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고택 ①구례 운조루

품이 너른 평온한 집

‘구름 속의 새처럼 숨어 사는 집’ ‘구름 위를 나는 새도 돌아오는 집’. 운조루(雲鳥樓, 국가민속문화재)는 중국 시인 도연명이 쓴 〈귀거래사〉의 “구름〔雲〕은 무심히 산골짜기에 피어오르고, 새〔鳥〕들은 날기 지쳐 둥우리로 돌아오네”라는 구절에서 딴 글자로 이름했다. 구름처럼 너그럽고 포근한 고택은 베풀고 나누는 운조루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있다.

운조루는 1776년(영조 52년) 류이주 선생이 낙안군수를 지낼 때 지은 집이다. 250년 가까이 잘 보존된 외관은 물론, 고택에 스민 정신이 면면히 전해온다. 류 선생은 낙안에서 가까운 곳에 집터를 살펴보다가 뒤에는 지리산이, 앞에는 섬진강이 흐르는 명당에 운조루를 건축했다. 수원유수로 재직할 때 수원 화성 축조에 참여한 만큼 건축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을 것이다. 운조루를 짓는 7년 동안 심혈을 기울였으리라. 운조루는 규모가 제법 크지만, 장식이 거의 없는 소박한 자태가 돋보인다.

소박한 자태

솟을대문 앞에 커다란 뒤주가 놓인 집이 운조루다. 타인능해(他人能解)라고 새긴 뒤주는 류씨 가문 대대로 이어오는 보물이다. 쌀 2가마니 반 정도 들어가는 뒤주에 항상 쌀을 채워 곤궁한 이웃이 가져가게 했다. 타인능해는 ‘누구나 열 수 있다’라는 뜻으로, 가난하고 어려운 당신을 이해한다는 공감과 타인을 향한 배려가 자연스레 배어난다. 운조루 1년 소출의 20%에 해당하는 36가마니를 이웃에게 베풀었다고 전해진다. 뒤주 실물은 운조루유물전시관에 있다.

고택에 들어서자 꾸미지 않은 풍경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대문 양옆으로 긴 행랑채가 눈에 띈다. 일하는 사람이 머무르던 곳으로 서쪽 7칸, 동쪽 11칸이다. 행랑채 한쪽 끝에 죽은 사람을 석 달 동안 모셔두는 가빈 터의 흔적도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온 문상객이 장례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운조루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채는 여름에 해를 가리고 겨울에 바람을 막는 들어열개가 있다. 문짝을 한껏 올려 고정하면 내가 집 안에 있는지, 자연 속에 있는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한가롭게 운치를 즐기기 좋다.


현재 운조루는 10대손 류정수씨가 지키고 있다. 그는 사랑채 누마루에서 여행객을 반갑게 맞이하며 그윽한 차를 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오봉산과 계족산의 부드러운 곡선과 처마가 마음을 다독인다. 선조들은 이 풍경을 두고 얼마나 많은 글을 지었을까. 매천 황현 선생은 “서헌은 객을 머무르게 하는 가장 좋은 곳으로 비와 같은 솔바람 술 위에 파란을 일으키네”라며 운조루의 정취를 예찬했다.

사랑채에서 안채로 이어지는 곳에 부엌이 있다. 운조루는 굴뚝이 낮은데, 밥 짓는 연기가 높이 솟지 않게 함이다. 가난한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담긴 섬세한 건축이다. 여성이 생활하던 안채는 ‘ㅁ 자형’으로, 돌계단이 높아 고아한 기품이 서린 듯하다.

운조루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채
이곳에서 바라보는 오봉산과 계족산

안채 다락은 바깥세상을 자유롭게 보지 못하던 집안 여인들에게 탁 트인 휴식 공간이자, 아이들의 비밀스러운 놀이터였을 듯하다. 운조루는 항상 열려 있으며 입장료는 어른 1000원, 학생(10~18세) 700원이다.

고택 근처 운조루유물전시관도 함께 둘러보자. 류씨 집안 대대로 전해지는 유물과 고택에 있던 현판, 타인능해 뒤주 실물을 전시한다.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유물과 기록은 당시 시대상을 연구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직한 필체가 눈길을 사로잡는 귀만와(歸晩窩) 현판은 류 선생의 친구인 서예가 직암 윤사국의 글씨다. 운조루 현판은 운조루 3대 주인 류억과 막연한 고동 이익회의 글씨로, 유연한 미가 흐른다. 소장고에 있는 수분실(隨分室) 현판의 뜻도 되새겨볼 만하다. ‘자기 형편에 따라 절제 있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를 전한다.

전시관에 걸린 영정 속 류 선생의 표정이 인자하다. 사랑채 누마루에서 아이를 품에 안고 뜰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넉넉한 인품이 느껴진다. 운조루유물전시관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월요일, 명절 당일, 임시공휴일 휴관), 관람료는 없다.


운조루서 자동차로 5분쯤 가면 섬진강어류생태관에 닿는다. 섬진강 민물고기 자원의 전시와 보전을 담당하는 곳이다. 멸종 위기종인 수달(천연기념물) 한 쌍도 만날 수 있다(오후 2시30분~4시). 생태관은 지난 7월 재개관하면서 체험 수조, 먹이 주기 등 프로그램을 마련해 즐길 거리가 풍성해졌다. 생태관 옆 섬진강수달생태공원도 산책하기 좋다.

매월 끝자리 3·8일에 열리는 구례5일시장은 지리산서 나는 약재와 산나물이 푸짐하고, 인심이 넉넉하다. 40년이 넘은 뻥튀기 가게와 수제 도마 가게 등에서 온기가 넘치고, 핫도그와 호떡, 튀김 등 갖가지 주전부리를 파는 청년점포가 생기를 더한다.

구례5일장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든 천은사 상생의길&소나무숲길은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곳이다. 지리산 서남쪽 천은사 주변 3.3㎞에 조성한 길이다. 명상하며 천은사 주위 산을 도는 나눔길, 천은저수지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 보듬길, 무장애 탐방로 누림길서 자연의 깊은 여운을 맛보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천은사상생의길&소나무숲길→운조루→섬진강어류생태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구례5일시장→운조루→쌍산재
-둘째 날 섬진강어류생태관→천은사상생의길&소나무숲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구례여행 www.gurye.go.kr/tour/main.do
-운조루 www.unjo ru.net
-섬진강어류생태관 https://sjfish.jeonnam.go.kr

문의 전화
-구례군청 문화관광실 061)780-2226
-운조루 061)781-2644
-운조루유물전시관 061)782-2432
-섬진강어류생태관 061)781-3666

대중교통
-버스 서울-구례,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8회(06:40~19: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구례공영버스터미널 정류장서 4-2번·4-3번·4-4번·4-5번·4-6번·4-10번 버스 등 이용, 원내 정류장 하차, 운조루까지 도보 약 500m. 구례공영버스터미널 정류장서 4-8번·4-9번 버스 이용, 운조루 정류장 하차, 운조루까지 도보 약 40m.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구례공영버스터미널 061)780-2731

-기차 용산역-구례구역, KTX 하루 6회(07:09~18:47) 운행, 2시간30분~3시간 10분 소요. 구례구역 정류장서 2-1번·2-5번·2-9번·2-12번 버스 등 이용, 서울안과 정류장 하차, 도보 약 300m 이동, 하나로마트 정류장서 4-2번·4-4번·4-5번·4-6번·4-10번 버스 등 환승, 원내 정류장 하차, 운조루까지 도보 약 50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순천완주고속도로→구례화엄사 IC→구례화엄사톨게이트서 왼쪽→용방교차로서 구례·지리산국립공원 방면 오른쪽→냉천교차로서 하동·화엄사 방면 오른쪽→냉천삼거리서 남해·하동 방면 회전교차로 12시 방향→광평삼거리서 남해·하동 방면 회전교차로 직진→운조루길 방면 좌회전→곡전재길 방면 우회전→운조루유물전시관 주차장

숙박 정보
-노고단게스트하우스: 산동면 하관1길, 061)782-1507, https://no godanguesthouse.modoo.at
-지리산호수리조트: 산동면 구만제로, 061)783-0011, http://jirisanhosu.com
-쉬리펜션: 토지면 섬진강대로, 010-4583-8255, www.shiri.co.kr

식당 정보
-들녘밥상(뽕잎백반): 토지면 운조루길, 061)781-8881
-지리산오여사(우리들깨칼국수): 구례읍 5일시장작은길, 061)781-1431
-지리산소풍(산나물밥·제철샐러드): 구례읍 구례2길, 0507-1332-4121

주변 볼거리
지리산피아골축제: 2023년 11월4~5일, 피아골단풍공원·피아골 일원, 061)780-2226(구례군청 문화관광실)
사성암, 천개의향나무숲, 화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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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