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길 대법원장 청문회 관전 포인트

이번엔 야당도 OK?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미스터 소수 의견’으로 불리는 조희대 전 대법관이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됐다. 중도보수 성향을 지녔지만 법대로, 소신대로 판단하는 조 후보자의 인선 가능성을 두고 여러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사법부 공백의 부담감을 함께 안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서 야당 주도로 부결된 지 약 40일째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장 공백으로 사법 행정의 마비를 우려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일, 대법원장 공백을 끊겠다며 중도보수 성향의 조희대 전 대법관을 후보자로 지명했다. 

공백 해결?

조 후보자는 경북 경주 출신으로 대구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6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임관해 30년 가까이 법관으로 일했다. 2014년 3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으로 대법관에 임명됐으며 퇴임 후 로펌에 가지 않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해왔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8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조희대 후보자는 27년 동안 전국 각지 법원서 판사로 재직하다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대법관으로 봉직했다”며 “법관으로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데 평생 헌신했고 대법관으로서도 원칙론자로 정평이 날 정도로 법과 원칙이 바로 선,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력을 보여왔다”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는 후임자를 고르는 데 있어 (임명동의안)국회를 통과하는 부분과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오래되면 안 되는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조 후보자가)문제없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인선에 관해 여러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보수 성향의 원칙주의자로 불리는 조 전 대법관이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야당의 반대로 인한 대법원장 공백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진보 성향이 짙었던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서 굵직한 사건에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미스터 소수 의견’으로 불렸다.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에서는 처벌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비판적 다큐멘터리인 <백년전쟁>에 대해서는 “검증되지 않은 사료로 사실을 왜곡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중도보수 조희대 전 대법관 지명
인선 가능성 두고 여러 관측 제기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전원합의체 사건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해선 어떠한 뇌물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가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말 3필에 대해서도 “뇌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소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 

현재 대법원 대법관의 성향은 중도·보수 7명, 진보 5명으로 구성돼있다. 조 후보자가 인선된다면 8 대 5로 더욱 중도보수 측이 힘을 받게 된다. 

게다가 내년 1월1일에 중도보수 성향의 안철상 대법관과 진보 성향의 민유숙 대법관이 퇴임한다. 대법원장이 대법관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조 후보자는 인선 이후 바로 후임을 물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당 인사로 중도보수와 진보 측의 균형이 유지되는지 무너지는지 결정되는 점도 야당의 부담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는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예방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찾은 자리서 기자들과 만나 보수 색채가 강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에 관해 “무유정법이라는 말이 있다. 정해진 법이 없는 게 참다운 법이라는 말”이라며 “예전 대법관 취임사에서도 우리 두 눈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본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제가 한평생 법관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좌나 우에 치우치지 않고 항상 중도의 길을 걷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1957년 6월 태어난 조 후보자가 헌법이 정한 대법원장 임기(6년)를 채우지 못하고 2027년 6월 정년(70세)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조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윤 대통령이 퇴임 전 후임 대통령과 협의해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는 임기 문제에 관해 “기간이 문제가 아니고 단 하루를 하더라도 진심과 성의를 다해 헌법을 받들겠다”고 기간이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임기 문제는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게 호재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으로선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곧바로 원하는 사람을 대법원장으로 지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와 달리 정계에서는 조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조 후보는 세간에서 ‘판사다운 판사’ ‘선비형 법관’ ‘돈 욕심 없는 판사’로 불린다. 조 후보자가 말로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재판으로만 말하는 강단있는 법관이며 돈보다 배우고 가르치는 데 욕심이 있다는 평가다.

굵직한 사건 반대 의견
‘미스터 소수 의견’ 통과?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조 후보자는 지난 2020년 대법관 퇴임 후 성균관대학교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긴 뒤 대법원장 지명 전까지 후학 양성에 힘썼다. 국내 대형 로펌 여러 곳이 영입 제의를 했지만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의 이 같은 인품은 2014년 대법관에 임명되기 전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논의 단계서 이미 인정받았다.

조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김동철 의원(현 한전 사장)이 맡았다. 그는 청문회 실시 직후 본회의에 보고하는 과정서 “도덕성 측면서 특별한 흠결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김 의원은 “이번 청문회는 병역기피, 탈세,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등 불미스러운 사안들이 전혀 제기되지 않았다”며 조 후보자의 청렴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도 조 후보자에 관해 “조 후보자는 보수쪽 문제든 진보쪽 문제든 자신의 소신을 관철한 인물”이라며 “조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된다고 편향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거론된 후보자 중 가장 중도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지난 9월25일 퇴임했다. 윤 대통령은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민주당은 이 전 후보자의 도덕성과 성인지 감수성 등을 문제 삼고 임명동의안을 부결했다.


이 전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로 대법원장 자리는 공석이 됐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 없이 대법원이 운영되는 것은 지난 1993년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김덕주 전 대법원장 이후 처음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철저한 인사검증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야당도 OK?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지난 8일 서면 브리핑서 “헌정 사상 두 번째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과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는 윤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가 불러온 결과였다”며 “사법부 수장의 공백으로 고통받은 것은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남은 일은 윤 대통령의 조 후보자 지명이 잘못된 인사의 반성 위에서 이뤄졌는지 살피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조 후보자가 대통령실의 설명대로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인지 국민의 눈높이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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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