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슈킹’ 김봉현 30억 미스터리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0.13 15:36:11
  • 호수 14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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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 당했다” 감쪽같은 배달 사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임 사태’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계좌를 털린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1200억원대 횡령 혐의로 기소돼 2심서도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은 김봉현 전 회장. 그의 이기심으로 한 중소기업은 파산 위기에 놓였다.

2018년 김봉현 전 회장은 수원여객운수(수원여객) 최고재무책임자(CFO) 김광우,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 김중희 등과 공모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렸다. 이들은 수원여객이 기업을 인수할 것처럼 허위 서류를 작성하고 인수자금을 횡령했다. 실제로 2018년 말 수원여객은 전기버스 생산 협력사 하이테크시스(하이테크)를 인수하겠다며 계약서 한 장 없이 30억원을 송금했다.

달콤한 유혹
작업 당했나

하이테크는 자동차 시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2009년부터 한국지엠의 주거래처였다. 이후 한국지엠이 경영 악화를 겪자 덩달아 18억원의 빚을 떠안게 되며 제품 생산에도 차질이 생겼다.

돌파구를 찾던 하이테크 측은 거래처를 모색하는 과정서 거래처였던 우노이앤피 사장 정모씨에게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정 사장은 하이테크 측에 “경기도의 버스 운영사 수원여객이 전기버스를 생산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는 하이테크가 수원여객의 협력사로 일할 수 있도록 중매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2018년 10월19일, 정 사장이 하이테크 측에 전달한 이메일에 따르면 “수원여객이 전기버스 약 100대를 구매하고자 한다”며 “30~40% 물량을 지자체 특색에 맞춰 디자인 및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당사(하이테크)의 역할 및 자세한 내용은 추후 전달하겠다”고 제안했다.

수원여객은 전기버스 제작을 위해 하이테크의 자동차 제작 기술이 필요했다.

그는 “정부 산자부의 추후 계획은 (내연기관 버스를)전기 버스로 단계적인 교체를 하니 좋은 기회라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이후 정 사장은 하이테크 측에 “협업을 원했던 수원여객이 하이테크를 3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이테크는 “직원들만 해고하지 않는다면 흔쾌히 인수해달라”고 했다.

인수계약을 앞둔 상황서 정 사장이 “하이테크 계좌번호를 주면 인수조건으로 30억원을 주겠다”고 하자, 하이테크 측은 그에게 계좌번호를 넘겼다.

2018년 10월26일 수원여객은 하이테크에 30억원을 입금하면서 인수계약서를 보내지 않았다. 당시 수원여객과 하이테크, 우노이앤피 정 사장이 함께 인수계약을 약속한 날이었다. 

수원여객, 하이테크 인수 시도
계약서 한 장 없이 바로 송금


하이테크 측에 따르면 수원여객 관계자는 오지 않았고, 인수계약서조차 보내지 않았다. 수원여객 측은 정 사장에게 “날짜를 다시 잡아 인수계약을 정식으로 하자”고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자 하이테크 측은 정 사장에게 “계약서도 없이 돈부터 보내는 건 껄끄럽다”며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에 정 사장은 “(인수금을)수원여객으로 입금하면 인수에 차질이 생긴다”며 “인수계약을 정식으로 할 때 까지 우리 회사(우노이앤피)로 입금해두면 된다”고 제안했다. 하이테크가 수원여객이 아닌 정 사장에게 30억원을 돌려준 이유다.

실제로 하이테크는 수원여객서 인수금을 받은 당일, 우노이앤피 계좌로 인수금을 반환했다. 

수원여객의 인수계약을 기다리던 하이테크는 원치 않는 답변을 받았다. 2018년 12월14일 수원여객 측은 하이테크에 40억원에 달하는 전환사채 인수계약을 제안했다. 이에 하이테크는 매각하지 않겠다고 정정했다. 

인수를 거절한 하이테크 측은 정 사장에게 전화 통화로 “수원여객에게 30억을 돌려주라”고 재촉했다. 그해 12월31일, 정 사장은 수원여객에 30억원을 돌려줬다는 은행 입출금 거래내역 등을 하이테크 측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2019년 1월경 수원 남부지방검찰청은 김봉현 일당이 수원여객의 자금 241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수원여객이 수원서부경찰서에 김봉현 일당과 하이테크 등 자금이 유출된 기업을 고소하면서다. 김봉현 일당이 횡령한 수원여객 자금 중 30억원이 하이테크에 인수자금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수원 남부지검과 수원여객 측 이세중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김봉현의 하이테크와의 공모 여부를 따졌다. 검찰 조사에서 하이테크는 “정 사장의 소개로 수원여객을 소개받았을 뿐, 김봉현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하면서 입증할만한 자료를 제출했다.

진술 자료를 확보한 수원 남부지검(권영배 수사관)은 2019년 2월 “(하이테크는)김봉현 일당과 관련이 없음을 확인했다. 하이테크에 입금됐던 30억원이 수원여객에 입금됐으니 걱정말라”며 “수원여객이 김광우에게 인감 및 권한대행을 맡긴 문제로 발생된 사건”이라고 수사를 종결했다.

1년 이상 소식이 없던 수원여객은 2020년 7월16일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지급명령신청서를 하이테크 측에 보냈다. 하이테크 측이 김봉현 일당과 공범으로 몰린 것이다.

돌려주니 
가로챘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김봉현과 고향 친구인 수원여객 최고재무책임자(CFO) 김광우는 2018년 10월경부터 인터넷 및 모바일뱅킹을 통해 회사의 소유 자금을 이체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이들은 2018년 10월19일부터 2019년 1월16일까지 총 26차례에 걸쳐 수원여객 우리은행 계좌에 예치된 자금 241억원을 하이테크 등에 이체하는 방식으로 횡령했다.


또 김광우는 수원여객 명의로 50억원 상당 한도대출에 신규 가입한 후 대출금을 모두 인출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유출했다. 이 과정서 김광우는 수원여객 대표에게 각종 보조금 수령 신청서 등 서류 작성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받은 법인인감도장, 사용인감도장으로 각종 서류를 위조했다.

수원여객 대표 의지와 상관없는 기업 인수 절차도 밟을 수 있었다.

김봉현 일당의 횡령 사실은 뒤늦게 포착됐다. 수원여객은 2019년 1월16일 김광우가 무단결근하자,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계좌 현황과 잔고를 확인했다. 유동자금이 고갈된 사실을 파악한 수원여객은 김광우의 자금이체 경로를 파악했다.

그 결과, 김광우가 횡령한 241억원 중 30억원이 하이테크로, 나머지는 주식회사 서원홀딩스 등 수원여객과 관련 없는 5개 회사로 이체됐다. 수원여객 자금이 김봉현이 실질적 소유주인 서원홀딩스에 흘러간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지급명령을 받은 하이테크 측은 “정 사장을 통해 수원여객에 30억원을 즉각 돌려줬는데 왜 공범이냐”며 토로했다. 함께 지급명령을 받은 우노이앤피 정 사장과 하이테크는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에 나섰다. 

당시 하이테크 측 변호인은 “김광우가 작성한 하이테크시스 등에 관한 서류들은 모두 전환사채인수계약이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음에도 자금을 송금한 후 회계처리를 위해 사후에 작성한 것”이라며 “김광우가 김중희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에게 하이테크 법인인감도장을 만들어 하이테크 명의의 문서에 날인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에서 김봉현 일당은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범행을 인정했다.

앞서 하이테크의 진술과 소명자료를 통해 수원 남부지검은 “(하이테크가)김봉현 일당과의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수원지방법원은 하이테크가 수원여객에 30억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하이테크 측은 항소를 제기한 상황이다.

일면식 없는 
회장님 등장

지난 8월30일 판결문에 따르면, 수원지법은 하이테크가 수원여객에 3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유는 정 사장이 김봉현 일당과 수원여객을 인수해 이를 다시 매각하고 수익을 남기기로 한 계획을 세웠다고 봤기 때문이다.

2020년 5월 김봉현 일당은 수원여객을 탈취하기 위해 각종 허위 서류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공소장을 통해 밝혀졌다. 고소당할 위기에 처하자 김봉현은 자금 횡령의 공범인 김광우를 지난해 1월 해외로 도피시켰다. 잠적한 김봉현은 김광우에게 거액의 도피자금을 보내주고, 다른 나라로 이동시키기 위해 전세기까지 빌렸다.

실제로 김광우는 수원여객 측의 고소장이 접수되기 직전인 2019년 1월 해외로 달아나 1년 넘게 도피행각을 벌이다가 김봉현이 경찰에 검거된 지 20여일 만인 2020년 5월 캄보디아 이민청을 통해 자수했다.

이후 김봉현은 법무법인 2곳에서 8명의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했다. 당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수원지검 산업기술범죄수사부(엄희준 부장)의 김봉현 공소장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이른바 ‘수원여객 탈취사건’은 김봉현과 라임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라는 것이다. 둘은 이 사건을 공모하면서 밀접한 관계로 발전했고, 라임 펀드에 모인 투자자들의 돈을 기업사냥에 활용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판결문에는 김봉현이 정 사장으로부터 전기버스 사업과 관련한 인수대상 회사로 하이테크를 소개받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김봉현은 2018년 10월경 하이테크 대표이사에게 “수원여객이 하이테크의 전환사채를 인수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송금할 예정인데, 그 돈을 정 사장에게 송금해달라”고 요구했고 김광우는 하이테크에 30억원을 입금했다.

공범 몰린 하이테크 “누군지 전혀 몰랐다”
김봉현 일당 ‘수원여객 탈취사건’ 재조명

하이테크 측은 김봉현이 사전에 지시한 대로 30억원을 우노이앤피 계좌로 전달했기 때문에 공범이라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현재 하이테크 측은 김봉현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그의 계획 또한 몰랐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항소를 제기한 하이테크는 제보를 통해 “정 사장은 자신이 아는 변호사를 소개해주면서 ‘승소할 수 있는 사건이니 변호사비’가 필요없다고 안심시켰다”고 토로했다. 

수원여객 측 이세중 변호사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하이테크가 수원여객에 30억원을 입금해야 할 필요가 있냐”고 묻자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하이테크 측의 항소심을 맡은 손수일 변호사는 <일요시사>와 한 통화서 “민사재판서 왜 하이테크가 공범으로 인식이 됐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며 “김봉현과 하이테크의 관계가 전혀 없었음에도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31일 수원여객은 김봉현 전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서 승소했다. 앞서 수원여객은 김봉현 등 3명에게 전체 횡령액 206억원 중 피해가 해소된 51억원을 제외한 금액 중 24억1000만원과, 범행에 가담한 하이테크 등 기업을 상대로 30억원 배상요구를 하는 등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수원지법 민사17부(맹준영 부장판사)는 수원여객이 김봉현 등 5명과 이 횡령 사건에 가담한 주식회사 2곳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지난 8월31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봉현 등은 54억1000만원을 수원여객에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김봉현 일당은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횡령한 회삿돈 가운데 86억원은 수원여객 계좌로 되돌아가 실제로 사라진 돈의 액수는 155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여객이 회수한 86억원 중 30억원은 하이테크 인수자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김봉현은 라임자산운용 관련 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김봉현 측은 “수원여객이 업무감독을 소홀히 해 횡령 사건이 일어난 것”이라며 “과실상계나 책임제한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책임제한을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해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을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배척했다.

“억울하다”
이상한 판결

또 일부 피고가 관련 형사사건 1심 재판서 무죄를 선고받았거나, 기소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횡령 행위에 공모, 가담했고 이들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원고 자금 횡령 행위와 관련돼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일요시사>와 만난 하이테크 사내이사 최선옥은 “나는 하이테크시스 법인의 사내이사라는 이유로 김봉현과 공모했다는 오해를 샀다”며 “라임 사태가 터졌던 2019년경 나는 제주도서 전기차 충전소와 관련된 개인사업체를 운영했을 뿐, 전혀 김봉현을 몰랐다”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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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