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부대원 미스터리’ 대통령실 묵인 의혹

40년 전 사건 알고도 임명?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대통령실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부대원 사인 조작 의혹’을 알고도 임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 종료 후 종합보고서가 대통령실에 접수된 사실을 감안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신 장관 임명을 밀어붙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게 사실입니까?” 고상만 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 사무국장이 진상규명위 활동 종료 보고서가 대통령실에 보고된 지난 9월,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들은 말이다. 당시 후보자 신분이던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부대원 사인 조작 의혹이 보고서에 담겼기 때문이다. 당시 파장은 일파만파였다고 한다. 

사인이
뭐길래…

대통령실서 수차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여느 때처럼 임명을 밀어붙였다.

고 전 사무국장은 2023년 말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에 출연해 신 장관에 관한 의혹을 제기했다. 1985년에 일어났던 이른바 ‘이 일병 사망사고’ 원인을 은폐하려 했다는 게 골자다. 이 사건은 신 장관이 약 40년 전, 중대장으로 있던 부대서 발생했던 사망사고다.

1985년 10월 당시 훈련 도중 이 일병이 불발탄을 밟고 숨진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진상규명위는 2022년 10월 재조사 끝에 훈련 중 발사된 60mm 박격포 포탄을 맞아 숨졌고, 신 장관을 포함한 부대 지휘관 및 간부들이 사고 원인을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고 전 사무국장은 이 사건을 상세하게 조사했다. 정확한 날짜는 1985년 10월24일 경기도 포천 훈련장서 육군 8사단 공지합동훈련이 있을 때였다. 신 장관은 화기 소대장에게 무전으로 박격포 발포 명령을 내리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고 전 사무국장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서 “신 장관이 화기 소대장에게 무전 명령으로 사거리를 전달했다면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장관이 화기 소대장에게 정확한 사거리를 알리지 않고 막연하게 멀리 한 발 쏘라고 했다는 주장이다.

1985년 중대장 시절 이 일병 사망 은폐?
대대장과 참고인 진술 달라…책임 전가?

또 화기 소대장이 있는 위치에서는 중대원의 위치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포는 목표지점을 넘어갔고 신 장관은 화기 소대장에게 짧게 쏘라고 재차 지시했다고 했다.

결국 두 번째 박격포 탄이 건너편 산 중턱에 대기하고 있던 이 일병의 발밑에 떨어지면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사건을 목격한 당시 전우들의 증언이다. 당시 중대원들은 이 일병이 사망하자 신 장관을 비롯한 부대 간부들이 이를 불발탄 폭사로 왜곡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 장관은 진상규명위의 참고인 조사에 석 달 만에 응하기도 했다. 신 장관이 진상규명위로부터 처음 공문을 받은 것은 2022년 8월22일이지만 조사에 응한 것은 같은 해 11월28일이다. 신 장관 측은 진상규명위의 조사에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진상규명위 조사보고서에는 “A 보좌관은 ‘명백한 사건을 조사하는 이유가 뭐냐’면서 ‘과거 군 수사기록이 있을 텐데 그것에 다 기록이 돼있지 않느냐’고 주장함”이라고 적혀있다.


또 “A 보좌관은 ‘(먼저 조사받은)대대장으로부터 담당 조사관이 진술을 들으려 하지 않는 태도였다고 들었다’고 하며, 다른 주장을 하는 부대원의 명단을 요청함”이라고 나와 있다.

진상규명위는 2022년 9월14일과 9월22일 신 장관 측에 연락해 ‘조사 기한이 임박했다’ ‘서면조사도 가능하다’고 알렸으나 신 장관 측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25일 이후 직접 대면조사가 가능하다”며 일정을 미뤘다. 약속한 기한이 지난 11월8일과 11월10일에도 연락이 닿지 않았고 11월16일 통화에서는 “바쁘다. 시간이 없다”고 답변했다.

“바쁘다”
미루기

신 장관은 군사망위 조사 당시 “중대 지휘관측소(OP)에 위치해 있었다”며 “그 자리에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망 현장이나 환자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불발탄 사망’을 주장한 지휘관의 말은 달랐다. 당시 대대장이었던 김모씨는 “뻥 소리를 듣고 중대장과 대대장이 현장에 달려갔다. 현장서 가까운 중대장이 먼저 와 있었다”고 했다.

김씨는 “(이 일병이)‘소대장님 다리가 아픕니다’라고 얘기했고, 군의관과 소대장이 지혈하면서 ‘조금만 참아라, 괜찮다’고 답했다”며 “나와 중대장 신원식은 그 소리를 듣고 그동안 자부심을 갖고 근무해왔는데 우리를 찾지 않고 소대장만 찾아 섭섭했다”고 말했다. “이런 얘기를 신원식도 했다. 그래서 사고 상황을 기억한다”며 “(이후) 엠뷸런스가 왔다”고도 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병사 이모씨도 “곧 중대장과 포반장 등도 사고 현장에 도착했고, 그 자리서 중대장이 포반장에게 고함을 지르며 질책했다”고 했다.

진상규명위 조사에서 대대장은 중대장을, 중대장은 대대장을 최초 발화자로 지목했다.

신 장관은 “사망 원인은 헌병대 수사 결과를 확인하신 대대장님 설명에 따라 인지했다”며 “대대장님이 ‘망인이 돌격 사격하던 중 엎드려 있다가 불발탄을 밟고 죽었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헌병대서 조사받지 않았다”고 했다.

“용산 차원
조사 없었다”

하지만 김씨는 “헌병대서 나에게 (사건에 대해)물었겠지만 설명한 기억은 없고, 중대장이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신 후보자가 먼저 현장에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판초에 구멍이 뽕뽕 난 것을 보니 203 유발탄(불발탄)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며 “‘누가 봤겠나. 지가 걸어가다 불발탄을 찬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그 상황이 맞는 것 같았다”고 했다.

헌병대 수사보고서에는 이 일병의 사체를 검안한 결과가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의 사망 원인은 ‘양대퇴부 및 흉부 파편창에 의한 과다출혈’이었다. 문제는 이 기록지를 작성한 사단의무대 군의관 대위 전모씨는 진상규명위 조사에서 사체 검안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는 것이다.


이 일병 사인을 밝힐 핵심 증거인 탄 파편은 조사조차 되지 않았다. 진상규명위는 당시 현장 사진, 기록 등 탄 파편 종류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자료를 국방부에 요청했으나 군은 ‘해당 자료가 없다’고 회신했다. 국방부의 설명대로 사인을 공식 확인하기 위한 부검도 진행되지 않았다.

진상위 종료 후 직보
행정관도 수차례 확인

진상규명위가 활동을 종료한 건 2023년 9월13일이다. 5년간 활동을 이어왔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의문사는 수두룩하다.

앞서 송기춘 전 진상규명위원장은 “군 복무 중 사망했지만 순직자로 인정되지 않은 분이 약 3만9000명에 달한다”며 “이분들에 대한 예우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을 중단하는 것이 옳은지 말씀드리고 싶다”며 활동 기한 연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진상규명위는 1787건의 진정사건과 66건의 직권사건을 조사해 63.7%에 달하는 1180건의 진상을 규명했다. 217건은 취하, 151건 각하, 203건 기각, 진상규명 불능 89건 등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가 진상규명을 통해 국방부에 전사·순직 여부를 재심사할 것을 요청한 사건 중 94.7%가 전사·순직으로 인정됐고, 경찰청과 법무부에 재심사를 요청한 사건도 각각 94.6%와 100% 순직으로 인정됐다.


위원회 활동 연장을 위해선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돼야 했다. 2023년 5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위원회 조사 기간을 3년 연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활동 종료 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상반된 진술
여전한 의문

진상규명위 활동 종료 후 결론이 종합된 보고서는 대통령실로 넘어갔다. 종합보고서가 넘어간 시점은 윤 대통령이 신 장관을 임명하기 이전이다. 윤 대통령이 보고서를 상세하게 보지 않았거나 알고도 신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는 지적이다.

고 전 사무국장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서 이 사건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인사청문회 당시 신원식씨가 사실 여부를 부인한 것과 관련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차원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 도발에 참수 훈련?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2023년 12월18일 MBN <뉴스7>에 출연해 참수작전 훈련이나 전략자산 추가 전개를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특수전 부대는 공중기동, 핵심시설에 대한 습격, 내부소탕 훈련을 하고 있다”며 “참수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전략자산 추가 전개에 대해서는 “수일 이내로 협의하고 있다”며 “전략자산 전개에 따른 한미, 한미일 훈련까지 염두에 두고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8시 24분쯤 북한이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해당 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km를 비행한 뒤 동해에 떨어졌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최고 고도는 약 6000km다.

전형적인 ICBM의 고각발사 궤도다. 이번에 쏜 미사일이 화성-18형이 맞다면, 지난 4월과 7월 이후 3번째 발사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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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