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등판’ 한동훈 칼자루의 양날

드디어 납셨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일휘소탕혈염산하’(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 이순신 장군의 검에 새겨져 있던 문구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이순신으로 빗대 표현했다. 난관을 헤쳐나갈 적임자라고. 그러나 한 비대위원장은 검사 시절 ‘조선제일검’으로 불렸다. 잘 드는 도구에 그칠 지, 총선서 검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의 정치 참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의 전격 사퇴 이후 다시 한번 격랑의 시간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이 최종 결단을 내렸다. 앞서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상당히 숙고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진연석회의를 시작으로 의원총회, 의원 및 당협위원장 연석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서 한 비대위원장에 관한 찬성 비율이 6대4 혹은 7대3 정도라고 밝혔다. 

이슈몰이
관심 집중

지난 20일에는 상임고문단 회의까지 개최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임명을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쌓아 올린 셈이다. 빠른 비대위원장 인선으로 당내 혼란을 최대한 빨리 수습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이 자리서 상임고문단은 윤 대행을 향해 기용하라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지난 21일 한 비대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직을 내던졌다.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이면서 데뷔가 이뤄진 셈이다. 

서울 모처서 윤 대행을 만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비대위원장의 지명은 당초 예상보다 신속하게 이뤄졌다. 김 전 대표가 주류 희생을 둘러싼 당 혁신위와의 갈등 국면서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해왔으며, 사퇴 후 8일 만이다.


이날 윤 대행은 “한 비대위원장은 정치개혁을 이룰 가장 젊고 참신한 비대위원장”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인선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국민의힘 내부서 비토 정서가 곳곳서 발현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단 정치권의 이슈를 끌어오는 데는 성공했다.

현재 정치권은 곳곳서 분열 조짐이 가득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창당,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창당 등 곳곳서 신당을 만들기 위한 행보가 가속화되는 중이다. 

이 같은 사안들을 한 비대위원장이 모두 삼켜버렸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지점이다. 김 전 대표 사퇴 이후 국민의힘이 또다시 격랑의 정국으로 빠져드는 모양새였지만, 한 비대위원장이라는 인물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자연스럽게 리스크가 감춰졌다. 

한 비대위원장 본인도 발표에 앞서 사실상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못 박는 듯한 발언도 다수 내놨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같이하면 길이 된다”며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을 사릴 때 보인 경우가 더 많았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의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누구도 맹종한 적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8일 만에 빠르게 비대위원장 수락
보수 결집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


이 같은 한 비대위원장의 발언은 사실상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겠다는 뜻으로 정치권은 해석했다. 이미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은 한 비대위원장 추대를 위해 계속 판을 깔아왔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어느 정도 이점을 가져갔다. 이번이 벌써 3번째 비대위 체제지만, 비대위보다는 ‘정치인 한동훈’에 모든 시선과 관심이 쏠린다. 한 비대위원장의 인물론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암시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 비대위원장의 손 안에 국민의힘의 명운이 달려 있다. 우선 보수 대권주자 후보로 1위를 질주 중이다. 
대중적인 이미지는 여느 정치인과 비교했을 때 뒤쳐지지 않는다. 가는 곳마다 한 비대위원장을 연호하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역대 법무부 장관 중 한 비대위원장만큼 인지도가 높은 인물도 없다. 내년 총선서 인물론으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될 것임을 고려했을 때 당의 얼굴마담으로 세우기에는 적합하다. 실제로 그는 여의도 느낌을 지울 수 있고, 젊은 엘리트 이미지도 함께 갖고 있다.

존재감과 인물 하나만으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크다. 한 비대위원장의 등장 이전까지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차기 보수 대선후보로 불렸으나, 이제는 그가 대체 불가능한 수준의 지지율로 올라섰다.

비대위원장 후보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이 거론됐지만, 한 비대위원장을 뛰어넘는 관심을 받은 이는 없었다. 한 비대위원장은 보수 조직의 결집 측면서도 상당히 유리하다. 이준석 전 대표 사태 이후 국민의힘은 끊임없이 분열을 거듭해왔다. 당연히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이들 사이서도 갑론을박이 잦았다. 

과연 한 비대위원장이 갈라진 부분을 봉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갈등을 종식시킬 경우, 한 비대위원장은 정치인으로서 더욱 체급을 키울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한 비대위원장은 당정 일체 체제를 한층 더 굳힐 수도 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끊임없이 당정 일체가 필요하다가 강조해왔으나, 여러 문제들로 인해 관계가 견고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비록 수직적 관계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다수 야당에 둘러싸인 국민의힘이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대통령실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국민의힘
간판으로 

이를 한 비대위원장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여당임에도 할 말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비대위원장은 윤석열정부 2인자라는 인식과 함께 황태자로도 불린다. 그런 그가 못할 말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우려 목소리 정도는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공방전서도 활약할 모습이 그려진다.

민주당은 한 비대위원장을 겉으로는 반기고 있지만, 이제는 대놓고 한 비대위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저격하겠다는 액션을 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여전히 사법 리스크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계파 간 분란이 지속 중인데, 한 비대위원장마저 이 대표에 공격을 경우, 파급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 비대위원장도 여러 난관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우선 2인자라는 인식 때문에 윤 대통령과 얼마나 거리를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적어도 현 체제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인식이 강하다. 

누군가를 맹종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던 모습과 달리 자기 뜻대로 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윤 대통령의 아바타, ‘찐윤(진짜 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고 불리지만, 조금이라도 윤 대통령을 엄호하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빈틈이 생겨버린다. 

일각에서는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와의 검사 피의자 관계 설정보다도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물고 늘어진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미친 짓이다. 그래서 저희는 감사하다”며 “오른팔을 당 대표로 세우면, 윤 대통령 심판 정서를 더 키운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은 앞으로 한 비대위원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전망된다. 관계의 깊숙함 탓에 늘 윤 대통령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것으로 보인다.

잘하면 대박
못하면 쪽박

또 다른 문제는 이른바 대장동 50억-김건희 여사 주가조작으로 불리는 쌍특검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다. 민주당은 쌍특검 처리를 위한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상당하다. 쌍특검 처리는 내년 총선 정국에 앞서 민주당과 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안건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이를 방어해야 할 처지로 특히 김건희 특검이 발등에 떨어진 과제로 평가되고 있다. 이 말인즉슨, 한 비대위원장도 첫 번째로 부딪히게 될 난관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벌써부터 김 여사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해당 법안들은 정의당 특검 추천으로 결정하게 돼있다.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는 독소조항이 있다”며 “다음 총선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동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한 비대위원장과 김 여사의 관계는 윤 대통령만큼이나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가 검찰에 몸 담았던 시절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사이다. 김 여사의 호위무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첫 번째 미션인 김 여사 특검 방어를 위해서는 신중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가장 유력한 방식은 쌍특검을 받은 뒤, 총선 뒤에 처리하자는 방침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를 받고 나서 민주당은 김 여사의 또 다른 의혹인 서울양평고속도로, 명품백 사안을 줄줄이 꺼내들게 뻔하다는 것이다.

주가조작 의혹 특검을 처리한 뒤 한 비대위원장의 입장이 바뀐다면, 국민의힘으로서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한 비대위원장의 인물론이 먹혀들지 않고, 윤 대통령의 하수인 격으로 입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빌미로 민주당은 벌써부터 한 비대위원장을 공격하고 나섰다. 겉으로는 축하 분위기지만, 한 비대위원장은 검사 재직 시절 민주당 카운터로 불렸다. 민주당 입장서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김건희 호위무사’ 프레임 벗어나야
등판 일러 총선 패배 시 앞날 불투명

문제는 정치 이력이 없는 한 비대위원장이 이를 잘 방어해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분명 당내 빚이 없지만 당내 세력도 전무하다. 일단 세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중심은 초선 의원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악수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 초선 의원들은 김 전 대표 사퇴 이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에게 바짝 엎드려도 공천을 준다는 보장도 없다. 한 비대위원장이 정치에 참여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한 비대위원장을 공격하는 당내 세력이 생긴다. 이른바 ‘한핵관(한동훈 핵심 관계자)’과 ‘비 한핵관’으로 나뉘어 당내가 더욱 혼란스러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대위 체제의 문제는 또 있다. 내년 총선서 패배할 경우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는 점이다. 총선 정국에 앞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에 밀리는 양상이다. 당내서도 한 비대위원장을 ‘게임체인저’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국민의힘 총선 의석수를 80석~90석으로 내다봤다. 한 비대위원장을 통해 현상 유지 정도는 가능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총선서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선방만 하면 대권주자 반열의 입지를 굳힐 수 있는 셈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총선에 직접 나설지도 의문이다. 비대위원장을 맡았다가 총선서 패배할 경우, 한 비대위원장의 입지가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차기 보수 대권주자로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국민의힘의 얼굴로 불리던 이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3개월 남짓이다. 잘못되면 늘 간판으로서 책임을 지며 윤정부 탄생 이후 39개월간 7명(당 대표, 비대위원장, 권한대행)이 교체됐다. 한 비대위원장의 수명도 얼마나 오래 갈지는 지켜봐야 안다. 

조만간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 한 비대위원장 역시 당내서 공천받지 못한 이들에게 많은 공격을 받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여기에 더해 다음 대선까지는 아직 3년이나 남아 있다. 

국민의힘에 부담이 되는 이재명-윤석열 구도보다는 이재명-한동훈의 구도를 가져가야 유리하다. 지금까지는 윤 대통령의 얼굴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이 구도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등판으로 자신의 리스크를 감출 수 있다.

차라리 한 비대위원장의 이른 등판으로 다음 대권주자끼리의 맞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문제는 이 대표의 구속까지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 부분에 적극 공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일찍부터
대선구도

여의도 정가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이슈를 끌어오기 좋다. 다만 이슈만 되면 안 된다”며 “앞서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끝내면서 자신의 정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한 비대위원장도 이를 생각하면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후임 법무부 장관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장관직서 물러나면서 공식적으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게 됐다.

끊임없이 거론된 정치 참여가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후임 법무부 장관이 누가 될지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법무부는 당분간 차관 대행 체제로 업무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당장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차관인 이노공 법무부 차관 대행 체제가 유력하다.

법조계에서는 장관 후보군으로 이 차관을 비릇해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 길태기 전 서울고검장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