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VS 한동훈 ‘시한부 휴전’ 막전막후

총선까지만…불안한 동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김건희 여사를 사이에 두고 당과 대통령실에 분란이 발생했지만, 일단 빠르게 봉합했다. 문제는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살아있다는 점이다.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기 때문이다. 손을 내밀었지만, 물밑에서는 서로를 견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조만간 다음 라운드가 펼쳐질 양상이다. 당과 대통령실이 하나가 돼 4·10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이번에는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의 갈등이 표출됐다. 그 주인공은 20년 지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다. 취임한 지 이제 막 한 달 된 비대위원장에게 물러나라고 선제타격한 곳은 다름 아닌 대통령실이었다. 

등 돌린
20년 지기

지난 22일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과 한 위원장,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한 자리서 만났다. 이날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 비서실장은 한 비대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고 이에 한 위원장은 사실상 거절했다. 한 비대위원장 사퇴의 이면에는 ‘사천(私薦)’ 논란이 개입돼있다. 서울 마포구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에 참여한 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한 위원장은 “마포구을은 개딸 전체주의와 운동권 특권 정치 등으로 변질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있는 곳”이라며 “김경율 비대위원이 정 의원과 붙겠다고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김 비대위원은 단상으로 올라가 한 위원장과 손을 번쩍 들며 자신감을 보였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비대위원의 말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그는 아예 한발 더 나아가 비대위 회의 중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며 명품 파우치 가방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논란은 김 여사가 최재형 목사를 만났을 때 디올 파우치 가방을 받았다는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친윤(친 윤석열)계는 사건의 본질이 ‘몰카(몰래 카메라) 공작’이기 때문에 대통령 부부가 사과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 선언이 워낙 급작스러웠던 만큼, 당과 대통령실의 관계가 험악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총선 출마 문제라면 지도부와 김 비대위원 간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당과 대통령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배신감을 느꼈다는 일부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친윤 세력도 한 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전혀 물러날 기미가 없었다. 오히려 대통령실에 제대로 한 방 먹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퇴 요구가 끊임없이 나오자 오히려 “할 일 하겠다”는 말로 되받아쳤다. 당무 일정도 그대로 수행했고, 기자와의 질의응답서도 거칠 게 없었다. 

믿었던 복심에 큰 충격 받아
해결된 문제는 하나도 없어

한 위원장은 명품백 논란에 대해 “몰카 공작이라면서도 전후 과정서 분명 아쉬움이 있는 만큼 국민적 여론을 걱정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읽힌다. 당내서도 김 여사의 사과 여부를 두고 찬반이 엇갈린다.

윤 원내대표는 정치공작으로 못 박았으나, 한 위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김 여사 이슈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한 위원장의 발언이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을 두고 ‘약속 대련’이라는 말도 나온다. 두 사람의 갈등을 지지층 결집을 위해 짜고 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개혁신당(가칭) 이준석 대표는 “애초에 기획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잘 아는 인사가 이야기한 것을 들었다”며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싫은 소리 할 일이 있으면 전화나 텔레그램을 하면 되는데, 굳이 이 실장을 보내 이유가 없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갈등은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났다. 상황이 점점 극에 달했지만, 한 위원장은 단호한 메시지를 던지며 한 치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 과정서 윤 대통령은 우회적으로 한 위원장을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그 사이 후임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이 빠르게 이뤄졌다. 당초 예상과는 다른 시나리오였는데 이는 한 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함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 윤 대통령과 깊은 인연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이 지명됐다.

검찰 라인 역시 빠르게 친윤 라인으로 채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박 전 고검장과 대구지검 초임 검사 시절부터 가깝게 지내왔다. 이와 함께 법무부 차관의 교체도 함께 이뤄졌다. 법무부 차관이 교체된 것은 7년 만으로 상당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실상 한 위원장을 향한 경고성 인선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서로가 공멸할 수밖에 없음을 인지한 모양새다. 일단 빠르게 갈등을 봉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머리 숙인 한
조건부 사과?

지난 23일, 한 위원장의 일정은 당 사무처 방문이 예정돼있어 취재진도 진을 치고 있었으나 대뜸 최근 화재가 발생했던 충청남도 서천수산물특화시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윤 대통령도 현장 점검을 위해 방문해 충돌 이후의 첫 만남을 가졌다.

한 위원장이 먼저 와서 기다렸고, 90도로 고개 숙여 폴더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특유의 손짓으로 한 위원장의 어깨를 툭 치며 대두됐던 갈등설을 봉합했다. 20년 우정의 건재함을 보인 셈이다. 

문제는 화재 현장 방문 자리가 화해의 장이 됐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정치쇼’에 불과했다는 혹평이 제기됐다. 만약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사실이라면 그 원인에 관한 문제를 풀어내고 해결책이 지금 쯤 나왔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둘의 갈등 원인으로 지목됐던 부분에 대해선 일절 언급조차 없었는데 무턱대고 화해만 진행된 것과 다름없다. 

여전히 김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와 사천 논란, 김 여사의 사과 문제 등이 갈등을 일으킬 태세다. 일단 화재 현장 방문 이후로 “한 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던 친윤 인사들은 입을 닫았다. 기자회견이 예정돼있던 국민의힘 이용 의원은 해당 일정을 취소했다.

당시 기자회견에는 김 비대위원의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 역시 ‘소통 과정의 오류’라는 이유로 상황을 종료시켰다. 사실 비대위원 전원 사퇴 외에는 대통령실과 당 누구도 한 위원장을 물러나게 할 방법이 없다. 


겉만 봉합 
상처 그대로

문제는 이런 방식들이 국민의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혁신당 이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를 맡았다가 쫓겨난 이후 자체적으로 반복해온 체제 전환이지만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인요한 혁신위원회 등 띄웠던 기구들마다 내분과 당무 개입 논란 등으로 당의 분란과 혼란만 가중시켰다.

이제 선거까지 불과 70일 남은 가운데, 더 이상의 변화 시도는 무리일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한 위원장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이 뭉치는 중인 만큼 칼자루는 한 위원장이 쥐고 있다. 친윤 입장에서는 앞으로 또 같은 일이 발생해 윤 대통령을 결사옹위하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좋을 게 없으며 다시 당 내분에 빠질 수 있다.

현재 상황도 나아진 게 없을 뿐더러, 해결된 문제도 하나 없다. 오히려 2차전의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다. 우선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사퇴와 관련해서 들은 바가 없다”며 모르쇠 전략을 펴고 있다. 이는 당정 관계가 수평적이 아닌, 수직적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추가 가능하다.

게다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뿐더러 당무 개입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증거일 수 있다. 김 비대위원 사퇴 시 당장 입을 틀어막을 순 있지만, 상당수에 달하는 중도층의 이탈을 감수해야만 한다. 반면 김 비대위원이 버틸 경우, 기존 지지층의 불만이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김 비대위원은 전혀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대신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당을 향한 쓴소리로 들어갔으며, 곧바로 한 위원장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 또 친윤계 인사들이 내색은 하지 않지만 불편해할 것으로 보인다.


“2인자 존재감만 더 커졌다”
당정 2차전 조만간 또 발생?

현재 한 위원장은 김 여사의 사과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집요한 질문에 침묵으로 대응을 바꿨다. 앞선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과는 정반대의 행태다. 이 같은 언론 대응 기조가 지속될 경우, 총선구도는 정권 심판론에 김 여사 논란까지 합세하면서 불리하게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은 윤 대통령보다는 한 위원장 얼굴로 치르는 게 국민의힘에게는 유리하다.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을 계속 내세우는 이유도 윤 대통령이 전면에 드러날수록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기 때문이다. 반면 한 위원장이 커질수록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는 압박이 된다.

민주당서 지속적으로 김 여사 리스크를 띄우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 여사가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더욱 야당에게 유리한 구도가 설정된다. 한 위원장 역시 지금과 같은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면, 당이 더욱 갈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더 큰 문제는 김 여사가 ‘당이 결정하면 사과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는 점이다. 사실상 당과 대통령실서 알아서 하라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로 인한 야당의 공세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금도 민주당을 비롯한 정의당 등 야당에선 사과 목소리가 다수 나온다. 

문제는 단순히 야당의 공세로만 몰고 갈 수 없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과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70%에 이르고 있다. 현재 국면을 뒤집기 위해서는 단순한 사과나 ‘몰카 피해자’라는 프레임으론 부족하며 억울한 부분 역시 정면돌파로 풀어가야 한다. 물론, 명품 파우치를 받은 김 여사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청탁금지법으로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접수됐지만, 공직자의 배우자인 김 여사에 대해서는 조사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는 게 사실이다. 또 윤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과 ‘인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실은 디올 파우치를 대통령실기록물로 지정해버렸고, 가방이 언제 창고로 이관됐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기록물법에 따르면 대통령 선물은 한꺼번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한다. 

김 여사를 
어찌할꼬∼

현재대로라면 국민의힘이 이렇다 할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총선서 패배하는 것은 자명해진다. 비윤계는 쌍특검 재표결로 대통령실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탈표가 20명만 나오면 쌍특검이 즉시 개시되며 윤 대통령에게 악재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역전될 수도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여의도 정가 관계자는 “한동훈 위원장이 한 발 물러나 준 것으로 봐야 한다. 한 위원장이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총선서 패배할 경우, 그 역시 정치적 타격이 클 것”이라며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의 2차전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쌍특검’ 미는 국민의힘,  왜?

국민의힘이 쌍특검(대장동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재의결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쌍특검 표결조차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힘이 속도를 내자고 제안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공천’ 때문으로 보인다. 

아직 국민의힘은 공천룰이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공천룰이 확정되고, 발표가 이뤄진 후 ‘친윤’ 후보 공천 논란이 발발하게 되면 당내 이탈표가 나올 수 있는데 이 지점을 민주당이 노리는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최대한 압박해 공세 수위를 높여가며 비윤계의 이탈표를 최대한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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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정교유착 의혹’ 수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김건희 특검팀의 활동 기간도 30일 연장됐다. ‘시간 압박’의 짐을 덜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 연관성, 통일교 교인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 등이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인력·시간 압박에 고민이 깊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신병 확보 여부도 수사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중대 기로 상황이었다. 한 총재가 구속되면서 수사 물줄기가 이어지게 됐다. 관건은 남은 시간 안에 모든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느냐다. 설마설마 했는데… 한 총재는 지난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횡령·증거인멸 교사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한 총재 구속 직후 통일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재에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공범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실장은 최근까지 천무원(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부원장을 맡아 교단 내 실세로 꼽힌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에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는 등 ‘통일교 현안 청탁’ 과정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영장심사에 팀장급을 포함해 검사 8명을 투입한 특검팀은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는 것까지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과 증거인멸 우려 의견 등을 420쪽 분량의 의견서에 담아 제출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에도 자진 출석했다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권, 통일교 측 경찰 수사 정보 미리 알려 특검, 일부 교인 국민의힘 실제 입당 확인 한 총재는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전관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마지막까지 변론 전략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정부에서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사퇴한 오광수 변호사도 한 총재 변호인단에 합류했지만, 이후 논란이 일자 사흘 만에 변호인 사임계를 내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정 전 실장의 수첩에서 한 총재가 연루된 해외 원정도박 수사 사건과 관련해 “자금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이고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란 취지로 적힌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한 총재 측은 ‘도박 수사 무마’ 사건이나 ‘금품 전달 의혹’ 등에 대해 “전달자인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이 원정도박 수사 사건을 미리 보고받고 챙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2년 10월3일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들은 뒤, 이를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에게 보고하고 통일교 직원들을 시켜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총재 측은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승낙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총재는 특검 조사를 받은 뒤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신병 확보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수사를 통해 권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 1억원과 윤 전 대통령 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적할 전망이다. 해당 자금의 전달 시점이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로 추정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선거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9부 능선 넘었다 이와 함께 대선 전후 통일교의 재정·조직 지원에 따라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배정 등 통일교 현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됐는지 규명하는 것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통일교 교인 집단 입당 의혹 등 남은 혐의 수사에도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0월∼2023년 3월과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4월 등을 특정해 통일교 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했다. 해당 기간 국민의힘에 신규 입당한 통일교 교인은 39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권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윤석열정부 시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측에 지원을 요청한 단서를 포착했다. 특검팀은 “다른 잠재 주자들도 요청해 왔다”는 윤 전 본부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통일교가 전방위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과 유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선 특검팀은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연락한 정황과 통일교 지구별 책임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분석 중이다. 특검팀이 2022년 11월 중순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전씨에게 “내년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윤심은 어떤지”라고 물으며 “몇몇 잠재 주자들도 요청이 왔다. 저희와 과거에 연결됐던 주자들”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실제 일부 입당 정황 전씨는 이에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 의원)”이라고 답하며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던 몇몇 국민의힘 잠재 주자들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심판이라 포기했고, B씨는 윤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됐다. C씨는 이기적’이라는 취지였다. 윤 전 본부장이 D 의원은 어떤지 묻자, 전씨는 “윤심 근처에도 못 갔다”고 답했다. D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당선권 안에 들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문자 내역 등을 토대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했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통일교 교인들을 동원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 시도 끝에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2022년 10월~2023년 3월 조직적으로 가입한 당원들과 당 대표 선거 참여가 가능한 책임 당원들을 파악할 계획이다. 책임 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특검팀이 통일교 교인과 국민의힘 당원 명단 대조를 통해 ‘집단 가입’ 교인들을 찾으면 ‘통일교 3만명 지원’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023년 2월 초 윤 전 본부장이 ‘신규 입당원이 1만1101명, 기존 당원이 2만1250명’ ‘중앙 차원에서 지침을 내렸다’며 김씨에게 보내달라고 전씨에게 전달한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당시 김씨와 한 총재의 승인하에 통일교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을 집단적으로 지지했다고 판단한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으로 정리하라네요”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자, 윤 전 본부장은 “움직이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당 대표에 당선됐고, 조수진 의원과 장예찬 후보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수차례 논의” 당 대표 선거에도 직접 개입? 수사 기간 한 달 늘었는데 규명 의혹 산더미 그러나 김씨는 특검팀 조사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해당 후보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며, 당시 당 상황에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전씨도 “그냥 광을 판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 등에게 정당법 제42조(입당강요죄)와 제49조(당대표 경선 자유방해죄)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정당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통일교 측이 교인들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입당시켰고, 당내 선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조직적으로 투표 지시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검팀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건 ‘정교 유착’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이다. 권 의원에게 전달된 1억원 중 윤 전 대통령 몫으로 추정되는 돈이 별도로 준비돼있었던 만큼 한 총재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내야 한다. 지난 23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5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종이상자에 담긴 ‘관봉권’ 형태의 현금 1억원을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 당시 1억원은 5000만원씩 각자 다른 색의 비단으로 포장됐고 노리개가 달려있었으며 이 중 하나에는 임금을 뜻하는 ‘왕(王)자’가 자수돼있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 이모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께 두 개 상자 사진을 모두 찍어뒀다. 통일교 내부에서는 당시 전달된 자금 일부가 대선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몫으로 준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팀 조사에서 권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권 의원 주선으로 윤 전 본부장을 실제 만나기도 했다. 권 의원은 2022년 3월22일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에게 금품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쇼핑백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수천만원 따로 전달?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고,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 현안 청탁에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통일교의 현안 중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 확대 등 일부는 실현되기도 했다. 금품을 직접 주고받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금품을 전달받았는지, 통일교 현안이 추진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