에 만나 교제를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명씨가 보유한 일진머티리얼스 지분은 62.81%로 이미 확고한 지배구도를 가지고 있다.

허 회장의 두 딸은 경영권과는 거리가 멀지만 핵심 계열사들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 장녀 세경씨와 차녀 승은씨는 일진홀딩스 지분을 0.3%씩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 세경씨는 일진다이아몬드 0.89%, 일진유니스코 3.7%, 승은씨는 일진디스플레이 1.28%를 가지고 있다.

일진-총리 인연 각별

허 회장의 사위들도 제각각 '한자리'씩은 차지하고 있다. 세경씨의 남편이자 허 회장의 첫째사위인 김하철씨는 현재 일진반도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씨는 2006년 8월 허 회장의 부름을 받고 삼성SDI 상무직을 내려놓으면서 일진그룹에 입성했다. 2007년 4월 일진디스플레이 사장을 거쳐 2010년 3월 현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섰다. 김씨와 세경씨가 최대주주는 아니지만 통합 29.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승은씨의 남편은 일진자동차를 이끌고 있는 김윤동씨다. 김씨는 지분도 44.4%%나 된다. 부인 승은씨도 27.78%를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 27.78%를 허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일진자동차는 사실상 둘째 사위부부 회사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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