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등판’ 한동훈 칼자루의 양날

드디어 납셨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일휘소탕혈염산하’(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 이순신 장군의 검에 새겨져 있던 문구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이순신으로 빗대 표현했다. 난관을 헤쳐나갈 적임자라고. 그러나 한 비대위원장은 검사 시절 ‘조선제일검’으로 불렸다. 잘 드는 도구에 그칠 지, 총선서 검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의 정치 참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의 전격 사퇴 이후 다시 한번 격랑의 시간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이 최종 결단을 내렸다. 앞서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상당히 숙고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진연석회의를 시작으로 의원총회, 의원 및 당협위원장 연석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서 한 비대위원장에 관한 찬성 비율이 6대4 혹은 7대3 정도라고 밝혔다. 

이슈몰이
관심 집중

지난 20일에는 상임고문단 회의까지 개최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임명을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쌓아 올린 셈이다. 빠른 비대위원장 인선으로 당내 혼란을 최대한 빨리 수습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이 자리서 상임고문단은 윤 대행을 향해 기용하라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지난 21일 한 비대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직을 내던졌다.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이면서 데뷔가 이뤄진 셈이다. 

서울 모처서 윤 대행을 만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비대위원장의 지명은 당초 예상보다 신속하게 이뤄졌다. 김 전 대표가 주류 희생을 둘러싼 당 혁신위와의 갈등 국면서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해왔으며, 사퇴 후 8일 만이다.


이날 윤 대행은 “한 비대위원장은 정치개혁을 이룰 가장 젊고 참신한 비대위원장”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인선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국민의힘 내부서 비토 정서가 곳곳서 발현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단 정치권의 이슈를 끌어오는 데는 성공했다.

현재 정치권은 곳곳서 분열 조짐이 가득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창당,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창당 등 곳곳서 신당을 만들기 위한 행보가 가속화되는 중이다. 

이 같은 사안들을 한 비대위원장이 모두 삼켜버렸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지점이다. 김 전 대표 사퇴 이후 국민의힘이 또다시 격랑의 정국으로 빠져드는 모양새였지만, 한 비대위원장이라는 인물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자연스럽게 리스크가 감춰졌다. 

한 비대위원장 본인도 발표에 앞서 사실상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못 박는 듯한 발언도 다수 내놨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같이하면 길이 된다”며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을 사릴 때 보인 경우가 더 많았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의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누구도 맹종한 적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8일 만에 빠르게 비대위원장 수락
보수 결집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


이 같은 한 비대위원장의 발언은 사실상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겠다는 뜻으로 정치권은 해석했다. 이미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은 한 비대위원장 추대를 위해 계속 판을 깔아왔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어느 정도 이점을 가져갔다. 이번이 벌써 3번째 비대위 체제지만, 비대위보다는 ‘정치인 한동훈’에 모든 시선과 관심이 쏠린다. 한 비대위원장의 인물론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암시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 비대위원장의 손 안에 국민의힘의 명운이 달려 있다. 우선 보수 대권주자 후보로 1위를 질주 중이다. 
대중적인 이미지는 여느 정치인과 비교했을 때 뒤쳐지지 않는다. 가는 곳마다 한 비대위원장을 연호하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역대 법무부 장관 중 한 비대위원장만큼 인지도가 높은 인물도 없다. 내년 총선서 인물론으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될 것임을 고려했을 때 당의 얼굴마담으로 세우기에는 적합하다. 실제로 그는 여의도 느낌을 지울 수 있고, 젊은 엘리트 이미지도 함께 갖고 있다.

존재감과 인물 하나만으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크다. 한 비대위원장의 등장 이전까지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차기 보수 대선후보로 불렸으나, 이제는 그가 대체 불가능한 수준의 지지율로 올라섰다.

비대위원장 후보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이 거론됐지만, 한 비대위원장을 뛰어넘는 관심을 받은 이는 없었다. 한 비대위원장은 보수 조직의 결집 측면서도 상당히 유리하다. 이준석 전 대표 사태 이후 국민의힘은 끊임없이 분열을 거듭해왔다. 당연히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이들 사이서도 갑론을박이 잦았다. 

과연 한 비대위원장이 갈라진 부분을 봉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갈등을 종식시킬 경우, 한 비대위원장은 정치인으로서 더욱 체급을 키울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한 비대위원장은 당정 일체 체제를 한층 더 굳힐 수도 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끊임없이 당정 일체가 필요하다가 강조해왔으나, 여러 문제들로 인해 관계가 견고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비록 수직적 관계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다수 야당에 둘러싸인 국민의힘이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대통령실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국민의힘
간판으로 

이를 한 비대위원장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여당임에도 할 말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비대위원장은 윤석열정부 2인자라는 인식과 함께 황태자로도 불린다. 그런 그가 못할 말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우려 목소리 정도는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공방전서도 활약할 모습이 그려진다.

민주당은 한 비대위원장을 겉으로는 반기고 있지만, 이제는 대놓고 한 비대위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저격하겠다는 액션을 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여전히 사법 리스크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계파 간 분란이 지속 중인데, 한 비대위원장마저 이 대표에 공격을 경우, 파급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 비대위원장도 여러 난관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우선 2인자라는 인식 때문에 윤 대통령과 얼마나 거리를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적어도 현 체제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인식이 강하다. 

누군가를 맹종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던 모습과 달리 자기 뜻대로 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윤 대통령의 아바타, ‘찐윤(진짜 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고 불리지만, 조금이라도 윤 대통령을 엄호하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빈틈이 생겨버린다. 

일각에서는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와의 검사 피의자 관계 설정보다도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물고 늘어진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미친 짓이다. 그래서 저희는 감사하다”며 “오른팔을 당 대표로 세우면, 윤 대통령 심판 정서를 더 키운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은 앞으로 한 비대위원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전망된다. 관계의 깊숙함 탓에 늘 윤 대통령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것으로 보인다.

잘하면 대박
못하면 쪽박

또 다른 문제는 이른바 대장동 50억-김건희 여사 주가조작으로 불리는 쌍특검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다. 민주당은 쌍특검 처리를 위한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상당하다. 쌍특검 처리는 내년 총선 정국에 앞서 민주당과 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안건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이를 방어해야 할 처지로 특히 김건희 특검이 발등에 떨어진 과제로 평가되고 있다. 이 말인즉슨, 한 비대위원장도 첫 번째로 부딪히게 될 난관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벌써부터 김 여사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해당 법안들은 정의당 특검 추천으로 결정하게 돼있다.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는 독소조항이 있다”며 “다음 총선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동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한 비대위원장과 김 여사의 관계는 윤 대통령만큼이나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가 검찰에 몸 담았던 시절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사이다. 김 여사의 호위무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첫 번째 미션인 김 여사 특검 방어를 위해서는 신중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가장 유력한 방식은 쌍특검을 받은 뒤, 총선 뒤에 처리하자는 방침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를 받고 나서 민주당은 김 여사의 또 다른 의혹인 서울양평고속도로, 명품백 사안을 줄줄이 꺼내들게 뻔하다는 것이다.

주가조작 의혹 특검을 처리한 뒤 한 비대위원장의 입장이 바뀐다면, 국민의힘으로서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한 비대위원장의 인물론이 먹혀들지 않고, 윤 대통령의 하수인 격으로 입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빌미로 민주당은 벌써부터 한 비대위원장을 공격하고 나섰다. 겉으로는 축하 분위기지만, 한 비대위원장은 검사 재직 시절 민주당 카운터로 불렸다. 민주당 입장서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김건희 호위무사’ 프레임 벗어나야
등판 일러 총선 패배 시 앞날 불투명

문제는 정치 이력이 없는 한 비대위원장이 이를 잘 방어해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분명 당내 빚이 없지만 당내 세력도 전무하다. 일단 세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중심은 초선 의원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악수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 초선 의원들은 김 전 대표 사퇴 이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에게 바짝 엎드려도 공천을 준다는 보장도 없다. 한 비대위원장이 정치에 참여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한 비대위원장을 공격하는 당내 세력이 생긴다. 이른바 ‘한핵관(한동훈 핵심 관계자)’과 ‘비 한핵관’으로 나뉘어 당내가 더욱 혼란스러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대위 체제의 문제는 또 있다. 내년 총선서 패배할 경우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는 점이다. 총선 정국에 앞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에 밀리는 양상이다. 당내서도 한 비대위원장을 ‘게임체인저’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국민의힘 총선 의석수를 80석~90석으로 내다봤다. 한 비대위원장을 통해 현상 유지 정도는 가능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총선서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선방만 하면 대권주자 반열의 입지를 굳힐 수 있는 셈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총선에 직접 나설지도 의문이다. 비대위원장을 맡았다가 총선서 패배할 경우, 한 비대위원장의 입지가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차기 보수 대권주자로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국민의힘의 얼굴로 불리던 이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3개월 남짓이다. 잘못되면 늘 간판으로서 책임을 지며 윤정부 탄생 이후 39개월간 7명(당 대표, 비대위원장, 권한대행)이 교체됐다. 한 비대위원장의 수명도 얼마나 오래 갈지는 지켜봐야 안다. 

조만간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 한 비대위원장 역시 당내서 공천받지 못한 이들에게 많은 공격을 받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여기에 더해 다음 대선까지는 아직 3년이나 남아 있다. 

국민의힘에 부담이 되는 이재명-윤석열 구도보다는 이재명-한동훈의 구도를 가져가야 유리하다. 지금까지는 윤 대통령의 얼굴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이 구도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등판으로 자신의 리스크를 감출 수 있다.

차라리 한 비대위원장의 이른 등판으로 다음 대권주자끼리의 맞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문제는 이 대표의 구속까지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 부분에 적극 공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일찍부터
대선구도

여의도 정가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이슈를 끌어오기 좋다. 다만 이슈만 되면 안 된다”며 “앞서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끝내면서 자신의 정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한 비대위원장도 이를 생각하면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후임 법무부 장관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장관직서 물러나면서 공식적으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게 됐다.

끊임없이 거론된 정치 참여가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후임 법무부 장관이 누가 될지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법무부는 당분간 차관 대행 체제로 업무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당장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차관인 이노공 법무부 차관 대행 체제가 유력하다.

법조계에서는 장관 후보군으로 이 차관을 비릇해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 길태기 전 서울고검장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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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