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등판’ 한동훈 칼자루의 양날

드디어 납셨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일휘소탕혈염산하’(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 이순신 장군의 검에 새겨져 있던 문구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이순신으로 빗대 표현했다. 난관을 헤쳐나갈 적임자라고. 그러나 한 비대위원장은 검사 시절 ‘조선제일검’으로 불렸다. 잘 드는 도구에 그칠 지, 총선서 검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의 정치 참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의 전격 사퇴 이후 다시 한번 격랑의 시간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이 최종 결단을 내렸다. 앞서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상당히 숙고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진연석회의를 시작으로 의원총회, 의원 및 당협위원장 연석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서 한 비대위원장에 관한 찬성 비율이 6대4 혹은 7대3 정도라고 밝혔다. 

이슈몰이
관심 집중

지난 20일에는 상임고문단 회의까지 개최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임명을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쌓아 올린 셈이다. 빠른 비대위원장 인선으로 당내 혼란을 최대한 빨리 수습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이 자리서 상임고문단은 윤 대행을 향해 기용하라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지난 21일 한 비대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직을 내던졌다.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이면서 데뷔가 이뤄진 셈이다. 

서울 모처서 윤 대행을 만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비대위원장의 지명은 당초 예상보다 신속하게 이뤄졌다. 김 전 대표가 주류 희생을 둘러싼 당 혁신위와의 갈등 국면서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해왔으며, 사퇴 후 8일 만이다.


이날 윤 대행은 “한 비대위원장은 정치개혁을 이룰 가장 젊고 참신한 비대위원장”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인선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국민의힘 내부서 비토 정서가 곳곳서 발현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단 정치권의 이슈를 끌어오는 데는 성공했다.

현재 정치권은 곳곳서 분열 조짐이 가득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창당,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창당 등 곳곳서 신당을 만들기 위한 행보가 가속화되는 중이다. 

이 같은 사안들을 한 비대위원장이 모두 삼켜버렸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지점이다. 김 전 대표 사퇴 이후 국민의힘이 또다시 격랑의 정국으로 빠져드는 모양새였지만, 한 비대위원장이라는 인물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자연스럽게 리스크가 감춰졌다. 

한 비대위원장 본인도 발표에 앞서 사실상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못 박는 듯한 발언도 다수 내놨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같이하면 길이 된다”며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을 사릴 때 보인 경우가 더 많았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의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누구도 맹종한 적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8일 만에 빠르게 비대위원장 수락
보수 결집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


이 같은 한 비대위원장의 발언은 사실상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겠다는 뜻으로 정치권은 해석했다. 이미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은 한 비대위원장 추대를 위해 계속 판을 깔아왔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어느 정도 이점을 가져갔다. 이번이 벌써 3번째 비대위 체제지만, 비대위보다는 ‘정치인 한동훈’에 모든 시선과 관심이 쏠린다. 한 비대위원장의 인물론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암시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 비대위원장의 손 안에 국민의힘의 명운이 달려 있다. 우선 보수 대권주자 후보로 1위를 질주 중이다. 
대중적인 이미지는 여느 정치인과 비교했을 때 뒤쳐지지 않는다. 가는 곳마다 한 비대위원장을 연호하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역대 법무부 장관 중 한 비대위원장만큼 인지도가 높은 인물도 없다. 내년 총선서 인물론으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될 것임을 고려했을 때 당의 얼굴마담으로 세우기에는 적합하다. 실제로 그는 여의도 느낌을 지울 수 있고, 젊은 엘리트 이미지도 함께 갖고 있다.

존재감과 인물 하나만으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크다. 한 비대위원장의 등장 이전까지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차기 보수 대선후보로 불렸으나, 이제는 그가 대체 불가능한 수준의 지지율로 올라섰다.

비대위원장 후보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이 거론됐지만, 한 비대위원장을 뛰어넘는 관심을 받은 이는 없었다. 한 비대위원장은 보수 조직의 결집 측면서도 상당히 유리하다. 이준석 전 대표 사태 이후 국민의힘은 끊임없이 분열을 거듭해왔다. 당연히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이들 사이서도 갑론을박이 잦았다. 

과연 한 비대위원장이 갈라진 부분을 봉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갈등을 종식시킬 경우, 한 비대위원장은 정치인으로서 더욱 체급을 키울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한 비대위원장은 당정 일체 체제를 한층 더 굳힐 수도 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끊임없이 당정 일체가 필요하다가 강조해왔으나, 여러 문제들로 인해 관계가 견고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비록 수직적 관계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다수 야당에 둘러싸인 국민의힘이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대통령실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국민의힘
간판으로 

이를 한 비대위원장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여당임에도 할 말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비대위원장은 윤석열정부 2인자라는 인식과 함께 황태자로도 불린다. 그런 그가 못할 말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우려 목소리 정도는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공방전서도 활약할 모습이 그려진다.

민주당은 한 비대위원장을 겉으로는 반기고 있지만, 이제는 대놓고 한 비대위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저격하겠다는 액션을 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여전히 사법 리스크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계파 간 분란이 지속 중인데, 한 비대위원장마저 이 대표에 공격을 경우, 파급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 비대위원장도 여러 난관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우선 2인자라는 인식 때문에 윤 대통령과 얼마나 거리를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적어도 현 체제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인식이 강하다. 

누군가를 맹종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던 모습과 달리 자기 뜻대로 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윤 대통령의 아바타, ‘찐윤(진짜 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고 불리지만, 조금이라도 윤 대통령을 엄호하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빈틈이 생겨버린다. 

일각에서는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와의 검사 피의자 관계 설정보다도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물고 늘어진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미친 짓이다. 그래서 저희는 감사하다”며 “오른팔을 당 대표로 세우면, 윤 대통령 심판 정서를 더 키운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은 앞으로 한 비대위원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전망된다. 관계의 깊숙함 탓에 늘 윤 대통령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것으로 보인다.

잘하면 대박
못하면 쪽박

또 다른 문제는 이른바 대장동 50억-김건희 여사 주가조작으로 불리는 쌍특검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다. 민주당은 쌍특검 처리를 위한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상당하다. 쌍특검 처리는 내년 총선 정국에 앞서 민주당과 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안건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이를 방어해야 할 처지로 특히 김건희 특검이 발등에 떨어진 과제로 평가되고 있다. 이 말인즉슨, 한 비대위원장도 첫 번째로 부딪히게 될 난관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벌써부터 김 여사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해당 법안들은 정의당 특검 추천으로 결정하게 돼있다.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는 독소조항이 있다”며 “다음 총선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동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한 비대위원장과 김 여사의 관계는 윤 대통령만큼이나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가 검찰에 몸 담았던 시절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사이다. 김 여사의 호위무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첫 번째 미션인 김 여사 특검 방어를 위해서는 신중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가장 유력한 방식은 쌍특검을 받은 뒤, 총선 뒤에 처리하자는 방침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를 받고 나서 민주당은 김 여사의 또 다른 의혹인 서울양평고속도로, 명품백 사안을 줄줄이 꺼내들게 뻔하다는 것이다.

주가조작 의혹 특검을 처리한 뒤 한 비대위원장의 입장이 바뀐다면, 국민의힘으로서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한 비대위원장의 인물론이 먹혀들지 않고, 윤 대통령의 하수인 격으로 입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빌미로 민주당은 벌써부터 한 비대위원장을 공격하고 나섰다. 겉으로는 축하 분위기지만, 한 비대위원장은 검사 재직 시절 민주당 카운터로 불렸다. 민주당 입장서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김건희 호위무사’ 프레임 벗어나야
등판 일러 총선 패배 시 앞날 불투명

문제는 정치 이력이 없는 한 비대위원장이 이를 잘 방어해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분명 당내 빚이 없지만 당내 세력도 전무하다. 일단 세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중심은 초선 의원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악수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 초선 의원들은 김 전 대표 사퇴 이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에게 바짝 엎드려도 공천을 준다는 보장도 없다. 한 비대위원장이 정치에 참여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한 비대위원장을 공격하는 당내 세력이 생긴다. 이른바 ‘한핵관(한동훈 핵심 관계자)’과 ‘비 한핵관’으로 나뉘어 당내가 더욱 혼란스러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대위 체제의 문제는 또 있다. 내년 총선서 패배할 경우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는 점이다. 총선 정국에 앞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에 밀리는 양상이다. 당내서도 한 비대위원장을 ‘게임체인저’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국민의힘 총선 의석수를 80석~90석으로 내다봤다. 한 비대위원장을 통해 현상 유지 정도는 가능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총선서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선방만 하면 대권주자 반열의 입지를 굳힐 수 있는 셈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총선에 직접 나설지도 의문이다. 비대위원장을 맡았다가 총선서 패배할 경우, 한 비대위원장의 입지가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차기 보수 대권주자로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국민의힘의 얼굴로 불리던 이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3개월 남짓이다. 잘못되면 늘 간판으로서 책임을 지며 윤정부 탄생 이후 39개월간 7명(당 대표, 비대위원장, 권한대행)이 교체됐다. 한 비대위원장의 수명도 얼마나 오래 갈지는 지켜봐야 안다. 

조만간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 한 비대위원장 역시 당내서 공천받지 못한 이들에게 많은 공격을 받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여기에 더해 다음 대선까지는 아직 3년이나 남아 있다. 

국민의힘에 부담이 되는 이재명-윤석열 구도보다는 이재명-한동훈의 구도를 가져가야 유리하다. 지금까지는 윤 대통령의 얼굴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이 구도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등판으로 자신의 리스크를 감출 수 있다.

차라리 한 비대위원장의 이른 등판으로 다음 대권주자끼리의 맞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문제는 이 대표의 구속까지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 부분에 적극 공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일찍부터
대선구도

여의도 정가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이슈를 끌어오기 좋다. 다만 이슈만 되면 안 된다”며 “앞서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끝내면서 자신의 정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한 비대위원장도 이를 생각하면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후임 법무부 장관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장관직서 물러나면서 공식적으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게 됐다.

끊임없이 거론된 정치 참여가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후임 법무부 장관이 누가 될지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법무부는 당분간 차관 대행 체제로 업무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당장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차관인 이노공 법무부 차관 대행 체제가 유력하다.

법조계에서는 장관 후보군으로 이 차관을 비릇해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 길태기 전 서울고검장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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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