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주교대 채용 논란 그 이후…

‘임용 취소’ 결론 총장이 뭉갤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교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논란이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제보자의 문제 제기로 연구윤리위원회가 소집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친 끝에 ‘임용 취소’ 결론이 나왔다. 이제 공은 광주교대 총장에게 넘어간 상태다. 

지난해 7월 광주교육대학교(이하 광주교대) 미술교육과 채용 과정서 불공정 의혹이 불거졌다. (<일요시사>1454호 <단독> 광주교대 ‘맞춤형 채용’ 의혹 보도 참고) 최종 합격자가 미술교육과 채용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혹과 함께 채용 전반을 관리하는 광주교대의 대응도 문제로 지적됐다.

4개월 지나
위원회 구성

광주교대는 자격심사·전공적부심사·연구발표실적심사·연구내용심사 등 1차 전형서 한 차례 지원자를 거른 후 교수능력심사․면접심사 등 2차 전형을 진행해 김모 교수를 미술교육과 최종 합격자로 결정했다. 하지만 최종 합격자 발표(지난해 7월26일) 직후 일부 지원자의 문제 제기로 김 교수의 개인전 실적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광주교육대학교 교원업적평가 및 성과급적 연봉제 운영지침’에 따르면 전시 작품 중 70% 이상이 신작이어야만 개인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광주교대는 지침에 포함된 ‘미술 실기 업적평가 기준’에 따라 ▲도록(팸플릿) ▲현장 사진(개인전에 한함) ▲전시확인서 1부 등으로 개인전 실적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1차 전형을 통과한 5명 가운데 1명인 조모 작가는 김 교수의 개인전 실적이 지나치게 짧은 기간에 집중돼있고 그 구성 또한 ‘중복게재’ ‘자기 표절’ 등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가 채용 과정서 제출한 개인전 실적의 양과 질 모두 광주교대 미술교육과 채용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광주교대에 명확한 검증을 요구했다.

최초 문제 제기 이후 4개월 동안 별다른 대응이 없던 광주교대는 지난 11월 연구윤리위원회를 구성해 김 교수의 연구윤리 부정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윤리위원회는 교무처장·기획처장·미래교육혁신원장·산학협력단장을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해 총 11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했다. 미래교육혁신원장인 선모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광주교대 연구윤리 규정에 따르면, 연구윤리위원회는 예비조사를 통해 제보자의 제보내용을 조사한 뒤 본조사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본조사가 진행되면 7인 이상의 위원으로 본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이때 외부인 30% 이상, 해당 연구 분야 전문가 50% 이상의 비율을 맞춰야 한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연구의 진실성 검증을 통해 교직원, 연구원, 학생, 교원 신규채용 지원자 등에 대한 연구부정 행위를 판단한다. 윤리규정에 따르면 연구윤리위원회는 ▲위조 ▲변조 ▲표절 ▲부당한 저자 표시 ▲부당한 중복게재 ▲연구부정 행위에 대한 조사 방해 등을 연구부정 행위로 판단해 제재 조치를 건의할 수 있다.

조 작가는 지난해 11월 ▲(김 교수의) 개인전 신작 비율이 70% 이하인데도 실적으로 인정된 점 ▲2023년 전시한 작품이 2011년 전시 작품의 자기 표절로 보이는 점 ▲현장 사진에는 없지만 도록에는 포함된 작품이 있는 전시 ▲초대전인지 개인전인지 불분명한 전시 ▲자료가 전혀 없어 실제로 전시가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수 없는 개인전 등에 대한 검증을 요청했다. 

연구윤리위원회 본조사 결과 나와
연구부정 행위 인정돼 의견 제시

조 작가에 따르면 김 교수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8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 중 5건이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 3개월20일 동안에 열렸다. 단순 계산으로는 22일에 한 번꼴로 전시했던 셈이다.


이 중 일부 전시는 병원 갤러리, 카페형 갤러리 등 공인된 미술관으로 보기 어려운 장소서 개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실적 쌓기’에 급급해 개인전을 부실하게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초대전 여부 의혹도 비슷한 맥락이다. 일반적으로 개인전은 전시 요청 주체에 따라 초대전과 일반전(대관전)으로 구분된다. 초대전은 미술관, 일반전은 작가의 요청으로 진행된다. 광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채용 기준서 초대전과 일반전을 구분해 배점했다.

국내 초대전이 130점, 국내 일반전이 70점으로 배점 차이가 60점에 이른다. 지원자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차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5월 전북의 한 미술관서 개인전을 진행했는데 해당 전시가 초대전인지 일반전인지를 두고 말이 엇갈렸다. 김 교수는 해당 전시를 초대전이라고 제출했는데 미술관 관계자는 조 작가와의 통화서 일반전이라고 답했다.

해당 미술관 SNS서도 김 교수의 전시자료가 모두 삭제됐는데 그 또한 일반전이어서 작가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 작가는 “초대전은 미술관 측에서 기획하고 준비하기 때문에 도록의 크레딧 부분에 총괄, 감수, 기획, 전시 진행, 전시 보조, 평론, 사진 등 관계자 이름과 주최, 주관, 후원사 등이 들어간다. 하지만 김 교수의 경우(해당 전시가) 초대전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크레딧 구성”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일요시사> 확인 결과 해당 전시 도록에는 김 교수의 이름뿐이었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22일 조 작가의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예비조사를 진행했다. 총 6명의 위원이 참석한 연구윤리위원회는 이날 논의를 통해 조 작가의 제보 내용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추정돼 외부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위한 본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피조사자 해명
“현대미술이다”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연구윤리위원회 예비조사 결과 통보서’에 따르면 연구윤리위원회는 ▲개인전 전시 실적 중복 의혹(부당한 중복게재 혐의) ▲자기 표절 의혹(변조 혐의) ▲현장 사진에는 없는 작품이 도록에 수록됐다는 의혹(위조 혐의) 등을 검증하기 위해 전문가가 포함된 본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초대전 여부 의혹과 개인전 전시 여부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미술관의 확인서를 근거로 검증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후 외부위원 3명을 포함한 9명의 본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지난달 27일 열린 본조사위원회에는 김 교수(피조사자)가 참석해 의견을 진술했다. 김 교수는 부당한 중복게재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 해당 개념은 저서나 논문처럼 심사를 거쳐 공식적으로 비교할 때 쓰는 것이다. 전시 현장이라는 특수적인 상황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자기 표절 의혹이 제기된 작품에 대해서는 “의미적으로 주제가 바뀌었고 작품 배경과 잘 맞아 이 작품을 전시해야 할 이유가 있었고 새로운 작품명을 부여할 필요성도 있었다고 작가로서 판단했다”며 “외형적으로 자기 표절이라고 판단하는 자체도 현대미술에서는 하기 어려운 문제 제기”라고 강조했다.

거의 똑같아 보이는 작품이라도 작가가 다른 작품이라고, 의미가 다르다고 하면 인정해줘야 하는 게 현대미술이라는 주장이다. 

현장 사진에는 없지만 도록에는 있는 작품 관련해서는 “전시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기기 때문에 작가는 그것을 고려해서 운영하고 선택하는 것”이라며 “도록과 현장의 작품이 차이가 생기는 것은 보편적으로 이해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광주 지역의 한 미술계 관계자는 김 교수의 해명을 두고 “미술계에 대한 이해가 현저히 부족한 것 같다”며 “작가의 전시 연출, 운영에 대한 자율권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이번 사안은 채용 과정서 불거진 일이다. 채용 기관의 기준에 맞춰서 그에 부합하는 자료를 제출하는 게 1순위였다”고 지적했다.

현장 사진
배경 달라

연구윤리 본조사위원회는 김 교수가 제출한 7회의 전시회 실적 중 2회의 전시를 ‘부당한 중복게재’로, 자기 표절 의혹이 있는 작품을 ‘변조’로 판정했다. 그러면서 ‘2023학년도 2학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초빙 공고’에 명시된 ‘지원자격 등 임용조건에 하자가 발견되거나 제출한 서류에 허위 사실이 발견되거나 학위논문, 연구 실적물 등이 연구윤리에 저촉됐을 경우에는 심사서 제외되거나 합격 취소 또는 임용 후에도 임용을 취소할 수 있음’이라는 기타 사항에 의거해 ‘임용 취소’ 의견을 제시했다. 


미래교육혁신원 관계자는 “연구윤리 본조사위원회서 결정된 사안을 가지고 연구윤리위원회서 논의했는데 별다른 이의 없이 결론이 났다. 총장님께 보고된 상태”라며 “연구윤리 규정에 따라 제보자와 피조사자 모두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현재 이의신청기간”이라고 밝혔다. 

제보자나 피조사자가 제기한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연구윤리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해당 내용에 대해 논의한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예비조사부터 다시 진행되는 구조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이의신청에 대한 논의까지 마치고 최종 결론이 나오면 역시 총장에게 보고하고 추가로 수사기관에 고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연구윤리위원회의 결과가 나왔지만 광주교대 채용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광주교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연구윤리위원회서)임용 취소 결과가 나왔지만 총장이 조치를 하지 않으면 김 교수의 직은 유지된다. 학교에서는 교무처장과 총장이 ‘도록으로만 평가해야지 왜 현장 사진을 언급하냐’고 말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귀띔했다. 

광주교대 교무처장을 맡고 있는 방모 교수는 연구윤리 본조사위원회 결과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임용 취소 결론이 나온 것에 대한 학교 측 입장을 묻는 <일요시사>의 질문에 “잘 알지 못한다. 미래교육혁신원에 물어보면 잘 알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교무처장은 연구윤리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했다. 

연구윤리위원회 조사 결과와는 별개로 추가 의혹도 불거졌다. 김 교수의 개인전 진행 여부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김 교수가 본조사 직전에 제출한 한 장의 현장 사진이 불씨가 됐다. 해당 사진의 배경이 김 교수가 개인전 실적으로 제출한 미술관이 아니라 다른 미술관이었기 때문이다.

제출 자료와 다른 전시 장소 의혹
미술관 관계자들 친인척으로 얽혀

김 교수는 지난해 2월15~23일 전남 담양군의 나야나교육박물관서 열린 ‘플라스토피아’라는 전시를 개인전 실적으로 제출했다. 연구윤리위원회가 확인한 김 교수의 전시 실적 확인서에도 해당 전시는 나야나교육박물관서 9일 동안 진행한 것으로 명시돼있다.

문제는 김 교수가 나야나교육박물관서 진행한 전시 ‘플라스토피아’의 현장 사진으로 제출한 자료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현장 사진의 배경은 나야나교육박물관이 아닌 대담미술관으로 확인됐다. 대담미술관은 나야나교육박물관의 길 건너편에 위치해있다. 다시 말해 김 교수가 나야나교육박물관서 진행했다고 밝힌 개인전이 실제로는 대담미술관서 진행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대담미술관 관계자는 “전시 기획은 나야나교육박물관서 진행했고 전시만 대담미술관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담미술관 홈페이지 확인 결과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는 전시가 열리지 않았다. 대담미술관 관계자는 “미술관 리모델링을 하던 시기”라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해당 내용은 연구윤리 본조사 과정서도 언급됐다.

김 교수는 “나야나교육박물관 쪽은 전시할 상황이 안 되고 대담미술관 공간은 잠깐 비어 있어서 줄 수 있다고 들었다”며 “잘 모르고 전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미술계 관계자는 “작가는 전시장에 작품을 배치할 때 1㎝만 어긋나도 힘들어한다. 그런데 전시 장소를 잘 모르고 했다는 해명은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나야나교육박물관과 대담미술관에 얽혀 있는 인물의 면면이다. 대담미술관 관장은 김 교수의 서양화 전임 교수인 정모 교수다. 당초 이번 미술교육과 채용 자체가 정 교수의 퇴임으로 시작됐다.

광주교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나야나교육박물관 관장은 정 교수의 친언니다. 그 박물관 학예사로 있던 양모씨는 정 교수의 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김 교수가 연구윤리 본조사위원회에 제출한 나야나교육박물관 전시 확인서에 양씨의 이름이 확인된다. 

일각에서는 김 교수가 개인전 ‘플라스토피아’를 대담미술관서조차 열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채용 사유화
바로 잡을까

광주지역의 한 미술계 관계자는 “김 교수가 현장 사진으로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시장 배경과 계절감이 맞지 않는다. 이런 의혹을 방지하기 위해 도록과 현장 사진, 전시 확인서를 모두 검증하는 것인데 광주교대는 여전히 도록만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작가는 “광주교대는 예비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도덕과 윤리가 교수의 많은 덕목 중 최우선이 돼야 한다. 이번 일이 올바른 방향으로 마무리지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메일, 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연락을 취했지만 답신은 없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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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검찰과의 줄다리기를 끝냈다.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검찰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사건 이첩을 막을 순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공수처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면 자칫 수사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불법 수사로 규정하면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사건이 검찰로 이첩되면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 쇼핑’ 논란을 자처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친정을 믿겠다는 무리수로 해석된다. 수사는 끝났는데…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제대로 된 수사나 조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은 이날까지 총 세 차례나 불발됐다. 앞서 공수처는 구인 시도 첫날인 같은 달 20일, 윤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자 대치만 하다가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전날에는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외부 진료를 받고 오후 9시가 넘어 복귀하면서 무산됐다. 인권 보호 규정상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는 피의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지난달 15일 첫 대면조사 때부터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7차례에 걸친 출석 및 조사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실은 오후 3시쯤 집행을 불승인했고 관저 압수수색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후 4시50분쯤 집행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사용했던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다. 경찰도 같은 이유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비화폰을 통해 군·경찰에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기소) 요구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공, 불법 수사 규정 강제구인도 실패 어쩔 수 없이 이첩…구속 제외 성과 ‘0’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 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검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은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유보해 왔다. 공수처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엔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분위기를 봐가며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을 이용해 일부분 협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정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 기소권을 가진 검찰 조사 단계에선 구치소 방문 조사 등 최소 범위로 응하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던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죄 수사권’을 다시 꺼내 들며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공수처와 검찰 모두 법적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으며,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윤 대통령 조사를 시도하는 것은 ‘불법 수사’라며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온 것과 대응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협조도 안 했는데 검찰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애초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수사해 왔고 그런 검찰에 윤 대통령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일에 출석해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검찰은 구속 기간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실무 관행을 고려해 연장을 신청했다. 판사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10일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연장 허가 시 구속 만료 시점은 오는 5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전후로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공수처와 별도로 지난해 12월18일부터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해 왔다.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 10명을 군검찰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 밖에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군·경찰 간부들도 조사하며 윤 대통령 혐의를 다졌다. 후배들이 나설 차례 검찰은 그간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캐물을 계획이다. 최 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했는지, 곽·이 전 사령관 등에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부르기보다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과 마주 앉아 조사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특수본부장인 박 고검장은 29기, 김종우 차장은 33기다. 수사팀 최순호 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국정 농단 수사팀서 당시 팀장이던 윤 대통령 지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 다지기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달 23일, 요인 체포조 편성 및 운영 혐의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정계와 법조계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조 운영 정황을 포착해 최근까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체포조 운영 정황을 상세히 적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 여 전 사령관은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 선포됐으니까 너희 수사관 100명 우리한테 보내줘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요인 체포조를 위해 조사본부 차원서 100명의 수사관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조에는 방첩사 수사관 50명과 경찰 수사관 100명도 동원됐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헌재 여론전 윤 믿을 건 친정뿐? 검 “대면조사 필요…봐주기 없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쪽지도 핵심 물적 증거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공개한 해당 쪽지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예비비 조속 편성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이 쪽지를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최 대행은 명백한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해당 쪽지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위헌적으로 해산하려 한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 변론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뒤 한참 있다가 언론서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부인했다. 쪽지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서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는 발언부터였다. 이날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냐”는 질문에, 최 대행은 “대통령이 직접 주시진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한 장짜리 자료인데, 접혀있었다”며 “제 직원(기재부 차관보)한테 ‘이것 가지고 있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4일 새벽 1시쯤 기재부 간부회의를 한 뒤, 차관보가 저한테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말해 확인했고, ‘비상계엄 상황서 유동성 확보를 잘 해라’라는 문장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네준 인사가 누구인지까지는 국회 회의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 대행은 해당 문서를 계엄 해제 이후 폐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최 대행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쪽지를 준 적도 없다”는 말은 최소한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대행에게 직접 건네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존재를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최 대행의 “참고하라고 했다”는 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가도 반납 혐의 다지기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청문회서도 윤 대통령의 쪽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쪽지를 직접 준 게 맞다”고 증언했고, 한 총리는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 중 한 총리를 포함해 최 대행 등 7명을 조사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소환조사했다”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