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정화된 밤’ 김명주

쇤베르크 곡과 릴케 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구 소재 갤러리 호리아트스페이스서 김명주 작가의 개인전 ‘정화된 밤(Transfigured Night)’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음악을 도자와 회화로 재해석한 작품이 소개된다.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음악은 힘과 생동감이 넘치는 음률로 유명하다. 독일의 서정시인 리하르트 데멜의 연작시 중 하나인 ‘정화된 밤’에 쇤베르크가 곡을 붙인 현악 6중주곡은 오랜 시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호리아트스페이스는 김명주 작가의 개인전 ‘정화된 밤’에서 쇤베르크의 곡을 작품으로 옮기는 이색적인 전시를 기획했다.

음악을

김명주는 이번 전시서 도자를 활용한 입체작품과 설치 회화, 드로잉을 동시에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정화된 밤’은 쇤베르크 음악과 데멜의 연작시서 차용했다. 관람객은 음악적인 감성과 시적인 운율이 느껴지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높이 170㎝의 대형 입체작품 ‘자화상’은 도자의 조형토 작업이라기보다 회화 작품서 방금 빠져나온 듯한 감성적인 생동감을 발산한다. 자유롭게 빚은 흙과 흘러내리는 유약의 시각효과는 어떠한 형상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작품의 미묘한 감동을 담았다는 평이다. 

김나리 호리아트스페이스 대표는 “김명주는 일상적인 재현을 벗어난 감각적 형상의 독창적인 도예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며 “특히 흙이 지닌 고유한 물성을 직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작품은 김명주를 ‘흙의 통역사’로 부를만하다”고 밝혔다. 


도자 작품 등 총 27점 소개
“1000개의 얼굴 만들어내”

김명주는 “최근 릴케의 글을 읽었는데 ‘고통은 존재의 원석’이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태어나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피할 수 없는 고통과 상실감, 닥쳐오는 어둠, 그리고 더 나아가 정화돼가는 과정까지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쇤베르크의 음악처럼 모든 어둠이 빛으로 나아가는 서사에 집중하고 있다. 깊은 내면에 집중해 새 생명력을 불어넣은 작품을 보여주는 식이다. 격정적이면서 동시에 열정적이고 간절함이 스민 작업은 시의 영감과 음악의 선율로 관람객에게 다가선다. 

김명주의 손끝을 거쳐 고온의 가마로 들어가 흘러내린 유약을 통해 드러난 내면의 형상과 더불어 드로잉, 그리고 병행해온 회화작품은 관람객 개개인의 감상을 이끌어내고 마음속에 울림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입체 도자 작품 7점, 부조 도자 작품 2점, 회화 5점, 드로잉 13점 등 총 27점을 감상할 수 있다. 

작품으로

심상용 서울대 교수는 “김명주는 1000개의 얼굴을 만들어낸다. 믿기 어려울 만큼 각기 상이한 표정, 존재성의 다양한 층위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지닌 얼굴”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이번 달 25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김명주는?]


▲학력
홍익대 도예과 졸업
벨기에 브뤼셀 깜브르 국립고등시각미술학교 도예과 석사

▲개인전
‘기쁨의 거울(Salle basse de l’Auditorium Rostropovitch)’ 프랑스(2022)
‘얼굴(Vazieux Art Gallery)’ 프랑스(2022)
‘영혼의 흙(Kunstforum Solothurn)’ 스위스(2022)
‘비밀의 형상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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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간첩서 이사장으로’ 기막힌 신분 세탁 추적

[단독] ‘간첩서 이사장으로’ 기막힌 신분 세탁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횡령 혐의로 고발한 ‘월드장학재단’의 이사장이 전 조선노동당 총책 황모씨로 드러났다. 황씨는 이사장 취임 2개월 만인 2020년 4월15일, 교육청 허가 없이 재단 자금 50억2500만원을 유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재단은 ‘월드메르디앙’으로 유명한 월드건설산업 조규상 회장이 2002년 설립했다. 회사 자산 등 50억원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하고, 모교와 고향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왔다. 조 회장이 별세하기 2년 전인 2020년 2월20일 사임하면서 이사진도 전격 교체됐다.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황씨와 더불어민주당 관련 인물이 연루되면서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모조품으로 꾸민 작전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2월 공익법인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단을 경찰에 고발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재단이 결산서 등을 제출하지 않자 확인에 나섰고, 재단 기본재산에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공익법인은 기본재산을 처분, 변경하고자 할 때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4월14일 황씨를 포함한 이사진 5명은 이사회를 열어 재단 자금 50억2500만원을 A씨에게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황씨가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2개월 여만이다. 대여금 50억2500만원에 대한 취득 담보는 A씨가 소유한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그림(작품명 ‘호박’) 2점에 대한 평가액을 55억원으로 설정했다. 대여금리는 2020년 4월14일부터 2021년 4월15일까지 연 2.4%를 적용했다고 ‘이사회 이사록’에 적혀 있다. 이어 2021년 4월15일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사회 회의록에는 2022년 4월15일까지 연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한 연장에 대한 이사회에선 ‘호박’ 2점에 대한 평가액을 65억원으로 계상하기도 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사건을 주도한 인물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출신으로 알려진 장모씨라고 지목했다. 제보자는 “현재 월드장학재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사들은 대부분 장씨의 지인”이라며 “장씨가 위작을 담보로 자금을 대여해준 것처럼 꾸며 재단의 자금을 횡령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장씨가 지인과 통화한 녹취 파일에도 “내가 이사장과 이사들을 추천했다”고 언급했다. 장씨가 A씨에게 ‘호박’ 작품을 구매하라고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특히, A씨가 구매한 ‘호박’ 작품 2점 모두 위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쿠사마 야요이 ‘호박’ 원본의 영문 철자는 ‘Pumpkin’이지만, 이들이 담보로 제시한 작품 설명서에는 ‘Pumpukin’이라고 표기돼있다. 제보자는 취재진과 인터뷰서 “쿠사마 야요이 측에서 ‘진품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작품’이라는 답변을 받았고, 감정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는 권유를 받았다”고 말했다.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시리즈는 미술시장서 환금성이 높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교육청 고발, 성동경찰서 수사 허가 없이 장학재단 자금 맘대로 유용 월드장학재단 이사회 의사록이 허위로 작성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앞서 대여금 지출에 관한 의사록은 2020년도에 작성됐으나, 장씨가 A씨에게 ‘호박’을 구매하라고 지시한 시기는 2023년이었다는 것이다. A씨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2023년에 서울 용산구서 만난 장씨는 ‘월드장학재단 자금 인출에 대한 명분이 없다. 네가 빌린 것으로 해줄 수 없겠냐’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수긍하자 재단은 A씨가 2020년 4월15일부터 2022년 4월15일까지 50억2500만원을 대여한 것처럼 꾸며 의사록을 작성했다. 월드장학재단 자금 50억2500만원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실제로 A씨는 자금을 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내가 50억이 넘는 돈을 받았으면 이렇게 태연하게 전화를 받겠느냐”며 “장씨가 부탁해서 대여자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 황당하고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재단 횡령에 가담한 인물들에 대한 배경에 민주당 연루 의혹도 제기됐다. 먼저, 이사장 황씨는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중부지역당 사건은 1992년 제14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10월6일, 국가안전기획부가 “남로당 이후 최대 간첩단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90여명을 간첩 혐의로 적발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안기부는 “남한 조선노동당 가담자 95명을 적발해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총책 황씨 등 62명을 구속하고 300여명을 추적 중”이라고 발표했다. 황씨는 거물급 고정 간첩 이선실(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게 포섭돼 1990년 입북했던 바 있다. 이후 북한 노동당에 가입, 간첩 교육을 받은 후 ‘중부지역서 당을 조직하라’는 지령을 받고 남파됐다. 국내서 중부지역당 총책으로 활동하다 1992년 체포됐고, 대법원서 간첩 및 반국가단체 결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8년 8·15 특사 때 형집행정지로 풀려났고 노무현정부 때인 2003년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좌파들의 횡령 잔치 황씨의 간첩 혐의는 노무현정부의 과거사 진상조사 때 재확인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는 2007년 보고서에서 “북한과 손잡고 남한 사회의 변혁을 이루고자 했던 국내 일부 운동 세력 및 인물들과 북한의 적극적인 대남 공작이 결합돼 발생한 사건”이라고 적었다. 황씨는 1980년 사북 사태 중심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같은 해 6월 미스 유니버스 대회장 폭파 미수 사건으로 체포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황씨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직접 만든 사제 폭약을 들고 대회장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18년 강원랜드 상임감사 최종 후보에 오른 2인 중 한 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당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은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황씨의 간첩 혐의가 명백한데도 정부가 황씨 이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강원랜드는 2018년 5월 모집 공고를 낸 뒤 임원추천위원회(비상임이사 3명·외부위원 2명 구성)의 추천을 거쳐 후보자 5인의 이력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제출했다. 이후 위원회는 심의·의결을 거쳐 황씨가 포함된 최종 2인 명단을 강원랜드로 보냈다. 위원회 절차를 거치는 만큼, 공기업 상임감사위원 임명 시 정부 측의 판단이 중요하다. 공기업 상임감사위원은 감사 조직을 책임지는 역할이다. 큰 범위서 내부 비리를 감시하고 회계업무를 감독해 경영진을 견제하며 방만 경영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당시 강원랜드 언론팀은 “확인해드릴 수 있는 건 현재 (상임감사위원 최종 후보에 오른 인물은)2명이라는 사실 뿐”이라고만 밝혔다. 관계자는 최종 후보에 오른 인물의 신상에 대해서 알지 못할뿐더러 발표 이전이기에 공개하기도 힘들다고도 했다. 어떻게 돌아왔나 황씨는 정치권에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여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는 “2004년 2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과 공천권을 쥔 모 의원 등으로부터 정치 입문 제의를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황씨는 <신동아>와 인터뷰서 “정 의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자기가 적극 밀 테니까 한번 만나자고 했지만, 정치에 뜻이 없어 만나지 않았다”면서 “(한나라당의 그 같은 제의를 보면서)우리 같은 전력을 가진 사람도 이제 아무런 문제가 없구나, 이제는 거리낌 없이 살아도 되겠구나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황씨의 주장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전면 부인했다. 정 의원은 “2월에는 당장 내 공천 문제 때문에 정신없던 때였는데 다른 사람 신경 쓸 겨를이 있었겠냐”고 반문하면서 “황씨와 전화 통화한 적도 있고, 한번 만난 적도 있지만, 전혀 다른 일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횡령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장씨는 2022년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단체인 ‘기본경제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라임펀드 사태에 연루돼 해외 도피 중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으로부터 라임 자금 19억6000만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장씨는 지난해 3월 민주노총 위원장을 사칭해 피해자를 속이고 자금을 편취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업계에서는 장씨를 상장사 셀피글로벌, 디딤이엔에프, 메탈바인 자금 횡령 사건을 주도한 ‘기업사냥꾼’ 일당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장씨는 3개 회사의 총괄감사위원장 명함을 뿌리고 다녔다. 장씨 일당으로 언급되는 안모씨는 메탈바인의 실사주로 통하는데, 장씨는 메탈바인의 감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안씨가 ‘작전세력’으로 지목됐던 코스닥 상장사 셀피글로벌에도 장씨의 측근이자 월드장학재단 이사인 이모씨가 2022년 8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기업사냥꾼 등장 민주당 연루 의혹 셀피글로벌 소액주주들은 안씨를 주가 폭락, 거래정지의 배후로 지목하고 규탄하고 있다. 장씨와 안씨의 연관성은 디딤이앤에프의 최대주주와 전 경영진 간의 경영권 다툼 과정서도 제기됐다. 디딤이앤에프는 2023년 3월부터 주요주주가 된 슈퍼개미(거액의 돈을 굴리는 개인투자자) 김상훈씨의 독특한 공시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코스닥 상장사다. 공시에 자신의 직업을 ‘모험가’라고 소개한 김씨는 물타기(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평균 매수단가가 현재의 주가보다 높을 때 손실을 줄일 목적으로 일정 기간을 두고 계속 매수하는 것)를 하다가 디딤이앤에프의 최대주주가 됐다. 2024년 초까지 이전 경영진과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가 그해 5월 경영권 분쟁 종결에 합의했다. 사측(전 경영진)은 김씨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지난 1월 ‘주주님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김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기업사냥꾼 안씨 일당이 회사를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대주주로 오른 김씨보다는 안씨 등에 대한 폭로가 강조됐다. 회사를 괴롭히는 이들로 ‘멜파스, 유테크, 셀피글로벌 등 3개 회사를 상장 폐지시킨 기업사냥꾼 안모씨 일당’을 언급하기도 했다. 사측은 “‘안모씨 일당’이 메탈바인 감사로 재직 중인 장씨에게 디딤이앤에프와 메탈바인, 셀피글로벌 등 3개 회사의 총괄 감사위원장 직위가 각인된 위조 명함을 제작해줘 메탈바인과 디딤이앤에프가 한 회사인 것처럼 보이게 한 후 이를 활용해 투자자들을 기망하는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세청이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제도’를 시행한 지난 2009년 월드장학재단의 최초 공시를 보면 월드건설산업이 현금 약 50억7000만원, 조 회장이 현금 약 1억3000만원을 출연한 것으로 명시됐다. 이후 장학재단은 51억~52억원 규모의 자산을 유지해 왔다. 눈치보는 정치권 50억원이 정기예금에 예치돼있었던 만큼 자산 대부분은 금융자산(단기금융상품,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2023년 1월 재단이 공시한 공익법인 결산서류를 살펴보면, 50억2500만원이 공익목적 사업의 현금자산이 아닌 기타사업의 장기대여금으로 분류됐다. 금융자산은 약 7600만원으로 명시됐다. 2022년 재무제표에는 50억2500만원이 대여금으로 분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고발한 내용은 현재 서울 성동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성동경찰서 관계자는 “횡령 건으로 고발이 접수돼 수사 중이라 수사 대상, 자금 사용처 등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