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보장’ 쇼핑몰 리뷰 알바 실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1.21 10:09:48
  • 호수 1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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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3시간 월 300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사기 피해자는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었고, 사기꾼은 이런 마음을 이용한다. 하지만 피해 구제는 머나먼 이야기다. 물건 구매 후 리뷰를 작성한 뒤 아르바이트 비용을 받는다. 사기꾼은 처음부터 사기를 치지 않는다. 피해자가 안심하고 큰 금액을 지불할 때를 노린다.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본업 외에 부업을 통해 과외 수입을 올린 취업자가 54만명을 넘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부업 인구는 주로 60세 이상 고령층서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이들은 임시직이나 시간제 위주의 일자리에 종사해 부업을 통해 생계소득을 보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기”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주된 업무 외에 부업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은 54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명 증가했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로 역대 최대다.

부업자는 2017년 41만9000명, 2018년 43만3000명, 2019년 47만3000명에 3년째 증가세를 보이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있었던 2020년에는 44만7000명으로 감소했다. 2021년 50만6000명에는 처음으로 50만명대를 돌파해 증가세로 전환했고, 지난해에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연령별로 보면, 부업 인구는 주로 60세 이상 고령층서 증가했다. 지난해 60세 이상 부업 인구는 21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2000명 증가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은 전체 부업 인구 중 39.7%에 달했으며, 전체 증가분의 80%를 차지했다.


20대와 30대 청년층도 1년 전보다 각각 3000명 8.3%, 2000명 3.0% 늘었다. 40대는 7000명 7.9% 증가했고, 50대는 1000명 0.8% 감소했다. 고령층 부업 인구는 주로 임시직, 시간제 위주의 일자리에 종사하며 부업을 통해 생계소득을 보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의 상용직 비중은 26.4%로 전체 취업자의 구성 비중을 각각 9.1%p, 2.2%p씩 웃돌았다. 부업자는 주로 상용직 근로자와 직원을 두지 않고 홀로 일하는 ‘나홀로 사장님’을 중심으로 늘어났다.

점점 늘어나는 부업자 비율
“육아, 직장인도 가능” 유혹

부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틈을 타 기승하고 있는 사기가 있다. 바로 ‘쇼핑몰 리뷰 알바’ ‘공동구매’ 사기다. 피해자는 대부분 직장인 여성이나 전업주부들이다.

피해자 A씨는 “남편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었지만, 동시에 아기도 돌봐야 했다”며 “그때 ‘쇼핑몰 제품 리뷰 알바’를 뽑는다는 문자가 와서 했는데 사기였다. 피해 금액은 500만원이었다”고 말했다.

A씨와 비슷한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B씨는 “지난달 13일, 공동구매 리뷰 알바를 해달라고 해서 했는데 사기당하고 경찰이 계좌 영장 추적을 하고 있다. 은행에선 회신 중이라고 하는데, 대포 통장 명의인을 잡아서 추적할 수 있는 걸까? 대포 통장 명의가 잡히면 내 돈을 찾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글을 남겼다. 


이 같은 사기는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는 걸까? <일요시사>는 ‘쇼핑몰 리뷰 아르바이트를 뽑는다’는 C씨 연락에 응답했다.

그러자 “직장인, 프리랜서, 주부, 취업준비생, 소상공인, 퇴직하신 분 중 만 22세 이상 남녀 모두 가능하다. 근무 시간은 본인 시간에 맞춰 배정한다. 하루 2~3시간 정도 근무하면 된다”며 “월 300만원 이상, 업무에 따라 하루 일급이 달라질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문자메시지 마지막에는 오픈 카톡방으로 연결된 링크가 있었다. 기자가 링크로 들어간 뒤 “쇼핑몰 리뷰가 어떤 일인지 궁금하다”고 묻자 C씨는 자신을 마케팅 상담자라고 간단히 소개했다. 그는 “업무는 간단하다. 쇼핑몰서 상품을 구매한 다음 상품 리뷰를 작성하는 일이다. 평점 별 4개 이상 30자 이상의 후기를 작성하면 된다. 후기를 남긴 상품 값의 3%~10%를 아르바이트 비용으로 지불한다”고 답했다.

“후기 상품값 3~10% 지불”
연락 끊기고 돈도 못 받아

쇼핑몰서 직접 (구매)결제한 뒤 후기를 작성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상품은 구매자에게 배송되지 않고, 제품 구매 내역이 있으면 그것으로 후기를 작성한다. 후기 작성 후에는 구매 비용과 아르바이트 비용을 동시에 주겠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리뷰 작성 아르바이트에 관심을 보이자 C씨는 적극적으로 설명에 나서면서 고용 근로계약서를 보냈다. 하지만 계약일이나 페널티 규정이 전혀 없는 계약서였다.

이때 허점이 발견됐다.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상품을 결제하고 후기를 남겨야 하는데, 무조건 무통장 입금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카드 결제로 하면 안 되느냐”고 묻자 그는 “카드 결제는 리뷰 작성을 바로 할 수 없고 현금을 입금해야 바로 할 수 있다. 그래서 무조건 현금만 받고, 환급받는 데 일주일 걸린다”고 대답했다.

상품의 금액에 따라서 받는 돈의 액수도 달랐다. 아르바이트비는 10만~50만원, 50만~100만원, 100만~200만원으로 나뉘어 지급된다. 즉, 비싼 상품을 구매해야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다.

C씨는 쇼핑몰 링크를 보내며 사야 하는 제품을 알려줬다. 하지만 보내준 쇼핑몰 사이트에 나와 있는 사업자 정보는 엉터리였고, 사이트도 정체불명이었다. 그는 “내가 상품을 배정해주겠다. 지금 공동구매팀 미션이 진행 중인데, 이걸로 하면 수당을 10% 더 받을 수 있다. 개인으로 하면 5%밖에 못 받는다”고 설명했다.

공동구매팀 미션이란 100만원 이상의 고가품을 팀원 3명과 팀장이 각자 구매하는 것이었다. 구매 방식은 똑같이 현금 무통장 입금으로만 가능했다. <일요시사>는 더 이상 카카오톡 대화를 진행하진 않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속아 넘어가는 피해자가 많았다.

처음부터 사기를 치는 것은 아니었다. 피해자 A씨는 2번 정도 제품을 구매하고 리뷰를 작성한 뒤 제대로 금액을 받았다. 그러자 점점 구매 금액이 커졌고, 어느 순간 카카오톡 방이 사라져 연락이 끊겼다.

구제는?


A씨는 “나는 사기 안 당할 줄 알았는데 당하니 너무 황당하다. 보이스피싱은 피해 구제가 있는데, 쇼핑몰 리뷰 사기는 아무런 구제가 없다. 지금 증거 자료를 다 제출했다. 카카오톡으로 사기꾼과 연락이 된다. 이런 상황인데도 경찰은 그냥 차단하라고만 한다. 사기당하니 사기당한 게 죄라는 말이 실감 난다”고 토로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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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